[298] 제28장. 오행원/ 9.일침 이구 삼약
작성일
2021-04-1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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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제28장. 오행원(五行院)
9. 일침(一針) 이구(二灸) 삼약(三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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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 다시 춘매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치료는 침(針)으로 치유가 되는 단계라고 해야 하겠네? 침으로 치료할 단계를 지나가면 뜨거운 뜸의 세례를 받아야 할 테니 말이야.”
“맞아요. 밥을 먹고 속이 거북하면 사관(四關)에 침을 놓잖아요? 그것만으로 이미 소화는 해결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사관에 침을 놓는다면 어디를 말하는 거야?”
“수족(手足)에 있는 기혈(氣穴)의 관문(關門)이잖아요. 양손의 엄지와 검지의 사이에 있는 합곡(合谷)과, 양발의 엄지와 둘째 발가락 사이에 있는 태충(太衝)이 그것이죠. 만약에 침이 없으면 바늘로 찔러도 효과는 같아요. 다만 많이 아플 따름이죠. 호호호~!”
“어디, 정확하게 위치를 알려 줄 수 있어? 안산 선생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자원이 이렇게 말하자 춘매는 자원의 손을 잡고는 엄지와 검지가 갈라지는 부근에서 검지의 부위를 눌렀다.
“이 부근을 만져보면 약간의 압통(壓痛)이 느껴지죠? 그런데 뭘 먹고 체하게 되면 그 압통이 더욱 커져요. 그러니까 이상이 생겼는지를 확인할 적에도 눌러보면 알아요. 정상일 적에 느끼는 것과 뭘 먹고 속이 불편할 적에 느끼는 것은 확연히 다르거든요.”
춘매가 눌러주는 느낌을 이해한 자원이 말했다.
“아, 그렇구나. 이해가 되네. 그러니까 혈처(穴處)라고 해서 바늘만큼의 공간을 찾느라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잖아?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다니 알아둬야 할 방법이구나.”
“맞아요. 이렇게 아픈 곳을 찾는 것은 아시혈(阿是穴)이라고 해요. 또 다른 말로는 천응혈(天應穴)이나 응통혈(應通穴)이라고도 한 대요. 그렇지만 보통 아시혈이라고 하니까 그렇게만 알고 있어도 되겠어요.”
“좋은 방법을 배웠네. 그렇다면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아시혈이 작용한다는 말이네. 발에 있는 태충은 또 어떻게 찾지?”
“태충은 더 쉬워요. 발가락의 엄지와 둘째발가락이 갈라지는 뼈를 찾아서 아래쪽을 살짝 눌러보면 알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요.”
춘매가 이렇게 말하면서 자원의 발가락의 안쪽을 누르자 그 느낌을 정확하게 알 수가 있었다. 춘매의 동작을 따라서 우창과 안산도 그대로 따라 하면서 위치를 알아 뒀다. 그리고는 안산이 감사의 마음을 공수로 표하며 말했다.
“정말 몰랐던 것을 하나 배웠습니다. 잘 알아두면 꼭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지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안산의 말이 끝나자, 자원이 다시 춘매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몸에 이상이 생기면 우선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침술(鍼術)이 최우선이라는 이야기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구술(灸術)로 뜸을 떠서 치료하고, 마지막으로 약술, 아 약술이라는 말은 없지? 복약(服藥)이 맞겠구나, 이렇게 약을 먹어서 치료하는 것이네?”
“맞아요. 그래서 일침(一針)이라고 하죠. 다음에는 이구(二灸),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약(三藥)이라고 하는 말은 의학(醫學)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산술(山術)에서도 형기법과 이기법이 있었듯이 침술에서도 여러 가지가 있는 건가?”
자원이 이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춘매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언니~! 너무 큰 기대를 하신 거잖아요? 제가 어떻게 그것까지 말을 할 주변이 되겠어요. 이제야말로 언니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네요. 침술(鍼術)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호호호~!”
“아, 그런가? 그렇다면 자원이 약간의 설명을 해 볼게.”
이렇게 말을 하고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하면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말했다.
“침술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침만 있으면 누구라도 시술(施術)을 할 수가 있다는 것에 있어. 전문적인 기술을 발휘할 수는 없더라도, 이것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야. 동생이 말한 아시혈만 알아도 효과를 볼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어머~! 그런 것이 있어요? 알고 싶어요. 어서 말해 줘요.”
“그래, 간단한 방법은 아시혈(阿是穴)에 자침(刺針)하는 거야. 따지고 보면 동생이 말한 사관(四關)에 침을 찌르는 것도 아시혈의 범위에 있는 것으로 봐도 돼. 왜냐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이 압통점만 찾아서 침을 놓으면 되니까 말이야.”
“그야 침만 있으면 되겠네요? 그래도 위험한 곳에 잘못 찌르면 큰일이 날 수도 있잖아요? 아혈(啞穴)에 침을 놓으면 벙어리가 된다는 말도 들어봤어요. 그런 곳을 모르고 침을 놓으면 큰일이 날 수도 있다고 하던걸요?”
“아, 그런 말도 있지. 견정혈, 아문혈, 봉안혈, 입동혈 등에 내공이 뛰어난 고수가 손가락으로 기를 실어서 찌르면 순간적으로 그러한 현상이 일어날 수가 있기는 해. 다만 보통의 사람이 가느다란 침으로 살짝 찔러서 벙어리가 될 수는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압통점이 그곳에 나타날 리도 없고 말이야. 호호호~!”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까 괜한 걱정을 했나 봐요. 정말 주의해야 할 곳은 없어요?”
“왜, 눈알이나, 목의 오목한 부위인 천돌 등은 찌르면 위험할 수도 있지.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알잖아? 목이나 눈알에 침을 찌를 일이 있겠어?”
“하긴, 그렇겠어요. 그렇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다는 말이네요? 아시혈의 치료법이 맘에 들어요. 저도 침을 몇 개 준비해 놨다가 스승님이 급할 적에는 사용해야 하겠어요. 호호호~!”
“참 좋은 생각이야. 호호~!”
“그렇다면 제대로 침술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그야 침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스승을 만나야지. 어설프게 배웠다가는 그야말로 큰일을 낼 수도 있으니까.”
“아니, 방금 언니가 위험한 곳은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야 아시혈을 찾아서 사용했을 경우나 해당하는 말이지. 전문적으로 질병을 치료하겠다고 한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그렇게 쉽다면 누가 침술을 일부러 배우겠어? 호호~!”
“하긴 그렇네요. 스승을 찾아서 배우는 것은 나중에 할 일이고 어떤 침법이 있는지 아시혈 말고도 알고 싶어요. 여기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물론 침술도 참으로 여러 가지의 방법들이 있다고 들었어. 나도 전문가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들은풍월로 말하는 것일 뿐이야.”
“알아요. 언니가 의원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고 들을 테니까 그냥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지금은 오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요.”
“우선 자오침(子午針)이 있어.”
“어? 지지(地支)의 자오(子午)를 말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오술인거야. 오술은 모두 간지를 떠나지 않으니까. 호호~!”
“아항~! 그래서 오술이었구나. 자오침의 이름만 들어도 친근한 느낌이 들어요. 간지는 언제 봐도 반갑잖아요. 어떻게 자오(子午)로 치료를 해요?”
“시간으로 나눠서 시침(施鍼:침을 놓음)을 하는 거야. 증세에 따라서 인시(寅時:03시~05시)에 놓아야 할 곳이 있고, 자시(子時:23시~01시)에 놓아야 할 곳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거야. 때로는 낮에, 또 때로는 밤에 놔야 하는 것이 재미있는데 아마도 불편한 점도 있겠지?”
“엄청 까다롭겠는걸요. 아침에 침을 맞으러 갔는데 해시(亥時:21시~23시)에 맞아야 한다고 하면 하룻밤을 자야 하잖아요?”
“그래서 선호하는 의원들이 많지는 않아. 그렇지만 치료가 까다로운 만성병(慢性病)이라면 의원에서 잠을 자면서 치료를 할 수도 있겠지? 그런 경우에는 이렇게라도 해서 사람을 고쳐야 하니까 시도를 할 수도 있겠지?”
“아하~! 그건 이해가 돼요. 고칠 수만 있다면 밤낮이 문제가 될 것은 없으니까요. 또 어떤 것이 있어요?”
“예전에 천진(天津)의 도관이 있을 적에 특이한 침법을 펼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도사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생각나네.”
“특이한 침법이라면 일반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거잖아요? 그건 또 뭔가요? 효험(效驗)이 있었으니까 인기가 있었겠죠?”
“물론이야. 그는 관리들이 조선(朝鮮)으로 갈 적에 동행했던 역관(譯官:통역사)이었는데, 경치가 좋다는 금강산(金剛山)을 유람갔다가 기인을 만났다는 거야. 그리고는 3년을 눌러앉아서 그 침술을 배워서는 역관도 그만두고 침술을 펼치다가 도교(道敎)에 입문하게 되어서 천진에서 머무르게 되었던 것이지.”
“동방에 있다는 조선(朝鮮)은 들어봤어요. 풍경이 좋고 사람들이 선(善)하다는 말만 들었어요. 그런데 침술도 높은 경지였나 봐요?”
“어디에서나 기인(奇人)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가 만났던 사람은 호를 사암도인(舍岩道人)이라고 했다는데, 이름은 나도 몰라. 내가 자꾸 궁금해서 물었더니 그렇게까지만 말을 해 줬어.”
“그건 아무래도 좋아요. 그래서 무슨 침법이었어요?”
“응, 그건 오행침(五行鍼)이라고 말하더군.”
“예? 오행침이라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오행인가요?”
춘매는 혹시라도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었다. 그러자 자원이 빙그레 웃으면서 답했다.
“왜? 아는 말이 나오니까 그것도 반가워? 호호호~!”
“그렇잖고요. 오행은 사주풀이를 할 적에나 열심히 배우는 것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 침술에도 오행침법이 있다니 도대체 오행의 세상은 얼마나 넓은 걸까요?”
“우리 학당(學堂)의 이름이 뭐야?”
“참, 맞다~! 오행원(五行院)이잖아요. 쓰기도 너무 쉬어요. 호호호~!”
“오행은 세상의 이치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誇言)이 아니지. 그러니 무엇인들 오행 아닌 것이 있겠어.”
“맞아요. 공부할수록 오행의 이치에 감탄하게 되네요. 신통(神通)한 오행이 침술에서는 어떻게 쓰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요.”
“동생이 경락(經絡)은 알고 있다고 했지?”
“대략만 알아요. 십이정경(十二正經)과 기경팔맥(奇經八脈)에 대해서요.”
“오행침법은 십이경을 위주(爲主)로 시술하는 거야. 그럼 혈 자리는 몇 개가 될까?”
“12경락마다 오행의 혈자리를 쓰는 건가요? 그렇다면 60개의 혈처(穴處)가 되는 거예요?”
“맞아. 재미있지?”
“정말요~! 육십갑자(六十甲子)와 같잖아요? 그것과도 연관이 있어요?”
“직접 연관은 없어. 다만 숫자로만 본다면 완전히 같지?”
“그렇네요. 재미있어요. 그리고 흥미도 생기는걸요. 경락마다 얼마나 많은 혈자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다섯 개씩만 사용해서 질병을 치료하고, 그것이 효험이 있어서 인기를 끌 정도였는지 궁금해요.”
“그렇지? 그걸 오수혈(五輸穴)이라고 해. 모두가 사지(四肢)의 팔꿈치와 무릎 아래에 있는 것으로 정형수경합(井滎輸經合)의 다섯 혈자리야.”
“아니, 그렇다면 몸에다가는 침을 놓지 않는다는 건가요?”
“맞아. 몸에 침을 놓을 일이 없으니까.”
“그럼 위험한 것도 줄어들잖아요?”
“물론이지.”
“와~! 그러니까 60개의 혈자리만 알면 발휘할 수가 있는 침술이네요? 관심을 가질 만도 하겠는걸요. 그런데 왜 하필 팔과 다리에만 침을 놓을까요?”
“원래 사암도인은 스님이셨다나 봐. 그래서 여인의 몸을 만지는 것이 계율로 금지되어 있어서 궁리하다가 오수혈을 찾아서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창안하게 되었던 것이지.”
“아, 이해가 돼요. 그래서 언니는 그 침술을 받아 보셨어요?”
“당연하지. 그 도사가 나를 어여삐 여기셨는지 특별히 마음을 써서 치료해 주셨어.”
“왜요? 어디가 편치 않았던 거에요? 직접 겪어 보셨다니까 더 궁금해요. 어서 그 이야기를 해 주세요. 호호~!”
춘매는 관심이 커져서 자원의 이야기를 독촉했고, 자원도 천천히 자신이 겪은 것을 이야기했다.
“내가 천진의 하북원(河北院)으로 가기 전에 부친의 빚을 갚느라고 객잔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 그리고 쓰러졌다가 귀인을 만나서 살아나게 되었고, 또 그분의 배려로 하북원까지 가게 되었는데, 몸은 풀려났지만, 이미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해서 건강은 엉망이었지. 그러던 차에 그 도사를 만나게 되었던 거야.”
“정말 언니는 인복(人福)이 많으셨네요.”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그래. 특히 수족(手足)의 냉증(冷症)이 극심해서 월사(月事)도 제대로 순조롭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정말 언니의 몸이 많이 상했었나 봐요. 그래서 어떻게 치료를 받으셨어요?”
“처음에는 스스로 무공을 연마해서 치료하려고 했었지. 그렇지만 그러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그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을 본 도사가 침을 맞아 보겠느냐고 해서 당연히 그러겠다고 했지. 그런데 정말 오행침은 너무 아파. 호호호~!”
“어차피 침인데 아프지 않을 리가 있어요?”
“물론이지. 그런데 특별히 더 아파서 입이 딱딱 벌어지거든. 손가락 끝에 놓거나 발가락 끝에 놓을 적에는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를 지경이라니까. 호호호~!”
“와우~! 그런 곳에 침을 맞는다면 정말 아프겠어요. 손가락에 가시만 하나 박혀도 얼마나 아픈데 침을 꽂아놓다니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파요. 호호호~!”
“아무리 침 끝이 매워도 생리불순(生理不順)과 얼음같이 차디찬 수족(手足)의 냉증(冷症)보다는 덜 맵지. 아파 본 사람만 아는 것이지만 말이야.”
“맞아요. 그래서 침은 얼마나 오래 맞았어요?”
“두 번.”
“예에? 두 번만 맞고서 나았단 거에요?”
“응. 딱 두 번으로 끝났어. 아무리 일침(一針)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그렇게 신효(神效)한 경험을 하고 나니까 세상에서 배워야 할 것은 오행침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정말 놀랍네요. 그런 침이라면 저도 배워보고 싶은걸요.”
“그렇지? 뭐든 그렇듯이 직접 겪어 보는 것보다 더 명료(明瞭)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야.”
“맞아요~! 어디에 어떻게 침을 놓았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물론 그래 봐야 모르기는 매한가지겠지만요. 호호호~!”
“나도 그게 궁금해서 물었어. ‘무슨 처방(處方)으로 치료를 해 주신 거에요?’라고 말이야. 그랬더니 그 도사는 ‘신허(腎虛)를 다스렸을 뿐’이라고 하더군. 그러니까 수족이 차가웠던 것은 신경(腎經)이 허해서 그러므로 그것을 보(補)하는 치료법이었던 거지.”
“원래 침은 기운을 보하는 것이잖아요?”
“오행은 어떻게 둘로 나누지?”
“오행이 둘로 나뉜다는 말은 음양을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그야 당연히 생극(生剋)이잖겠어요?”
“맞아, 명학(命學)의 오행은 생극(生剋)으로 변화를 찾고, 오행침에서는 보사(補瀉)로 치료하는 것이었어.”
“보사라니요? 그렇다면 오행의 생극과 같은 이치인 건가요?”
“응, 약기(弱氣)는 허증(虛症)이라서 보법(補法)을 쓰고, 사기(邪氣)는 실증(實證)이라서 사법(瀉法)을 쓰는 거야. 그러니까 알고 보면 60가지의 오수혈을 각기 보사로 치료를 하니까 결국은 120가지의 해결책이 그 안에 있는 셈이지.”
“정말 흥미롭네요. 침을 맞았던 상황을 좀 설명해 주세요.”
“오, 동생도 침술에 관심이 많았구나. 언제 인연이 되면 그것도 배워놓으면 좋겠네.”
“몸과 경락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 호호호~!”
“처음에 침을 맞겠다고 했더니 손발만 걷으면 된다는 거야.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여기저기 침을 꽂는데 딱 여덟 대였어. 그런데 그렇게 침을 꽂아도 전혀 통증이 없는 거야. 그래서 참 신기한 침도 있다고 생각했잖아.”
“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도사도 내 표정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음 날 한 번 더 시술하자고 하잖아. 그런데, 침을 뽑고 나면서부터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다리에 온기가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야. 다음날 침을 맞았는데, 세상에~!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통증이 파고드는 거야.”
“다른 자리에 맞았나 봐요?”
“나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전날에 꽂았던 그 자리였다는 것을 알고서는 오히려 내가 놀랐지. 하루 사이에 몸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거지.”
“정말 놀랍네요. 언니의 말씀이 아니라면 믿지 않았을 거에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게 오행침이었어. 그래서 그때부터 오행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막연하게나마 참으로 대단한 것이 오행이라는 생각은 했지.”
“그 도사는 지금도 천진에 있을까요?”
“왜? 동생도 가보게? 도사는 구름처럼 떠도는 사람들이라서 아직도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못하겠네. 호호호~!”
“아쉬워요. 언니는 왜 그러한 효험을 보고서도 그 도사님을 붙잡고 배우자고 하지 않으셨어요?”
“응, 실은 신기하기는 했으나 막상 침술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가 봐. 무예를 연마하는 것도 벅찼거든. 다만 나중에라도 같은 증세로 고통받는 여인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어서 혈자리는 알아 뒀지.”
“뭔데요? 그것도 알고 싶어요.”
“동생이 알아들을지 모르겠네. 경거(經渠)와 복류(復溜)는 보법(補法)을 쓰고, 태백(太白)과 태계(太谿)는 사법(瀉法)을 쓴다는 것은 분명히 알아 뒀지. 대충 어딘지 이해하겠어?”
“아니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보사법(補瀉法)은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들어보고 싶어요.”
“경락은 오행이 뭐라고 했지?”
“그야 수(水)라고 했잖아요? 혈맥(穴脈)도 같은 것으로 보면 되죠.”
자원은 춘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히 그림을 그려서 설명했다.
“잘 봐, 간단한 이야기야. 가령 경락이 좌에서 우로 흐른다고 할 경우, 경락이 흐르는 방향으로 침을 비스듬하게 꽂으면 흐름에 가세(加勢)하는 것이라서 보법(補法)이 되는 거야. 그리고 흐름을 거슬러서 침을 꽂으면 이번에는 기운을 빼는 방법이어서 사법(瀉法)이 되는 거지. 이해가 되지?”
“그렇게 간단한 것이었어요? 경락의 흐름만 알면 되겠네요?”
“맞아. 웬만큼 공부하면 그 정도야 어렵지 않으니까.”
“그런데 경락의 흐름을 모르거나 보사의 이치를 정확하게 모르면 사용할 수가 없는 침법인가 봐요?”
“물론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다만 상황은 침을 놓아야 하겠는데, 정확하게 보법을 써야 할지, 아니면 사법을 써야 할지를 잘 모를 적에는 반듯하게 수직(垂直)으로 꽂아도 효과는 있다고 했어. 나도 그게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게 사용해도 되는데 다만 효력은 다소 떨어질 수가 있겠네.”
“정말 언니 말을 들을수록 흥미가 동해요. 나중에 인연이 되면 꼭 배워보고 싶어요.”
그러자 자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동생, 열정은 알겠으나 지금은 오술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잖아? 이보다 더 깊이 들어간다면 오술이야? 의술이야? 호호호~!”
“아, 제가 항상 이래요. 호호호~!”
“그러니까 말이야. 의술에는 침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술(灸術)도 있는데 뜸을 뜬다는 것도 알고 보면 참으로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이러한 것을 모두 말할 수는 없겠네. 어쩌나?”
그러자 안산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
“참으로 자원 선생의 말씀에는 오묘한 이치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처음으로 들어 본 오행침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앞으로 의술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데 큰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의술이 어떤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이해가 되었으니 다음의 이야기로 넘어가도 되지 싶습니다. 그래도 될지 사매께 물어봐야 하겠네요.”
안산의 말을 듣고서 춘매도 자신의 관심사만 집착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일단 양보를 하고 다음에 다시 기회가 되면 배워보겠다는 마음으로 정리를 하고서 말했다.
“안산 선생께서 말씀하시니까 비로소 정신이 돌아왔어요. 정말 산술(山術)보다도 더 흥미로운 의술(醫術)이지만 다음에 다시 인연이 되면 공부할 수가 있는 자료를 얻은 것이 너무 즐거워요. 이제 이 정도로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어요.”
자원은 두 사람이 의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이 정도로 이해했으면 되었다고 봐서 마무리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오술 중에서 두 가지는 이해가 되셨지요? 다음은 명술(命術)에 대해서 생각해 볼게요.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잘 알아야 할 본론(本論)이기도 하겠어요. 그러니까 할 말이 많지만 그래서 더욱 간단히 설명해도 될 것으로 생각이 되기도 해요. 왜냐면 평생을 공부해야 할 테니까요. 호호호~!”
자원의 말에 우창도 미소로 동의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마음대로 간단히 될 것인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