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⑤ 래피리 응회암층

작성일
2023-07-0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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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⑤ 굴업도 남단(南端)의 래피리 응회암층(지질노두151번)

 

[지질노두151] 굴업리 화산각력암/래피리 응회암층(링크)

 

(2023년 6월 19일 월요일)

 


 

사전에 조사한 것에서 굴업도는 토끼섬의 해식와(海蝕窪)가 유명하다고 해서 어떻게든 가능하면 그것을 보고 가야 하겠다는 생각은 집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계획했었다. 다만 이것이 또 맘대로 안 되는 것이 물이 빠져야 건너갈 수가 있는 섬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오늘은 음력으로 5월 2일이니 아직은 물이 많이 빠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대략 시간을 맞춰서 집을 나섰다.

 



시간을 맞췄다는 것은 아점으로 10시 30분에 밥을 먹어야 여유롭게 덕적도행 배를 탈 수가 있다는 일정에 따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늘 아침의 물때는 11시 46분이 되어야 간조(干潮)가 되는데 여차하면 아침은 안 먹고 물때에 따라서 토끼섬을 구경하고 바로 배타러 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꺼냈다가 야단만 맞았다.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지 뭐. ㅋㅋ

 


문자의 힘이다. 써 놓으면 읽게 되는 것이지. 나름대로 살아오면서 깨달은 바를 적어놓은 것이겠거니 싶다. ㅎㅎ

 


아직도 물은 한가득이구나. 시간이 07시 42분이니 당연하지. 아무래도 오늘의 토끼섬 건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쓱~ 스쳐 지나간다. 여하튼 가는 데가지는 가봐야지. 그것도 여행이니까.

 


해수욕객을 지켜줄 망대만 덩그렇게 자리를 잡고 때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굴업도의 남단으로 가려면 해변으로 해서 갈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멋진 바위들이 늘어서 있으니 이러한 것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나저나 시간은 많으니까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면서 바위들과 놀면 되겠구나.

 


해수욕장을 청소하는 구나. 이제 멀지 않아서 대목이 찾아올 테니 미리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옆에 늘어선 암석들도 그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구나. 늘 화강암만 봐서 그런지 이렇게 응회암을 원 없이 볼 수가 있는 굴업도가 매력적이기는 하다. 어디를 봐도 응회암이니 말이지.

 


분위기는 코끼리바위 주변의 풍경과 비슷해 보인다.

 


역암을 포함하고 있는 분홍빛의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천천히 바위들과 놀면서 걸음을 옮긴다. 맞은 편의 산아래의 암벽도 볼만 하다.

 


마치 채석장에서 돌을 뜯어내다가 둔 것처럼 위아래가 분명하게 나눠진 형태구나. 주변에 제방이라도 있으면 채석장이었다고 해도 되지 싶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바닥은 깨끗하다.

 


암상(巖狀)은 모두 비슷하다.

 


당연히 아직도 건너갈 길은 열리지 않았다. 섬을 건너가려고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던 것이 언제던가.....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을 건너가려고 기다렸었구나.

 


그때도 7월이었구나. 그때는 시간에 쫓기지는 않아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건너갈 수가 있었는데 오늘은 시간이 사정없이 뒤를 쫓는다. 그러니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주어진 만큼만 보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내 뜻대로 움직여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연의 뜻에 맞춰서 살아야 하는 거니까. ㅠㅠ

 


그래도 뭘 볼 수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아침부터 나와서 같이 놀아주는 일행이 고마울 따름이다. 다만 토끼섬도 섬이지만 맞은 편의 굴업도 남단이라고 하는 명소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꼭 토끼섬이 아니라도 좋다는 생각도 했다. 지질노두 151번으로 소개한 곳이기 때문이다.

 

래피리? 모두가 낯설지만 이것도 낯설기는 마찬가지구나.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찾아보면 다 나오니까. 지질노두의 뒤쪽에는 용어들에 대해서 색인을 해 놨다.

 

 

화산쇄설물인데 크기가 1mm에서 64mm까지인 것을 말하는구나. 왜 하필이면 64mm인지는 이유가 있겠지만 여하튼 래피리 응회암까지 다 나와있으니 찾은 김에 읽어둔다. 결국 역이 들어있다는 이야기잖아? 64mm가 넘으면 래피리라고 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알쏭달쏭....

 


동행들은 토끼섬에 물이 빠지든 말든 새우깡을 먹으며 즐겁게 담소하는구나. 그렇게 한가로운 이들에게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라고 해 놓고는 굴업도의 남단을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래피리 응회암을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렇게 웅장한 모습으로 있는 암벽들도 볼만하다. 

 


섬은 작아도 암벽은 크다.

 


풍화가 되어서 부서지고 있는 암석들도 보인다. 그러다가 결국은 모래가 되겠지. 모래의 색이 누른 기를 띄고 있는 것도 이러한 암석들이 변한 것이라서 인가 싶기도 하다. 이런 색의 바위라면 아무리 바닷물이 씻어줘도 백사(白沙)가 되기는 불가능할테니까.

 


이렇게 부분을 확대하고 보니까 흡사 현미경으로 암편을 보고 있는 것같기도 하다.

 


이 풍경은 코끼리바위의 주변과 같은 형상으로 보인다. 래피리라고? 그래 자꾸 되뇌어야 기억에 저장이 되지. ㅎㅎ

 


화강암의 밋밋한 풍경에 익숙해서인지 이렇게 응회암으로 이뤄진 암벽은 느낌이 또 다르다.

 


굴업도에 와야만 볼 수가 있는 풍경이라서 자욱자욱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가오는 풍경들이 재미있다.

 


어느 사이에 토끼섬의 존재는 잊어버렸구나. 연지님이 소리를 지른다. 위험하니까 그만 돌아 오란다. 오늘은 섬을 갈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이니까 그만 가자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 말이 지금 귀에 들어올 리는 만무하다. ㅎㅎ

 


연지님의 사진을 보니 위험하다고 할 만도 했구나. 이러고 놀았으니 말이지. ㅋㅋ

 


그래도 119를 부를 일이 생기지는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매우 상당히 많은 조심을 한다. 아무렴. 

 


먼저 돌아가라고 해 놓고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갔다. 길이 아무래도 위험해서 오라고 할 상황도 아님은 사진만 봐도 대략 짐작이 된다.

 


암벽놀이가 재미있는 것은 암석이 재미있게 생겨서다. 이제 제주도에서 응회암을 봐도 익숙하겠다. 굴업도에서 응회암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한 셈이니까 말이지.

 


점점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바닥에 모래밭이 드러난다. 희망을 조금은 가져도 되지 싶다.

 


그렇지만 아직도 시간은 09시 32분. 물이 빠지려면 2시간이나 남았고, 밥을 먹으러 가야 할 시간은 1시간도 채 남지 않았으니 주어진 시간도 딱 그만큼 그러니까 대략 30분 정도 뿐이로구나. 참 절박하다. ㅎㅎ

 


그런데 강구들은 왜 이렇게도 크냐? 안면도 강구의 두 배는 되지 싶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냥 분위기에 어울리게 삼엽충이라고 해 두자. 그러면 아득한 고생대에서 노는 셈이 되려나? 

 


다들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는구나. 지나온 암벽을 돌아보고는 다시 앞으로 앞으로~!

 


갑자기 바위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엉? 이것을 보라는 뜻이 지질노두 151번이었구나. 역시~! 물때 타령만 하고 물이 빠지지 않아서 토끼섬을 볼 수가 없다고 지레 판단하고서 나서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놓칠 뻔했잖은가. 

 


글로 설명할 수도 없지만 글이 필요 없기도 하다. 그냥 바라보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싶다. 이렇게 유황이 냄새가 코를 찌를 듯한 생생한 각력화산암(角礫火山巖)을 볼 수가 있어서 경이롭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혼자서 감탄을 했다. 이런 때에 함께 감탄할 벗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 모든 것을 다 갖출 수는 없는 일이다. 함께 즐길 벗이 없으면 혼자서 깔깔대고 감탄하면서 노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움직이지 않는 바위 틈에 뭔가 움직이는 낯익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어? 숙소로 돌아간 것이 아니었어? 갑자기 나타난 연지님을 보니 반갑구나. 이렇게 위험한 곳을 혼자 다니게 두고 어떻게 돌아가느냐지 그래 . 그것도 맞네. ㅎㅎ (사실은 그 험한 길을 마다 않고 지키러 온 것에 대해서 살짝 심쿵했음)

 


 

 


 

 


 

 


 

 


 

 


아마, 모르긴 해도 어디에서도 이러한 풍경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라도 더 담아두려고 머뭇거렸다. 다음에 다시 온다는 것도 지금은  단정할 수가 없기에 기회가 왔을 적에 최대한 즐기고 미련없이 돌아서면 된다 그렇게 래피리 응회암과 즐거운 놀이에 빠졌다. 

 


지질노두에서는 여기를 굴업도 남단이라고 했는데 이 명칭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토끼섬은 남단이라고 해도 되겠다만 개머리언덕의 끄트머리쪽 해안이 더 남쪽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이름을 그렇게 붙여 놓으면 이것도 약속이 되어서 그것이 어디를 말하는지만 알면 되니까. ㅎㅎ 

 

 

지질도는 예상한 대로 굴업도응회암이라고 알려준다. 그 왼쪽 옆의 사구에는 또 다른 무늬가 보이는구나. 그건 무슨 뜻이지?

 


아하~! 바닷물이 들락거린다고 해서 해빈사(海濱沙)라고 하는 모양이구나. 맞는 말이구나. 그런데 마을이 있는 곳은 또 노랑색으로 되어 있어서 내친 김에 그것도 살펴본다. 신생대 제4기라면 1만 년 전부터 현재 까지를 말한다는 것은 이제 대략 정리가 된 모양이다.

 


아하~! 마을의 지질은 신생대 제4기 충적층(沖積層)이었구나. 토양이 쌓여서 이뤄진 층이라는 뜻이고 그곳에 집을 짓고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군. 다들 지질은 몰라도 먹고 살려면 땅을 파서 뭔가를 심어야 하고 고구마라도 심어 먹으려면 충적토라야 쇠스랑이라도 들어갈 테니까 당연히 알아서 살아가는 것으로 보면 되겠다. 그러니까 논밭은 모두 충적층으로 보면 되지 싶다. 이렇게 하면서 또 하나를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