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72) 메밀꽃

작성일
2021-06-22 09:08
조회
560

제주반달(72) [19일(추가3일)째 : 5월 27일(목)/ 3화]


새하얀 메밀꽃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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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에서 화인이 말했다.

화인 : 사부님, 오늘은 숙제를 해야 하는데요?
낭월 : 숙제는 또 뭐고? 점심 먹은 걸로 해결되지 않았나?
화인 : 그건 오빠와의 숙제고요. 현피디와의 숙제요.
낭월 : 그게 뭐더라?
화인 : 풍수문답이요. 항상 매주 한 편씩 찍기로 했잖아요.
낭월 : 아 그랬던가? 까이꺼 하면 되지 뭘.
화인 : 어디가 좋을까요?
낭월 : 이 넓은 제주도 천지에 어디인들 안 좋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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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길가에  하얗게 핀 메밀꽃이 보였고, 그래서 직진하던 차를 우회전으로 돌렸다. 그럼 되었다. 빈터가 있어서 차를 들이 박았다. ㅋㅋㅋ

낭월 : 여기가 어떻노?
화인 : 기가 막힙니다. 아주 좋아요.
낭월 : 제주도 스럽제?
화인 : 그럼 준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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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없이 맑은 하늘에 해저물녁의 황금빛이 피어오르는 들판에서 하얗게 핀 메밀꽃을 바라보는 여유로움이 있어서 좋았다. 화려한 수국을 보고 난 다음이라서일까? 소박한 시골처녀의 모습과 닮았다는 느낌이었을까?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으니 말이지. 이게 메밀꽃의 매력이었나? 새삼 그 맛에 빠져들어서 한참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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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은 오즈모를 챙긴다. 이번 여행에서 동영상을 60P로 촬영하기 위해서 아이폰까지 구입한 화인이다. 오즈모는 아이폰과 잘 맞아서 1초에 60컷을 저장하는데 삼성폰은 호환의 문제로 인해서인지 그게 안 된다면서 멋진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아이폰이 좋다는 현피디의 의견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래서 갤럭시 노트에 익숙하다가 동영상을 오즈모로 찍는데는 갤럭시로 하면 30프레임 밖에 저장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서는 난데없이 아이폰을 쓰는 바람에 그것을 배우느라고 또 고생을 하고 있던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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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을 생각하면 무심코 떠오르는 것은 「메밀꽃 필 무렵」이고, 그것은 강원도 봉평이고, 그래서 일부러 봉평에서 사먹은 막국수가 떠오르고 다시 소달구지도 따라서 생각나는 그런 고전적인 이야기였는데 제주도에서 흐드러지게 핀 메밀밭을 보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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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이 준비하는 동안에도 낭월은 메밀꽃에 취해서 마냥 빠져들었다. 논산 주변에는 하우스가 많아도 메밀꽃은 볼 수가 없다. 하우스가 아닌 밭은 고구마가 가득하다. 원래 상월고구마도 유명하니까 농작물을 선택할 적에도 팔로를 봐가면서 선택하는 까닭에 돈이 되지 않을 메밀은 심을 까닭이 없기도 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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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 아니 백록화(白綠畵)인가? 초록과 흰색의 조화라니. 오늘 수국을 보지 않았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연의 고리는 이렇게 연결이 되는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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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건물은 카페인 모양이다. 언제 여유로우면 메밀밭을 보면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좋지 싶구먼시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뒤따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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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싸부님~! 준비 되었는데요~!
낭월 : 그래, 가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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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해 놓고서도 움직일 줄을 모르는 낭월.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저놈의 화상은 왜 저라고 있을까 싶었을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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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꽃에 내려앉은 석양의 황금빛이 보일듯 안 보일듯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니까 이 시간에는 항상 황홀한 자연의 색감에 취할 수밖에는 없지. 실로 이 맛에 사진놀이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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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참 곱지?
화인 : 첨 봐요. 메밀꽃이 이렇게 예쁠 줄이야.
낭월 : 준비가 되었으면 해 볼까? 주제가 뭐고?
화인 : 이번 차례는 아홉번째로 '용과 지맥은 같은 말인가요?'네요.
낭월 : 그래 빛의 각도는 어떻게 잡을까?
화인 : 지금이 딱 좋아요. 석양빛이 제격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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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비행기 소리가 예사롭지 않은걸.
화인 : 그건 현피디가 알아서 해결 할 거에요. 뭐 어쩌겠어요. 호호~!
낭월 : 그럼 되었군. 시작하자. 녹음기도 켰지?
화인 :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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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여긴 어딘가요?
낭월 : 제주도의 어느 길가 메밀밭이구나.
화인 : 오늘도 풍수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낭월 : 그러시렴.
화인 : 혈을 찾을 수가 있나요?
낭월 : 있다면 찾겠지. 있다고 생각하나?
화인 : 예, 있는 것으로 보여요.
낭월 :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찾는 것이야 가능하겠지.
화인 : 어떻게 찾나요?
낭월 : 지형으로도 찾고 지기로도 찾겠지.
화인 : 찾겠지라는 말씀은요?
낭월 : 나는 지기로는 못찾는다는 의미라네.
화인 : 그건 공부로 안 되십니까?
낭월 : 안 되더라구. 신은 두 가지를 주지 않으시네벼.
화인 : 그럼 지형을 보고서 찾을 수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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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0여 분을 이야기 나눴다. 풍경도 좋고, 바람도 산들거리고 마음도 가벼우니 이야기는 저절로 술술 풀려나오는 모양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비행기는 수시로 지나간다. 이것을 현피디는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겠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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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잘 알겠습니다.
낭월 : 그래? 다행이로군.
화인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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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도 그 사이에 열일을 했구나. 대화하는 장면을 답으려고 까치발을 하고서 팔을 있는대로 높이 뻗었다는 것을 나중에 사진을 보정하다가 그림자를 보고서야 알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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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오늘 숙제도 깔끔해서 해결해서 개운해요. 호호호~!
낭월 : 다행이로군. 메밀꽃도 실컷 봤으니 또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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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잘 나눴는지 잠시 확인하고는 귀가했다. 숙소는 지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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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니 오늘도 공사는 잘 진행되고 있구나. 유리판이 더 많이 들어왔네. 내일은 또 제 자리를 찾아 가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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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판의 두께가 보통이 아니다. 적어도 두겹 이상은 되지 싶다. 그러니까 비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냉난방을 고려해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구나. 우리도 연지님을 위해서 작은 온실을 하나 지어볼까? 겨울에 화분들을 안방에 들여놓고 함께 살아야 하는데 한 번 궁리를 해 봐야 하겠구나. 비닐이 아니라 유리로 하려면 꽤 나갈테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연지님을 위해서 그 정도는 할 수도 있지 싶어서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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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잘 먹어서인지 저녁은 집에서 먹을 모양이구나. 언제 한 번은 인도식으로 먹어봐야지. 그리고 배가 고플 적에 먹어야지. 지금은 배가 꺼지지 않아서 그 시기가 아닌 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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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꽃밭에서 하루를 보낸 행복한 날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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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이 저녁먹을 꺼리를 마련하고 그래서 하루를 잘 마무리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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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도 많이 고단했겠구나. 낭월도 새벽부터 하루를 길게 살았다. 평소의 두 배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또 행복할 따름이고. ㅎㅎ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