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7] 제40장. 방랑객(放浪客)/ 6.음성(音聲)의 이치(理致)

작성일
2023-12-05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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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 40. 방랑객(放浪客)

 

6. 음성(音聲)의 이치(理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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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는 다시 대강당(大講堂)으로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술시(戌時)도 되기 전에 하나둘 자리를 잡고는 저마다 한담을 나누느라고 떠들썩했다. 그러다가 술시가 되자 끓는 가마솥에 찬물을 뿌린 듯이 조용해진 강당으로 우창이 나타나자 모두 일어나서 합장으로 맞이했다.

스승님을 뵙습니다~!”

우창이 단상에서 합장하고 의자에 앉자 대중들도 앉아서 우창이 말해 주기를 기다렸다. 우창이 한 바퀴 둘러본 다음에 말을 꺼냈다.

여러분께 기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우리 오행원에 밝은 스승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앞으로 우창의 학문에도 더욱 큰 진화(進化)의 조짐이 보입니다. 이것은 여러분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되지 싶습니다.”

우창의 말에 대중들이 강당이 떠나갈 듯이 힘차게 박수 쳤다.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은 태사님으로 호칭하시면 됩니다. 거처는 여여실(如如室)입니다. 앞으로 지나치다가 스승님을 만나면 인사도 하시고 궁금한 것은 여쭤봐도 될 것입니다. 특히 자평학(子平學)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가 있는 적천수(滴天髓)에 대해서 3일에 한 번씩 말씀을 청해 들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3, 6, 9일에는 술시(戌時)에 이렇게 만나서 귀한 가르침을 듣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참석할 사람은 초급과정에 있더라도 무방합니다. 누구라도 열의만 있으면 참석해서 다시 듣기 어려운 말씀을 들어서 오행의 이치를 터득하는 시간을 앞당겨 보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제자들이 이렇게 말하면서 모두 합장했다. 그 소리가 넓은 강당을 흔들 지경이었다. 모두 공부에 관해서라면 둘째가기 서러운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그러자 우창이 낮에 계획했던 대로 오늘의 주제에 대해서 말했다.

여러분, 오늘은 소리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합니다. 소리는 무엇이라고 정의(定義)를 할 수가 있겠습니까?”

우창이 이렇게 묻고는 대중을 둘러보자 유하(遊霞)가 손을 들었다. 우창도 유하를 보자 과연 소리에 대해서 생각해 봤겠다는 짐작이 되었다. 배우가 관중(觀衆)을 상대로 항상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 먼저 손을 든 유하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유하가 허락받고는 일어나서 예의 우아한 또렷한 음성으로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누가 들어도 듣기에 좋으면서도 명확하게 전달이 되는 소리였다.

스승님과 도반들의 열정적인 학구열(學究熱)에 날마다 감동하고 있는 유하에요. 오늘은 소리에 대해서 말씀하시고자 하셔서 더욱 관심이 가네요. 사람이 사람과 상대하는 데는 항상 말이 필요한데 말에 대해서 깊이 있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듣고 싶어요. 우선 소리에도 음양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유하는 소리의 음양에 대해서 가끔 생각해 봤으나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지를 알 수가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우창이 자리를 깔아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의 음양에 대해서부터 물었다. 그 의미를 이해한 우창이 말했다.

소리에도 음양이 있습니다. 세상 만물에 음양이 있으니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무엇을 음성(陰聲)이라고 하고, 또 어떤 소리를 양성(陽聲)이라고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음양이 다 그렇듯이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소리의 음양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해 놓고는 차를 한 모금 마시자 제자들은 침을 삼켰다. 무슨 이야기를 듣게 되려나 싶은 기대감이었다. 우창이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소리에도 음양이 있습니다. 상성(上聲)과 하성(下聲)이 있고, 대성(大聲)과 소성(小聲)도 있지요. 또 명료한 명성(明聲)도 있고, 어물어물하는 암성(暗聲)도 있으니 이 모두는 음양의 소리로 분류를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우창이 이렇게 소리의 음양에 대해서 말을 시작하자 유하는 감탄하면서 말했다.

와우~! 이렇게 바로 답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상성과 하성은 말끝이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로 보면 되겠어요. 무엇을 물어보고자 할 때는 올리는 말이 되니까 올리는 것은 양이네요. 그리고 이에 대해서 답을 할 적에는 올리지 않으니까 음이 되는 것으로 보면 될까요? 묻고자 하는 것은 발하는 것이고, 답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보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싸우자고 시비의 말을 할 적에도 말꼬리가 올라가겠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양이 됩니다. 이에 대답하는 말도 끝이 올라가게 된다면 양대양(陽對陽)이 되어서 한바탕 싸움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가 말을 올리지 않으면 또한 음양의 조화가 이뤄져서 언쟁(言爭)은 이어지지 않는다고 보겠습니다.”

우창의 말에 유하가 공감한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과연, 스승님께 물으면 안개 속에서 보이는 것 같았던 문제도 또렷하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참 신기해요. 두 사람이 모두 고성(高聲)으로 말을 해야 할 경우도 있어요. 다만 그것은 연극에서 관중에게 잘 들리라고 하는 것이죠. 실제로 서로 고성을 지른다면 어떻게 대화가 되겠어요.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양대양으로 바로 정리해 주시네요. 그렇다면 음대음(陰對陰)도 생각해 볼 수가 있겠어요. 두 사람이 말을 하는데 어물어물하고 또렷하게 들리지도 않는다면 그것도 대화가 이뤄지기가 어렵겠죠? 이런 경우도 음양으로 대입하면 되지 싶어요. 호호호~!”

그렇습니다. 고성(高聲)과 저성(低聲)으로 음양의 소리를 보는 것도 가능한 관점입니다. 원래 언어(言語)에는 고저장단(高低長短)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고성으로만 말한다면 듣는 사람이 너무 힘들지요. 그렇다고 또 저성만 사용해서 말해도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고성과 저성을 적절하게 섞어서 말을 하게 되면 그것을 음율(音律)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는 말은 밀고 당기는 느낌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뤄서 듣는 사람도 노랫소리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고 즐겁게 경청(傾聽)이 되는 것이지요.”

아하~! 음율이 그런 의미였군요. 그렇게 말을 하면 하루를 이야기해도 목이 쉬지 않겠네요. 배우가 무대에서 고성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는 한 시진이 지나고 나면 진기도 빠지고 목은 쉬어서 나중에는 소리도 잘 나오지 않으니까요.”

유하가 우창의 말에 동조하자 우창이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누구와 더불어 말을 함에 있어서 고저(高低)도 필요하나 장단(長短)도 중요합니다. 때로는 길게 말하고 또 때로는 짧게 말함으로써 긴장(緊張)과 이완(弛緩)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것도 말을 잘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말의 뜻이 중요합니다만 소리만 놓고서 말을 할 때는 이렇게 고저장단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말한다면 듣는 사람도 지루하지 않고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고 이러한 것은 특별히 훈련하지 않아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승님, 그건 아니에요. 타고 날 적에 그렇게 타고 나지 못하면 무척이나 많이 노력해서 그것을 고쳐야만 하거든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그러한 것을 익혔다는 것은 이미 그렇게 말을 잘하는 능력을 타고난 것이라고 봐야 해요. 호호호~!”

우창은 유하의 말을 들으면서 과연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부터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애써 노력해도 듣기에 불편하고 지루한 사람도 있음을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창의 표정을 본 유하가 다시 물었다.

스승님의 설명을 통해서 소리의 음양에 대해서는 잘 이해했어요. 큰 소리로 말을 하더라도 중간에 작은 소리도 들어가야 고저가 맞고, 장단을 맞추는 것이라고 하는 말씀이 과연 타당하네요. 음양의 중심에는 중간이 있는데 소리를 통해서 생각해 보면 삶의 이치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할 것으로 생각되네요. 기복(起伏)을 싫어하지만 정작 지내놓고 본다면 오히려 평탄한 삶은 지루하게 느껴지듯이 음성도 고저장단이 없이 하는 말이라면 듣다가 잠이 들 수도 있을테니 말이죠. 그래서 배우도 관객이 잠들지 않도록 계속해서 귀에 자극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해도 되겠어요. 그런데 소리에는 음양만 있는 것은 아니죠? 오행으로도 소리를 이해할 수가 있을까요?”

유하가 소리의 오행에 대해서 말하자 우창도 설명해 주려고 생각하면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가 식었을 것으로 생각한 염재가 뜨거운 물을 다시 붓고는 개완(蓋椀)을 덮었다.

소리의 음양만 잘 활용해도 듣는 사람에게 뜻을 잘 전달할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 오행(五行)이 들어가면 그 효과는 훨씬 커진다고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소통(疏通)에는 문자(文字)와 대화(對話)가 있으니 언어(言語)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문자도 잘 쓸 수가 있는 것입니다. 어느 하나만 잘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혹 문자를 배우지 못했다면 그것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말도 조리에 맞게 할 수 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여기에 소리의 오행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또한 재미있겠습니다.”

, 자세히 듣고 싶어요.”

소리에는 오성(五聲)이 있습니다. 오성을 오음(五音)이라고도 합니다. 원래가 성음(聲音)이 같은 뜻이니 비슷한 말이기는 합니다만, ()에는 듣는다는 귀 이()가 있고, ()에는 말한다는 가로왈()이 있으니 주고받는 말은 성음(聲音)이라고 하거나 음성(音聲)이라고 하게 되는 것을 참고로 언급해 둡니다. 글자는 설립()자 아래에 날일()이지만 말을 하는 글자라면 원래는 말할 왈()’이 맞을 것으로 봅니다.”

, 그냥 세울 립()’ 아래에 날 일()’이겠거니 했는데 뜻을 생각하고 글자를 본다면 그렇게도 생각해 봐야 하겠어요. 그러니까 말을 소리 내서 세우는 것이 음()이라는 뜻이잖아요? 과연 스승님의 용의주도(用意周到)한 가르침에는 항상 감동이에요. 호호~!”

유하가 감탄하자 다른 제자들도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모습을 본 우창이 다시 말을 이었다.

고인들은 소리의 오행이 오장(五臟)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가 봅니다. 그 내용을 보면 이렇습니다.

 

()의 간()에서 나오는 호성(呼聲)

()의 심()에서 나오는 소성(笑聲)

()의 폐()에서 나오는 곡성(哭聲)

()의 비()에서 나오는 가성(歌聲)

()의 신()에서 나오는 신성(呻聲)

 

이렇게 구분했습니다. 그러니까 오행의 소리는 이렇게 정해진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우창의 말을 듣고서 대중들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창은 한마디로 말했으나 각각의 의미를 생각해야만 이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에 유하가 말했다.

고인들이 소리를 멋지게 정리하셨네요. 역시 고인들은 소리에 대해서도 오행으로 관찰을 하셨다는 것이 신기한데 여기에 인체의 오장(五臟)에서 소리가 나온다는 말은 충격이에요. 소리는 폐에서 나와서 목청에서 나오는 것인 줄을 몰랐을 까닭이 없었을 텐데 왜 이렇게 말했는지 궁금해요. 아마도 귀에 들리는 소리는 목청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 소리가 나오기까지의 원천(源泉)을 탐색(探索)해서 정의(定義)한 것일 테니 의미심장(意味深長)해요. 하나씩 스승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정리해야 하겠어요. 우선 목()의 소리부터 말씀해 주세요.”

목의 소리는 호성(呼聲)이라고 했습니다. ‘부르는 소리라고 보면 되겠는데 누군가와 만나게 되는 소리라고도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말을 할 적에 반드시 그 사람의 이름이나 호칭을 말한 다음에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의 몸에는 목의 기능이 넘친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말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 사람의 몸이나 심성(心性)에 어떤 오행이 작용하고 있는지를 추론(推論)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특히 면상(面相)을 연구하는 사람은 소리에 대해서도 깊이 관찰한다고 들었는데 다섯 가지의 유형(類型)을 잘 이해한다면 그 사람의 심성에도 어떤 오행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지 알 수가 있겠는걸요. 정말 신기해요.”

목은 어린아이와도 닮아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항상 누군가를 부르기 좋아하는 것인가 봅니다. 그것이 이렇게 호성(呼聲)과 연결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생각에 대해서 살펴보니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유하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말을 하면서 부르는 소리가 없거나 작다면 그 사람의 몸이나 마음에는 목의 기운이 부족할 수도 있을까요? , 이러한 현상은 몸에 더 영향을 미칠까요? 아니면 마음에 영향이 클까요? 이것도 구분을 할 수가 있겠는데 어느 것의 영향이라고 보면 좋을까요?”

그야 당연히 심성(心性)의 영향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왜냐면 몸에서 그러한 기능이 없다고 한다면 모르겠으나 분명히 부르는 소리를 낼 수가 있음에도 내지 않으므로 이것은 몸의 영향보다는 마음의 영향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사주(四柱)의 원국(原局)에 목기(木氣)가 부족(不足)한 사람은 호성(呼聲)도 약하고, 반대로 목기가 왕성(旺盛)한 사람은 항상 대화할 적에 먼저 부르는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다만 그 사람이 간장(肝臟)의 기능에 허실(虛實)이 연관(聯關)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건강한 사람조차도 말하는 형태는 다르니까 말입니다.”

우창의 설명을 듣고는 유하도 공감이 되어서 말했다.

그렇겠어요. 그렇다면 마음을 밖으로 드러나는 언어(言語)에서 그의 오행에 대한 다소(多少)를 짐작할 수가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혹 이것은 일간(日干)과는 연결이 되지 않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이 일간의 오행이니 말이에요.”

우창도 유하의 질문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지라 선뜻 어떻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시 생각해 봤다. 다만 우선은 다섯 가지의 소리에 대해서 특징(特徵)을 이해한 다음에 사주의 일간과도 연결을 시켜서 생각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일리가 있는 생각입니다. 다만 우선은 다섯 가지의 소리에 대해서 모두 이해한 다음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궁리해 보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부르는 형태의 소리는 목성(木聲)이라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에 간과 쓸개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부른다는 것은 무엇을 지시(指示)하기 위함이고 그것은 일을 시키고자 하는 의미가 크지 않겠어요? 시키는 것은 심리적(心理的)으로 본다면 목()의 통제력(統制力)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데 이렇게 연결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유하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도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연결을 시켜서 생각해 볼 수가 있는 말입니다. 통제하기 위해서는 불러야 하니까 말이지요. 듣고 보니 참 기발(奇拔)한 생각을 하셨습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이 모두가 스승님의 자상하신 가르침 덕분이죠. 다음에는 화()의 소리인 소성(笑聲)인가요? 웃음을 잘 웃는 사람은 화기(火氣)가 많다고 보면 된다는 말이잖아요? 이것도 재미있어요. 웃는 사람은 밝으니까요. 호호~!”

이렇게 말하면서 유하가 웃었다. 그러자 우창도 말했다.

맞는 말입니다. 웃음은 소리 중에서도 가장 밝은 소리라고 하겠는데 바로 그 소리가 화성(火聲)이라고 하니 고인들의 사유(思惟)가 참으로 깊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화기(火氣)가 부족한 사람은 여간해서는 잘 웃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잘 웃는 사람은 화기가 많으므로 화도 잘 낼 수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것은 화성(火聲)의 음양(陰陽)으로 볼 수도 있겠는걸요.”

유하의 말에 우창이 동의하면서 말했다.

옳거니~! 맞습니다. 웃음의 또 다른 기능은 화를 내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웃거나 화를 내거니 오랜 시간을 할 수는 없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하하하~!”

스승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까 소리의 오행이 정말 재미있어요. 저마다 타고 난 천성(天性)의 인품(人品)에 따라서 밖으로 드러나는 소리를 가늠할 수가 있겠어요. 주변의 사람을 살필 적에 잘 부르는 사람을 보면 목기(木氣)가 많은 줄로 알고 잘 웃는 사람을 보면 화기(火氣)가 많은 줄로 알 수 있을 테니 말이죠. 호호~!”

재미있다니 다행입니다. 사주를 공부했는데 나중에는 사주를 보지 않고서도 사람을 이해할 수가 있다면 그것도 좋은 소식이라고 하겠습니다. 하하~!”

그러니까 말이에요. 유능(有能)한 점술가(占術家)는 점을 치지 않는다는 의미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되는 것도 같아요. 그렇다면 다음에는 토()의 소리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유하가 토의 소리를 묻자 우창이 다시 설명을 이었다.

토성(土聲)은 비장(脾臟)에서 나온다고 했으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소리는 가성(歌聲)이라고 했으니 노래하는 듯한 소리라는 의미가 되겠네요. 아마도 시인(詩人)이나 묵객(墨客)들은 토의 소리를 타고났는가 싶기도 합니다. 말을 하는데 노래하듯이 한다면 듣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어떤 소리인지 명료하게 가늠이 되지는 않을 수도 있을 테지만 말입니다. 하하~!”

우창이 하는 말을 듣고서 유하가 의견을 말했다.

노래하는 듯한 소리는 언뜻 이해되지 않기는 유하도 마찬가지예요. 말을 하는데 노래처럼 들리는 것이라고 하면 듣기에 아름다울 것 같기는 해요. 어쩌면 모나지 않고 듣기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까요?”

원래 토는 잘 보이지 않는 특성이 있기에 그것이 토의 소리라고 하는 것조차도 생각하지 못할 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귀담아듣다가 말하는 소리가 흡사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면 비로소 알 수가 있겠습니다. 자칫하면 명확하게 들리지 않아서 웅웅거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는걸요.”

아 참, 스승님은 무진(戊辰)이시잖아요? 그렇다면 스승님의 음성을 생각해 보면 되겠어요. 그러고 보니까 노랫소리처럼 정겹게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가성(歌聲)의 본래 모습이 아닐까요? 스승님의 말소리를 듣고 있으면 흡사 어려서 어머니가 들려주는 노랫소리가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호호호~!”

유하의 말을 들으면서 우창은 과연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소리는 듣는 사람은 잘 알 수도 있겠으나 말하는 사람은 알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듣기에 따라서 기준을 잡기가 어려운 것은 부르는 소리나 웃는 소리와 다른 것이 토성(土聲)이기 때문이려니 싶습니다.”

그렇겠어요. 가성(歌聲)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만 이해하는 것으로 해도 되겠어요. 다음에는 금성(金聲)을 설명해 주세요.”

금성(金聲)은 폐()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하는데 형태는 곡성(哭聲)이라고 합니다. 우는 듯한 소리로 들린다는 말이로군요. 어떤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징징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아마도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은 금의 소리를 갖고 있어서 그렇다고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다만 느낌은 옆에 있는 사람이 피곤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의 글자를 보면 개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짖는 것을 본뜬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만약에 이 소리가 금성(金聲)이라고 한다면 사람이 상가(喪家)에서 고인을 애도하면서 내는 소리와는 연결이 되지 않아요. 흐느끼는 듯한 느낌일까요? 개가 짖는 듯한 소리라면 달밤에 흐느끼는 듯한 개의 소리일 수도 있겠어요. 말하자면 밝은 달을 보고서 짖는 우와~오우~~’의 늑대의 울음소리 비슷한 것을 생각할 수가 있겠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창은 유하의 말을 듣자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었다.

아하~! 맞습니다. 개가 달밤에 길게 우짖는 소리를 곡성(哭聲)이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이건 참으로 재미있네요. 그러니까 말이 끊어지지 않고 길게 흐느끼듯이 들리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칙칙한 느낌이 들어서 듣는 사람이 별로 즐겨서 듣고 싶지 않은 소리일 수도 있겠습니다. 역시 유하의 소리에 대한 견해는 탁월합니다. 하하하~!”

스승님, 고맙습니다. 그런데 속담에 실없이 웃고 있으면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느냐?’라고 하는 말이 있지 않나요? 이 말대로라면 흐느끼는 소리라야 하는데 웃는 소리에 허파가 나온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기실은 허파는 바람이 들어가야만 하는 곳인데 말이죠.”

, 그런 말이 있습니다. 그 허파와 금성(金聲)은 서로 다른 말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만약에 그 웃음소리가 흐느끼는 듯이 나는 것이라면 그렇게 말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하하~!”

그렇다면 웃음의 소리에 따라서 그렇게 볼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다음은 수성(水聲)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수성이라면 파도가 치는 소리나 낙수(落水)의 소리라고 생각되는데 정작 오성(五聲)에서는 신음(呻吟)하는 소리라고 했다니까 이해가 되지 않아요.”

신음하는 소리는 말을 입 안에 넣고서 우물거리듯이 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알아듣기가 어렵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무슨 말인지를 되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맞아요. 그런 사람은 말을 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말씀을 듣고 보니까 음성(音聲)으로 살펴보는 오행에서 금수(金水)의 소리는 대인관계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는 어렵겠어요. 그렇다면 직업을 선택할 적에는 이러한 점도 고려의 대상에 포함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으로 보여요.”

그렇겠습니다. 다행히 유하의 음성은 맑고 우아하면서도 또랑또랑하니 소리의 장점을 모두 갖춘 것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누가 멀리에서 들어도 그 소리가 무슨 뜻인지를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어서 좋으니 말입니다. 이런 소리야말로 완음(完音)이라고 하겠으니 내면의 세계를 음성으로 남들에게 내어 보이는 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겠습니다. 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유하는 사양하면서 말했다.

칭찬의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그것은 아마도 배우로 단련한 효과가 어느 정도는 발휘되는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그렇다면 마음을 독하게 먹고서 노력한다면 신음하는 듯한 소리나 곡하는 소리도 개선이 될 가능성은 높아지지 않을까요?”

당연하지요. 하하하~!”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으니까 드리는 말씀인데 당연하다고 하시니 희망이 보이는 사람도 많겠어요.”

당연하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은 간단합니다. 노력하지 않는 것보다 개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입안에 말을 넣고 우물거리는 사람이 말을 할 적에는 의식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한다면 어찌 변화되지 않겠느냔 말이지요. 하하하~!”

맞아요. 그래서 후천적(後天的)으로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틀림없겠어요. 그리고 스승님의 소리가 무토(戊土)일간이라서 소리가 가성(歌聲)이라고 한다면 다른 선생도 일간에 따라서 자신의 소리에 영향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되겠어요. 여기에 대해서 누가 말을 해 보면 좋겠어요. 애석하게도 유하는 생일을 몰라서 말이에요. 호호호~!”

유하의 말을 듣자 옆에서 열심히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에 잠겨있던 자원이 손을 들고 말했다.

자원은 갑오(甲午)예요. 평소에 말을 하다가 보면 옆에 있는 사람은 싸우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것은 아마도 목성(木聲)의 작용이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말을 하면서 누군가를 향해서 부를 적에 그 쾌감도 있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부르지 않고서는 말을 할 기분이 나지 않기도 해요. 호호호~!”

자원의 말을 듣고서야 우창도 문득 생각해 보니까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다른 생각을 못 하게 하는 작용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오호~! 그렇게 말을 하니까 일리가 있습니다. 앞으로 목()의 소리가 궁금하신 분은 자원의 음성을 들어보면 되겠습니다. 하하하~!”

그러자 이번에는 항상 조용하게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현지(玄智)가 손을 들고는 말했다.

현지는 신유(辛酉)입니다. 과연 스스로 생각해봐도 듣기에 썩 좋은 소리가 아니어서 웬만하면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오늘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고서 생각해 보니까 곡성(哭聲)에 해당하는 것이었네요. 더욱 많이 노력해서 가성(歌聲)이 되도록 해야 하겠어요.”

현지가 이렇게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광이 손을 들고서 말했다.

오광입니다. 일주는 임인(壬寅)인데, 신음하는 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스스로 글을 많이 읽어서 발음(發音)이라도 이만큼 개선이 된 것으로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어려서 부친께서 말씀하시기를 말을 씹지 말고 뱉어서 하고 책도 속으로 읽지 말고 크게 소리를 내어서 낭독(朗讀)하라고 하셨는데 이제야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를 헤아리겠습니다.”

오광의 말에 우창이 말했다.

오호~! 그건 매우 탁월한 방법이었군. 금수(金水)의 소리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그러한 것에 대해서 노력한다면 오히려 사려(思慮)가 깊은 통찰력을 얻어서 말할 수도 있을 테니까 또한 단점(斷點)을 장점(長點)으로 바꿀 수가 있겠구나. 과연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겠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모두 소리의 이치에 대해서 큰 깨달음이 있었다. 저마다 자신의 소리에서 장단점을 찾아서 무엇을 고쳐야 할 것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열심히 나눴던 유하가 말했다.

오늘의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겨서 두고두고 교범(敎範)으로 삼아야 하겠어요. 누구라도 이 말씀을 듣고서 노력한다면 모두 말을 잘 할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멋진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께 감사드려요. 호호호~!”

이렇게 마무리하자 제자들이 큰 소리로 말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