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 제40장. 방랑객(放浪客)/ 4.태사당(太師堂)

작성일
2023-11-2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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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 40. 방랑객(放浪客)

 

4. 태사당(太師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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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난 우창은 오광을 서재로 불렀다. 모처럼 우창이 찾는다는 말에 오광이 나는 듯이 달려왔다.

스승님, 오광입니다. 찾으셨습니까?”

그래, 잘 지내고 있지? 내가 바삐 살아가느라고 자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어서 아쉽지는 않은가?”

, 스승님. 제자도 가끔은 곡부에서 공부하던 시절이 그립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여러 도반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많아서 전혀 아쉽지는 않습니다. 스승님께서 항상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로군. 실은 오광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불렀네. 실은 어제 오행원에 귀한 스승님이 오셨지.”

? 스승님께서 스승님이라고 하시면 당연히 귀한 분이시겠습니다. 오행원의 제자들에게도 큰 복입니다. 그런데 부탁하실 일이 무엇입니까?”

스승의 아호는 허공(虛空)이시네, 오광은 태사(太師)님으로 칭하게 될 것인데 오늘 제자들에게 소개하려는 참이네. 그런데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셔서 옆에서 챙겨드릴 시자(侍者)를 두고 싶은데 오광이 적당하다고 생각했지.”

아니, 그렇게 영광스러운 일을 부탁하시다니요. 당연히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곁에서 모시고 싶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뒷채의 한적한 집을 태사당으로 마련해서 기거하도록 할 것인데 옆에 딸린 방도 있으니까 수고스럽더라도 신경을 써서 살펴드리면 좋겠네.”

그야 여부가 있습니까? 오광을 선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스승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보필하겠습니다. 기대됩니다.”

오광이 흔쾌히 그러겠다니 나도 마음이 가볍구나. 그럼 같이 가서 인사를 드리도록 하세.”

우창이 오광과 함께 객실로 가자 허공은 춘매가 차를 가져와서 같이 마시는 중이었다. 우창을 본 춘매가 일어나서 맞이하자 우창도 눈으로 인사를 하고는 허공에게 말했다.

스승님, 문안 여쭙습니다. 잠자리는 편안하셨는지요?”

어디 편하기만 하겠나, 누더기를 입고 짚자리에서 뒹굴면서 자야 편한데 너무 호사스러워서 감복(減福)할까 걱정이라네. 허허허~!”

그러시다면 다행입니다. 스승님께서는 후학의 공부에 기름만 부어 주시면 됩니다. 한적한 곳에 태사당을 마련하고 있으니 잠시 후에 그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이 제자는 오광(五廣)입니다.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천성이 우둔하지는 않아서 스승님의 말벗이라도 되어 드리라고 부탁했습니다.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허공은 오광을 잠시 보더니 무척 흡족한 듯이 말했다.

오호~! 따뜻한 밥에 향기로운 차에 이제는 총명한 시자(侍者)까지? 이 늙은이의 말년 복이 이제야 훤하게 열리는 모양이로군. 허허허허~!”

, 스승님의 존호(尊號)는 어떻게 쓰시는지요?”

? 그것은 어제 우창이 지어주지 않았던가?”

그야 웃자고 드린 말씀이지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허공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이 사람아, 어제는 허공(虛空)이었다가 오늘은 창랑(滄浪)이 된들 사람이 달라지겠나? 어제는 청산(靑山)이었다가 오늘은 백운(白雲)이 된들 또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오히려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허공으로 살아보고 싶어서 어제 이전에 불리던 호칭은 잊어버린 지도 이미 오래라네. 그냥 비럭질하는 늙은 거지였을 따름이니까. 허허허~!”

우창은 구태여 강요하지는 않고 싶었다. 어젯밤에 자원이 말한 음양의 논리로 보니 도덕경도 그 안에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우창이 새 옷을 선물한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허공 스승님께서 허락하고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하하하~!”

오광아, 그대의 호가 왜 오광인지나 설명해 보거라.”

허공은 이내 오광에게 물었다. 그러자 오광이 절을 하고 말했다.

태사님께 인사 여쭙습니다. 제자의 이름은 강현민(姜賢民)입니다. 오광(五廣)의 뜻은 오행광전(五行廣展)’의 의미입니다. 오행의 이치를 세상에 널리 펼치라는 의미이고 열심히 정진해서 공부하는 사람에게 밝은 스승이 되라는 의미로 스승님께서 지어주신 호입니다.”

그렇군. 그릇이 능히 그러고도 남겠군. 허허허~!”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춘매가 오광에게 말했다.

어머, 오광이 태사님의 시자가 되었구나. 축하해~! 그렇지만 나도 항상 챙겨드릴 테니까 너무 부담스럽게 여기지 말고 언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는 거야. 알았지? 호호호~!”

누나가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든든해요. 아마도 오광이 태사님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태사님께서 오광을 키우시느라고 힘드실 겁니다. 하하하~!”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서 우창이 허공에게 말했다.

오후에 제자들이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고 계시다가 거처(居處)가 마련되면 또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렇거나. 허허허~!”

우창이 서재로 돌아오자 진명과 자원이 청소하고 있다가 우창을 반겨 맞았다.

싸부, 어디를 다녀오시는 거예요? 차를 마시러 왔는데 안 계셔서 주인이 없는 서재를 청소하고 있었어요.”

, 그랬구나. 고맙군. 스승님께 시자(侍者)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어서 오광을 인사시키고 왔지.”

정말 잘하셨네요. 오광이라면 총명해서 시중을 잘 들겠어요. 태사님 성품에 머뭇거리거나 우물쭈물하면 답답하실 테니까요. 호호호~!”

그래? 자원이 그렇게 생각했다니 다행이로군. 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자원은 진명을 보면서 말했다.

이것은 참으로 궁금해서 묻는 건데, 진명은 태사님의 모습에서 특별한 것을 보게 되었던 거야? 싸부가 태사님께 하시는 것도 그렇고 뭔가 있기는 한 모양인데 내가 봐서는 그 정도로 우대를 해야 할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말이야. 이 궁금증을 좀 시원하게 풀어 줄 거지?”

자원은 내내 그것이 궁금했던 모양이어서 오늘 함께 앉은 자리에서 물어보고 싶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는 사이에 서옥이 과일을 들고 와서 자리에 앉자 네 사람이 함께 차를 마시면서 진명의 설명을 기다렸다.

자원은 항상 논리적인 사고(思考)를 하기에 이런 장면에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하겠네. 어제 그 정도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서도 아직 확신이 들지 않았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음이 갈까 싶어. 그러니까 때로는 그냥 믿고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호호호~!”

난 그게 답답하다는 거야. 진명의 태도로 봐서는 분명히 뭔가 있는데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으니 말이야. 어떻게 설명을 좀 해 줘봐.”

자원이 궁금하다는 듯이 다시 설명을 청하자 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만약에 밤중에 뒷산이 훤하다면 어떻게 생각할 거야?”

그렇다면 산불이 난 것이겠지. 달리 생각할 것이 없잖아?”

어떤 불상을 봤는데 훤하게 빛이 난다면?”

아마도 그 불상에는 영험한 기운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겠지.”

맞아,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고, 말을 듣지 않아도 알 수가 있는 일은 비일비재(非一非再)하잖아. 난 단지 태사님의 후광에서 청광(淸光)을 봤어. 그래서 역동적(力動的)인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것만 알았지. 이것을 자원에게 설명하기에는 적당한 말이 없으니 어쩌지?”

그래? 진명은 항상 허술하지 않으니까 봤다는 그 빛도 사실이겠구나. 그런데 말이야. 세상에는 참으로 요사(妖邪)스러운 일도 많잖아? 봉신연의(封神演義)를 읽어보면 온갖 요물(妖物)들이 부처의 행세나 신선의 자태로 현혹(眩惑)시키기도 해서 내가 걱정을 했던 거야.”

그렇다면 매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스승님께 여쭤봐야지.”

진명은 자원이 궁금한 것은 우창에게 들어보자고 방향을 돌리자 진명의 말을 들으면서 차를 마시던 우창이 고개를 들어서 자원을 바라봤다.

맞아요. 싸부가 설명해 줘봐요. 미련한 자원이 이해되도록 해 주세요. 호호호~!”

자원이 이렇게 궁금해하자 우창이 진명과 서옥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실은 나도 아직 몰라. 하하하~!”

그러자 자원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냥 담장 너머로 쇠뿔이 지나가는 것만 봤지.”

쇠뿔이라니요? 쇠뿔을 봤으면 그 아래에는 소가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맞아, 그래서 내가 본 것을 미뤄서 소가 있을 것으로 믿은 거야. 그런데 다행히 진명이 청광(淸光)을 봤다기에 내가 본 것이 일시적인 착시(錯視)는 아니었나보다 싶었지 뭐. 하하~!”

싸부는 뭘 보고서 그것이 쇠뿔이었다고 확신하셨어요?”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춘불용금(春不容金)이요 추불용토(秋不容土)니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거든. 그것은 내가 아직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고 여기고 있는 부분이었단 말이지. 만약에 갑목참천(甲木參天)이요 탈태요화(脫胎要火)니라라고 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네.”

우창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 자원이었다. 그 말이나 이 말이나 뭐가 다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자 진명이 말했다.

어머, 멋져라~! 매화꽃이 만발이네요. 호호호~!”

자원은 진명의 말을 듣자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싶어서 진명을 바라봤다. 그러자 진명이 자원을 보며 말했다.

여덟 글자를 듣는 순간 홍매(紅梅)가 만발한 풍경이 보여서 그렇게 말을 했을 따름이야. 왜 그러냐고 또 묻고 싶은 거겠지? 호호호~!”

자원은 진명의 말에 기가 막혔다. 도대체 진명의 정신세계는 어떤 것인지 들여다볼 수가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답답했던 자원이 이번에는 우창을 바라봤다. 그러자 미소를 짓고 있던 우창이 말했다.

자원은 허공 스승님의 실체에 대해서 너무 마음을 쓰지 않아도 돼. 만에 하나라도 아무런 내공도 없는 늙은이라고 한들 편안하게 대접한 공덕은 남을 거잖아? 공덕이 남지 않으면 또 어떻겠어? 그냥 말벗만 된다고 해도 해롭지는 않을 거잖냔 말이지. 엊저녁에 함께 대화해 봤으니까 짐작은 되었잖아?”

싸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요. 자원이 너무 예민했나 봐요. 혹시라도 나중에 싸부가 상처라도 받으실까 봐서 걱정되었거든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까 이제 내려놔도 되겠어요. 막상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까 즐기는 것이 좋겠어요. 이제는 신경을 쓰지 않을게요. 호호호~!”

옳지~! 잘 생각했어. 그리고 혹 상처받으면 또 어떤가? 그것도 하나의 소중한 공부가 될 테니 말이네.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면서 유쾌하게 웃자 자원도 말했다.

에구, 알았어요. 자원은 두손 두발 다 들었어요. 호호호~!”

그러자 서옥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말했다.

자원 언니의 스승님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어. 서옥은 질투가 나려고 하잖아.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만 챙겨줘. 호호~!”

그러자 자원이 서옥을 보며 말했다.

가끔은 싸부가 천진난만(天眞爛漫)한 어린아이로 보이지 뭐야. 그래서 또 헛발질했던가 봐. 이제는 서옥이 옆에 있으니까 동료를 얻은 것 같구나. 앞으로는 같이 잘 지켜보자꾸나. 호호호~!”

고마워, 언니의 보살핌이 있으니 나도 든든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진명이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적천수(滴天髓)의 이치가 그렇게나 오묘한가요? 스승님께서 아직도 풀리지 않는 내용이 있으시다니 진명은 그것이 오히려 놀라운걸요.”

, 풀리지 않는 것도 있고, 달리 해석되는 것도 있는데, 하필이면 허공 스승님께서 그 구절을 읊조리시는 바람에 정신이 퍼뜩 들었지 뭐야.”

그러셨군요. 그렇다면 태사님께서도 흡족하셨겠어요. 그 구절을 알아듣는 사람이면 제자로 삼을 것이고, 아니면 포기하려고 화살을 던지셨는데 용케도 스승님의 가슴에 명중(命中)했으니 말이에요. 그냥 지나쳤으면 또 스쳐 지나갈 인연이었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태사님도 스승님의 수준이 갑목참천(甲木參天)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당연히 못 알아들을 것이라는 정도는 파악하고 계셨으리라고 봐요. 다만 놀라운 것은 어떻게 하필이면 그 구절이 적천수였을까 싶기는 해요. 하고 많은 경문(經文)이 있을 텐데 말이에요. 이미 조사를 해 본 것처럼, 콕 짚어서 화살을 쏘셨으니 세상은 참으로 신기한 것으로 가득한가 봐요.”

그랬을까? 어쩌면 독심술(讀心術)이라도 발휘하신 걸까? 하하~!”

우창이 이렇게 되묻자 이번에는 자원이 말했다.

옛날에 노산에서 임싸부와 같이 토론하면서 적천수 공부는 모두 끝난 것으로 여겼었는데 여전히 그 내용이 싸부의 가슴속에서 불타고 있었던가 봐요. 그렇다면 언제나 그 귀한 가르침을 받게 될까요? 이제는 그것이 궁금해서 좀이 쑤시는걸요. 호호호~!”

우선 스승님의 거처를 편히 해 드리고 나서 우리 욕심을 채워보자고. 당연히 나눠 줄 것이 있으시니까 우리가 베푸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봐도 되겠지. 하하하~!”

우창의 이야기를 듣던 진명이 다시 물었다.

가르침을 청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매일 말씀을 청할 수는 없잖겠어요?”

무엇보다도 연세가 있으시니까 부담스럽지 않도록 해야지. 모두가 참석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그러니까 3일 간격으로 술시(戌時)에 말씀을 부탁드리면 어떨까 싶군. 낮에는 여러 번거로운 일들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럼 스승님의 특강과 겹치게 되는데요?”

그야 내가 바꾸면 되지. 스승님의 말씀을 듣는 다음 날에 내가 하는 것으로 하면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시간이 될 거네. 이해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질문하면 답변하는 시간으로 삼아도 좋지 않겠어?”

이번에는 자원이 의견을 제시했다.

아니, 싸부가 제자들을 사랑하는 것은 알겠는데, 너무 인원이 많으면 오히려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오히려 고급과정의 사람들만 참석하는 것으로 하고 집중해서 듣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초급과정의 제자들은 들어봐야 머리만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아니지. 비록 초급의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의식 세계까지 초급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네. 적천수는 그렇게 여러 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까닭에 누가 들어도 자신의 그릇만큼 채울 수가 있을 것이니까 스스로 듣다가 힘들어서 포기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어?”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자원이 웃으며 말했다.

에구~ 졌어요~! 싸부에게 무슨 수로 당해요. 호호호~!”

아니, 그보다도 더 급한 것은 적천수를 공부하려면 모두 한 부씩을 갖고 있어야 할 테니까 그것을 필사(筆寫)하라고 시켜야 하겠잖나? 내가 보던 것을 가지고 가서 자원이 제자들이 베끼도록 하는 것이 좋겠네.”

아무렴요~! 알았어요.”

자원이 이렇게 말하고는 우창이 건네주는 손때묻은 적천수(滴天髓)를 받아서는 학당으로 갔다. 돌려가면서 보고 베끼도록 한 다음에 돌아와서 말했다.

모두 기대감이 가득하네요. 참으로 그 스승의 그 제자가 맞아요. 호호~!”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오광이 와서 말했다.

스승님, 태사당이 마련되었습니다. 가서 살펴보시고 보완해야 할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지요.”

그러자 모두 오광을 따라서 태사당으로 쓰기로 한 여여실(如如室)의 현판이 붙은 방으로 갔다. 침상과 책상, 그리고 차탁까지 깨끗하게 마련되어 있었고, 지필묵(紙筆墨)도 갖춰놓은 것을 보니 그만하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본 진명이 말했다.

조촐한 대로 필요한 것은 모두 갖췄네요. 이제 이곳으로 모셔도 되겠어요. 오광이 가셔 모셔 오면 되겠어요.”

그러자 자원이 말했다.

아니, 현판은 그대로 둬도 될까요? 태사당으로 바꿔서 붙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자 우창이 그 말에 간단히 말했다.

너무 번거롭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 스승님만 편하면 되지 태사당은 우리가 그렇게 부르면 되니까 말이지. 안 그런가?”

잠시 후에 오광이 허공을 여여실로 모시고 왔다. 방으로 안내하자 허공도 만족스러운지 우창에게 말했다.

오호~! 늘그막에 이런 호사를 다 누리는구나. 아주 훌륭해~! 맘에 들어. 허허허~!”

허공이 맘에 들어 하는 것을 본 우창이 말했다.

불편하신 것은 언제라도 오광에게 말씀해 주시면 최대한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뭔가? 밥값을 하라고? 당연하지. 공것이 어디 있겠나. 허허허~!”

살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창은 적천수(滴天髓)의 가르침이 궁금합니다. 그래서 공부할 서책(書冊)이 준비되는 대로 말씀을 청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에 푹 쉬십시오.”

알았네. 어서들 가봐. 내 걱정은 하지 말고. 허허허~!”

우창은 오광에게 잘 부탁한다는 듯이 눈짓하고는 다시 서재로 돌아오자 그 사이에 백발이 찾아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겨 맞았다.

스승님이 뵙고 싶어서 왔는데 안 계셔서 어디 출타라도 하셨나 했습니다. 그냥 돌아가려고 하던 차에 오셨으니 다행입니다. 그간에도 편안하셨지요? 하하하~!”

백발 선생이 오셨구나. 반갑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좋은 소식이 있어서 전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하하~!”

우창의 말을 들었는지 서옥이 안에서 나와서는 백발을 보고 인사했다.

숙부님 오셨어요? 오랜만에 뵈니 반가워요. 호호~!”

그래, 사모님도 반갑구나. 하하하하~!”

정말 자꾸 사모님같은 말씀이나 하실 거예요? 그러시려면 오지 마세요.”

서옥이 예쁘게 눈을 흘기자 백발이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알았네. 오지 말라니 그건 내게 너무나 큰 손실인걸. 하하하~!”

알았으면 이제 다시는 그딴 말씀은 안 하시기에요. 호호호~!”

백발이 다시 우창을 향해서 말했다.

스승님, 좋은 소식이라고 하셨습니까? 그것이 궁금합니다.”

실은 기인(奇人)을 모시게 되었지 뭡니까? 혹 관심이 있으면 3, 6, 9일 술시(戌時)에 오행원으로 오면 됩니다. 사흘에 한 번씩 귀한 가르침을 청하기로 했으니 말이지요. 아마도 실망하지 않을 것은 보장하겠습니다. 하하~!”

아니, 스승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이 백발은 맨발로라도 뛰어와야지요.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빼놓지 않고 챙겨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역시 한 번 스승님은 영원한 스승님이십니다. 어쩐지 오늘은 오행원에 오면 뭔가 좋은 소식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하~!”

백발이 이렇게 기뻐하면서 말하자 우창도 흐뭇했다. 자원과 진명도 백발에게 인사를 하고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진명을 보면서 백발이 말했다.

진명이랬나? 이렇게 인당(印堂)이 밝은 사람은 참 흔치 않은데 전생에 무슨 공력(功力)을 쌓았기에 이런 몸을 타고났지? 나도 그런 공덕이 있었으면 눈이 아프도록 사람들의 면상(面相)을 살피지 않아도 될 텐데 부럽군.”

그러자 진명이 얼른 물었다.

? 무슨 말씀이세요? 궁금해요. 인당은 눈썹사이를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영혼(靈魂)이 출입하는 곳이기도 하지. 인당이 이렇게 맑은 사람은 흔치 않은데 오랜만에 진명의 얼굴을 보니까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군.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는 건가? 이 정도면 영안(靈眼)이 열렸을 텐데?”

과연 백발의 안목은 예리했다. 이러한 진명의 모습에서 그 안에 깃든 능력을 파악한다는 것을 보면서 우창도 감탄하고는 말했다.

아니, 백발 선생의 안목은 도대체 어디까지랍니까? 얼굴을 척 보는 것만으로 그 안에 깃든 능력을 단박에 꿰뚫어 보다니 말입니다. 참으로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실은 천안통(天眼通)까지는 못 가고 숙명통(宿命通)을 얻었습니다.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는 것인가 봅니다. 하하하~!”

? 숙명통이요? 어쩐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지요. 역시~! 그렇다면 이 백발의 전생도 보인단 말이잖습니까?”

백발이 이렇게 말하면서 진명을 바라보자 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숙명통은 스승님의 과장(誇張)이시고요. 그냥 가끔 천문(天門)이 열려서 보여주시면 약간 훔쳐보는 정도에 불과해요. 그래도 이러한 능력조차도 아무나 갖는 것은 아닌가 봐요. 그렇게 알아봐 주시니 감동이에요. 호호호~!”

오호~! 역시 스승님은 제자의 복이 많으십니다. 이 백발의 능력도 약간은 있다는 것을 오늘 확인했습니다. 하하하~!”

서로를 칭찬하면서 나누는 이야기야말로 흥겨운 풍경이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웃음소리가 창밖으로 넘쳐흘렀다. 점심 공양을 알리는 목탁 소리가 오행원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듣고 진명이 말했다.

 

 

점심 드시러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