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4] 제40장. 방랑객(放浪客)/ 3.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

작성일
2023-11-20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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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 40. 방랑객(放浪客)

 

3.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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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란 무엇인고?”

노인의 입에서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오자 진명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이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이며 호는 또 어떻게 사용한다는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을 했다.

이름이란 이름일 뿐이지요. 그러나 없으면 안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불가불(不可不) 이름은 있어야죠. 세상 만물에 이름이 없는 것은 없거든요. 이름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붙여야 하니까요. 오죽하면 무명지(無名指)라는 이름도 있겠어요? 호호호~!”

진명이 이렇게 대답하자, 미소를 지은 노인이 이번에는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에게도 말을 해보라는 뜻이었다. 우창도 생각이 나는 대로 말했다. 우물쭈물할 필요도 없었고 그러한 것을 싫어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창의 생각으로는 이름은 이르다라는 뜻이라고 봅니다. 이른다는 것은 무엇을 가리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말하려면 그 대상을 가리켜야 하는데 이름이 없다면 모든 것을 이것이라고 하거나 혹은 저것이라고 하거나 또는 그것이라고 해야 하는데 아마도 큰 혼란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물(事物)에는 이름을 부여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눌변(訥辯)~! 허허허허~!”

노인은 이렇게 한마디하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말재주도 참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제자들이 모두 한바탕 웃었다. 노인이 우창에게 물었다.

도덕경(道德經)은 읽었나?”

, 겉핥기만 했습니다.”

그래? 다행이로군. 그렇다면 어디 물어볼까? 제일장(第一章)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

우창은 노인의 현란한 말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도대체 다음에는 어떤 말이 나올지 가늠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리자는 생각으로 노인의 물음에 답을 찾아서 말했다.

처음에는 그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궁리를 하다가 보니까 그 의미는 이름은 이름이라고 해도 됩니다. 다만 항상 이름에 매일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옳은 것인지는 아직도 확신이 없습니다. 가르침을 청합니다.”

오호~! 그럴싸~ 한걸. 그대가 생각한 것인가? 아니면 누가 가르쳐 주던가?”

우창의 답변이 만족스러웠는지 이렇게 물었다. 우창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말했다.

이름의 의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가끔 떠오르는 생각이었지요. 아마도 도덕경의 첫 구절이어서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노자(老子)는 왜 첫 구절에 이름을 거론했을꼬?”

그보다 먼저 맨 앞에는 도()를 거론하지 않았습니까?”

그런가? 참 파리떼처럼 귀찮게 말도 많군. 그렇다면 왜 맨 처음에 도를 거론하고 다시 이어서 이름을 거론했단 말인고?”

노인은 우창의 말에 지루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우창은 당연히 순서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명은 물론이고 춘매와 자원도 흥미진진(興味津津)한 두 사람의 이야기에 넋을 놓고 빠져들었다. 우창이 답했다.

()는 만법(萬法)의 근원(根源)이기 때문에 아마도 먼저 거론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만법의 근원이지만 이름이 붙어야 대화를 할 수가 있기에 도()라고 이름을 붙여놓은 다음에 이어서 이럼에 매이지 말라는 의미에서 명()을 말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비상명(非常名)은 또 무슨 뜻으로 붙어있는고?”

노인도 우창이 진지하게 답하자 상대적으로 진지하게 물었다.

그것은 다만 이름일 뿐이므로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오호~! 이를테면?”

가령, 선인(善人)이라고 이름을 붙여놓으면 그냥 선인일 따름일 뿐이고, 그 사람이 이름대로 선량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오호~! 덕산(德山) 화상에게 몽둥이찜질은 당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허허허~!”

노인이 이렇게 말하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춘매가 나서서 물었다.

어르신, 그런데 왜 춘매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고 말씀하셨어요? 그냥 춘매는 춘매일 따름이잖아요?”

갑자기 춘매가 말을 하자 노인이 춘매를 보면서 대답했다.

밥값~!”

? 밥값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춘매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아니, 비렁뱅이가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얻어먹기가 어디 쉬운 일이냔 말이지. 그렇게 귀한 밥을 지어 준 낭자에게 뭔가 해줄 것은 없고, 그래서 이름이라도 놓고서 아부를 한 것이란 말이네. 허허허허~!”

아니, 아부를 그렇게 진지하게 하신단 말씀이에요? 춘매는 진짜로 그런 줄로 속았잖아요. 호호~!”

이 늙은이가 아무리 밥 한 끼에 감동해서 아부했으나 그렇다고 빈말을 할 수는 없잖은가? 그래서 이름을 빙자(憑藉)하여 오행의 이치를 조금 나눴을 따름인데 속았다고 할 것까지는 없지. 허허허~!”

그러면 한마디만 하실 일이지....”

춘매가 다소 실망했다는 듯이 말하자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그대가 자꾸 물었잖은가? 허허허~!”

노인이 웃자고 던진 말에 춘매가 정색하고서 달려드는 것을 보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허공(虛空) 스승님께 문안(問安)드립니다.”

? 허공이라니?”

노인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우창을 바라보자 우창이 말했다.

스승님의 어제까지의 이름에는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지금 말씀을 들으니 자유자재(自由自在)로 아무런 걸림이 없는 태허공(太虛空)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우창이 스승님의 이름을 허공으로 지었습니다. 여기에서 이름이 맘에 안 든다고 하시면 이름에 매인 것이고, 맘에 든다고 하면 자신을 과대평가(過大評價)하신 것이므로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시는 것이 옳다고 여기겠습니다. 하하하~!”

우창의 설명을 듣고는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거참. 맹랑하지만 학습능력(學習能力)은 쓸만하군. 허허허허~!”

노인이 흡족하게 웃자 모두 우창을 따라 일어나서는 절을 하면서 말했다.

허공 스승님을 뵙습니다~!”

됐네. 그냥 앉지, 절은 뭘~! 허허허~!”

그러자 자리에 앉은 자원이 이야기를 정리했다.

그럼 허공 스승님은 태사(太師)이니 태사님으로 이름을 짓겠어요. 그래야 우창 싸부님과 혼란이 없겠잖아요?”

자원이 이렇게 말하자 노인이, 이제는 허공이 자원에게 말했다.

과연, 우창의 제자답구나. 논리적이고 총명함이 여실히 드러나니 말이지. 그렇게 하거나 말거나. 허허허~!”

서재가 시끌시끌하자 서옥이 나와보고는 허공을 보자 인사했다.

서옥이 어르신을 뵙습니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드리네. 안 주인이지?”

노인은 한눈에 우창의 아내임을 간파했던 모양이다. 우창은 내심 허공의 안력(眼力)에 대해서 감탄하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태사님.”

우창이 태사라고 하자 노인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지, 다른 제자들이야 뭐라고 해도 그만이지만 우창이야 그냥 사부라고 하면 되지 않겠나? 왜 그렇게 부담스러운 이름을 만드느라고 늙은이를 고생시키나? 허허허~!”

잘 알겠습니다. 사부님. 하하하~!”

허공이 우창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서옥을 보면서 말했다.

오호~! 아기가 자라고 있구나. 어서 들어가서 쉬시게.”

허공의 말에 놀란 진명이 서옥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 축하해~! 옥동자를 보게 생겼네. 호호호~!”

서옥이 허공에게 인사를 하고 들어가자 허공이 말했다.

그런데 그대들도 어지간히 염치가 없군.”

진명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태사님께 무슨 실례를 했나요?”

그대들 생각만 하고 늙은이의 입장은 헤아리질 못하니 말일세.”

가르쳐 주셔야 알죠.”

늙은이는 초저녁잠이 많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단 말인가?”

아하~! 맞아요. 이야기에 취해서 염치가 없었어요. 호호호~!”

그제야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알고는 진명이 얼른 숙소로 안내하고는 다시 돌아왔다.

스승님, 정신이 하나도 없지 않으세요? 태사님의 능소능대(能小能大)하시는 말씀은 장강의 물결과 같아요. 앞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말이 몰아치니 말이에요. 호호호~!”

진명의 말에 우창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지. 내가 초라해지는 느낌이랄까? 하하하~!”

아니에요. 스승님도 대답을 멋지게 잘하셨는걸요. 학자(學者)와 걸인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호호호~!”

진명이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무슨 뜻이냐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진명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학자는 그래도 체면은 차리면서 생각하고 말하는데, 걸인은 노래든 아무 말이든 가릴 필요가 없으니까요. 호호호~!”

그런 뜻이었어? 그것만은 아니잖아?”

에구~ 정색하시긴요. 진명이 말씀드린 걸인이란 걸림이 없는 사람이란 뜻이에요. 여태까지 태사님의 말씀에 옳은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옳지 않은 말조차도 필요한 때가 있다고 하셨는데 뭘 들으신 거예요? 호호호~!”

우창은 진명이 장난하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고서 같이 웃었다. 그러자 자원이 우창에게 물었다.

그런데 웬 태사님이세요? 싸부가 스승님으로 모시게 되었다는 뜻이잖아요?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은 했으나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학문에 조예가 깊으셨다는 말씀이잖아요?”

우창이 답을 하기도 전에 진명이 먼저 말했다.

말도 말아, 스승님께서 허공 태사님을 모셔 오지 않으셨다면 둥지를 찾아 들었던 봉황을 그냥 허공으로 날려 보낼 뻔했잖아. 그러고 보니까 스승님께서 태사님의 호를 아예 허공이라고 지으신 것도 그래서인가? 호호호~!”

그러셨구나. 우리야 횡재(橫財)를 한 거니까 대환영이지. 그런데 싸부, 도덕경의 제일장(第一章)은 뭐라고 되어 있기에 도()와 명()을 논하는 거죠? 어디에 가서 공부 좀 한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그 정도는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 말이에요. 조금만 더 설명해 주세요.”

그럴까? 나도 겉핥기로 읽어서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지. 다만 제일장의 구절은 이렇게 생겼으니 살펴봐도 되겠지.”

궁금해요. 어서 알려주세요.”

자원이 궁금해서 묻자 우창도 기억을 더듬어서 설명했다.

도덕경에 제1장은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 무명천지지시(無名天地之始) 유명만물지모(有名萬物之母) 고상무욕이욕관기묘(故常無欲以觀其妙) 상유욕이관기요(常有欲以觀其徼) 차양자동출이이명(此两者同出而異名) 동위지현현지우현중묘지문(同謂之玄玄之又玄衆妙之門)’이라고 했네. 이것을 하나씩 풀어보면 도덕경의 의미가 어느 방향인지 대략 잡힐 수도 있겠는걸.”

우창이 읊어주는 대로 그 뜻을 곰곰이 생각하던 자원이 말했다.

몇 마디 되지 않으나 의미가 심중하네요. 왜들 공부를 좀 깊이 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도덕경을 말하는지 느낌이 전해지는 것만 같아요. 그러니까 도는 도라고 해도 되지만 언제나 도라고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잖아요?”

맞아, 도를 거품이라고 해도 되고 밥이라고 해도 되고 파리라고 해도 상관없다는 말이지.”

다음 구절이 말을 해주네요. ‘이름은 이름이라고 해도 되지만 언제나 이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해석하면 되니까요. 도와 이름은 무형(無形)의 도에 유형(有形)의 이름을 붙이는 문제를 논하고 있잖아요?”

오호~! 역시 자원은 항상 우창을 실망시키지 않는단 말이야.”

뭘요. 이 정도로 호호호~!”

그러자 진명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정말이야, 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슨 말인지 전혀 가늠되지 않는데 어떻게 그것을 알아듣고서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참 신기해. 호호~!”

진명의 말에 자원이 대답했다.

나도 대충 눈치로 때려 맞춰 보는 거야. 워낙 어렵다는 도덕경이라고는 들어서 틀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호호호~!”

그래? 그만큼 어려운 것인가 보구나. 그래서 세상 좋은 것이 오행인가 보네. 오행을 공부하면서 그렇게 어렵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으니 말이야.”

맞아. 오행을 벗어난 것은 별로 생각해 보고 싶지 않은데 오늘은 우연찮게 말이 나와서 무슨 뜻인지 좀 알아보잔 거지 뭐. 같이 생각해 봐. 호호~!”

알았어. 스승님의 말씀을 들어볼게. 모쪼록 모르는 것을 자꾸 반복해서 들어둬야 그나마도 기억에 남을 테니까.”

자원이 다시 우창에게 물었다.

싸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논어(論語)()’으로 시작하는데 도덕경(道德經)()’로 시작하네요. 참 재미있어요. 호호호~!”

참나, 게으른 농부는 밭고랑만 세고, 게으를 학생은 글자만 센다더니 자원이 딱 그 짝이로군. 하하하~!”

이제부터 살펴볼 거란 말이에요. ()의 명()은 아무래도 좋은데, 원래는 천지(天地)가 시작되면서는 무명(無名)이었는데 만물의 어머니가 되면서 유명(有名)이 되었어요. 그래서 하려는 것이 없으니 그 오묘함을 보고, 하고자 하니 구하게 되네요. 이렇게 무유(無有)가 같은 데서 나왔으나 이름만 다르니 모두가 깊은 이치 안에 또 깊은 이치이니 모든 신묘(神妙)함으로 통하는 문인 거예요.”

자원이 천천히 생각하면서 풀이하고는 숨이 턱에 닿는다는 듯이 말했다.

아이고~ 헥헥~ 뭐가 이렇게나 어려워요. 핵심은 도()와 명()이고, ()와 유()이고 무욕(無欲)과 유욕(有欲)이잖아요? 그 모두는 같은 곳에서 나왔고 또 모두가 오묘한 곳으로 통한다네요. 이렇게 해석하면 되는 건가요?”

자원이 이렇게 풀이하고는 우창을 바라보자 우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럴싸한걸. 나도 잘 몰라. 어딘가에서 듣기로는 상()은 원래 항()이었다더군. 한문제(漢文帝)의 이름이 유항(劉恒)인데, 전통적으로 기휘(忌諱)하는 법에 따라 황제의 이름자를 사용할 수가 없어서 상()으로 바꿨다는 말도 있는데 이건 좀 심하지? 학문을 하는데 왕의 이름 때문에 경문(經文)의 글자를 바꾼다니 말이지. 하하하~!”

그래요? 재미있네요. 그래도 뜻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해 보이는걸요? 항상 상()이고, 항상 항()이니까 말이에요.”

맞아, 비슷하긴 하지. 본래의 뜻을 크게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바꿨으니까 그러려니 하면 되고, ()와 명()이 둘이 아니고, 있는 것과 없는 것도 다를 것이 없고, 하려는 것도 하지 않으려는 것도 둘이 아니라는 의미로 본다면 형식이나 논쟁으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뜻이 아닐까? 이것을 확대해서 생각해 보면 왕과 백성이 다르지 않고, 중생과 부처가 다르지 않고 문()과 무()도 다르지 않아서 그 모두는 오묘한 곳으로 통하는 이치가 되니 이렇게 생각하고 분별함을 버린다면 또한 진리에 자유롭게 된다는 뜻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하네.”

에구, 싸부의 풀이가 더 이해하기 쉽네요. 그렇게만 알아 두고 넘어갈래요. 그런데 이것은 음양론(陰陽論)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도()는 음()이고 명()은 양()이에요. 또 무명(無名)은 음중지양(陰中之陽)이고, 유명(有名)은 양중지양(陽中之陽)이네요. 무명은 음이니 만물의 근원(根源)이 되고, 유명은 양이니 만물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잖아요? 그 뒤에 붙어있는 현지우현(玄之又玄)은 괜히 하나마나한 말인데 그냥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싶어요. 음과 양은 같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분리를 할 수가 없으니 같은 곳에서 나왔고,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것이라니 이것이야말로 음양을 말하는 것이 분명하네요. 이렇게 보니까 음양의 이치인 줄만 알면 되잖아요?”

음양의 이치가 뭐지?”

우창이 이렇게 묻자 자원이 웃으며 말했다.

왼쪽으로도 치우치지 말고, 오른쪽으로도 치우치지 말고 그 중간에서 서성이면 이것이 음양이지 뭐겠어요. 호호호~!”

오호~! 훨씬 좋은 말인데? 하하하~!”

그러니까 결국은 도덕경(道德經)은 음양경(陰陽經)이었다는 말이잖아요? 뭐 대단한 것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음양의 이치만 알면 더 보지 않아도 되겠어요. 이렇게 퉁치고 더 공부하지 않을래요. 호호호~!”

자원이 이렇게 말하자, 진명도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체용(體用)이 문득 떠올랐어요. ()는 체()이지만 이름을 써서 명료(明瞭)하게 하니까요. 이름이 없다면 벙어리가 속 마음을 말하지 못해서 답답하듯이 가슴만 두드리겠지만 모든 것에 이름이 있기에 그 속의 의미가 겉으로 드러나니 말이죠.”

오호! 적천수(滴天髓)에서도 도유체용(道有體用)이라고 했으니 결국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같은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겠군.

맞아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음양으로 설명하니까 나도 대략 알아듣겠어요. 쉽게 알 수가 있는 것을 어렵게 배배 꼬아놨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호호~!”

이야기를 듣고 있든 춘매도 한마디 거들었다.

언니들의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양분이 가득하게 들어있단 말이야. 오늘은 난데없는 도덕경의 가르침을 또 이렇게 받았으니 수지가 맞는 하루였다는 것이 확실하네. 고마워. 호호호~!”

이렇게 말을 한 춘매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스승님, 오늘은 공부를 너무 많이 했나 봐요. 머리가 묵직하거든요. 푹 쉬고 또 내일 뵈어요. 호호~!”

춘매의 말에 모두 인사를 하고는 각자의 처소로 돌아갔다. 그제야 우창도 씻고는 침소에 들었다. 그 시간이 되도록 서옥은 잠을 자지 않고서 우창을 기다리고 있다가 반겨 맞았다.

스승님,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나 재미있으실까요? 몸이 나른하지 않았더라면 함께 했을 텐데 오늘은 좀 고단해서 쉬고 있었어요.”

잘했네. 허공 스승님을 만나서 한껏 고무(鼓舞)되었지 뭔가. 그래서 이야기가 좀 길어졌군. 그 바람에 서옥이 외로웠겠구나. 미안하네. 하하~!”

아니에요. 외롭긴요. 모두 즐겁게 학문을 토론하는 것이 아름다워요. 오늘도 공사다망(公私多忙)해서 많이 고단하셨겠어요. 어서 쉬도록 해요.”

괜찮아. 오늘 뵌 스승님의 학문이 심연(深淵)해서 기대가 많이 되는군.”

그래요? 서옥이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아 보이긴 했어요. 스승님이 그렇게 보셨다니 축하해야 할 일이에요. 잔치라도 열까요?”

마음으로만 하면 되지. 걸림이 없으신 분이라서 괜히 소란을 피우면 바람처럼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그냥 존경심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거야. 하하하~!”

서옥은 스승님의 그 끊임없는 열정(熱情)이 너무나 존경스러워요. 어쩌면 이미 알고 계신 것도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또 새로운 가르침을 갈구하는 것을 보면 학문의 길은 어디까지인지도 궁금해요. 그 덕분에 서옥은 앉아서 귀한 가르침을 얻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복이 또 있겠나 싶어요.”

그것을 이해하고 헤아려주는 서옥의 심성(心性)이 또한 고마울 따름이라네. 내일은 모든 대중에게 스승님을 소개하고 태사당(太師堂)을 마련해드려야 하겠군. 오늘은 객실에서 쉬고 계시지만 내일부터는 제대로 존대(尊待)해야겠지?”

당연하죠. 시자(侍者)도 붙여드리면 좋지 않을까요?”

, 그것참 좋은 생각이다. 오광(五廣)에게 그 일을 맡기면 싹싹해서 심심치 않게 해 드리겠군. 오광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까 말이지. 당신의 생각은 어떨까?”

잘 생각하셨어요. 잘 보살펴 드리고 공부할 수가 있지 싶어요. 그것도 오광의 복이잖아요. 호호~!”

 

 

이제 잠자리에 들지. 오늘도 고단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