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 제39장. 춘풍(春風)/ 3.일생의 인연(因緣)

작성일
2023-10-0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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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 39. 춘풍(春風)

 

3. 일생의 인연(因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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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의 물음에 우창은 잠시 생각했다. 과연 남녀의 인연을 보는데 궁합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혹 새롭게 바라볼 근거가 있으려나 싶어서였다.

진명이 생각하는 것도 맞아. 실로 남녀 간에 궁합을 본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군더더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합의 이치는 꼭 필요하니까 무용지물(無用之物)은 아니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 하하하~!”

아니, 스승님이 그러셨잖아요. 이미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면 주변에서 말리지 않는 것이 옳다고요. 그런 상황에서 궁합의 도리를 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래도 궁합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당연하지.”

당연하다니요? 그렇다면 그 이유를 들어보고 싶어요. 말씀해 주세요.”

진명이 참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것을 본 우창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천천히 설명했다.

아니, 잘 생각해 봐. 아마도 줄잡아서 세상에서 절반의 남녀는 첫눈에 꽂혀서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는다고 볼까? 아마도 어쩌면 그보다는 훨씬 적지 않을까? 반의반은 그렇게 될까? 그 정도는 가능하다고 해도 되겠지?”

아마도 그럴 거예요. 대개의 자녀는 부모의 선택을 받아야만 인연이 된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요. 부모가 없는 사람이라면 온전히 스스로 선택하겠지만 말이에요.”

그렇지, 그렇다면 그 나머지의 절반도 더 되는 남녀는 어떤 인연으로 혼인을 하게 되는 걸까? 아마도 절반은 부모의 선택에 따라서 마음에도 없는 혼인을 하게 되지 않을까?”

가능한 추론이네요. 그렇게 될 수가 있겠어요.”

그렇다면 부모는 상대방의 가정환경(家庭環境)에 대해서 비중을 두고서 판단하고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게 되지 않을까? 그것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면 과거급제(科擧及第)를 한 신랑감이라면 상등(上等)으로 볼 수가 있겠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쪽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조건이 되어야 할 테니 벼슬을 하고 있거나 부유(富裕)함이 넉넉해서 부호(富豪)로 살아가는 정도는 되어야 하겠지?”

스승님의 말씀은 듣다가 보면 빠져들어요. 조금도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게 만드니까요. 호호호~!”

우창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 또 그 이야기 속으로 몰입이 된다는 듯이 진명이 말했다. 우창이 다시 설명을 이었다.

그들의 부모는 어딘가에서 두 사람이 백년해로(百年偕老)하게 될 것인지 미리 알아보고 싶지 않을까? 두 사람은 아직 일면식(一面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를 사모하는 애정의 불꽃이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본다면 어떨까? 이런 경우에는 궁합(宮合)이 필요하지 않을까? 서로의 인연에 따른 길흉을 판단할 방법이 명식(命式)을 살펴서 논하는 것이라면 말이지.”

그렇겠어요. 당연히 궁합을 보겠죠.”

그렇다면 궁합을 보는 방법이 중요하지 않을까? 가령 고서(古書)의 일부 이론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일간끼리 간합(干合)이 되면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고 하거나, 연주(年柱)의 지지(地支)가 삼합(三合)이 이뤄지면 속궁합이 좋다는 등의 말을 한다면 오행의 이치를 모르는 부모는 그렇게 하는 산명가(算命家)의 말만 믿고서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당연하죠. 그런데 간합의 인연은 집착(執着)이라서 안 좋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야 우리 오행원의 관점일 따름이라네. 강호의 술사(術士)들은 항상 자신이 배우고 생각한 대로 설명할 것이고, 그러한 판단에 따라서 두 사람은 짝을 짓게 되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아마 팔자에 나타나는 배우자의 인연에 부합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궁합도 쓸데없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가 봐요. 궁합이 좋다고 해서 혼인했는데 막상 살아가면서 고통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진명이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을 바라봤다. 그것을 본 우창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디 이렇게 생각해 볼까? 부처인연숙세래(夫妻因緣宿世來)라고 한다면 궁합을 보든 그냥 마음이 동하든 저마다 팔자대로 인연을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야 팔자도 맞게 될 테니까 말이지. 일단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을까?”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 그것이 행여 팔자의 암시에 맞추기 위해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팔자의 암시에 근접한 인연끼리 만나서 살게 되겠네요. 그렇다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네요. 궁합은 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로 말이에요. 호호호~!”

진명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멋진 해결책이 나오려나 싶었는데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다. 그것을 본 우창이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오행원으로 찾아와서 궁합의 길흉을 묻는다면 진명은 어떻게 답을 할 것인가? 저마다 팔자가 생긴 대로 만나서 살 테니까 궁합은 볼 필요가 없다고 할 참이지?”

우창이 이렇게 묻자 진명도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그야 오행의 이치에 따라서 말을 해 줘야죠. 부담되는 인연이라면 권하지 못한다고 하고, 그래도 하고 싶다고 하면 조심하고 노력하라고 해 주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요?”

맞아, 결국 명학자(命學者)가 모두 궁합을 보지만 그것을 보고서 내리는 결론이 같지 않다면 아마도 길게 봐서 가령 100년 후에는 어느 궁합법이 살아남게 될 것인지를 알 수가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일간합(日干合)이면 천생연분이라는 이야기는 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느냔 말이네. 이것만으로도 좀 더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긴 하겠어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스승님이 권하지 못한다는 궁합을 스스로 선택하시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일이거든요. 그래도 진명의 생각으로는 스승님이 무진(戊辰)이므로 경신금(庚辛金)으로 태어난 여인을 만나게 될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적어도 남의 삶에는 간여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명학을 깊이 통달하고 판단하는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서만큼 그 정도는 할 수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것이죠. 그런데 스승님조차도 운명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적잖은 충격(衝激)을 받은 것도 사실이에요. 하물며 보통의 일반 사람들은 더 말을 해서 뭘 하겠느냐는 생각조차 들어서 말이에요.”

우창은 진명의 말을 듣고서도 할 말이 없었다. 궁합의 이치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영역에 대해서 이미 앞서 말을 했음에도 무엇이 아쉬운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더 해 줄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그러자 자원이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말했다.

진명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은 틀림없어. 그런데 잘 생각해 봐. 싸부의 배우자 궁에는 진토(辰土)가 있고, 계을무(癸乙戊)가 들어있으니 배우자의 인연은 수목토(水木土)에서 만나게 될 암시가 있는데 마침 최 낭자가 을목(乙木)인 것을 보면 인연이 없다고 하기도 어렵지 않겠어? 그렇다면 만약에 임계수(壬癸水)로 만난다면 또한 갈등의 조짐이 되지 않을까? 계수(癸水)는 무계합(戊癸合)이 되고, 임수(壬水)는 무토(戊土)를 만나면 답답하다고 할 것이니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무기토(戊己土)를 만난다고 하면 같은 토이니 그것도 권할 만한 것은 아니잖아?”

자원의 설명을 듣고서 잠시 생각하던 진명이 말했다.

그래도 여자가 남자를 극하는 조합인 을목보다는 같은 무기토가 낫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가능하면 우리의 사랑하는 스승님인데 혼인을 한 다음에도 여전히 행복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까닭이니까 말이야. 호호호~!”

그야 우리도 모두 같은 마음이지. 그리고 을미(乙未)의 관점에서 본다면 또한 을정기(乙丁己)가 되므로 무토(戊土)를 만나는 것도 인연임이 분명하니 실은 아무리 심장이 벌렁거려서 인연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의연히 팔자의 안에서도 그러한 이치가 있음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신기하지 않은가 싶은데 말이야.”

자원의 말을 듣고서야 진명의 생각이 차분해졌다. 약간은 흥분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잠시 차를 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스승에게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충심(衷心)이라는 것을 모두 알았다. 잠시 생각한 진명이 말했다.

정말이네. 자원의 말을 듣고 보니까 최 낭자와 스승님의 인연이 팔자 안에서도 있었다는 것을 알겠어. 내가 너무 흥분했었나 봐. 호호호~!”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우창에게 말했다.

스승님 인연은 결국 사주 안에 있는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구나 진명이 본 전생의 인연까지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치밀한 조물주와 전생 인연의 작품이라고 해야 하겠어요. 참으로 오묘한 풍경이에요. 호호호~!”

진명이 이렇게 말하자 유하도 말을 거들었다.

그리고 월하노인도 큰 부조를 하신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호호호~!”

이렇게 말하면서 웃고는 다시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유하는 아직 궁합법도 모르고 다른 이치도 부족한 것이 많아서 모두를 다 알아들을 수는 없어요. 다만 육갑(六甲)을 외우고 보니까 대략적인 이야기는 이해가 되거든요. 특히 일주(日柱)와 연관된 궁합이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만 이해해도 매파(媒婆)의 노릇은 할 수가 있지 싶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인연이 있다거나 없다고 하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다른 것은 몰라도 이해할 수가 있을까요?”

유하가 이렇게 묻자 내용이 기본적인 것에 해당하는 질문이므로 우창이 자원을 바라봤다. 자원이 설명해도 될 것으로 봐서이며, 자원에게도 자꾸 설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되기도 해서였다. 자원도 그 뜻을 알고는 유하에게 말했다.

유하 언니가 알아두면 잘 써먹을 수가 있겠어. 일단 궁합의 제일조(第一條)는 일간부터 먼저 보는 거야. 상생(相生)이면 상급(上級)이고, 상극(相剋)이면 하급(下級)으로 보는 거지.”

그러니까 자원의 말은, 일간이 갑()일 경우에 수일간(水日干)이나 화일간(火日干)이면 좋고, 토일간(土日干)이나 금일간(金日干)이면 나쁘다는 말이네? 그렇다면 같은 목일간(木日干)은 중간이라는 뜻이잖아?”

맞아, 바로 그 이야기야.”

자원의 말을 듣고는 유하가 웃으며 말했다.

뭐야? 그렇게 간단한 것이었어. 진작에 물어볼 것을 그랬네. 호호호~!”

간단해, 물론 이것이 기본적인 이치라는 이야기라는 것이 중요하지,”

아니, 듣자니까 스승님은 무토(戊土)인데 최 낭자는 을목(乙木)이라고 했잖아? 그렇다면 궁합으로 봐서는 하급이란 말이지? 오호~! 이렇게 실제 상황에 대입해서 보니까 더 이해가 빠르네. 그래서 궁합이 안 좋다고 하더라도 인연이 되면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했구나. 이제 이해가 되었어. 호호~!”

역시 유하 언니는 귀가 밝아서 이야기하자마자 바로 알아듣네.”

고마워. 그런데 일간끼리의 인연이 그렇게나 중요한 건가?”

맞아, 일간은 그 사람의 주체이기 때문에, 궁합뿐만이 아니라 모든 만남의 관계에서 두 사람을 놓고 말을 할 때는 두 사람의 정신인 주체(主體)와 주체가 만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야. 특히 부부는 항상 몸을 맞대고 살아가는 인연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거야. 그래서 가장 먼저 사람의 관계를 보게 되면 일간의 생극을 보게 되는 것이지. 이것은 비단 부부에만 해당하는 말이라고 할 수도 없지. 모든 관계에서 참고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니까 말이야.”

유하는 자원의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것을 귀담아서 들으며 빠르게 이해를 해나갔다. 이해만 하면 되는 기본적인 이치이기도 한 까닭이었다. 유하가 다시 자원에게 물었다.

알았어, 그렇다면 일간(日干)과 일간(日干)의 인연이 나쁜 궁합이라고 하게 되면 어떻게 하는 거야? 서로 혼인하면 안 된다고 간단하게 말하면 되는 건가?”

물론 기본적으로는 그래, 다만 그것은 짐작만 하고서 또 물어봐야 할 것이 있다는 것에 주의해야 하는 거야.”

그래? 그게 뭐지?”

언니는 비록 일간의 암시가 나쁘더라도 이미 두 사람의 정이 깊어서 절대로 헤어질 수가 없다고 하면 어떻겠어?”

그러면 그냥 살아야지. 정이 얼마나 무서운 건데. 그건 나도 알아.”

바로 그거야. 나쁘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헤어질 수가 있는 상황인지를 보고서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지. 헤어질 수가 있는 상태라고 한다면 비로소 말해 주는 거야. ‘권할 수는 없다.’고 말이야. 호호호~!”

아니, 권할 수가 없다는 것은 하지 말라는 의미잖아? 그렇게 뜨뜨미지근하게 말하면 되나? 알아듣게 말해 줘야지.”

그야 저마다의 성품대로 하면 되겠으나 싸부의 성품으로는 두 사람의 인연 속에는 어떤 전생의 인연이 얽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어. 호호호~!”

자원의 말을 듣고서야 유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하~!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알았어. 그렇다면 이미 정이 들었다고 하면 그냥 살라고 하는 거야?”

아니지, 그래도 사주를 본 체면은 지켜야 하잖겠어? 그래서 조심해서 잘살아 보라고 해 주는 거야. 언제라도 부부의 관계가 더 이상 유지하는 것이 힘든다는 생각할 때가 되면 기억하라고 예방의 침()을 놓는 거지. 호호~!”

알겠어. 듣고 보니까 그것이 맞겠네. 그러면 일간 궁합이 나빠도 인연이 되는 경우가 있고, 좋아도 인연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잖아?”

유하는 눈치가 빨랐다. 하나를 이해하고 나면 또 다른 면에서도 이해를 바로 하는 민첩함이 있어서 좋았다.

언니의 말이 맞아.”

그렇다면 인연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아까 말한 그대로 일지(日支)에 어떤 오행이 있느냐에 따라서 판단한다는 거잖아? 이제 그 말의 뜻을 알겠네. 그렇다면 일지에도 없는 오행으로 암시가 나쁘면 어떻게 하지?”

예를 들어서 갑오(甲午)일 경우에 상대방이 임계수(壬癸水)라고 한다면 일간과 일간으로 봐서는 상급(上級)이지만 일지로 보면 오중정화(午中丁火)만 있으므로 인연이 없다고 해야 하는 거야. 인연은 없지만 권한다고 하면 되는 거야. 노력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으니까.”

, 그렇구나. 그렇다면 갑신(甲申)일 경우에 상대가 경금(庚金)이라면 일간 궁합은 하급(下級)이지만 인연은 있다고 하는구나. 그치?”

유하 언니는 진짜 총명하네. 더 붙일 말이 없는걸. 호호호~!”

아니야, 자원의 설명이 진국이라서 그런 거지. 그렇다면 이제 궁합은 모두 공부한 거잖아. 이 외에 더 생각할 것이 뭐가 있지?”

유하가 생각해 봐도 이 정도면 남녀의 궁합에 대해서는 더 알아야 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자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자원도 웃으며 말했다.

언니의 이해가 빨라서 전부 이해 한 거야. 그만하면 충분해. 호호호~!”

그렇구나. 자원 덕에 궁합법을 끝냈네. 아 참, 그러면 배필은 언제 만나는지를 물어보면 뭐라고 답을 하지? 인연이 된 사람이 있다면 궁합을 보겠지만 아직 없는 사람도 그것을 물어볼 수가 있잖겠어?”

그야 십성(十星)으로 보면 되지. 남자가 물었으면 재성(財星)의 해에 인연이 오기 쉽다고 하고, 여인이 물었으면 관성(官星)의 해에 인연을 만나기 쉽다고 하면 되는 거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인연이 온다고 하지 않고 오기 쉽다고 하는 이유도 있는 거야? 딱 잘라서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당연하지, 뭐든 칼로 무를 자르듯이 말하는 것은 도사(道士)의 관점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학자(學者)의 관점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화법(話法)이야. 그래서 여지(餘地)를 항상 두면서 말하게 되는 건데 그것까지도 감지(感知)한 언니의 직관력도 참 대단하네. 호호호~!”

자원이 이렇게 말하자, 진명이 옆에서 열심히 듣다가 물었다.

자원의 설명으로 아리송하게 생각했던 부분까지도 모두 잘 이해가 되었어. 그런데 용신과 궁합은 관계가 없는 거야? 이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서 궁금하네.”

그야 당연히 관계가 있지. 다만 유하 언니가 아직 용신에 대해서는 공부가 부족해서 언급하지 못했을 따름이야. 호호~!”

그렇지 싶기는 했어.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진명을 위해서 용신과 궁합에 대한 관계를 설명해 주면 좋겠다. 유하 언니도 언젠가는 용신도 알게 될 테니까 미리 들어둔다고 해도 되겠네.”

그러자 유하가 반기면서 말했다.

당연하지. 비록 지금은 알아듣지 못해도 괜찮아. 공부는 반복하는 것으로 익혀가는 것이라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으니까 말이야. 호호호~!”

진명의 말에 유하도 환영하면서 말하자 자원이 진명에게 설명했다.

일지(日支)에 용신이 있다면 배우자의 인연은 좋다고 해석하게 되는 거야. 이것은 상대방이 있거나 없거나 스스로 팔자를 그렇게 타고났다고 해석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는 거야.”

그렇다면, 일지가 기신(忌神)이라면 어떤 궁합을 만나더라도 부부운(夫婦運)이 좋기는 어렵겠네?”

아마도 그렇게 봐야 하겠지? 그래도 상대방의 일간이 용신이면서 생하는 인연이라면 어떨까?”

아하~! 그렇게 되면 흉한 암시는 줄어들고 길한 암시가 늘어나겠다 그치?”

맞아. 진명이 이해한 그대로야. 말로는 복잡해도 막상 두 사람의 사주를 놓고서 살펴보면 이러한 것도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보여.”

알겠네. 일지(日支)에 용신이 있더라도 상대방의 일간이 극하는 관계라면 길한 암시가 줄어든다고 보면 되는 거지?”

옳지~! 잘 이해했어. 호호호~!”

진명의 이해는 역시 빨랐다. 척하면 착이었다.

그렇다면 일간대 일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일지에 용신이냐 기신이냐가 되는 거잖아?”

당연하지. 그것이야말로 핵심이라고 봐야 할 테니까 말이야. 호호호~!”

그러니까 스승님의 팔자에서 일지(日支)의 진토(辰土)는 용신이 되지 못하니까 배우자의 덕이 크다고 하긴 어렵다고 봐야 하는 거지?”

진명의 말에 자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말하자면 그런 셈이지. 호호호~!”

그리고 최 낭자의 일지는 용신(用神)이 들어 있으니까 남편의 복이 좋게 풀이되는 것이고?”

왜 아니겠어?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맞아!”

아하! 그래서 스승님이 손해를 보는 결혼이 되는 거란 말이지? 호호호~!”

그러니까 말야. 호호호~!”

이렇게 말하며 웃다가 진명이 정색을 하고 다시 물었다.

, 며칠 전에 백발 스승님 댁에서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궁금했는데 말해 줄 수 있어?”

자원은 진명이 무엇을 묻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무슨 말이지?”

백발 스승님이 그러셨잖아. ‘학문과 혼인한 자원이라고 말이야. 그게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이 나서 묻는 거야.”

그제야 자원은 그 말이 떠올라서 설명해 줬다.

난 갑오(甲午)일주잖아. 그리고 일지(日支)가 기신(忌神)인 셈이거든 왜냐면 용신은 수()에 있으니까 말이지. 그렇다면 낭군(郎君)을 만나게 되더라도 평생 목생화(木生火)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서 마치 큰아들 하나를 돌봐야 하는 셈이 되는데 그 짓을 하면 되겠느냔 말이야. 그래서 이번 생에는 결혼은 포기하고 혹시라도 임계수(壬癸水)를 만나게 된다면 한 번 마음이나 먹어볼까 싶은 생각은 있으나 그것도 잘 안되는 것을 보면 차라리 혼자서 공부하며 자유롭게 사는 것이 더 좋겠다는 판단을 한 거야.”

아하, 이제 알겠다. 호호호호~!”

진명이 큰 소리로 웃자 자원이 무슨 뜻인가 싶어서 물었다.

? 뭘 알았다는 거지?”

옛날에 노산에서 살면서 스승님을 무척이나 사모했었잖아? 그런데도 막상 배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스승님이 무진(戊辰)이라서였다는 것을 알았다는 말이야. 호호호~!”

정말 진명의 눈치는 빠르기가 번개 같구나. 호호호~!”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유하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눈만 멀뚱멀뚱하고 있다가 물었다.

두 사람만 즐겁게 이야기하면 나는 섭섭하잖아. 기왕 이야기하는 김에 같이 즐기면 더 좋지 않겠어?”

유하의 말에 진명이 설명했다.

언니도 생각해 봐, 자원의 팔자에 자식을 키우듯 손이 많이 가는 남편을 만나게 된다는 암시인데 스승님은 무토(戊土)잖아. 스승님을 사모해서 돌봐드리는 것이야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갑무(甲戊)의 만남은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으니까 아예 포기한 것이라는 뜻이야. 이제 이해가 돼?”

그제야 유하도 이해가 되었다. 공부하면 감정에 대해서도 조절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감탄하면서 말했다.

이야~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것이었구나. 그러니까 목극토(木剋土)가 되어서 스승님께 다가가면 더 멀어질 수가 있으니까 부부의 인연을 포기하는 대신에 사제의 인연으로 오래도록 곁에서 남고 싶었다는 말이었구나. 그렇지?”

유하도 그제야 이해된다는 듯이 말하자 진명이 말했다.

맞아. 그래서 자원이 참 대단하다는 거야. 호호호~!”

아무리 그래도 좋아하는 감정을 그렇게 돌릴 수가 있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네. 역시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하겠어. 자원이 대단해. 호호호~!”

이렇게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자원이 말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해서 자원은 괜찮아, 그래서 여보~’ 대신에 싸부~’라고 하는 거야. 마음으로 혼인하고 육체는 자유롭게 지켜보면서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니까. 그리고 드디어 싸부에게 여인이 나타났고 이제는 일말의 아쉬움조차도 말끔히 날려버릴 수가 있으니 잘 되었지 뭐야. 호호호~!”

진명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정말 대단한 자원이네. 그렇게 깊은 마음이 있는 줄은 생각지 못했어. 정말 부부의 연은 멀어질 수도 있지만 사제연은 평생을 할 수가 있으니 오히려 그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걸. 호호호~!”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아침 식사의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진명이 우창을 보면서 말했다.

 

 

스승님, 오늘도 새벽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배웠어요. 아침 먹으러 가요. 그리고 이따가 최 낭자가 오면 같이 차 마셔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