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계절적(季節的)인 의미

작성일
2007-09-10 22:05
조회
4656

다소 중복이 되는 감은 있으나, 그래도 다시 한번 정리를 하는 의미에서 계절에 대한 생각을 추가해보도록 하자. 우선 五月에는 아무래도 극히 양의 기운이 치열하다는 의미가 포함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겠다. 그래서 양의 기운이 극히 왕성한 날은 오월 중에서도 오일 날이다. 우리의 명절은 이렇게 겹치는 날에 주로 끼어있게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5월 5일은 바로 이 계절에 해당함으로써 언급을 하게 된다. 이날을 우리는 단오(端午)라고 부르면서 대단한 축제를 하게 되는데, 이것은 동짓날의 행사와도 유사한 점이 있어 보인다. 뭔가 시들어가게 되는 양의 기운을 충분하게 흡수하도록 하자는 캠페인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씨름을 하고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먹고, 하루를 신나게 보내는 것은 이제부터는 음의 계절로 진입을 하게 되므로 마지막으로 충만된 양기운을 마음껏 흡수하라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 같다.

특히 단오날에 쑥을 베어 말린 것을 약효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친다는 것도 그렇게 생각을 할 수가 있겠고, 익모초도 이때에 베어서 즙을 내어 마시고 여름을 이기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모양이다. 이제 양의  기운은 절정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달(巳月)에 완전하게 양의 기운을 받아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모두 베어서 저장을 하라는 이야기이다. 이때가 지나가면 점차로 양의 기운이 빠지게 되므로 효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한참 여름의 절정에서 선조 님들은 천지자연으로부터 이러한 전달을 받았던 것 같다.




★ 卦象의 관점으로 보는 午月













上卦는 天이 되고


천풍구(天風姤)는 하늘아래에 바람이 부는 상이니 맨 아래의 일음(一陰)이 생기는 의미가 들어있고, 다시 반복됨을 의미한다.


下卦는 風이 되어


합해서 天風姤이다








괘상을 살펴보면 비로소 하나의 음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렇게 더운 계절인데 벌써 여기에서 고인들은 양의 기운이 쇠하고 음기운이 점차로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읽어 냈을까 하는 점이다. 참으로 대단한 통찰력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더운 계절에 하나의 음기운이 땅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눈치 채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子月의 맹 추위 속에서도 一陽의 소식을 알아냈으니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표면적인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서 냉철하게 자연의 흐름을 읽었다는 것은 그냥 감탄만 할뿐이다.

음의 씨앗이 五月에서 잉태되어서 자라고 있는 입장일 것이다. 실은 이미 사월에서 그 징조가 있었는데, 우리는 그냥 쉽게 넘어가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사중의 庚金이 그 암시가 아닐까 싶은데, 그 금기운이 오월을 만나면서 己土  속에 숨어서 호흡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중의 庚金은 뭔가 불안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오월의 기토는 매우 안정을 취하고 있는 입장이다. 사실 불 속의 경금은 자칫하면 녹어버릴런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六陽의 계절에 이미 미약하나마 一陰의 조짐(庚金)이 움트고 있었다는 것은 자연의 경이로움이라고 하고 싶다. 그렇게 시작된 음의 운동은 오월이 되면서 기토로 환원이 되어서는 다시 구체적으로 성숙을 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음의 기운이 안정을 취하고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을 우리의 탁한 눈으로는 도저히 관찰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실 기토는 午火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 戊土가 아닌 기토가 있는 이유도 바로 불 속에서 보석을 자라게 하는 이치라고 한다면 너무 호들갑이라고 하실 런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불 속에서 피어나는 보석,’ ‘연꽃 속의 보석’73)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무슨 암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공상을 해보기도 하는데, 그러한 힌트가 있는 곳은 바로 이 午火 중의 己土에서 찾고 싶은 것이다. 한 점의 보석은 그렇게 담근 질을 통해서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즉 병화랑 정화가 번갈아 가면서 열기를 후끈 번쩍하게 발산시키면서 에너지를 충전시키면 서서히 그 己土 속에서 기운을 받고서 힘을 기르다가는 언젠가 적절한 시기(물론 申月이겠지만)에 그 보석은 결실의 에너지를 가지고 이 땅에 나타날 것이다. 보석은 원래가 결정체이고, 또 가을도 틀림없는 결실의 계절이기 때문에 서로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