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2017⑧ 안개 속의 천지

작성일
2017-07-09 07:37
조회
1998

중국2017⑧ 안개 속의 천지 서파(西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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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30일 무자(戊子)

음.... 일진이 무자라.....

자(子)는 호수이니 천지가 되겠는데, 무(戊)는 뭐지? 무는 안개무(霧)랑도 음이 같네.... 오호~! 그렇다면 오늘은 안개에 휩쌓인 천지를 보는 건가? 그렇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인 걸~! 어제는 그럼....?

정해(丁亥)네? 어차피 해(亥)는 천지가 되면 정(丁)은 쨍쨍한 태양이잖아? 그렇다면 어제는 태양과 천지를 만났다면 오늘은 안개와 천지를 만나겠네~! 신난다~!! 똑 같은 천지를 두 번이나 보는 것보다는 서로 다른 천지를 보는 것이 더 즐거울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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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마련한 조식(朝食)으로 한 나절 버틸 에너지를 확보한 다음에 다시 두번째의 천지인 서파(西坡)를 향해서 출발했다. 어제 북파의 나들이에서 지레 겁을 먹고 준비했던 겨울 옷은 모두 차에 두기로 했다. 그래서 짐이 훨씬 홀가분해 졌다.

오늘은 1442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눈썹도 빼 놓고 가야 할 상황인 까닭이다. 완전 휴식을 취한 우리 일행은 가벼운 심신으로 차에 올랐다. 금휘는 오늘 귀국해도 된다고 할 정도로 천지의 감동으로 너무나 충분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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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길의 차 안에서 할 일이라고는 마주 다가오는 이정표를 구경하는 것이다. 어디..... 장백현(長白縣)이나 남파(南坡)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가란다. 지남구(池南區)는 천지의 남쪽 구역이란 말이겠거니.... 장백현은 오늘 출발한 호텔이 있는 백산시가 포함된 것이겠거니..... 하고 구글지도를 확인해 본다. 현(县)은 현(縣)의 간체이다.

장백현

어라? 아니네.... 장백현은 북한과 붙은 지역의 오목한 부분이었구나. 그래서 짐작과 실제는 일치하지 않을 경우가 있는 게다. 아무리 대한민국과 대만의 지도는 머릿속에 모조리 담아놨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아니다. 까불다가 빗나가면 이렇게 핑게꺼리도 만들어 가면서... ㅋㅋㅋㅋ

우리가 보면 오목한 것이지만 중국사람이 보면 볼록한 곳이겠지. 이것도 주관의 오차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여하튼 그건 그렇고..... 그렇다면 백산시는 어디에 속한 겨? 다시 검색....

무송현

아하~! 무송현(撫松縣)이었구나. 경계선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바이샨시는 무송현에 속해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겠다. 참고로 지나는 길에 중국 구역의 상식이나 살펴볼까? 중국은 지명의 구조가....

국(國) → 성(省-도) → 현(县-시,군) → 시(市-시) → 향(鄕-면), 진(鎭-동) → 촌(村-리)으로 나눠지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의 구역과 대비는 해도 같다고 볼 수는 없겠다. 워낙 큰 땅이라서 조금 더 세분화 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싶다.

시골의 단위는 향이라고 하고 도회의 단위는 진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참고로 이하백도는 진이었다. 이하백도만 해도 논산시정도의 규모로 이해를 해야 하는데 억지로 맞추자면 동(洞)으로 대입해 보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지나는 길에 북파는 어느 현에 속해있는지도 찾아 보고 가자.

안도현

북파는 안투현(安圖縣)에 속해 있구나. 안투현은 범위가 많이 넓구먼. 그러니까 백두산의 중국 지역은 3개의 현에 속해 있다는 것도 겸해서 알 수가 있겠다. 그렇다면 백두산에 붙은 북한의 지명은 어떨까?

양강도

삼지연군에 속해 있군. 그러면 백두산은 2국, 3현, 1군에 속해 있다고 하면 되겠네. 차를 타고 가면서 궁금했던 것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쓰면서 생각나는 대로 정리를 하면 된다. 차에서도 검색이 되면 좋지만, 여기는 중국이고, 장백산으로 산산산골골이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와이파이가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와이파이도시락 열심히 넣고 다닌다. 그러나 무용지물이다.

여튼, 이정표 하나를 갖고도 이렇게 할 이야기가 많을 줄이야. ㅋㅋㅋ 참,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좌회전으로 가면.... 이도백하(二道白河)이니, 북파로 가려면 그 길로 가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어제 거쳐 온 곳이다.

지남구는 이번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거리도 멀고, 볼 것도 북파와 서파를 거치면 특별히 뛰어난 것은 없다고 하니까 다음에 트레킹을 할 경우에나 생각해 볼 구역이라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많이 걷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행들이다. ㅋㅋ

오늘은 직진이다. 장백산 서경구로 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서파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오늘의 목적지이기도 하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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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에 서파에 도착하려면 2km가 남았다는 반가운 안내판이다. 천지에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북파의 사진이나 서파의 사진이 같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낭월에게는 이제 확실히 구분이 된다. 으흠 서파의 사진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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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19분에 서파의 입구에 도착했다. 일찍 서두른 만큼 시간은 당겨지기 마련이다. 장소는 다르지만 분위기는 비슷하다. 山자 형의 건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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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분홍색 옷을 입은 여인이 낭월에게 자꾸만 뭘 물어본다. 장백산이라고 쓴 이름에 대해서 묻는 것은 알겠는데 지금 그렇게 한가로워야 말이지. 그런 때는 간단하게 해결하면 된다. '워시항궈런(我是韓國人)~!'

워시항궈런을 못하면 어쩌냐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냥 한국 말로 '뭐라고요?'라고 하면 된다. ㅋㅋㅋ 모든 경우에는 다 해결책이 있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워시항궈런 해도 중국말을 할 줄 아는 것으로 알고 자꾸 물어대서였다.

정말 대단한 호기심천국의 아지매였는데,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 아지매랑 노닥거리면 30분은 간단히 해결됨과 동시에 친구 하나 사귈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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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녀는 이미 준비 완료이다. 감로사에서부터 준비했던 등산 지팡이이다. 비로소 쓸 곳을 찾았다는 이야기이다. 오늘은 좀 걸어야 한다는 것으로 인해서 준비한 것이다. 물론 어제도 북파에 가면서 짊어지고 갔었지.... 다만 낭월과는 무관하다. 아직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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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두 친구는 포즈를 취한다. 그래서 셔터를 눌러 주면 된다. 눈만 마주치면 찍어 달라는 거다. 뭐 어려운 일이라고. 사람이 쪼맨하게 나와도 본인들은 알아 보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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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백두산 괴물이 외롭지 않군. 모델의 역할을 할 수가 있어서 흐뭇했겠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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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입장권을 사서 개표구를 통과했다. 그러면 조금 걸어가라는 표시가 나온다. 145미터란다. 숲길이 너무 좋다. 지겨울 정도로 본 자작나무지만 전혀 지겹지가 않다. 한국의 소나무 만큼이나 멋진 나무들이어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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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도 보고, 뒤도 보려니 낭월은 혼자서도 무척이나 바쁘다. 그러니까 우리 일행도 그것을 알아주면 좋으련만,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아니 관심이 없다기 보다도 당연히 그렇겠거니.... 하는 게다.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다니기 때문에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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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차의 중간 쯤에 앉았다. 어제 북파를 오르면서 대략 구경했기 때문이고, 특히 앞의 자리는 세로로 되어 있어서였다. 그건 더 불편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간에 되어있는 가로의 자리에 앉는 것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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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사진을 찍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어제와 같은 장면을 다시 담아서 메모리 카드를 채울 필요는 없다고 봐서이다. 그런데 숲길을 벗어나면서 드러나는 풍경은 약간 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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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지대의 꽃은 어제 본 것과 같은 품종으로 보였다. 그리고 능선은 용눈이 오름을 보는 듯한 느낌도 살짝 들었다.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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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가로 눈더미가 스쳐간다. 잿빛으로 쌓인 것은 눈이다. 혹시라도 돌인가 싶으실까봐 주석을 붙이는 낭월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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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북파에서는 다시 차를 갈아탔는데 서파에서는 바로 정상 주차장까지 올라간다. 차창으로 내다 보니 벌써 산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음이 보인다. 서파이다.

참, 북쪽의 길이 더 험한 이유가 뭘까? 이런 생각을 해 보셨는지? 산의 남북을 알아보는 방법을 안다면 간단히 풀릴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혹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을까봐서 질문을 툭~! 던져 놓는 것이다. 그냥 자연을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하니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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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어제 같지 않다. 운무가 오락가락하는 습한 풍경에서는 우의(雨衣)가 제격이다. 이미 우리는 철저하게 준비를 해 왔는데 그것을 사용해 볼 기회가 주어졌으니 또한 감사할 일이다. 모두 하나씩 꺼내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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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켠에는 여전히 잔설 같은 만년설이 쌓여있다. 새하얀 색이었으면 좋겠지만 바람이 화산재를 날려다가 쌓아놓았기 때문에 이렇게 거무죽죽하게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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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층이나 지층이나 같다는 생각과 함께 층층을 이루고 있는 그림이 재미있어서 다가가서 찍어 보기도 했다. 기왕이면 사람 하나 세워놓고 찍었으면 높이 측정에 도움이 되었을텐데 그점이 아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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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서파 등정이다. 입구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읽어봐야지.

온형제시(溫馨提示)

제시는 알겠는데 온형이라는 두 글자가 생소했다. 도대체 도처에서 보이는 이 글자의 뜻이 뭐지? 그래서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검색을 해 보니까 '따뜻한 안내말씀'이란다. 그냥 안내말씀이라고 하면 안 되나? 아파트로 들어가는 길목에서도 보이고, 여기저기에서 보인 이 글자는 '따뜻하고 온화한'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안내말씀 드립니다.'정도의 느낌으로 읽으면 되겠다. 그렇다면 그냥 제시(提示)라고만 썼다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그러면, '알리겠소~!' 정도? 좀 딱딱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경고성 발언이라고 하는 느낌이 드는 어투라고 생각하면 되지 싶다. 그래서 온형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이해를 했다. 그럼 또 길을 가자.

고혈압, 심장병이 있는자는
등산하는 것을 삼가하시고요.
각자 알아서 구호물품을 챙기세요.

음.... 우린 해당사항이 없군. 고혈압도 없고 심장병도 없으니까 알아서 가면 되겠구나. 그래도 이러한 안내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건강할 적에 많이 돌아다니라는 말씀이다. '젊어서는 돈을 벌고 자식들 키운 다음에 늙어서 일을 하지 못할 적에나 여행을 다닌다'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

늙어서 집을 나선 다음에서야 비로소 그 말이 얼마나 자기최면의 속임수였는지를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여행은? 젊어서 할 수록 좋다.
놀기는? 젊어서 노는게 좋다.
늙고 병들면? 못 노나니~!

문득 창부타령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노세노세 젊어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 만고의 진리이다. 그리고 육신의 늙음도 늙음이지만 마음의 늙음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늙은이가 어딜 가느냐고 한다면 이미 마음조차도 늙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먹고 사느라고 허둥대다가 보니, 제주도도 못 가보고 환갑이 지나버렸는데 어쩌라고? 항의를 하고 싶은 벗님도 계실 것이다. 따지고 보면 '베이비붐'의 세대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늦지 않아다. 휠체어는 타지 않아도 다닐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럼 이제 휠체어에 앉아서만 움직이는 사람은? 글....쎄....요....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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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다~!"

서파의 1442계단을 올라가야 한다고 했을 적에 연지님이 거부했었다. 그래서 낭월이 말 했지.

"걱정말어 가마 태워 줄께~!"

그런데, 바로 그 가마가 코앞이다. 시집 갈 때도 타보지 못한 가마를 백두산에서 타보는 것도 좋은 일이지. 그래서 바로 흥정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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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흥정이고 뭐고 없었다. 이미 정해진 요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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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만든 가마 가격표

올라만 가는 것은 400원
내려만 오는 것은 300원
왕복으로 타는 것은 700원

그리고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오산(誤算)이다. 여하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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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 달랬다가 산길을 보고 그런 말을 하라는 둥, 여하튼 깎아 줄 수가 없는 이유를 101가지는 들어야 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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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이 계산하려고 돈을 꺼냈을 적에 짐꾼들이 말했다. 계산은 위에 가서 하세요.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일단 연지님을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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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마꾼들이 덜 노인이라서 미안한 마음이 적을 수도 있겠다. 북경에서 인력거를 타는데 80노인이라서 좀 미안했었는데, 그러한 것은 의미가 없는 여행객의 인정일 뿐이다. 그냥 장사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들은 누군가를 태워야 먹고 살기 때문이다. 여행 길에서는 인정보다 현실이다. 돈이 들어간다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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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400원에 연지님을 편안하게 모시기로 하고 먼저 출발을 했다. 그래서 400원이면 한국 돈으로 얼마냐고요? 다음에 갈 적에 힘들면 생각해 보시려고요? 대충 따지면 곱하기 2하고 +00하면 되겠네. 홍박사식으로는 그럼 8만원 정도? 자세히 게산기를 두드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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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170원이었으니까 이렇게 나온다. 6만8천원. 해볼만 하군. 이 정도의 부담을 감당할 수가 있다면 이용해 봐도 되지 싶다. 이 비용의 체감은 한국을 기준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다. 그냥 그 정도는 지불해야지.... 싶은 정도라고 할까?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상당히 비싼 비용이라는 이야기이다. 한 사람 떠메고 올라가면 중국의 평균 노동자 월급이 54만원이라고 하니까, 며칠 일당이 그대로 나온다. 그러니까  수지가 꽤 괜찮은 일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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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을 그렇게 가마 태워서 보내고 났더니 홍박사도 마음이 동하셨던 모양이다. 서파를 여러 차례 왔었지만 가마를 탈 생각은 안 했는데 오늘 언니가 타는 것을 보니까 타보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또 탔다. 이런 기회에 호사를 누려도 좋을 만큼 열심히 살아온 홍박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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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남녀는 준비를 단단히 한 모양이다. 입구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아직은 걸어서 올라갈만 하다는 인증샷이다. '더 늙기 전에 천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ㅎㅎㅎ

당신은 이미 정상봉의 입구에서
첫발을 내 디디셨군요.
오르는 길은 900미터,
계단은 모두 1442개랍니다.
계단은 비교적 많고, 또 미끄럽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천만 다행히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비라도 주룩주록 내리면 아무래도 사진을 찍기도 어렵고, 보행도 어렵고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비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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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서 쉬엄쉬엄 가면 된다. 시원하여 산에 오르기는 딱 좋은 날씨이다. 바람도 상쾌하다. 산뜻한 공기가 가슴을 두드리니 정신이 더 없이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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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는 지붕을 덮어놓은 공간도 나온다. 입구에 써붙여 놓은, '천둥 번개가 칠 적에는 우산을 쓰거나 휴대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문구가 인상적이다. 워낙 높은 곳이다 보니까 낙뢰(落雷)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미쳐 못했다.

엇, 옆에 통화하는 아저씨는? 아니, 괜찮다. 오늘은 비도 오지 않고 천둥 번개는 더더구나 없기 때문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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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나 비를 피할 수가 있도록 배려해서 만든 지붕이었다. 갑작스레 폭풍우가 몰아치기라도 한다면 이러한 공간은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공간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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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쌓여 있는 그 위쪽으로는 또 꽃이 만발했다. 이러한 것이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라고 해도 되겠다. 한국에서 눈 속에 피는 것은 매화나 복수초 정도인데. 바람을 피해서 낮은 키로 종족의 번식을 위한 개화는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얼른 피고, 수정하고 결실해야 한다. 이내 또 눈보라가 몰아치게 될 가을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의 일정에 바쁜 낭월보다도 저 꽃송이들은 더욱 바쁜 시간을 살아가고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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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살아가기 취약한 구역이니
경계를 넘어가서 밟는 것을 엄금.

저런 팻말이 없으면 넘어가서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이 나기 십상이다. 그런데 마음을 진정시키느라고 적재적소마다 경고판이 잘도 붙어 있다. 그래서 날뛰는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오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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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인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목에 잔뜩 걸려 있는 알록달록한 스카프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운무가 넘어오는 것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이 싱그럽다. 젊은 여인이 홀로 천지에 오르는 모습도 참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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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던 풍경이 순식간에 운무에 휩싸인다. 과연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한 천지의 모습을 보여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말이다. 오늘의 천지는 분명히 어제의 천지와는 다른 모습이겠다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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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는 또 이내 안개가사라진 곳에 흰 꽃이 만발한 풍경이 드러난다. 식물 이름도 써 놨구나. 주아삼(珠芽蔘)? 별명은 초하차(草河車)네. 음.... 해석이 좀 난해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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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 행렬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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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가릴 것이 없이. 홀로, 혹은 함께 산을 오른다. 천지를 향해서~ 810번째의 계단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이미 절반을 넘었다는 이야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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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를 돌아다 본다.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여전히 사람들은 산을 오르고 있다. 그럭저럭 3분의 2는 올랐나보다. 잠시 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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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금휘가 옆에 붙어 있어서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그래놓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 사진은 나중에 여행기를 작성할 적에. [현재의 마음]이라는 제목을 붙일 요량이었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현재의 몸] 버전도 하나 찍으라고 했다.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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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못 났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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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계단에서 돌 계단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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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번째의 계단이 보이는 곳까지 올랐다. 그리고는 눈을 들어 위를 보니 어느 사이에 전망대의 윤곽이 안개 사이로 어렴풋이 들어온다. 얼마 안 남았구나. 반갑다.

만약에 어제 북파에서 천지를 제대로 보지 못했더라면 오늘 이렇게 안개가 반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조바심이 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얻은 자의 여유로움인가 싶기도 하다. 아마도 오늘 서파에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제 북파를 올랐었던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오늘의 운무에 휩싸인 천지는 새로운 느낌으로 전달이 될 것이 틀림 없을 것이다. 드러난 것은 양(陽)이고, 가려진 것은 음(陰)이니 양의 천지만 두 번 보고 간 사람 보다는 천지의 음양을 다 보고 간 사람이 더 복이 많은 것이 아니겠느냔 말이다. 혹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긍정의 합리화가 아니라 사실이 그렇지 않을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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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오르니 바로 나타나는 것이 국경표지석이다. 표지석에 써놓은 글자는 '중국37'이다. 어디부터 1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서파는 중국 국경선 37번이로군. 그리고 그 뒤쪽에는 조선이라고 써여져 있겠거니.....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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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틀림없는 '조선37'이다. 지금 우리는 북한을 방문한 셈이로구나. 여기부터는 금역(禁域)이다. 다만 여행객을 위해서 운동장 만큼을 열어놨는가 싶다. 조선의 국경선을 대하는 마음이 한국인은 또 새롭게 다가오지 싶다.....

참고로 천지와 국경에 대한 문제는 변화가 많았고 논쟁도 많았었다는 것을 잘 표시해 놓은 블로그가 있어서 링크한다. 관심이 있으시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보시기 바란다.

천지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던 국경선(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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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가마를 타고 도착했던 홍박사가 열심히 흥정을 하고 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했던 이유는 도착해서 돈을 받는 이유가 따로 있었더라는 것이다. 문제는 팁이다. 미리 돈을 받아버리면 더 달라고 할 꺼리가 없는데 받는 김에 더 얹어서 뜯어내려는 술수를 발휘했던 것이다. 그래서 꼼짝없이 약간의 팁을 줄 수밖에 없었단다. 20원씩 뜯겼다나 뭐라나.

지금 하는 흥정은 이른바 사진의 포인트에 들어가서 낭월이 마음대로 천지의 사진을 찍을 수가 있도록 협의하는 것이다. 낭월도 옆에서 잠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관리인 : 알았다니까요.
홍박사 : 말로만 알았다고 하지 말고요.
관리인 : 원하는대로 해 주겠다잖아요.
홍박사 : 그러니까 천지를 볼 수 있을 때 까지 있을 거예요.
관리인 : 그렇게 하세요.
홍박사 : 중간에 나가라고 하거나 하면 안 된다고요.
관리인 : 알았어요. 그렇게 해 드릴께요.
홍박사 : 선생이 그 약속을 할 수 있는 책임자예요?
관리인 : 맞아요. 내가 관리 책임자예요.

그러니까, 보통은 난간이나 위에서 사진을 찍고 천지를 감상하면 된다. 그런데 오늘은 운무가 자욱하다. 그러다 보니까 냉큼 천지가 안 보일 것을 염려한 홍박사가 낭월의 사진놀이에 최대한 협조를 하기 위해서 지금 관리인과 약속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맙구로~!

여기에서는 한국 돈이 먹힌다. 1인당 들어가서 사진 찍는데 1만원이다. 대략 인민폐 50원을 받는 셈이다. 이미 홍박사에게 차에서 말을 해 뒀었다. 서파를 다녀 온 사진가의 이야기를 읽어 보니까 뷰가 좋은 곳에서 찍으려면 돈을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부댓끼는 것보다는 돈을 지불하고 조용하게 사진놀이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지금 그 이야기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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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우리 일행은 모두 그 공간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다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여기 저기 흩어져서 천지를 감상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여기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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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천지라는 돌 비석을 하나 세워놓고 울타리를 만든 다음에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중국정부에서 한다기 보다는 관리하는 사람들의 부수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짐작만 해 본다. 느낌이~ ㅋㅋㅋ

이렇게 사진을 찍은 사람들에게는 멋지게 나온 천지를 배경으로 해서 사진을 뽑아준다는 말이 언뜻 들린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포샵으로 배경사진을 천지로 넣어서 사진을 뽑아준다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맑은 천지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것도 괜찮은 흥정이지 싶기는 하다. 아마 별도로 사진을 뽑는 값도 당연히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은, 우린 전혀 그렇게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미 북파에서 하맑은 천지를 맘껏 보고 사진도 찍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행들이 모두 돈을 내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카메라를 사진찍는 사람에게 넘겼다가 또 팁으로 10원을 뜯겼다.  공짜가 어딨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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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념 사진을 찍은 다음에 일행은 밖으로 나가고 홍박사와 낭월만 남았다. 한쪽 귀퉁이에서 천지가 나올 때까지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는 순간이 마냥 행복했다. 그리고 잠시의 시간이 흐른 줄만 알았는데 1시간이 더 지났다고 나중에 일행들이 말한다.

완전히 무아지경(無我之境)에서 천지와 하나가 되어서 놀았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인가? 순식간에 지나간 시간이 그랬더란다. 그래서 나중에는 화인이 그만 가자고 해야 하나를 고민했더란다. 그리고 관리하는 사람과 홍박사의 언쟁이 귓가를 맴돌았다.

관리자 : 이제 그만하면 나가 주시오.
홍박사 : 아니, 천지를 아직 못 봤잖아요.
관리자 :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준단 말이오.
홍박사 : 그래서 애초에 약속하지 않았어요?
관리자 : 그렇기는 하지만....
홍박사 :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천지가 보일 때까지라고요.
관리자 : 알았어요...... 에구~ 참.. 내..

사실, 그 공간이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의 관점으로는 많이 불편했을 것이라는 짐작도 되기는 한다. 그렇지만 홍박사는 수호신이었다. 관운장같이 떡~ 버티고 서서 어림도 없는 소리 말라는 듯이~ 늠름하게 호위를 하고 있으니 이번 여행길에 가이드 하나는 제대로 얻은 셈이다. ㅋㅋㅋ

그 후로도 이와 같은 이야기는 서너 차례 오갔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그냥 천지랑 놀았다. 이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안개가 낀 천지를 봤으니 기왕이면 맑은 서파의 천지도 담고 싶은 욕심이 살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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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신비에 싸인 천지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또 어느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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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윤곽이 드러나곤 하니, 어떻게 간단히 삼각대를 접을 수가 있느냔 말이지. 그래서 계속 변화하는 천지를 감상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밀침을 당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이보다 더 멋진 명당은 없었던 셈이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맘에 드는 장면을 만났다. 하늘의 도우심으로 안개 가득한 천지도 담았고, 다시 바람의 도움으로 살짝 보이는 천지도 담게 되었으니 오늘도 일진이 무지무지 좋았다고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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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쟌~~!!!

극히 짧은 순간에 이렇게 살짝 가렸던 안개의 커텐을 살짝 들춰준다. 그래서 집요하게 안개와 흥정을 했던 것이다. 홍박사가 관리인과 줄다리기를 할 적에, 낭월은 운무와 줄다리기를 한 셈이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즐거움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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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천지를 이렇게 해서 만났으니 이번 여행길은 하늘도 돕고, 땅도 돕고, 사람도 돕고, 바람도 도왔던 것이다. 그래서 천우신조라고 하나? 매우 만족한 마음으로 관리인들의 눈총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었다. 사실 이때까지도 시간은 불과 20여 분이 지났겠거니.... 했다.

화인 : 싸부님이 너무 즐겁게 노셔서 감히 나오시라고 못했잖아요.
낭월 : 뭘, 잠깐 놀았을 뿐인데.
화인 : 내 그렇게 말씀 하실 줄 알았어요. 
낭월 : 왜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어?
화인 : 에구~ 정말 못말리는 싸부를 어떻게 패키지로 모시고 다니냐구요~!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흘렀나 싶어서 사진으로 확인해 보니까 10시 48분에 단체사진을 찍고서부터 그곳에서 나온 다음의 시간은 11시 46분이네? 그럼.... 그래도 한 시간은 안 되었구먼. ㅋㅋㅋ

그랬구나..... 그래서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순식간에 흘러간 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전망대에서 잠시 전경을 스케치 할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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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뭔가를 먹기도 하면서 나름대로의 천지를 즐기고 있었다. 돈을 내지 않고서도 전망대에서 얼마든지 천지를 만날 수가 있었다. 그래도 북파 보다는 사람들이 훨씬 적다. 뭐 5분의 1도 안 되지 싶다. 그만큼 작정하고 와야 하는 것은 아마도 1442계단의 위압적인 부담으로 인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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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석 저쪽으로는 조선, 그러니까 북한 구역인데, 약간의 공간을 얻어서 전망대로 사용하고 있는 듯했다. 예전에는 북한군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고 하는데 근래에는 사라지고 없단다. 혹 중국으로 넘어가서 남한으로 달아나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탈북을 하고 싶은 군인이 있었다면 그보다 좋은 기회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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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조선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느낌이 다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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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조선 땅을 거닐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울타리가 허용하는 곳까지만 걸었다. 대한민국에서 주장하는 국경선대로라면 천지에 와보지도 못할 뻔 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위의 링크를 봤다면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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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국경선이 되었더라면 어쩔 뻔했냔 말이다. 물론 언젠가 모를 통일이 된 다음이라면 또 이렇게 된 국경선이 다행이라고도 하겠지만 지금으로는 그나마 절반이라도 중국 쪽이라서 이렇게 천지를 밟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되지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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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땅에서도 천지는 보였다. 더욱 잘 보인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해서 양국을 오가면서 천지를 감상하고 나니 또 일행들의 눈빛이 날아온다. 그만 가야 한다는 말없는 압력이다. 그래서 더 놀고 싶은 것도 이쯤에서 접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는 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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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오는 길은 가마를 타지 않아도 되겠던가 보다. 바람이 그래도 좀 차가웠는데 비옷은 그것을 막는데 훌륭한 역할을 해 줬다. 눈과 꽃을 배경으로도 한 장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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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 이것도 찍으세요. 에델바이스예요.
낭월 : 그래? 그런데 들어가지 말라잖아....
박사 : 잠시 들어가는 건 괜찮아요.
낭월 : 그래? 그럼.... 

들어가서(2초) 초점잡고(1초)
샷~ (125분의 1초) 도합 3.0008초

세상에~ 그 순간에 아래에서 소리를 지른다. 에델바이스라도 캐가나 싶어서 소리를 지르는 모양이다. 물론 낭월 혼자만이 문제가 아니다. 하나가 들어가면, 군중심리가 발동하게 되면 통제불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른 나왔지만 그 바람에 야생화 사진 한 장 건졌다. 홍박사의 배짱으로 얻은 사진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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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계곡도 지났다. 눈이 쌓이면 길을 치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간이었다. 입장료가 비싸다고만 할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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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야생화 사진 몇 장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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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몰라도.
이 날,
이 시간에,
이 곳에,
피어있었던 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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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최대한 가까이서 담을 수가 있는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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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봤음직 한 느낌의 꽃도 있었다. 물론 이름은 모른다.

작고도 새하얀 양증맞은 꽃이 활짝 피어서 나그네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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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 아래로 내려온 다음에는 비옷을 벗어서 배낭에 넣고 다시 차를 탈 준비를 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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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행길에 보인 가드레일이다. 얼마나 미끄러지고 들이 받았으면 온전하질 못하군. 폭설이 쌓이고, 얼음 막이 끼었을 적에는 얼마나 위험했을지도 상상해 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그래서 백두산 여행은 7,8월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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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려서는 다시 휴게소겸 기념품 파는 곳을 찾았다. 왜? 왜는 왜? 장백폭포에서 사지 못했던 그 천지석이 혹시라도 있으려나.... 싶어서이지. 오늘은 지갑에 돈도 타서 500원이나 넣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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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혀 그러한 것은 볼 수가 없었다. 대신에 백두산 모형도는 있었다. 실물을 봤으니 모형을 봐도 감정이입이 되어서 실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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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기사를 만나서 식당으로 가자고 했더니 시간이 없단다. 북파에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모든 일행이 낭월을 바라본다. 그게 무슨 뜻이지? ㅋㅋㅋ

그래서 우리는 맛있는 신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것도 한국에서 싸갖고 간 것이다. 차에 준비했던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기다리는데 구수하게 풍기는 컵라면의 향이 어찌나 좋던지.... 집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것인데.... 컵라면의 가치도 이렇게 상대적이다.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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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목적지는 돈화(敦化)이다. 한 참을 가야 한단다. 물론 낭월은 또 낮잠을 잘 시간이다. 이동 중에 잠을 자는 것인 가장 수지맞는 이동법이다. 그렇게 푹 자고 났더니 휴게소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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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는 독립군 같은 장면을 만났다. 그러니까 돈을 받고 옷과 말을 빌려주고는 사진을 찍으라고 하는 모양인데, 그 모습이 생소하지 않은 것은 독립군들의 풍모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많이 봤던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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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리 길을 재촉해서 달려도 시간은 5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돈화로 가는 것은 다시 연길로 가는 길을 좀 돌아서 거대한 사찰을 들려보자는 홍박사의 계획으로 인해서이다. 그런데 눈치없는 낭월의 서파 해찰로 인해서 시간이 일정보다 자꾸만 빨리 흘러간다. 이것 참 낭패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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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하고 가는 곳은 바로 이 육정산의 정각사라는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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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 한계점에 온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단 가보기는 하자고 했다. 사정도 해 보고, 정히나 안 되면 할 수 없는 것이고, 일정이 잡혀 있으니 일단 가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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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시간은 5시까지란다. 지금은 5시 6분이다. 그러니까 입장 시간을 6분이나 지났기 대문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원 이런 일이 다 있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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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불상을 바라보니 뒷모습이다. 홍박사가 어디론가 열심히 갔다가 오더니만 차를 끌고 앞으로 가보잔다. 그래서 다시 차를 타고 정문 쪽으로 갔다. 그러나 여지없이 막혔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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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A가 다섯? 그러니까 천지는 A가 넷이었던 것 같은데 그보다 더 볼만 하단 말인가? 과연 홍박사가 구경시켜 주고 싶어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군. 그러나 억지로는 안 되는 것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정문 쪽으로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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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통행을 막는 친구와 한 바탕의 아쉬운 소리를 하고서야 정문 입구 앞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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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에도 어김없이 통행금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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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을 지키는 친구도 원칙대로만 할 뿐이었다. 그런 친구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어서 내려서 입구에서 사진만 찍는 걸로 합의를 보고서야 차는 밖에서 기다리고 우리만 문을 통과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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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아쉬워하는 홍박사에게 말했다.

낭월 : 그러니까 저 부처를 보면 되는 것이잖여?
박사 : 그렇죠.
낭월 : 여기에서도 잘 보이는데 뭘.
박사 : 그렇죠? 호호~!
낭월 : 전망 좋구먼. 본 걸로 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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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검사하는 곳이란다. 물론 표를 살 일도 없으니 검사를 할 일도 없긴 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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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함께 전경도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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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불상을 쪼꼬맹이로 만들어서 손에 올려놓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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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 들어 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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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도 금휘랑 해 보고. 재미있다고 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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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은 또 요렇게도 해 보면서 놀았다.

이만하면 잘 놀은거 아녀? ㅋㅋㅋ

그리고 육정산 정각사는 사진으로 보면 되지 뭐. 어떻게?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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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이다. 부처의 손이 거대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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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문을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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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 높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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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옆에서 불상과 같이도 찍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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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찍어도 불상이랑 같이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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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멀리서도 찍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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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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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구조가 좀 특이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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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금정대불(金鼎大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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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환상적인 풍경까정.

이렇게 금정대불을 잘 봤으니 홍박사님 안타까워하지 마쇼. 이렇게 사진 몇 장으로 때우고 따로 정각사 편은 쓰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고마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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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춤추면서 운동하는 모습까지 보면서 그렇게 연길로 들어갔다. 연길에는 오늘 묵을 아파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책보따리를 전해 받은 그 친구의 아파트이다. 잠시 우리를 위해서 비워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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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인이 없는 집에서 와이파이에 굶주린 이리떼마냥 폰을 들여다 보느라고 정신 없는 일행들이다. ㅋㅋㅋ

그렇게 가방을 옮겨 놓고서는 양 기사는 쉬러 보내고, 우리는 저녁 먹으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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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국수는 큰사발이지 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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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만 먹으면 심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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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정종처럼, 혹은 생맥주 처럼 45도 고량주를 이렇게 놓고 한 잔에 4원을 받고 팔고 있는 진기한 광경을 봤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일이었다. 4원이면... 곱하기 170.. 에구 모르겠다. 곱하기 200으로 때리면, 800원이네. ㅋㅋ

소미(小米)는 샤오미이다. 뜻은 좁쌀이다. 참, 이 이름으로 판매하는 전자제품도 있었던가? 그러니까 이 술은 좁쌀고량주로구나. 그래서 호연과 하루의 마무리 삼아서 일 배~! 짠~!

서파에서 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