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2017① 공항놀이터

작성일
2017-05-16 13:17
조회
1351

대만2017① 공항놀이터


 

 

_DSC7508

이런저런 목적으로 대만나들이를 결정했다. 가고 싶었지만 사정상 못 간 사람 빼고 모두 다섯 명이다. 2017년 5월 10일 새벽부터 움직여야 했다는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공항까지 가는 것은 지난 달에 후쿠오카를 가면서도 이용했던 공항버스를 타기로 했다.

_DSC7428

공주터미널에서 예약한 표를 발급받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이 된다. 오늘은 여섯시에 출발하는 것을 타기로 했다.

_DSC7435

06시에 공주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08시가 되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_DSC7447

공항에서 동행하기로 한 처제 부부를 만났다.  대만 여행을 해 보지 않았다고 하는 형님의 이야기를 듣고서 이번에 동행하자고 했더니 마침 시간이 되어서 마음을 일으키게 되었던 셈이다.

처가집 족보로 따지면 맏딸과 인연이 된 낭월이 제일 손위가 되지만 낭월보다 5년이나 먼저 세상의 이치를 알고 살아가는 인생 선배임을 존중하여 그냥 형님으로 호칭한다. 그리고 서로 형님이라고 하면 그것도 재미있겠지만, 또 이 형님은 낭월에게는 스님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호칭의 충돌은 없어서 다행이다. ㅋㅋㅋ

_DSC7458

여하튼 비행기 표를 바꿔 줄 시간동안은 잠시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에  해야 할 일도 있었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나름대로 가보고 싶으신 곳이 있는지도 물어보고, 부처님 오신날에 감로사에서 봉사 하시느라고 수고 하셨다는 등등의 안부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낸다.

_DSC7470

무인발권기에서 표를 구입하는 화인을 보면서 열심히 익히시는 형님의 모습에서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이 느껴진다. 하나하나가 모두 공부라는 생각을 하시고, 평소에도 채근담을 읽고 계시는 호학심(好學心)으로 인해서 언제 여행이라도 한 번 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기회가 이렇게 다가온 것이다.

_DSC7471

그 옆에서는 가방을 풀어헤치고 뭔가를 찾고 있는 모습이....

그래서 혼자 중얼거린다.

'그러니깐, 미리미리 잘 챙겨서 왔어야지,
이 복잡한 공항에서 보따리를 풀어놓고 그게 뭔교~~!!'

그래도 초상권을 생각해서 얼굴은 안 나오게 찍었다. 이야기에 써먹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원래 '그 우물을 안 먹겠다고 침을 뱉으면 다시 먹게 된다.'는 속담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즉시과보(卽時果報)였던 것이다.

_DSC7478

직원 : 가방 안에 배터리가 있으면 안 됩니다.
형님 : 아, 그래요? 예전에는 휴대하면 안 되었는데...
낭월 : 아하, 형님께서 새로 바뀐 법을 모르셨군요. 하하~!
형님 : 그래요? 그래서 일부러 가방에 넣었지요.
낭월 : 사실은 지난 달에 일본 가면서 알게 된 것이니 몰라도 당연합니다. 하하~!

여하튼 '그냥 대충 해도 괜찮다'고 해도 원칙을 중시하는 정관형(正官形)의 심성인지라 기어이 뒤져서 배터리를 꺼냈다. 벗님도 혹시 여행하신지 한 참 되었다면 이러한 점을 다시 강조해 드린다. 공항애서 가방 배를 가르고 속을 다 드러내기 싫다면 말이다. ㅋㅋㅋ

_DSC7481

화인 : 아참, 저도 보조배터리가 가방에 있는데요?
낭월 : 아니, 뭐하노~! 그냥 모른 채 하던지, 퍼떡 꺼내지 않고서~!
화인 : 혹시 모르니까 꺼내야 겠어요.
낭월 : 그럼 그러던가, 아까 아저씨 보고 흉봤다가 바로 받는 구먼. ㅎㅎㅎ

아마도 집작컨대 그 아저씨도 배터리를 찾았지 싶다. 법이 가끔은 정 반대로 바뀌는 통에 이용자는 가끔 혼란스럽기도 하다. 여하튼 무사히 짐을 보내고 출국심사를 마쳤다. 이렇게 한 다음부터가 비로소 공항놀이터가 시작되는 것이다.

집을 떠나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고,
비행기로 떠나는 것은 더욱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비행기의 문이 열리기까지 놀아야 하는 즐거움이라니~
지루하다고? 누가 그딴 말씀을~!!!

마냥 즐거울 뿐이라는 공항의 놀이라는 것을 모르고서 그런단 말이지? ㅋㅋ

_DSC7484

화인의 표정이 싱글벙글이다. 원래 부군과 동행하기로 했는데 직장에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환불을 받는 상황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래서 6인 여행이 5인 여행으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카니카지 화인의 모친께서는 병환이 오래 지속되고 있어서 상황이 생사를 넘나들기 직전이라고 하는 것도 며칠 전에 들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자칫하면 못가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둥, 여행 중에 소환되는 것은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로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점괘를 뽑았었다.

따지고 보면 1,2녀의 부부와 막내딸까지 없는 상태에서 운명을 하신다면 가장 큰 짐을 져야 할 사람은 3녀인 종녀씨였던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 되어서 다녀 오시는 동안에 별 일은 없으실까 걱정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상황이 많이 나쁜 것은 사실인가 싶었다. 그래서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점신의 의중을 살펴보는 것으로 대안을 삼기로 했다.

모친점괘

화인 : 싸부님, 점괘가 어떻게 나왔어요?
낭월 : 봐라~! 이렇게 나왔네. 어떻겠노?
화인 : 힘들기는 해도 버티고 돌아올 때까지는 기다리시겠네요.
낭월 : 그렇겠제?
화인 : 너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낭월 : 혹, 네가 대만을 가야 해서 편한대로 해석한 거 아녀?
화인 : 아니예요~!
낭월 : 그럼 해석해 봐~!
화인 : 일간 병화가 약하네요. 그래도 사월(巳月)이니까 버티겠어요.
낭월 : 그래 그건 여태까지 그렇게 버텨왔다는 의미겠지. 앞으로는?
화인 : 다시 시주에도 병신이 있네요. 계속 그 상태가 지속되겠어요.
낭월 : 결론은?
화인 : 분주(分柱)에서 편인이 돕는 것으로 봐서 약기운으로 버티겠어요.
낭월 : 오호~! 제법인 걸. 

이렇게 해서 점신의 위로를 받은 사람들은 마음 편히 집을 떠났고, 점신을 믿지 못하는 두 분 부부는 다소 불안~한 마음을 품은 채로 '지금 가지 않으면 언제 또 가보겠느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서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걱정하지 말라는 낭월의 말을 믿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을 해 본다.

이제 나이가 이쯤 되니까 주변에서는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속해서 등장을 하신다. 가는 길에 선후는 없지만 그래도 상식적인 상황으로 봐서도 충분히 그렇겠다고 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자연의 이치려니 싶다.

_DSC7486

둘째 : 형부, 우리도 찍어 줘요~!
낭월 : 그래 화살표 위에 서 봐~!
둘째 : 근데 화살표는 뭐예요?
낭월 : 공항라운지로 올라가는 표시인 모양이네.
둘째 : 그런 것도 있어요?
낭월 : 응, 두 배의 자리값을 낸 사람에게만 주는 권리야.
둘째 : 그럼 우리는 해당 없잖아요?
낭월 : 그렇지, 그래서 그냥 사진만 찍는 겨. 하하~!

이렇게 수다를 떨면서 게이트를 찾았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탑승은 10시 35분이라고 하고, 준비는 05분이라고 하니까 지금 시간으로 봐서(사진의 정보에 찍힌 시간을 보면 됨), 서둘러 검색하고 나온 바람에 09시 밖에 되지 않았으니 적어도 한 시간은 놀아도 되는, 아니 놀거나 졸거나 뭐든 해야 하는 시간인 셈이다.

_DSC7491

가장 일반적으로 탑승시간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때우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게다. 물론 낭월에게 이러한 형태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어린아이들은 나무토막과 돌맹이 두 개로도 얼마나 즐겁게 노는데 이렇게 놀 꺼리가 가득한 인천공항에서 따분하게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단 말인가.

이것은 시간에 대한 모독이고,
이것은 삶에 대한 무책임이며, 
이것은 인생의 낭비라고 주장하면서....

신나게 놀 꺼리를 찾아서 넓디 넓은 공간을 누비고 다니는 것이다. 암, 당연히 그래야 하고 말고~! 지금 드리는 이야기도 혹 비행기 시간이 여유로울 적에는 멍~하게 앉아서 어머니의 건강이나 걱정하고 있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기도 하다. ㅎㅎㅎ

_DSC7498

일단 무심한 여행가들의 포즈부터 놓치지 않는다. 서로 자신의 일에 몰입하면서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우연히 앉게 된 여행객일 뿐이다. 누가 형부와 처제라고 생각이나 하겠느냔 말이지. 이렇게 이야기를 찾아서 누비고 다닌다.

화인은 호텔의 예약을 뒤지고 있고, 형님은 대북의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있으니 저마다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가만히 두고 먹잇감을 찾아서 어슬렁거리는 공항의 하이에나가 된다.

_DSC7495

아, 그러기 전에 낭월도 사진에 담아 둔다. 화인에게 카메라를 넘겨 주고는 마음은 비행기에 가 있는 것처럼 몹쓸 포즈를 잡았다. 찍는 것은 여하튼 찍겠는데 말이지. 찍히는 것은 왤케 어색하고 어정쩡한지.... 손은, 발은, 시선은.... 도대체 어디에 둬야 할지를 모르겠더란 말이다. ㅋㅋㅋ

어깨에 걸쳐 맨 쪼맨한 가방이 이번 여행의 카메라 살림이다. 정말 최소한으로 챙겼다. 이보다 더 줄일 수는 없을 정도이다. 어디 뭐가 들었나 꺼내보면 이렇다.

카메라살림

이게 전부이다. 그야말로 최소한으로 꾸린 카메라 살림이다. 기본적으로는 24-240으로 모두 담을 것이고, 광활한 장면을 만나게 되면 24mm로는 답답할 것이므로 이때를 대비해서 16-35가 반드시 생각날 것이라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챙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배터리를 무한으로 먹어대는 카메라를 위해서 넉넉하게 다섯 가마니의 식량을 준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멋진 장면을 만났는데,

"배터리가 소모되었습니다"

라는 악담을 접하지 않으려면 이 방법 외에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물론 폰을 위해서 외장충전배터리 하나도 챙기긴 했지만 그것은 카메라를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생략한다. 적어도 이러한 메시지를 네 번까지는 봐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걱정마라! 내 주머니에는 아직도 네 척의 배가 있으니~!"

이렇게 단촐한 살림을 꾸리고서도 든든한 것은 카메라를 믿기 때문이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믿음을 져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감으로 인해서이다. 아마도 다음 달에는 A9가 시판에 들어갈 모양이다. 가격은 못 되어도 500만원은 훌쩍 넘겠지. 그렇지만 전혀 탐나지 않는다.

이미 코엑스에서 눈도장을 찍어 뒀다. 으음.... 넌 나와는 인연이 없겠구나....

_DSC3859

도를 통해서가 아니다. 그 녀석은 천만다행(!)히도 화소가 절반이라는 것이다. 속도를 위해서 화소를 줄였으니 화소놀이를 좋아하는 낭월에게는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천만 다행이다.

그러나......

아마도 가을 쯤에서는 'A9R'이라는 이름이 카메라 사이트에 등장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것은 점을 쳐보지 않아도 안다. 소니의 사이클이 그렇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때가 문제이다. 아마도 그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딧세이에서 풍랑을 만나서 휘청이는 배와 같은 마음이 될 것임을 잘 알겠기 때문이다.

 

_DSC7503

일단 비행기랑 놀기~!

공항에서는 비행기랑 노는 것이 당연하지. 집에서는 하늘 높이, 적어도 10000m이상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면서 찍어 보겠다고 낑낑대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놀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것도 한 대가 아니라 지천으로 널린 각종각양의 비행기라니~ 이보더 더 신나는 놀이가 어디 있단 말여~!

_DSC7504

기장인지, 부기장인지는 몰라도 조종석에 앉아서 항공일지를 보고 있는 것도 보인다. 이 모두가 24-240의 공덕이다. 인물도 멀끔하게 잘 생겼구나.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당겨지느냐고? 그야 당기는대로 당기고서 나머지는 라이트룸에서 다시 당기면 된다. ㅋㅋㅋ

_DSC7513

엔진도 구경하고.... 이 녀석이 돌아주니 비행기가 날아간다고? 적어도 800~900km로 날아줄테니 또한 그 공덕이 크다. 이렇게 공덕타령을 하면서 공항놀이터를 누비고 있다.

_DSC7529

그러다가 심심하면 내부도 살펴보면 된다.

어? 이렇게 빈 자리가 많은가? 왜지?

오호~! 환상적인 10일의 연휴를 보내고 난 다음이라서로군. 그래서 또 하나 깨닫는다. 여행은 연휴가 지난 다음에 떠나야 한다는 것을. ㅎㅎㅎ

_DSC7531

이렇게 한가로운 풍경이 오히려 새삼스럽다. 특히 화룡점정~!

홀로 골똘하게 뭔가를 보고 있는 나그네의 모습이 그림을 살려 주는 구나. 이런 것은 여행잡지에 실려도 될 풍경인걸~!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면서 잘도 논다. 아싸~! 시간도 그 사이에 40분이 지났구나. 이제 놀 시간도 얼마 안 남았네.... ㅋㅋㅋ

_DSC7534

비행기를 지탱하고 있는 앞바퀴가 보인다. 바퀴가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켜놓은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재미있다. 바주카포 같은 느낌도 들고, 행성 관측 망원경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뭔가 매달려 있잖아?

_DSC7534-3

저게 뭘까? 점검에 필요한 연장 같기도 하고..... 여하튼 보물찾기를 한 기분이 들어서 또 재미있다. 거대한 비행기를 받치려면 쇼바도 매우 강력하겠구나.....

_DSC7539

그러는 사이에 비행기는 계속 착륙한다. 움직이는 것이 있으니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그래서 눈길이 가는 곳에 렌즈가 가고, 렌즈가 가는 곳에 셔터도 따라가는 것이 자연스런 이치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 옆으로 뛰어 가서 사진을 찍고 싶지만 지금은 잠시 갖혀있는 신세이니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할 밖이다.

_DSC7550

비행기를 보다가 지루하면 또 통로로 나가 본다. 아이가 신나게 뛰어가는 것도 담아본다. 어딜 가는 거지? 화장실? 여하튼 길은 잃지 말거래이~!

_DSC7552

아직 시간은 안 되었지만 혹시 비행기에 오를 준비를 하는 모습이 있나 싶어서 또 문 앞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열심히 탑승권 정보를 수신하고 있는지 차르륵 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아마도 공항놀이를 끝낼 시간도 멀지 않은 모양이다.

_DSC7559

'엇, 이 비행기는 역주행, 아니 비행을 하는 군...' 하면 안 된다. ㅋㅋㅋ

사진을 좌우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한쪽으로만 계속 착륙하는 것이 심심하니까 이렇게 방향을 바꿔보기도 하는 것이다.

_DSC7565

통로에서 오가는 사람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비록 스쳐지나갈 뿐이지만, 누가 또 아는가, 옷깃이 스치는 것도 과거 500생의 인연이라는데 어쩌면 언젠가 서로에게 어떤 인연을 맺었을 수도.....

_DSC7565-2

문득, 바닥을 보니 열심히 공부하는 제자들이 생각난다. 음양의 이치가 그 곳에 보여서이다. 이런 것을 또 그냥 두면 안 된다. 선생의 직무유기인 까닭이다. 자, 일러라~! 어느 것이 음이고, 또 어느 것이 양이냐~! 그리고 왜 그러하냐?

_DSC7567

이게 뭔지는 설명이 필요 없지 싶다. 그래도 사진을 찍는다. 왜냐하면 낯서니까. 그리고 왜 이러한 그림을 여기에 붙여놓게 되었을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만한 이유가 없이 이렇게 하진 않았을 것일 터이다.

습관이란......

우리는 흔히 재래식이라고 한다. 멋있게 불러봐야 퍼세식, 혹은 푸세식이다. 지독한 냄새와 함께 해야 하는 시골스러운 환경이고, 중국에서는 여전히 변방으로 가면 이러한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최신의 설비로 만들어 놓은 변기가 있음에도 왜 이러한 행위를 하지 말라고 금지표시를 붙여 놨을까? 그것은 바로 습관으로 인해서일 것이다. 처음에 수세식 변기에서 일을 보시려던 어르신들께서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는 불평을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쪼그리고 일을 보던 환경에서 살아왔다면, 이렇게 엉덩이를 붙이고는 원하는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로 인해서 저 포즈를 취하게 되었을 것이며, 그로 인해서 사방으로 튀었을 오물을 떠올려 본다. 청소하는 사람들의 곤란함을 그도 모를 바가 아니었겠지만 어쩔 수가 없었을 게다.

여행에서 화장실의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엄청 큰 고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아무 곳에서나 적응을 잘 하는 자신의 몸에 대해서 새삼 감사하는 것을 화장실에서 깨닫게 될 줄이야....

문득 중국 여행 중에 만났던 공동화장실이 떠오른다. 벽이 없는 곳에 똥이 떨어질 구멍만 나있는 화장실에서 서로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것이 어찌 그리도 낯설던지.... 나오던 것도 도로 들어가고 말게 생긴 그러한 환경도, 한 보름 돌아다니면 그럭저럭 적응이 되더라는....

그리고 적응을 해야만 살아갈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동화(同化)되는 것이 또한 삶이라는 것을 생각해 봤었는데, 그러한 것이 순식간에 잘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아랫배가 터질 듯이 아프면서도 배설이 되지 않는 고통을...... ㅋㅋㅋ

_DSC7571

그럭저럭 시간이 되어서 일행들에게 돌아가니 이렇게들 자리를 지키고 얌전히도 앉아서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하지는 않았다. ㅎㅎㅎ

_DSC7579

둘째가 엄청 큰 비행기라고 하기에 바라보니까 과연 큰 비행기다. 이층으로 되어 있는 비행기에 엔진도 네 개나 붙어 있다. 오호라~! 저건 집에 가서 반드시 찾아봐야 해~!

네이버 나와라 오버~!

에어버스a380

에어버스 A380이라는 것을 또 알게 되었다. 점보버스라고도 하고, 수퍼점보라고도 하는 것으로 최대로 큰 것이라는 부연 설명이 붙어있는 것을 보면 짐작을 해 볼 수가 있겠다. 프랑스에서 만든 것이라는 것도 겸해서 확실히 해 둔다.

airbus_a380-861_korean_air_9_cftour_doumy2009

네 개의 엔진이 특징이어서 확인을 하기가 쉽군. 모든 좌석을 일반석으로 할 경우에는 1천명도 태울 수가 있다고 하니까 가히 크긴 큰 모양이다. 내부에 대한 시설도 궁금하신 벗님은 직접 검색해 보기 바란다. 낭월의 친절은 딱 여기까지인 고로. ㅋㅋㅋ

_DSC7595

저 육중한 비행기가 창공을 날아 오르는 것도 장관이겠지만 소음도 적고 시설도 안락해서 날으는 호텔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니까 언제 기회가 오면 한 번 타봐야 하겠다.

_DSC7605

드디어,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되었다.

_DSC7608

비행기가 서서히 활주로를 향해서 가는 동안에도 아직은 공항이다. 그러므로 놀이도 끝난 것이 아니다. 여전히 창 밖의 공항 풍경은 재미있는 것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럴 게다. 그게 무슨 재미냐고. 그러나 재미는 생각할 나름이다. 그리고 어떤 장면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서 재미가 있고 없고로 나뉘는 것이지 대상 자체에서 재미가 있고 말고는 없다는 것을.

그럼 어디 이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하고 싶을 벗님도 계시지 싶다.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쭉 뻗은 길은 인생이다. 참 상투적이군. 조그만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원래 삶은 그런 것이다. 어디로든 갈 수가 있지만 가야 할 길은 하얀 실선을 따라야만 다른 장애물과 충돌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생각한다.

장자의 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이 떠오른다. 텅 빈 공간은 다시 절대적으로 비어있어야만 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고, 순식간에 쓸모 있음이 될 게다. 그런 생각을 하기엔 너무나 멋진 소스이다. 그러니 잠시라도 눈길을 돌릴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을.

_DSC7612

어딘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만났다. 물론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다. 그리고 무사히 안착을 한 것에 대해서 모두는 감사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탄 이 비행기도 무사히 타이완의 도원 국제공항에 착륙하게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_DSC7647

마지막으로 엔진이 굉음을 내면서 덜덜거린다. 아마도 땅을 떠나야 할 순간이 다가 온 모양이다. 언젠가는 땅을 떠나야 하겠지만 그 체험을 지금 이렇게 육신으로 생생하게 느껴보는 것이 또한 짜릿하다.

이제 공항놀이터는 끝나서 어떻하느냐고? 그렇긴 하지만 아직도 연구를 할 것은 남았으니 절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

_DSC7664

발 아래로 펼쳐지는 인천공항.....

낭월이 한 시간 여를 놀았던 놀이터...

이제 한 바퀴 선회하면서 목적지를 향해서 날아간다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창 밖에 보이는 건?

_DSC7675

'HL7534'라고 쓰여진 날개가 보인다.

그래 내친 김에 이 족보에 대해서도 참 찾아보자. 뒤적뒤적, 아니 클릭클릭.....

20170516_165352

앗~!

그러니까 이 녀석은 작년에 문제가 생겨서 엔진을 교체했단 말인감?

에고~! 모르고 탔기에 망정이지. 알았더라면 찝찝할 뻔 했군. ㅋㅋㅋ

이렇게 5일간의 길을 떠나면서 잠시 공항에서 놀았더라는 이야기이다.

도대체 이러다가 언제 대만 이야기는 해 줄 거냐고 하실 벗님도 딱 두 분은 계시지 싶다. 그러나 서둘지 마시라, 결국 대만 이야기가 나오게 될 수밖에 없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