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의 일몰

작성일
2017-05-08 08:30
조회
1107

금강(錦江)의 일몰(日沒)을 찍고자.....


 

 

언제부턴가 금강의 일몰을 찍어보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산으로 오르는 길을 몰라서 차일피일 하고 있었는데, 문득 한 마음이 일어나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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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진사이트에서 발견한 이 장면을 보면서 언젠가는 꼭 내 컴퓨터에도 이 장면이 담긴 사진을 포함시키겠노라고.......

그리고는 작정하고 나서니까 길은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벼르다가 세월이 다 흘러가므로 일단 저지르고 봐야 한다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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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사에서 출발하면 불과 20여분 되는 18km에 떨어져 있는 거리이다.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사진 포인트가 있다는데 안 가볼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미세먼지가 있다는 주의보를 받았지만 그냥 길을 나섰다.

금강은 아름다운 강이란다. 오죽하면 비단금(錦)이겠느냔 말이지. 장수군의 신무산(, 897m)에 있는 뜬봉샘에서 발원해서 장항으로 흘러서 서해로 들어가는 강의 길이는 총 401km란다. 그야말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천리길이다. 언제 맘이 일어나거든 뜬봉샘도 한 번 가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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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을 돌아서 세종시를 거친 다음에 공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청벽(靑壁)이 오늘 사진을 찍어 보겠다고 길을 나선 목적지이다. 그런데 청벽은 창벽(蒼壁)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동네는 청벽이고, 산은 창벽산인데 뜻으로 봐서는 모두 푸를청(靑), 푸를창(蒼)이니 같다고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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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청벽에는 가볍게 도착을 했지만, 산을 올라가야 한다. 그렇지만 그리 높은 산은 아니라기에 화인과 호연 부부를 꼬드겼다. 멋진 사진 명소가 있는데 안 가볼 수가 있겠느냐고 하는 말에 따라 나섰지만, 어쩌면 싸부가 사진 찍으러 가겠다는데 거절을 할 수가 없어서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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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높지 않은 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산 길이고 제법 가파른 길이었다. 그래도 계룡산을 오르는 것에 비하면 뭐.... 호시뺑뺑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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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등산하는데 안전하라고 줄까지 매어놨군. 어허~ 느낌이 싸~하다. 오죽 가파르면 줄을 매어 놨겠느냐는 편인의 부정적인 심리가 바로 발동해서이다. 그래도 천천히 오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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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전화는 받는 화인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그렇게 청벽산, 아니 진날산을 올랐다. 청벽산이겠거니.... 했는데 또 그 앞에 강쪽으로 솟은 봉은 진날산이란다. 여하튼 낭떠러지 위에 올라가야 전망이 좋을 것은 당연하다고 하는 간단한 경험적인 공식이 있음에 부지런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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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기가 거기네~!

막상 올라와 보니까 그렇게 힘든 길은 아니었다. 앞이 탁 트인 것이 정말 금강의 조망처로는 최고라고 해도 되지 싶었다. 이미 사진객(寫眞客)이 자리를 잡고 시계를 보고 있었다.

낭월 :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진객 : 아, 조용하게 찍을라나보다 했더니... 어서오세요~!
낭월 : 여기가 포인트가 맞는 거지요?
진객 : 와 보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입니다.
낭월 : 아 그러십니까? 어디에서 오셨어요?
진객 : 광주에서 왔습니다. 지나는 길에 한 번 와보고 싶던 자리라서요.
낭월 : 그러셨군요. 저는 산 너머 논산에서 왔습니다. 멀리서 오셨네요.
진객 : 그런데.... 미세먼지가 아무래도 장애물이지 싶습니다.
낭월 : 미세먼지가 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통거주지를 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먼저 온 사람이 삼각대를 세웠으니 그 옆에 세우면 최상일 것이라는 짐작을 하고는 삼각대를 펼쳤다. 그것을 본 사진객이 화들짝 놀란다.

진객 : 어? 허수룩하게 봤더니 제대로 사진가네요~!
낭월 : 아, 잘 보셨습니다. 삼각대만 제대로입니다. 하하하~!
진객 : 장비를 보니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셨습니다. 하하~!
낭월 : 고맙습니다. 그야말로 장비빨이네요. 

그 이유를 안다. 사진가에게 삼각대의 명품은 자타공인 「짓쪼(Gitzo)」이다. 그리고 그것을 짊어지고 갔으니까 그것만 보고서 알아주는 척을 해 준 것일게다. 사실 카메라를 보면 소니잖여. 소니는 가전제품이라는 선입견이 여전한 것이 케니아저씨들의 고정관념이다. 케니는 케논과 니콘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왠 영감이 소니 카메라 하나 달랑달랑 목에 걸고 젊은 두 사람을 데리고 왔으니 보나마나 동네 아저씨가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사진을 찍는 방법에 대해서 수다스럽게 소란을 피우겠다는 생각을 했을 법도 했다. 여하튼 솜씨가 없으면 물건이라도 제대로 들고 다녀야 한다는 명품절대값의 진리는 여전히 존재하는 모양이다. ㅎㅎ

그런데.... 앞을 보니 솟은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에 다른 사진가도 한 사람 올라왔다. 한 손에는 삼각대를 들고 가방 큼지막하게 짊어지고 온 폼이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데 그 바위가 맘에 들어서 내려가봤다. 딱 삼각대 하나 펼쳐놓을 자리였다.

낭월 : 저 바위 앞도 괜찮아 보이는데요? 렌즈에 안 걸립니까?
진객 : 괜찮습니다. 그렇잖아도 그 자리가 맞기는 맞습니다.
낭월 : 그렇다면 이동을 해 보겠습니다.

어쩌면.... 그 사진객은 고소공포증이 낭월보다 쪼매~ 더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서 선점에 들어갔다. 또 누군가 와서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왠지 마음이 아플 것같은 마음이 스물스물 피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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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선을 봤다. 오호~! 맘에 든다. 시야에 걸리는 것이 더욱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 자리에 삼각대를 고정하고는 멋진 풍경이 나올 시간대를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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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사진들(모델이 낭월인)은 동행한 호연과 화인이 찍은 것이다. 그래서 출사(出寫)는 동행이 있어야 더 재미있는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해야 하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가 있도록 장면을 남겨주니 얼마나 고맙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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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부터는 낚싯대를 드리웠으니까....

대어가 물리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헤밍웨이가 생각난다......

3일 동안 고기 한 마리도 못 잡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은.....

참 거창하다. 무슨 노인과 바다까정 들먹이면서.... ㅋㅋ

놀면 뭐하노.... 이렇게 스케치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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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를 돌아다 보니까 그 사이에 삼각대가 다섯이 줄을 서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일요일이어서 더 사진가들이 많았던가 싶다. 다음에는 평일에 와야지.... 싶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아무래도 제대로 된 풍경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이 와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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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물이 차가울텐데 보트를 이용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오간다. 수상스키를 타고 노는 장면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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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은 다 되어 가는데, 멋진 풍경에는 미세먼지만 가득하다. 이것은 하늘이 돕지 않는 것인지, 일진이 사나운 것인지, 한 번 더 오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오늘은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 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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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를 바꿔서 최대한 넓은 장면도 하나 담았다. 이제 슬슬 삼각대를 접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까닭이다. 서산으로 해가 넘어간다. 일몰후 30분의 기대감을 갖는 것은 삼각대 족이 모두 갖는 것이지만 오늘은 틀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미련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정리를 할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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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짐을 싸라고 일진광풍(一陣狂風)이 일어난다.

그 장면을 보면 또 제주도의 김영갑 선생이 생각난다. 그래서 선생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것도 한 장 담았다. 그래놓고는 호들갑을 떤다.

"이봐~! 바람을 사진에 담을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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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산을 올라온 본전 생각이 나서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다 보니 화인이 짐쌀 조짐을 알아채고는 마무리 샷을 날리고 있었다.

낭월 : 화인아, 그만 접을까?
화인 : 잘 생각하셨습니다요~!

기다렸다는 듯이 넙죽 받아 먹는다. 저노무 화상이 이제 짐 쌀 때도 되었는데, 왜 저라고 있나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ㅋㅋㅋ

그래서 아쉬움을 뒷날로 미루고서 마무리를 했다.

언제 날이 맑은 날에 다시 와야 하겠다는 약속을 바위랑 했다.

그나마도 위안이 되는 것은 아직 태양의 각도가 덜 올라왔다는 점이다. 강을 제대로 비추려면 보름 정도..... 더 있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던 것이다. 그렇다면 5월 중순....

그래 다시 하늘 맑다는 날에 일정을 잡아야지.....

하산하는 진날산에 어둠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