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여행① 회갑기념

작성일
2017-03-19 21:0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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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여행① 회갑(回甲) 기념의 효도여행.


 

두어 달 전엔가 딸이 할 말이 있다기에 뭐냐고 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 된다.

금휘 : 엄마랑 아빠랑 어디로 여행 가고 싶으세요?

낭월 : 여행이야 어디든 좋지. 어디 가고 싶은 거냐?

금휘 : 올해 61세가 되셨으니 기념으로 일본에 가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낭월 : 일본? 왜 하필 일본?

금휘 : 그야 일본이 경비도 적게 들고 하니까요. 호호~!

낭월 : 경비 걱정을 왜 해는 겨?

금휘 : 그야, 우리가 비용을 대려고 하니까요.

낭월 : 오호~! 그러니까, 부모님이랑 환갑여행 가겠다는겨?"

금휘 : 오빠들이랑은 다 이야기 했어요.

낭월 : 그야 고마울 따름이지. 일본이라고 하니까 생각 나는 곳이 있긴 하네..

금휘 : 그래요? 그게 어딘데요?

낭월 : 구저(臼杵)에 안양사(安養寺)라는 절.

금휘 : 그게 일본 말로 무슨 이름인가요?

낭월 : 아마... 우스키라고 하던가.....

금휘 : 그럼 그 곳을 넣어서 일정을 짜 볼께요.

낭월 : 너무 무리할 것은 없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눴다. 우스키의 위치는 전에 검색해 봐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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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휘 : 그런데, 우스키에는 무슨 일이 있어서 가시려는 거예요?

낭월 : 으응, 그냥..... 혹시라도 무슨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있으려나... 싶어서.

금휘 : 무슨 흔적을요?

낭월 : 그 곳에 살았던 스님이 있는데, 이름이 경념(慶念)이었다는 군.

금휘 : 그런데요?

낭월 : 당시 안양사의 주지였던 경념스님이 정유재란때 일본 군대를 따라왔었다는 거야.

금휘 : 정유재란은 뭐죠?

낭월 : 1592년도의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5년 후에 다시 일어난 것이 정유년이잖아.

금휘 : 5년 후면 그렇겠네요.

낭월 : 옛날에 어떤 사람을 통해서 내가 일본군을 따라 왔던 스님이라잖아.

금휘 : 아, 그랬어요? 그럼 전생의 흔적을 찾아서 가 보고 싶으셨나요?

낭월 : 그냥.... 그 말을 듣고 나서는 왠지 모르게 궁금... 하긴 했지.

금휘 : 그 사람이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잖아요?

낭월 : 물론이지. 다만 여러 가지 정황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금휘 : 그 정황이란 것이 뭐예요?

낭월 : 그 사람의 말이, '아마, 일본은 쳐다도 보기 싫을 거다.' 했는데 맞거든.

금휘 : 그것만 갖고서 어떻게 믿어요?

낭월 : 또, 중국에 가보고 싶었다고 하는데, 나도 중국은 많이 다녔잖아.

금휘 : 그야 벌써 몇 년 전이예요. 제가 초등학교 때에 여행 했잖아요.

낭월 : 물론 대만까지 포함하면 몇십 차례인지도 모르지.

금휘 :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막연하잖아요?

낭월 : 내가 의학에 관심이 있어서 황제내경도 보고, 침술도 배워서 엄마 놔드리잖아.

금휘 : 그럼 그 경념 스님도 의술에 대해서 조예가 있었겠네요?

낭월 : 그러니까 말이지.

금휘 : 그렇다면 오히려 일본을 더 가보고 싶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낭월 : 그래서 나도 그 도사에게 물었지. "그렇게 일본이 싫은 이유가 뭐냐?"고.

금휘 : 당연하죠. 그런데 그 도사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낭월 : 일본군대의 잔인무도한 모습에 치를 떨어서 일본을 향해서는 오줌도 누기 싫다네.

금휘 : 우와~! 그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 하겠는 걸요.

낭월 : 그러니깐. 너도 알다시피 내가 얼마나 의심이 많아. 그래도 왠지 수긍이 가더라구.

금휘 : 그런데 왜 한국에 태어났는지는 안 물어 보셨어요?

낭월 : 당연히 그것도 물어 봤지.

금휘 : 그랬더니요?

낭월 : 조선에 태어나서 자신의 나라에서 지은 빚을 조금이라도 갚으려고 태어났다는 겨.

금휘 :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걸요. 그래서 빚을 잘 갚고 계신 거예요?

낭월 : 물론이지.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매일 어루만지고 있잖아.

금휘 : 우와~! 그건 맞아요. 한국 사람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것에 소름이 돋았어요~!

낭월 : 네가 들어도 그렇다면 나는 오죽했겠느냔 말이지.

금휘 : 그 도사님은 어디 계시는데요?

낭월 :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어. 그래서 지금은 만날 수가 없네....

금휘 : 근데, 경념 스님 이야기는 어디에서 찾으신 거예요?

낭월 : 그건, KBS에서인가, 임진왜란 관련 다큐를 보다가 알게 되었지.

금휘 : 아, 그랬군요. 어떤 기록이 있었대요?

낭월 : 경념 스님이 남긴 조선종군기록인 「조선일일기(朝鮮日日記)」가 나온 거야. 

금휘 : 기록이라면 일기장이란 말인가요?

낭월 : 그렇지, 생전에 울산성이나 남원성 등지의 비참한 조선인 모습을 적어놓은거지.

금휘 : 조선 사람의 시야가 아니라, 일본 사람의 눈으로 본 이야기네요.

낭월 : 맞아, 그래서 기록을 좋아하고 글쓰기 좋아하는 것도 닮았다고 생각했지.

금휘 : 듣고 보니까 정말 그렇기도 하네요. 그런데 일본은 한 번도 가고 싶지 않으셨어요?

낭월 : 그랬지. 일본 말은 한 마디도 배우기 싷었거든.

금휘 : 그런데, 이제 여행을 생각해 보니까 경념 스님이 생각 나신 거네요?

낭월 : 문득 생각이 나는 군. 태어난지 60년이 지나서 한 번 찾아가 볼까?

금휘 : 그런 이유라면 한 번 가볼 수도 있겠어요. 알았어요.

낭월 : 이런 기회에 한 번 가보는 것도 어쩌면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는구먼.

금휘 : 그럼 일정으로 만들어 볼께요.

이렇게 해서 팔자에도 없는, 아니 이쩌면 팔자에 있을 수도 있는 일본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일정은 3남매가 서로 쑥떡쑥떡하면서 궁리를 하는 모양인데, 그리고는 또 관심이 없어져서 잊고 있다시피 했다.

그리고, 또 한 참을 지난 다음에 비로소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웠다면서 3월 13일에 출국해서 여행하고 18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5박6일을 잡았다고 알려 준다.

여느 때 같았으면 이리저리 자료도 찾아보고 했을텐데, 별로 관심이 없어서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움직이기로 하고, 그야말로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따라다니기로만 했더니 참으로 속 편한 여행이 되었다.

처음에는 구체적인 일정도 몰랐는데, 여행을 마치고 돌이켜 보니 돌아다닌 여정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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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돌아다닌 여정을 정리해 보니.....

후쿠오카(福岡)에 도착해서, 차를 빌린 다음에, 기타큐슈(北九州)에서 1박.

동부로 남행해서 우스키(臼杵)를 거쳐 유후인(由布院)의 탕평온천에서 2박.

유후인을 둘러보고, 벳푸(別府)를 구경하고, 나가사키에서 3박.

나가사키 구경하고 사세보(佐世保)의 야경도 본 다음에 4박.

위로 향해서 다자이후(太宰府)를 거쳐서 하카타(博多)에서 차 반납하고  5박.

마지막으로 후쿠오카 타워를 둘러보고 쇼핑한 다음에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운전석에는 큰 아들이 앉아서 차를 몰고,

조수석에서는 딸이 지도를 보면서 가이드를 하고,

작은 아들은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리면서 행선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그야말로 환상의 콤비를 따라서 여행길에 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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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를 하는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항상 여행을 갈 때는 앞에서 지도를 품에 안고 길을 찾아 다녔었지..... 언제부턴가는 지도에서 폰의 구글지도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맡은 일은 같았는데.

이제 세월이 흘러서 그 일을 딸에게 넘기고는 편안하게 따라 다니기만 하면 되니, 이것이 아마도 격세지감인가 싶기도 하다. 어디로 가든 전혀 걱정하지 않고 따라다녀 보니까, 과거에 낭월과 일행이었을 여러 가족들의 마음도 이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삼 뿌듯했다.

이제, 이번 여정에서 나름대로 본 것과 느낀 것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다만, 시간의 순서로 할 것이 아니라, 사건 별(?)로 정리를 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신사에 대한 것이나, 부분적인 것이 따로 분리가 되는 것보다는 모여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이다.

혹여라도. 낭월학당의 벗님들도 환갑이 지나셨거나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험자의 자료가 후에 여행할 적에 참고가 될 수도 있으리라는 약간의 돕고 싶은 마음도 없진 않다.

사진도 몇 장 찍어 왔으니 설명을 곁들여서 활용하면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혹여 마음만 있고, 일정을 잡을 형편이 되지 않으시는 벗님들께는 동행하는 감상이라도 드렸으면 싶은 것도 한 마음 자락이다.

전생에 일본에서 살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이렇게 세월이 흐른 다음에 그러한 가상의 주제를 갖고서 나들이를 하는 것도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단 여행의 이름은 「낭월의 전생을 찾아서」라고 붙여놓기로 한다.

그냥, 생각이 나는대로 손길이 가는대로 적어보는 것이니 경험한 것이 모두 최선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음을 말하면서 혹시 모를 후환을 피하려는 대비를 한다. ㅋㅋㅋ

다만 실제 상황은 경험이고, 생각은 낭월의 자유로운 상상임을 보증한다. 그러면 이제 낭월의 환갑여행에 동참해 보실 벗님은 함께 길을 나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