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 제31장. 생존력(生存力)/ 6.밥그릇

작성일
2022-01-25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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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제31장. 생존력(生存力) 


6. 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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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푹 자고 나니 새날이 밝았다. 절기는 어느덧 여름이 막바지인 입추시(立秋時)는 오늘 사시(巳時)였다. 문득 강의에 대한 주제로 가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춘매가 정성스럽게 차려 준 아침밥을 먹었다.

“스승님은 식성(食性)이 무던하셔서 무엇이라도 잘 드시니 모시기도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호호호~!”

춘매가 자원과 오광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오광이 문득 생각이 나는 것이 있어서 물었다.

“참, 스승님께 궁금한 것을 여쭙습니다. 음식을 대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품을 헤아릴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성품이 원만한 사람은 무엇이라도 잘 먹고 가리는 것이 특별히 없다고 하면, 다소 까탈스러운 사람은 음식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행동을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성품(性品)을 가늠하기에 의미가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그렇다면 사주의 십성(十星)에서 먹는 것은 식신(食神)이지 않습니까? 왜 내가 생(生)하면서 음양도 같으면 이러한 이름이 붙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십성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식성에 대해서 말이 나오니까 다시 그 생각이 났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스승님의 설명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하물며 신(神)이 붙어 있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그야 무엇이 어렵겠는가만, 오늘 공부의 주제로 삼으면 어떨까? 지금 밥상에서 간단하게 설명하기에는 너무 긴 이야기가 될 테니까 말이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춘매도 한마디 거들었다.

“먹는 이야기가 나오면 제자들도 기뻐할 거에요. 식신에 깃들어 있는 이야기를 속속들이 파헤쳐서 시원하게 풀이해 주실 테니까요. 호호~!”

아침을 먹은 다음에 제자들이 오기까지 우창도 오늘 이야기를 해 줄 내용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조용하게 차를 마셨다. 요즘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다가 문득 춘매를 불렀다. 그러자 설거지를 하고 있던 춘매가 젖은 손을 닦으면서 재빠르게 우창의 방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스승님, 부르셨어요? 무슨 말씀이라도 있으신가 싶어서 얼른 왔죠.”

그러자 우창이 앉으라고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갑작스럽게 환경이 달라지는 바람에 누이에게 누이라고 하지 못하고 춘매라고 말하자니까 내 맘이 마냥 편치만은 않네. 혹 누이가 서운하지나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서 마음이 쓰이네.”

우창이 모처럼 시간을 내어서 춘매의 마음을 배려하자 춘매도 앉으면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야, 말하지 않아도 다 알지, 오빠가 ‘춘매야’라고 하면 내 귀에는 ‘누이야’로 들리는데 뭐가 문제지? 중요한 것은 호칭이 아니라 마음이잖아? 호호호~!”

우창이 말없이 찻잔을 들어서 춘매에게 건넸다. 받아 든 춘매가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말했다.

“오빠, 지난겨울에는 겨울대로 행복했고, 지금은 지금 이대로 너무 행복해. 제자들이 찾아와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며, 오빠의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니까. 그러니까 1푼도 그런 생각은 하지 말고 더욱 지혜로운 가르침을 나줘주는 것에 마음을 쓰면 되는 거야. 알았지?”

“그래, 하하하~!”

“스승님 차가 향기롭사옵니다~! 호호~!”

우창이 말없이 춘매의 손을 꼭 쥐었다. 춘매의 손에서 파르르~ 떨림이 전해진다. 춘매가 우창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느낌에 대한 진동이었다. 그 진동에서 우창은 춘매에게 갖고 있었던 미안함도 모두 털어버릴 수가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참으로 생각이 깊은 춘매라는 것이 대신 들어앉게 되었다.

“스승님 제자들이 올 시간이 되었어요. 어서 준비하세요.”

이렇게 말하고는 춘매도 공부 준비를 하러 갔다. 우창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찬물로 얼굴을 씻고는 잠시 정좌(靜坐)하고 마음의 평온함을 즐겼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모범(模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약간은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대략 이각(二刻:30분)이 지났을까 오광이 문을 두드렸다.

“스승님, 제자들의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아, 그런가? 알았네.”

우창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자들이 있는 큰방으로 가서 우창을 바라보는 제자들의 앞에 섰다. 그러자 갑자기 채운의 낭랑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스승님께 경례~!”

예전에 없었던 일이라서 우창이 어리둥절했다. 그러자 제자들이 일제히 공수를 하면서 말했다.

“스승님, 평안하셨습니까~!”

아마도 누군가의 주도(主導)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스승에 대한 예법을 나름대로 만들었나 싶었다. 우창도 그 의미를 알고는 마주 공수하며 답했다.

“여러분도 편안하셨습니까~!”

이렇게 하나씩 형식을 갖춰가고 있는 오행원이었다. 아침에 우창이 차를 마시고 있던 시간에 큰방에서는 제자들끼리 의논해서 채운을 제자들의 대표로 뽑았다. 가장 왕성하게 질문하고 발언하다가 보니 다른 제자들도 아무런 이견이 없이 채운에게 그 일을 맡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스승님과의 소통이 필요하게 되면 채운에게 이야기를 함으로써 의견을 전할 수가 있는 기능도 겸하게 된 셈이다. 우창도 미소로 그 의미를 수용했다. 채운이 우창에게 말했다.

“스승님께서 어제 무산 선생과 나눈 대화를 통해서 많은 이치를 깨달았어요. 다섯 단계의 과정을 통해서 점차로 변화하거나 유지하는 여정(旅程)을 손에 쥔 듯이 선명하게 이해하게 되어서 귀가를 해서도 흥분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제자들이 간단하게나마 아침에 스승님께 합동으로 문안 인사를 드리기로 했어요. 어리둥절하셨죠? 호호호~!”

그 말에 우창이 답했다.

“그런가 싶었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로 그대들을 설레게 해야 할지 지레 걱정부터 되는 것은 온전히 내 책임이겠지? 하하하~!”

“무슨 말씀이세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생각이 나는 대로 말씀만 해 주시면 그것이야말로 최상의 가르침인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시려는지 또 궁금해져요.”

“아, 오늘 아침밥을 먹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데, 오늘은 밥그릇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싶었다네. 먹고 사는 밥그릇이 무엇인지 채운이 말해 보려나?”

“예? 밥그릇이라니요? 밥을 담아 먹는 주발(周鉢)을 말하는 것인가요?”

“뭐, 그것도 해당하겠지만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것은 저마다의 밥그릇에 대한 것이라네.”

“아, 때가 되어서 먹는 밥이 아니라 누구나 태어나면서 타고나는 밥그릇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 의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았네. 바로 그 밥그릇은 무엇일까?”

채운이 잠시 생각을 하고는 우창에게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이 좀 엉뚱하게 들리기는 했으나 잠시 생각해 보니까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한 이야기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밥을 만들어 먹는 능력이 없다면 생존을 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명학(命學)에서 밥그릇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이러한 방향으로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어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인내심 하나는 무척이나 많은 우리 제자들은 스승님의 말씀을 기다리도록 하겠어요. 호호호~!”

채운이 우창에게 밥그릇 이야기를 듣겠다고 떠다미는 것을 보고는 우창이 미소를 지었다. 과연 총명한 제자였다. 왜냐면 무슨 의도로 갑자기 밥그릇이라는 말씀을 하는지도 모르겠거니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때에는 스승의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채운이었다. 우창도 그 의도를 눈치채고는 답을 요구하지 않고 밥그릇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여러분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식신(食神)에 대한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하늘이 먹을 것을 내려준다고 하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막상 현실적으로는 굶주려서 생명을 잃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것도 다 믿을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이네요. 과연 식신은 왜 이름에 신령스러운 신(神)이 붙어 있을까요? 비견(比肩)과 겁재(劫財)는 다분히 주체적인 의미가 되는데 갑자기 신(神)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여 물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비로소 채운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얼른 우창의 말을 받아서 말했다.

“아하~!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한 것이 식신이었군요. 무슨 의미인지를 몰라서 선뜻 말씀을 드리지 못했잖아요. 호호호~!”

“아, 그랬던가? 그렇다면 이제 말해 보시려나?”

“제자의 소견으로는 식신은 내가 생(生)하면서 음양이 같은 것이에요. 물론 이것은 모두 알고 계시지 싶어요. 내가 생하는 것을 설기(洩氣)라고도 하고, 누기(漏氣)라고도 하지만 책에 따라서는 도기(盜氣)라고도 해요. 사주의 구성에 따라서 식신의 의미는 음양으로 나뉘는 것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가? 좀 더 쉽게 말을 하면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말하자면 누기와 설기(洩氣)의 차이를 말해 보란 뜻이네.”

“스승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문득 그림이 떠올랐어요. 이렇게 해 볼게요.”

이렇게 말하면서 채운이 붓을 들어서 종이에 그림을 하나 그렸다. 모든 사람의 눈이 한곳으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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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다 그려놓은 채운이 말했다.

“물통을 일간(日干)이라고 할 수가 있어요. 물통의 물이 가득 차면 넘치겠지요? 이렇게 해서 넘치는 것을 설기(洩氣)라고 한다고 하겠어요. 그런데 물통에 구멍이 나 있다고 하면 물통의 물이 가득 차지 않아도 새어 나올 수가 있지 않겠어요? 이러한 구멍으로 새 나온다면 이것을 누기(漏氣)나 도기(盜氣)라고 할 수가 있죠.”

채운이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물었다.

“아니, 설(洩)도 새어나간다는 의미가 있는데 그것만으로 의미가 구분되는 것으로 봐야 할까?”

“맞아요. 스승님의 말씀대로 설(洩)에 샌다는 뜻도 있기는 해요. 다만 통에서 나가는 물은 새는 거죠. 다만 흘러넘쳐서 새어나가느냐, 아니면 넘치지 않고 새느냐는 차이죠. 여기에 가장 큰 구별(區別)이 있어요.”

“어떻게 구별이 된다는 것이지?”

채운이 더욱 낭랑한 음성으로 차분하게 설명했다. 물론 우창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은 다른 제자들이 잘 들을 수가 있도록 배려해서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릇을 채우고 넘치는 것을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퍼주는 것도 있으나 자신도 사용하기에 부족한 것을 누군가 그것을 훔쳐 가는 바람에 잃게 되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가 있으니까요.”

“오호~! 기가 막힌 말이로군. 넘치는 것은 아깝지 않지만 부족한 것을 나눠주거나 도둑맞으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겠네.”

“물론이죠. 그래서 누기(漏氣)를 도기(盜氣)라고도 해요. 기운을 도둑맞았다는 의미가 되는 셈이죠. 호호~!”

“그러니까 적선(積善)하는 것과 절도(竊盜)를 당하는 것의 차이로 이해하면 되겠네. 말하자면 식신에도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는 말이지?”

채운은 우창이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제자들을 위해서 짐짓 물어주는 것임을 알았지만 그 의도를 살리기 위해서 짐짓 모른 체하고서 답했다.

“맞아요. 강한 일간의 식신은 설기가 되어서 설기정영(洩其精英)이라고 하게 되지요. ‘그 빼어난 아름다움을 겉으로 드러 낸다’고 말하니까 이것은 매우 좋은 의미가 된다고 하겠어요. 반대로 약한 일간의 식신은 도기(盜氣)가 되어서 도기무력(盜其無力)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도기무력이란 말은 기운을 도둑맞아서 힘이 없다는 뜻인가? 그건 처음 들어보는 말인걸.”

“아마도 그러셨을거에요. 제자가 지금 막 지어낸 것이거든요. 호호호~!”

“그야 아무렴 어떤가. 뜻만 전달된다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지. 무슨 의미인지 분명히 알겠네. 그래서 어떻게 되는지 그다음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군.”

“일간이 강해서 넘쳐나는 기운이라 설기정영으로 빼어난 기운을 갖게 되는 사람은 스스로 밥을 지어 먹어요. 그렇지만 같은 식신이라도 무력한 일간이라면 스스로 지어먹지 못하고 남이 지어놓은 밥을 얻어먹는 것과 같다고 할 수가 있어요.”

“아니, 그건 좀 이해가 되지 않는걸.”

“예? 무엇이 이해되지 않으시는지요?”

“일간의 강약과 무관하게 이러나저러나 일간(日干)이 생(生)하는 것인데 하나는 스스로 만들어 먹고, 또 하나는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네.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줘보려나?”

“간단해요. 이것이 식신(食神)의 음양(陰陽)이니까요. 양의 식신은 넘쳐나는 기운을 말하고, 음의 식신은 새어나가는 기운을 말한다고 하겠어요.”

채운의 말에 이야기를 열심히 들으면서 생각에 빠져있던 수경이 채운에게 말했다.

“아하~! 참 재미있는 이야기네. 그러니까 갑목(甲木)을 예로 들어서 병(丙)을 만나면 양의 식신이고, 을목(乙木)의 경우에 정(丁)을 만나면 음의 식신이 된단 말이지?”

수경의 말에 채운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무슨 말이에요. 호호호~!”

“그게 아니었어?”

“아니에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같은 식신이라도 일간의 역량(力量)에 따라서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는 이야기죠.”

“아, 내가 착각했구나. 이제 이해 했어. 종전에 알기로 식신생재(食神生財)는 모두 좋은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오늘 동생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어. 차근차근 설명해 줘봐. 매우 중요한 이야기라서 자세히 듣고 싶네.”

우창에게 말하던 채운이 수경이 묻는 말에 더욱 신명이 나서 말했다.

“언니가 이야기에 동참해 주시니 고마워요. 채운도 부족하지만 생각할 수가 있는 대로 의견을 말씀드려 볼게요. 부족한 것이야 스승님의 보충을 기대 하겠어요. 호호~!”

“그런 공부는 또 어느 사이에 했어? 어디 상세하게 설명해 줘.”

“언니도 아시다시피 채운의 공부가 잡다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아는 것도 들쭉날쭉해요. 그래서 모르는 것은 전혀 모르고, 어쩌다 알고 있는 것은 또 약간 깊이 이해하기도 하나 봐요. 호호호~!”

수경은 대답하는 대신에 채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채운이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식신은 양면(兩面)의 도구(道具)에요. 다른 십성도 그렇다고 봐야죠. 특히 식신은 일간이 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봐야 하겠어요. 가령 스승님의 사주를 보면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져요.”

“스승님의 사주도 식신이셔? 궁금하네.”

“스승님께서도 식신에 대해서 얼마나 깊이 연구하셨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잖아요? 호호호~!”

그러면서 채운이 우창의 사주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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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채운이 적어놓자 다른 제자들도 일제히 자신의 기록장에 받아적느라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기다렸다가 모두 준비가 된 것을 보고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승님의 사주는 식신이 넘쳐나고 있으니 도기(盜氣)가 아니라 설기(洩氣)에 해당하네요. 언니도 이해가 되죠?”

“응,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식신의 양적인 작용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지?”

“맞아요. 궁리하고 연구하고 자꾸만 파고 들어가서 마침내 보석을 찾아내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우와~! 그렇게 되는 것이었구나. 동생 덕에 참으로 귀중한 가르침을 얻었어. 정말 눈이 열리는 것같잖아. 고마워.”

“그렇다면 다른 경우도 보여드릴게요. 언니의 이해에 도움이 되실거에요.”

이렇게 말하면서 채운이 다시 하나의 사주를 적었다. 다시 제자들이 일제히 사주를 적느라고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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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적을 시간을 준 다음에 채운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 보세요. 무진(戊辰)일의 경신(庚申)시는 같아요. 그런데 이 사주는 월주(月柱)에서도 식신이 겹쳐있어서 일주(日柱)가 비록 무진(戊辰)이라고 하더라도 기운이 달리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좌우에서 식신이 마구 훑어내고 있으니 일간은 감당이 되지 않아요. 이러한 경우를 도기(盜氣)라고 하면 적당하겠죠?”

“과연 그렇구나. 정말 머리에 쏙쏙 들어와.”

“그러시다면 다행이에요. 이것은 마치 허약한 어미 돼지에게 새끼가 열 마리도 넘어서 마구 달려들어서 젖을 빨아대니 견딜 수가 없는 것과 같다고 이해할 수가 있어요.”

“맞아~!”

“이러한 사주를 놓고 생각해 본다면, 스승님의 사주는 외길을 파고 들어가서 보석을 찾아내는 것으로 비유한다면, 이 사주는 여기저기 집적거리기만 하고 힘이 부족해서 더 깊이 파고 들어갈 수가 없는 것과 같다고 하겠어요. 그러니까 일생을 분주하기만 하고 막상 제대로 밥을 지어 먹을 능력을 얻기는 어렵다고 볼 수가 있는 것으로 보겠어요.”

“아, 원래 그런 것이었구나. 나는 다 같은 것인 줄만 알았지. 그렇게 확연히 달라지는 것은 몰랐어.”

“이러한 이치가 균형이겠죠? 무엇이든 지나치면 안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니까요. 그래서 설기정영(洩其精英)이 되기도 하고, 분주다망(奔走多忙)이 되기도 하죠. 비록 이름은 식신이라도 다 같은 식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인데 오늘 스승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그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랬구나. 그렇다면 일간의 힘이 넘치는 경우의 식신은 스스로 무슨 방법을 찾아서라도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고, 이 경우에는 스스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밥을 지어 먹을 수가 있다는 말이지?”

“맞아요.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내지 못하므로 부득이 다른 사람이 지어놓은 밥을 얻어먹게 되는 것이에요.”

“정말 재미있네. 그러니까 스승님은 학문적인 영역에서도 기존의 이치를 바탕으로 삼아서 자신이 새로운 깨달음을 추가해서 자신의 학문으로 창조할 수가 있다는 말이잖아?”

“그렇죠. 말씀으로 봐서는 하충 스승님과 경도 스승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삼아서 연구하셨다고 보면 되겠어요. 이러한 것이 설기정영이라고 한다는 것만 알아도 식신의 핵심을 이해한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요?”

“정말 그렇구나. 오늘 동생 덕분에 식신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네. 고마워.”

“아니에요. 채운의 덕이 아니라, 스승님을 만난 인연이죠. 호호호~!”

그러면서 정리를 해 달라는 의미로 우창을 바라봤다. 그제야 우창이 나서서 미흡한 부분을 설명했다.

“채운의 설명만으로도 식신에 대한 양면성(兩面性)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되었을 것으로 봐야겠네. 여기에 조금만 더 보탠다면, 그 식신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살펴보면 더욱 넓은 시야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네.”

“아하~! 생각났어요. 식신이 향하는 곳은 세 군데가 있죠?”

“맞아. 어디 그것에 대해서도 채운이 설명해 볼 텐가?”

“그래볼게요. 우선 일간의 힘이 넘치는 경우를 전제로 말씀드려 볼게요. 가장 아름다운 배합은 재성(財星)을 보는 것이에요. 그렇게 되면 식신생재(食神生財)가 되겠네요. 실로 비견(比肩)이나 겁재(劫財)는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에 따라서 당연히 작용이 달라진다고 하겠지만, 특히 식신을 쓸 수가 있는 사주라고 한다면 이점은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어요.”

채운이 이렇게 말하자 수경도 궁금한 마음이 구름처럼 일어나서 채운에게 다시 물었다.

“아니, 식신의 존재가 밥을 짓는 것이라고 했는데 다시 재성을 봤다면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 것이지? 정말 흥미롭네. 기대가 되는 걸.”

“언니가 재미있으시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호호호~!”

채운은 수경이 자신의 말에 관심을 보이며 말하자 더욱 신명이 났다. 그래서 대중을 한 번 둘러본 다음에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른 제자들도 침을 삼키면서 채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다만 우창만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을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