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 제31장. 생존력(生存力)/ 7.창조자(創造者)의 능력

작성일
2022-01-3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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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 제31장. 생존력(生存力) 


7. 창조자(創造者)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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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의 이야기가 낭랑한 음성으로 강당을 울렸다. 모두 그 소리를 듣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조용하게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려운 이치는 없어요, 그냥 식신이 재성을 보면 식신생재(食神生財)라고 해요. 다만 식신의 상하좌우(上下左右)에 재성이 있을 경우를 말하고 그 중간에 다른 십성이 있으면 비록 사주에 재성이 있더라도 이것은 식신생재라고 하지 않아요.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라고 하겠어요.”

그러면서 다시 채운이 사주를 하나 예시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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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채운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사주를 본 수경이 말했다.

“아, 알겠어. 채운의 말은 그러니까 사주가 이렇게 되면 시주(時柱)의 식신(食神)이 월간(月干)의 계수(癸水)를 생조(生助)할 수가 없어서 식신생재가 되지 못한단 말이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참 애석하네.”

“맞아요. ‘지척(咫尺)이 천리(千里)’라는 말이 명식(命式)에서는 참으로 실감이 나는 이야기죠? 그런가 하면 또 이렇게 생긴 사주도 있어요.”

다시 채운은 수경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서 사주를 하나 더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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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이 다시 채운의 붓끝을 따라서 눈길을 주면서 의미를 생각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채운도 잠시 기다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공부는 스스로 깨닫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수경이 말했다.

“아니, 이것은 식신생재이기는 한데 일간의 힘이 너무나 무력하잖아? 이것이야말로 식신생재이면서도 도기(盜氣)에 해당하는 것이지? 이제야 도기와 설기의 차이를 알겠네. 근데 이것도 식신생재이기는 한 거야? 정말 어렵구나.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하니 말이야. 호호~!”

수경은 생각하다가 어려워서 헛웃음이 나왔다. 여태 공부를 하면서도 이러한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 멋쩍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였다. 그러자 채운이 그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는 듯이 말했다.

“언니가 실제로 직접 사람을 상대해서 풀이하지 않으셔서 가끔은 이렇게 생긴 사주를 본다면 의아할 수도 있어요. 채운이 과거에 역학자(易學者)의 길을 가셨던 할아버지 곁에서 사주를 적으면서 어깨너머로 봐뒀던 견식(見識)이 이렇게 유용할 수도 있네요. 그러니까 깊이는 없고 주워들은 것만 좀 있을 따름이에요. 호호호~!”

“어쩐지, 이렇게도 사주를 줄줄이 써놓나 싶었어. 과연 경험해 본다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것이 맞네. 책으로만 공부를 하다가 보니까 다양한 경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라서 쩔쩔매는 꼴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지 뭐야.”

“언니도 참 당연한 것을요. 식신생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특히 더 주의 깊게 살펴본 것이 오늘 이렇게 칭찬을 듣게 될 줄은 또 몰랐어요. 호호호~!”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사주를 하나 적었다. 모두 숨을 죽이고 채운의 붓끝을 따라서 눈동자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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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이 사주를 다 적고 붓을 놓자마자 수경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와우! 앞의 사주에서 연주와 월주만 바뀌었는데 분위기는 전혀 다른 것으로 느껴지네? 마치 마법을 보는 것처럼 변화무쌍한 간지의 조합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이 사주는 제대로 식신생재란 말이지? 그런데, 앞에서 봤던 스승님의 사주보다도 이 사주가 더 좋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뭔가 그 차이가 있을 것도 같은데 말이야.”

“그야 당연하죠. 스승님의 사주에서는 연간(年干)의 계수(癸水)가 탁하게 작용하고 있으나 이 사주는 전혀 그러한 것이 없이 연주상생(聯珠相生)으로 흐름을 타고 있으니까요. 이렇게만 말씀드려도 언니가 왜 그렇게 느끼셨는지 이해가 되죠?”

“아하! 이제 알겠네. 마치 기문진법(奇門陣法)에서 몽롱하게 갇혀있다가 빠져나온 듯이 눈앞이 시원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아. 정말 오늘 동생을 다시 봤어. 수다스럽게 마구 떠들 때는 경박해 보이기조차 했는데 그렇게나 깊은 지식을 품고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잖아. 놀랐어. 호호~!”

“아니에요. 언니가 보신 것이 맞아요. 그런데 마침 식신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여기에 대해서만 이해를 많이 하고 있으니 편지우편(偏之又偏)이죠. 한쪽만 알고 있으니 치우쳐도 너무 치우쳤으니까요. 물론 앞으로 스승님의 가르침으로 고르게 빠짐없이 잘 이해해서 온 산천의 초목에게 골고루 단비를 뿌려주는 것처럼 무루법(無漏法)을 깨달아야 비로소 오행 공부에 조금 눈이 떴다고 할 수가 있겠죠. 아마도 스승님의 가르침이 아니라면 이러한 희망조차 없었을 테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라요. 호호호~!”

“편지우편이라니? 그 정도로 알면 되잖아? 하나만 잘 알면 나머지도 미뤄서 두루 깨닫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잖아?”

“물론 그렇긴 해요. 다만, 그것만으로 완전해지려면 또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스승님의 가르침으로 부족한 부분만 채워 넣으면 더욱 빨리 완전할 테니 말이에요. 식신의 이치에 조금이나마 이해가 많은 것도 예전에 조부님께서 사주를 적어놓고는 식신을 보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풀이를 하시는 바람에 너무 신기해서 식신만 알면 다 되는 줄로 알았거든요. 물론 알고 보니까 다른 것도 그만큼 알아야 비로소 깊은 오행의 변화를 깨닫게 된다는 것을 알고서 하직하고 길을 나섰다가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만났지만요. 호호호~!”

“아, 그랬구나. 아무래도 하나만 잘 알아서는 완전한 통변(通辯)이라고 하기 어렵겠지. 정말 잘했네. 그래도 열 개의 십성(十星) 중에서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 나머지를 이해하는 것은 쉬울 것도 같아. 어서 식신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 줘봐.”

채운은 수경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변변치 못한 공부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 것에 대한 보람이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언니의 말씀을 들으니까 정말 힘이 나네요. 식신생재가 잘 되는 사람은 심산유곡(深山幽谷)이나 바다의 무인고도(無人孤島)에서도 자신의 생존(生存)을 이어갈 수가 있다고 했어요. 그것은 멈출 수가 없는 궁리(窮理)의 힘이라고 봐요. 궁리하는 사람은 당할 수가 없으니까요. 실로 세상의 모든 문명(文明)은 결국 식신(食神)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거든요.”

이렇게 말하던 채운이 문득 가만히 미소를 띤 채로 말을 듣고 있는 우창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인정을 받으면 더욱 명료하게 이해가 될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였다. 채운과 눈길이 마주친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과연 멋진 풀이였네. 잠시 옛날의 스승님이 채운으로 화현(化現)하셨나 했지 뭔가. 하하하~!”

“정말요?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니 힘이 나네요. 호호호~!”

우창은 채운에게 일상의 모습에 대해서 물었다. 물론 제자들의 의식을 정리하면서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채운이 볼 때 집은 무엇이 만들었을까?”

“그야 손으로 만들었죠.”

“붓은?”

“붓도 손으로 만들어야죠.”

“벼루는? 먹은? 그리고 책은? 종이는?”

우창이 무슨 의도로 이렇게 묻는지를 깨달은 채운이 답했다.

“스승님, 그러고 보니까 그 모든 물품은 식신의 궁리에서 나왔다는 말이네요. 그렇다면 재성은 무엇을 하죠? 그냥 식신격이면 되잖아요? 생재(生財)의 의미가 잘 드러나지 않아요.”

“아, 궁리하는 것은 식신이고 그렇게 궁리한 것을 세상에서 구현(具顯)하는 것이 재성(財星)이라네. 그러니까 식신만 있고 재성이 없으면 궁리는 하지만 결과물을 만들지는 못하니 설계도(設計圖)만 있다는 말이네. 그것은 이론적(理論的)으로는 그럴싸하지만 실제로 적용을 시켜보면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네.”

“아하~! 알았어요. 식신생재는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試行錯誤)를 반복하면서 자신이 궁리한 것을 구체적으로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란 말이죠? 처음에는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다시 만들고 고치기를 반복한다는 의미잖아요? 그렇게 하다가 뜻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겠죠?”

“물론이네. 그 과정에서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하는데 식신만 있고 재성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무래도 이론(理論)만 있고 실제(實際)가 없으니까 자신의 궁리가 실제로 부합이 되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궁리는 마무리를 지을 수가 없지 않겠나?”

“아하, 그래서 학문을 하더라도 이론가(理論家)로 끝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과물을 내어놓는 사람이 있는 것이란 말이죠? 그런데 스승님의 사주에서는 식신생재가 아닌데도 학문적인 결실을 보시게 된 이치는 무엇일까요?”

“아, 내 사주 말인가? 왜 식신생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예? 무진(戊辰)일주가 시에 경신(庚申)을 만났으니 식신이 분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성이 없으니까요. 결국은 이론만 세우고 실제로 마무리를 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허~! 잘 봐, 또 뭔가 보일지도 모르니까. 하하하~!”

“예? 음.... 아, 신중임수(申中壬水)가 재성(財星)이네요. 지장간을 살피는 것을 깜빡했어요. 경자(庚子)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제부터 지장간으로 결실이 있었네요. 그런데 그것도 결실이 되나요?”

“되지 않을까? 더구나 일지(日支)에서 진중계수(辰中癸水)가 부채질한다면 말이지. 그래서 무진(戊辰)과 무술(戊戌)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 것이라네.”

“역시~! 채운은 아직 청맹과니에 불과하네요. 눈만 달고 있었지 막상 살필 줄은 몰랐으니 말이에요. 호호호~!”

그러자 두 사람의 이야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던 수경이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스승님의 사주에서 경신(庚申)이 아니고 신유(辛酉)였더라면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는 것인가요?”

“그렇다네. 그것을 두고서 ‘호리지차(毫釐之差)가 천리지격(千里之隔)’이라고 한다네. 하하하~!”

“예? 그것은 무슨 뜻인지요?”

“아 그 말은 ‘털끝만큼의 차이가 천 리나 떨어진 것처럼 멀다’는 뜻이라네. 불과 한 시진(時辰:2시간)의 차이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게 되는 까닭이지. 미세한 차이일수록 그것을 구분하고 찾아내는 공부가 필요하고, 그럴수록 시야는 더욱 깊어지고 또 보이는 것은 많아지게 된다는 뜻이라고 보면 되겠네.”

“아하~! 이해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스승님께서 태중(胎中)에서 우물쭈물하셨더라면 큰일 날 뻔했잖아요? 이렇게 저희 제자들과 만날 인연도 없었을 테고 말이지요. 호호~!”

수경의 너스레에 대중이 모두 한바탕 웃었다. 그러자 우창이 다시 말했다.

“맞는 말이네. 아마도 경신(庚申)을 넘겨서 신유(辛酉)가 되었더라면 저잣거리에서 행인들과 무엇을 사고팔기 위해서 흥정이나 하고 있었을 테니 학당에서 만날 인연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봐야 하겠지. 하하하~!”

채운이 우창의 이야기를 듣고는 말했다.

“과연 스승님의 가르침이 아니라면 혼자서는 또 많은 시간을 보내도 깨닫지 못할 이야기에요. 이렇게 한 방에 해결해 주시니 나날이 진보하는 학문에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것과 같아요. 경신과 신유의 차이를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해 주시니 이보다 더 살아있는 공부가 또 있겠나 싶어요. 식신(食神)이 재(財)를 생하는 것이 단순하게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아니라는 말씀이잖아요? 일주(日柱)가 무신(戊申)이라고 하면 그것도 또한 식신생재라는 말씀이죠?”

“당연하지.”

“정말 이렇게도 재미있는 것이 오행 공부였네요. 예전에는 어렵고 힘들어서 암중모색(暗中摸索)으로만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스승님을 만난 후로는 백일명명(白日明明)해서 항상 선명(鮮明)하고 또렷한 가르침이 넘쳐나고 있으니 이보다 상쾌할 수가 없어요. 이것도 전생에 쌓은 공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거니 싶어요. 호호호~!”

“전생까지야 모를 일이고, 그냥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도래하여 함께 만났을 따름이라고 보는 것은 무방하겠지. 그런데 식신이 재를 생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텐가?”

그러자 수경이 눈을 반짝이면서 얼른 물었다.

“아니, 스승님 또 무엇을 가르쳐 주시려고요? 식신이 재를 생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혜 주머니는 충만한데 또 여기에 더 보태야 할 것이 있나요?”

그러자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되었네. 만족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으니까. 하하하~!”

이번에는 눈치가 빠른 채운이 얼른 말했다.

“아니죠. 스승님께서 또 뭔가 깊은 가르침을 주시려고 말씀하신다는 것은 알아요. 어서 설명해 주세요. 여기에 무엇을 더 보탤 수가 있을까요? 스승님의 혜안(慧眼)을 가늠할 수가 없네요. 무슨 가르침을 주실지 또 가슴이 두근거려요.”

“아, 별것은 아니고, 식신이 생하는 것이 정재(正財)일 때와 편재(偏財)일 때의 차이는 몰라도 만족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겠지?”

“예? 그것을 가르쳐 주시려는 말씀이셨군요. 정말 큰 것을 놓칠 뻔했어요. 어서 말씀해 주세요. 귀를 활짝 열었습니다.”

“듣기를 원한다면 말을 해 주고말고. 그전에 우선 채운이 설명해 볼 텐가? 이렇게 기미(機微)를 주면 그 나머지는 또 궁리할 수가 있을 테니까 말이네. 하하하~!”

우창이 유쾌하게 웃자 채운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생각에 잠겼다가는 잠시 후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정재(正財)는 치밀하고, 편재(偏財)는 포괄적(包括的)이라는 것에 생각이 머물렀어요. 그렇다면 궁리를 해서 드러내는 결과물이 서로 다른 것일까요? 말하자면 정밀(精密)한 것을 만드는 것은 식신생정재(食神生正財)가 되고, 규모가 큰 것을 만드는 것은 식신생편재(食神生偏財)가 되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귀금속에 글씨나 그림을 새겨넣는 것은 식신생정재이고, 왕궁이나 성을 쌓는 것은 식신생편재인 것으로 이해를 해도 될까요?”

그러자 우창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어서 대중에게 보여줬다. 항상 품고 있는 회중시계(懷中時計)였다. 대중들은 처음 보는 물건이라서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만 봤다. 그러자 계속 눈빛을 반짝이면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오광이 손을 들고는 말했다.

287 회중시계

“그것은 식신생정재의 결과물이 분명합니다~!”

우창이 오광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그것은 정밀하게 만든 것입니다. 하루 12시진(時辰:24시간)을 오차(誤差)가 없이 알려주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매일 태엽(胎葉)을 감아주는 것만으로 움직이도록 한 것은 편재(偏財)는 도저히 만들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광이 이렇게 이치를 말하자 제자들도 그 의미를 이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간을 표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것을 왜 갖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눈빛을 보면서 우창이 설명했다.

“이것은 오광이 말한 대로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입니다. 낮에는 태양을 보면서 대략적인 시간을 예측할 수가 있고, 밤에는 달의 모습을 보면서 또 가늠을 할 수가 있겠지만 비가 내리거나 구름이 가득하다면 시간을 가늠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물건이 있어서 비로소 하늘의 사정에 얽매이지 않고서도 시진을 알 수가 있으니 식신생정재가 참으로 큰 공덕을 쌓았다고 하겠지요. 이것을 ‘회표(懷表)’라고 합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해서 회중시계(懷中時計)라고도 합니다. 표(表)는 시간을 표시(表示)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우창의 설명을 듣고서 채운이 감탄하며 말했다.

“정말 놀라운 물건이네요. 제자도 그것을 갖고 싶어요. 탐심이 생기는 것을 어쩔 수가 없어요. 호호~!”

채운에게 미소를 지은 우창이 다시 말을 이었다.

“명리학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간지(干支)는 공간(空間)이지만 명식(命式)은 시간(時間)입니다. 그리고 시시각각(時時刻刻)으로 변화하는 것을 일일이 태양을 보면서 가늠하기가 여간 불편했는데 예전에 스승님께서 이 귀한 것을 주셨습니다. 여러분도 나중에 하나씩 갖도록 해 봅시다. 이러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산과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 쌓여야만 가능합니다. 집을 짓고 마차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재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작아도 가치가 큰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우창의 설명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대중을 한 번 둘러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것은 오주괘를 찾아서 적을 때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흐린 날이나 해가 없는 밤에도 시간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이제 식신생정재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셨습니까?”

우창이 이렇게 말하면서 대중을 둘러보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예, 스승님~!”

채운이 이어서 말했다.

“그렇다면 스승님, 식신생정재에게 대궐을 지으라고 하거나, 식신생편재에게 이와 같은 정밀제품을 만들라고 한다면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지 않겠나 싶어요. 팔자를 알고서 그 사람이 잘 할 수가 있는 일을 찾아서 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네요.”

“그렇지. 적성(適性)이 있다면 그것을 찾아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고 그것은 사주의 천성(天性)에서 주어진 심리구조(心理構造)를 이해함으로 해서 많은 참고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니 이렇게 십성을 공부하는 목적이기도 하다네.”

“정말이네요. 사람이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저마다의 능력을 찾아서 행복한 일생을 살아가도록 해 주는 것이야말로 간지학(干支學)의 최종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항상 그렇지만 오늘도 여전히 감탄하고 놀랄 일이 많아서 행복합니다.”

“능히 그렇게 될 것이네. 이대로만 정진한다면 말이네. 하하하~!”

“그렇다면 이제 식신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고 해도 되지 싶어요. 정말 오늘 식신에 대해서 개안(開眼)을 했어요. 이렇게 감사드려요.”

채운이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짐짓 놀란 척하면서 말했다.

“어? 이렇게 얼버무리고 넘어가면 식신의 공부를 다 했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이쯤에서 식신놀이는 그만해도 되겠지?”

그러자 채운이 재빨리 눈치를 채고는 얼른 말을 고쳤다.

“오호! 스승님의 말씀을 봐서는 식신에 대해서 아직도 말씀하실 내용이 남았다는 뜻이잖아요? 정말 오늘은 하늘에서 복(福)이 줄줄이 쏟아지는 날이 틀림없어요. 이제는 생각지도 못한 식신의 작용에 대해서 스승님의 가르침을 배우겠습니다. 호호~!”

채운이 이렇게 말하자 수경도 가르침을 청했다.

“어쩐지~ 정작 식신의 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의 문명을 만든 것도 식신이고 살아가면서 날마다 밥을 만들어 먹는 것도 식신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니까 얼마든지 더 이야기를 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을 창조(創造)하는 자가 식신(食神)이니 결국은 이렇게 모여서 자연의 이치를 공부할 수가 있는 것도 식신의 공덕이 분명하네요. 계속해서 스승님의 식신에 대한 가르침을 청하겠습니다.”

“밥을 창조하는 식신이라는 말도 멋지네. 신(神)은 무엇이든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자이고 조물주(造物主)니까 말이지.”

우창의 말에 채운이 문득 생각이 난 듯이 물었다.

“참, 스승님께 여쭙겠습니다. 식신도 십간(十干)에 따라서 궁리하는 모습이 다르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갑(甲)이 병(丙)을 봤을 적에 하는 궁리와 병(丙)이 무(戊)를 봤을 적에 하는 궁리가 서로 다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이런 생각은 망상에 불과할지 아니면 이것도 궁리해 볼 의미가 있을지 말씀해 주세요.”

그러자 우창이 미소를 짓고 말했다.

“옳지~! 그렇게 나와야 제자들과 수다를 떨어도 충만감이 가득한 기쁨을 누릴 수가 있을 것이 아니냔 말이지. 정말 후대의 큰 복이 될 질문을 했네. 하하하~!”

“정말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예전에는 전혀 이런 것에 대해서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는데 스승님께서 식신에 대해서 아직도 생각해야 할 것이 가득한데 그냥 넘어갈 것이냐는 말씀을 듣는 순간에 혹시 이러한 것도 구분을 할 수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한 마음이 생겼어요. 마치 하늘에서 누군가 계셔서 식신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러한 것을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계시(啓示)라도 받은 것처럼 말이에요. 참 채운이 어떻게 이러한 질문을 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조차 해요. 이것은 무슨 소식일까요?”

“그야 당연하지. 질문도 영감(靈感)에서 일어나고, 답변도 또한 그와 같은 까닭이라네. 자신이 기특한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도 실은 자연의 이치가 그것을 드러내는데 내 몸을 이용할 따름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조금도 기특하다고 생각할 이치가 없는 것이라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연의 신령님께서 이와 같은 이치를 밝히고 싶다는 말씀을 채운에게 하도록 만들었다는 말씀이죠? 이렇게 생각하니까 정말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그 이치가 궁금해질 따름이니까요. 우선 스승님의 사주에서부터 시작해요. 무토(戊土)가 경금(庚金)을 보게 되면 어떤 궁리를 하게 되는 것일지가 궁금해요. 귀중한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채운이 진지한 표정으로 우창에게 물었다. 그리고 채운의 말에 다른 제자들도 일제히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우창의 설명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