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 제35장. 우성암(牛聖庵)/ 1.수우산(水牛山) 자락

작성일
2022-12-10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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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제35장. 우성암(牛聖庵) 


1. 수우산(水牛山)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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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점심 공양을 하셔야지요. 현지 보살과 진명 보살은 나를 도와서 음식을 조금 마련해 볼까요?”

화련 보살이 이렇게 말하자 현지가 말했다.

“보살님께서는 편하게 현지야 진명아 하고 불러주세요. 나이도 많으시고 수행도 깊으시니까 그냥 편하게 대해주시는 것이 저희도 더 좋아요. 호호~!”

“그럼 그렇게 할까요? 알았네. 함께 머무르는 동안에도 서로 불편한 것이 있으면 말해줘.”

암자에서 먹는 점심은 조촐하고도 담백했다. 우창도 밥을 먹고는 주변을 둘러보니 과연 문인(文人)들의 출입이 잦았다는 흔적이 암벽에 문자로 남아있었다. 한 곳에 쓰인 시를 읽어봤다.

417-1

오랜 세월로 인해서 마모되어서인지 정확하게 읽을 수는 없었지만, 불경의 한 부분으로 보였다. 한쪽 가에 써있는 낙관을 살펴보니 북제(北齊)의 글이라는 것도 보였다. 그리고 옆으로 돌아가자 석동(石洞)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마애불(磨崖佛)이 조각되어 있었고 또 그 옆에는 글귀들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면서 유서가 깊은 곳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둘러보고 있는데 진명도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우창을 보고는 다가와서 말했다.

“스승님, 이렇게 기묘한 곳이 있었네요? 스승님의 느낌은 어떠세요? 진명이 느끼기에는 산세의 기운이 강력하고 맑아서 그야말로 천상(天上)을 거니는 것만 같은데 말이에요.”

“오, 진명도 그렇게 느꼈구나. 맞아,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기운이 좋을 것 같은 느낌은 있네. 마침 석굴(石窟)이 보여서 궁금했는데 들어가 봐도 될지 모르겠군.”

“그야 들어가 보면 되죠. 스승님도 망설이는 것이 있으세요? 호호~!”

진명은 우창이 망설이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앞장을 서서 석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우창도 뒤를 따랐다. 입구는 두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들어갈 정도였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나 20여 명이 편하게 서서 걸을 수가 있을 정도의 규모로 된 넓은 동굴이었다. 한쪽에는 석간수(石間水)가 졸졸 흘러서 담기게 석정(石井)을 만들었고 넘치는 물은 옆으로 빠져나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스승님, 이 동굴은 정 사부께서 좋아할 곳이지 싶어요. 기운이 무척 안정되면서도 강한 것이 마치 강력한 파도 위에 몸이 실려있는 듯한 착각이 들어요. 스승님은 그것을 못 느끼세요?”

진명의 말을 듣고서 우창도 그것을 느끼려고 해도 전혀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난 도무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네. 아무래도 진명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주어진 것 같네. 축하할 일이지. 하하하~!”

“진명이 그렇게 느끼면 스승님도 당연히 느끼실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서 당연하겠거니 싶기는 해요. 호호호~!”

우창은 동굴 안이 오히려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동굴 밖으로 나왔다. 마당의 평상(平床)에는 점심을 먹고 나서 정리를 한 화련 보살과 현지가 차를 마시면서 담소하고 있었다. 우창도 조용히 다가가서 앉았더니 현지가 차를 가져다 따라줬다.

“스승님도 같이 차 드세요.”

이렇게 말을 하고는 다시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 갔다. 우창도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현지와 나누는 이야기는 그동안 살아온 주변의 이야기였다. 현지가 화련 보살에게 물었다.

“보살님은 여기에서 몇 년이나 지내신 건가요?”

“대략 30년은 살았지 싶네.”

“이렇게 고적(孤寂)한 곳에서 지내시기에 지루하지는 않으세요?”

“때로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 그래도 즐겁게 한가로움을 즐기는 것이 더 크다 보니 이렇게 부처님께서 암자나 지키면서 수행하라는 계시인 것으로 알고 즐겁게 살고 있다네.”

“부처님은 어떤 부처를 모셨어요?”

“아, 우성암의 주불은 문수보살(文殊菩薩)이야. 옆에 바위에 쓴 글귀도 「문수반야비(文殊般若碑)」라고 해서 문수보살의 경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던데, 나야 잘 모르지.”

“그러시구나, 이렇게 유서가 깊은 곳인 줄은 몰랐어요. 혜암 스승님께서도 유람을 많이 다니셨을 텐데 수우산에 대한 말씀은 안 하셨거든요.”

“그야 명승고적이 어디 한두 군데인가? 그러니까 모르셨을 수도 있겠지?”

“맞아요. 암반에서 나온 물이라서인지 물맛도 좋아요. 속세의 찌는 때는 이레만 머물면 말끔히 씻어질 것만 같아요. 호호~!”

“이 산의 기운이 현지의 심신(心身)에 맞아서 즐거운 수행이 되기만 바랄 따름이지. 그리고 나야 이렇게 함께 지낼 사람이 있어서 즐거우니 좋고.”

“보살님의 기운도 예사롭지 않으시죠? 제 운명을 꿰뚫어 보실 것 같아요. 혹 해주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호호호~!”

현지의 말에 보살은 지그시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아니야, 난 그런 것을 알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부처님께 물 한 잔 올리고 기도하는 것으로 낙으로 삼는 사람이니까 행여라도 그런 것은 묻지 말고 그냥 머무는 날까지 편하게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지광도 밖으로 나와서는 평상에 걸터앉으면서 말했다.

“보살님, 이번에는 서너 달 머물 요량입니다. 혹 오행 공부를 하실 마음이 있으면 같이 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기공의 수련으로 보낼 예정이니 이것도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아, 그야 마음대로 하세요. 공부는 애초에 인연에 없으니 괘념치 말고요. 지광 거사가 하시겠다는데 누가 말리겠어요. 마음대로 머물다가 또 홀연히 떠나시면 되죠.”

“잘 알겠습니다. 음식은 진명과 현지가 챙길 것입니다. 보살님은 도와서 필요한 것만 찾아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러지요. 이 화련에게도 부처님께서 휴식의 시간을 주시는가 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차려주는 밥상이라는데 말이에요. 호호~!”

화련 보살의 인상은 온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내면에 깃든 분위기로 봐서는 괜스레 희희낙락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안 좋아할 것으로 보였다. 그야말로 조용히 수행하는 보살로 보였다. 그래서 왠지 모를 신뢰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지광이 옆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우창을 보고서 말했다.

“우선 좀 쉬려나? 아니면 바로 공부의 일정으로 들어가려나?”

“쉬기는 뭘 쉽니까? 형님의 계획대로 진행하시면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어서 말씀하시지요.”

그러자 지광이 큰 소리로 말했다.

“자, 모두 이곳으로 모이게~!”

방에서 여장을 정리하던 염재와 거산이 지광의 외침을 듣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진명은 동굴에 있다가 지광의 소리가 들리자 얼른 나와서 모두 평상 앞으로 모였다. 우성암의 마당을 이루고 있는 바닥도 천연의 화강암(花崗巖)으로 된 돌바닥이었다. 모두 모인 것을 본 지광이 말했다.

“아, 다들 나왔구나. 그대로 바닥에 앉아도 좋을 것이네. 이제부터 수행할 방법을 안내하고자 하네. 정신은 오전에 맑고, 신체는 오후에 기운이 돌게 된다네. 그러니까 학문의 연마는 오전에 할 것이네. 또 신체의 수련은 오후에 할 예정이니 그대로 하면 될 것이네.”

모두 잘 알았다는 듯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그러자 지광은 다시 화련 보살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기 화련 보살님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외부에서 사귀(邪鬼)들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 줄 능력이 있으니 그대들의 호신불(護身佛)으로 알면 되네. 언제라도 살펴보면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조처를 해주실 테니까 그런 줄 알로 마음으로 의지하기 바라네.”

“예, 잘 알겠습니다~!”

“기공의 수련은 낮에는 여기에서 하고 밤에는 동굴에서 하게 될 것이네. 이렇게만 알고 오늘은 주변의 기운과 동화(同化)하는 의미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내일부터 공부를 시작하도록 하지.”

“예, 잘 알겠습니다~!”

모두 이렇게 대답하자 지광이 다시 말했다.

“오행을 공부하는 시간은 진시(辰時)에서 사시까지 두 시진에 걸쳐서 하게 될 것이네. 공부의 내용은 어떻게 알고 있으면 좋을지 아우님의 설명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군. 어디 방법을 알려 주면 그대로 따르겠네.”

공부에 대해서는 우창이 알아서 지도해 달라는 말에 우창이 일어나서 대중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오행을 배우는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간지(干支)를 이해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간지의 뿌리는 오행(五行)에 있을 따름이고, 그 변화는 음양(陰陽)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오행을 통해서 기초를 다지고 난 다음에 변화를 익혀서 길흉을 판단하는 순서로 진행하겠습니다. 이것은 공부가 되었거나 처음이거나 관계치 않고 기본적인 순서에 의해서 진행할 것이므로 모른다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조금 앞선다고 해서 자만할 것도 아니므로 우창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습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모두 우창의 말을 잘 알아들었다는 듯이 답을 했다. 그러자 지광이 다시 말했다.

“기초가 없는 지광의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차근차근하지 않으면 나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괜한 걱정이었군. 잘 알겠네. 그렇다면 조반(朝飯)은 묘시(卯時)에, 오반(午飯)은 오시(午時)에, 석반(夕飯)은 유시(酉時)에 먹는 것으로 정해 놓겠네. 힘들겠지만 현지와 진명이 음식에 대해서는 수고를 해주고, 필요할 적에는 거산과 염재가 도움을 주는 것으로 하면 되겠네. 특히 염재는 말의 관리에도 신경을 써 주고 생활하는 도중에 필요한 물품이 생기면 그것은 5일에 한 번씩 동평진(東平鎭)으로 나가서 구해 오는 것으로 하겠네. 혹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말씀하셔도 되네.”

이렇게 각자 맡을 일에 대해서 말하자, 거산이 손을 들고는 말했다.

“스승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은 제자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해서 괜찮으시다면 진명 누님과 함께 음식을 맡았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대신에 현지 누님은 주변의 정리를 맡아주시면 오히려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현지를 바라보자 현지도 좋겠다는 뜻을 표했다. 그러자 지광도 그렇게 하라고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이렇게 정리하자 저마다 공부할 마음에 설레어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우창도 정해 준 방으로 들어가니까 조촐하게 침상과 책상이 있고, 차호와 차를 끓일 화로(火爐)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살림살이가 갖춰진 것을 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차만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앞으로 100일간은 두문불출(杜門不出)하고 기공 수련에 전념하게 된 것이 기뻤다. 항상 문자에만 매달려 있다가 비록 잠시나마 문자를 떠나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공부를 하게 된 것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오전에는 간지를 가르쳐야 하지만 그것은 또 새로운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비몽사몽간에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화들짝 일어나니 염재가 밥을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였다. 수우산에는 땅거미가 서서히 깔리고 있었다.

 

다음날.

일찍 아침을 먹고는 모두 법당에 모였다. 법당이라고 해도 인법당(人法堂)이어서 때로는 잠도 잘 수가 있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통상적으로 작은 암자는 이러한 구조로 활용도를 높인 경우가 많은데 우성암도 그랬다. 따로 법당을 마련할 공간이 되지 않으면 법당이면서 기거(寄居)도 할 수 있는 방으로 마련하는데 이러한 곳을 인법당이라고 불렀다. 내부의 공간은 20여 평은 되어서 일곱 명의 대중이 앉아서 공부하기에는 넉넉했다. 특히 화련 보살도 혼자서 노느니 같이 공부를 해볼 마음을 내는 바람에 모두 함께하게 되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을 반짝이면서 공부하겠다고 모여든 제자들을 마주한 우창이 앞에 앉아서 말했다.

“이렇게 인연이 되심을 천지자연에 감사드립니다. 비록 부족한 우창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오늘까지 알고 있거나 알게 된 것을 있는 그대로 나누고자 합니다. 언제라도 궁금한 것은 문답을 통해서 해결하노라면 이 공부가 그런대로 재미있을 것이니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더라도 꾸준하게 공부하노라면 반드시 보답이 돌아올 것입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염재가 손을 들었다.

“스승님께서 지루할 것이라고 말씀하는 뜻이 궁금합니다. 염재는 그러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해되지 않습니다.”

“아, 그것은 저마다 성품에 따라서 느끼는 것이니 다 같다고 할 수는 없지. 가령 서법(書法)을 배운다고 할 적에 말이네. 처음에 붓을 들면 줄을 고르게 긋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가?”

“맞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기도 하고요. 그것이 문제가 된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네.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도, 또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짜증이 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야 붓을 잡으면 바로 왕희지(王羲之)의 서법(書法)을 배우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하지 않겠나? 그에게 반년(半年)의 세월이 흐르도록 줄긋기만을 시킨 다음에 또다시 반년을 영자팔법(永字八法)을 익히라고 한다면 어떻겠나?”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아마도 미쳐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반발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 보게나. 이제 이해가 되겠나? 하하하~!”

“아하~! 과연 그런 마음으로 오행의 이치를 단박에 깨닫고 사람의 팔자를 풀이하겠다고 시작한 사람에게 세월없이 오행의 이치를 익히라고 한다면 과연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이제야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겠습니다.”

염재의 말에 화련 보살이 손을 들고 말했다.

“스승님, 그 말씀은 마치 화련이 듣고서 조바심을 내지 말라는 뜻으로 하시는 것이려니 하겠어요. 글공부를 배웠던 적이 없어서 혹 이해하지 못하거나 더디더라도 열심히는 할 테니 부티 잘 끌어 주세요.”

우창이 화련 보살에게 한 말은 아니었으나 또 듣고 보니 그렇게 받아들일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소로 화답했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오행의 기본적인 이치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기초를 잘 다져갔다. 그리고 현지나 진명은 말을 할 것도 없고, 화련 보살도 처음부터 꼬박꼬박 기록하면서 공부의 내용을 깨닫고자 하는 모습이 보여서 마음속으로 고마웠다.

그렇게 두 시진을 열심히 설명하고 나자 점심을 준비하거나 도량을 청소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우성암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오후에는 기공을 수련하는 시간이었다. 우창은 기공이 무엇인지부터 알지 못해서 어떤 공부를 하게 될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미시(未時)와 신시(申時)의 일정표에 따라서 기공을 연마한다고 마당에 모였다. 지광이 지시하는 대로 따라서 한 사람의 키만큼 거리를 두고서 앉아서 조식(調息)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자리를 잡도록 한 다음에 지광이 천천히 말했다.

 

혀는 입천장에 붙이고

코는 배꼽과 나란히 하고

귀는 어깨와 나란히 하고

고개를 숙이거나 젖히지 말며

오른 다리에 왼 다리를 얹거나

왼 다리에 오른 다리를 얹어도 되며

의식은 들숨과 날숨의 사이에 두고

잠시도 끊이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흐르는 바람처럼 그대로 호흡한다

 

우창은 대략 들어봐서 선방(禪房)에서 선사(禪師)들이 참선하는 자세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이러한 것을 해본 적은 없어서 잠시 앉아있자 다리가 쑤시고 엉덩이는 배겨서 점점 고통스러운 시간이 다가왔다. 그렇지만 다른 제자들도 잘 견디고 있는 것을 보며 꾹 참고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견디자 반 시진의 시간도 여름날의 하루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

“자, 이제 좌공(坐功)을 마친다. 일어나서 나를 보고 그대로 따라서 자세를 취하되 움직이지 않고 호흡은 좌공에서 하던 것처럼 면면(綿綿)하여 물이 흐르듯이 이어간다.”

마침내 지광의 말을 듣고서야 몸을 풀고는 그의 동작을 보면서 그대로 일어서서 자세를 취했다. 언뜻 봐서는 당랑(螳螂)이 먹이를 노리는 것처럼 보여서 우습기도 했으나 이내 진지하게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대략 자세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417 기공자세

지광은 다들 시키는 대로 자세를 바로잡은 것을 확인한 다음에 다시 말했다.

 

오른발은 뒤로 내어서
무릎을 굽히면서 뒤꿈치를 들고
왼발은 앞으로 내어서 발을 바닥에 붙이고
눈은 왼손의 손가락 끝을 바라보고
그대로 선 채로 호흡한다 하나, 둘, 셋,

 

우창은 그대로 서서 지광이 시키는 대로 자세를 취하고서 잠시는 그대로 있을 만했다. 그런데 일각(一刻:15분)도 되지 않아서 뒷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려왔다. 이각(二刻)이 되자 손도 신이 내린 것처럼 떨려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정도로 기이한 현상이었다.

다른 제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궁금했으나 지광이 시키는 대로 자신의 손끝을 바라보느라고 다른 곳을 살필 여념이 없었다. 무심한 지광은 그렇게 1백까지를 세고 나서야 다시 반대로 자세를 취하라고 한 다음에 그대로 또 1백까지를 셌다. 그러는 사이에 우창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참으로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었다. 이렇게 단순한 자세를 취하는데도 몸에는 무척이나 고된 시간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자세를 바꿔가면서 꼬박 한 시진을 한 다음에는 다시 뒤로 편안하게 누우라고 했다. 호흡으로 안정을 취하는 것이라고 하니 과연 편하기는 했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던 모양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지광의 말이 들렸다. 그만 일어나서 몸을 좌우로 흔들라고 하는 소리였다. 이렇게 해서 생전 처음으로 기공(氣功)이라는 것을 접하게 된 우창은 온몸이 마비되는 것과도 같은 고통을 느꼈다.

“자, 고생하셨네. 오늘은 첫날이니 여기까지만 하고 질문을 받도록 하겠네. 누구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도 되네.”

문답의 시간이 되자 우창은 궁금했던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므로 먼저 물었다.

“형님, 자세를 취하는데 왜 팔다리가 온통 떨리는 것입니까? 흡사 무녀가 신이 내리는 형상과도 흡사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생전 처음이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지광이 웃으며 말했다.

“그만큼 기운이 머리로 쏠렸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하하하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래도 걷고 일상의 생활을 했는데 말입니다.”

“일상과 기공은 다르다네. 말하자면 일상의 기운은 근육(筋肉)에 있는 것이고, 기공은 골수(骨髓)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지. 그런데 골수를 연마하지 않았으니 기운을 만드느라고 진동을 하는 것이라네. 그렇지만 기가 충실해지면 그렇나 현상은 말끔히 사라진다네. 그래서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점검할 수가 있는 것이 그 자세라고 알아두면 된다네. 하하하~!”

“형님, 사실은 바로 걷어치우고 돌아가고 싶은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단순한 수련을 하는데 이렇게도 갈등이 크게 생길 줄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참으로 대단한 수련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련이라고 하면 무예(武藝)를 익히는 장면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기공은 속을 채우는 훈련이라서 따지고 보면 명리학의 기초인 오행을 공부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오로지 차근차근 내공을 쌓지 않으면 공력(功力)은 조금도 증가하지 않으므로 그런 상태에서 천지와 교감(交感)을 한다는 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네. 하하~!”

“그런데, 공(功)의 뜻은 무엇입니까?”

“아, 그건 아우님의 전공이지 않은가? 어디 풀이를 해보시게.”

지광이 이렇게 넘겨주자 우창이 생각한 것을 설명했다. 실은 힘든 동작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서 이러한 생각을 했었던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종이에 글자를 써놓고 설명했다.

417-2

“공(功)의 앞에 있는 공(工)은 교묘(巧妙)하다는 뜻과 만든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묘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겠습니다. 위의 일(一)은 하늘이고, 아래의 일(一)은 땅입니다. 그러니까 하늘과 땅의 중간에 무엇인가를 세워놓는 것[丨]이지요. 어쩌면 천지(天地)의 음기(陰氣)에 인간의 노력으로 양기(陽氣)를 만드는 것과 같지 않겠습니까?”

“절묘(絶妙)하군~!”

우창은 지광의 말에 다시 설명을 이었다.

“여기에 역(力)은 부지런히 힘을 다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부지런히 힘들 다해서 교묘한 것을 만드는 것이 공(功)이지요. 그리고 기공(氣功)이라고 하게 되면 보이지는 않으나 천지간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만들어서 내 것으로 삼고 내 몸에 간직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역시 설명에는 아우님을 당할 방법이 없군. 옳은 말이네. 하하하~!”

“말은 이렇게나 쉬운데 동작은 어찌 그리도 힘들고 무정하단 말입니까? 내일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연하지. 아우님에게 오행을 공부하는 제자도 또한 그와 같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가? 하하하~!”

“에구~! 설마 그렇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면서 제자들을 둘러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광이 말이 맞다는 듯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었다. 우창은 믿기지 않았다. 역시 누구나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이런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비록 힘든 줄을 모르고 시작했더라도 누구나 그럴 것으로 여기는 것도 오류가 되겠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우창이었다. 이렇게 담소하고는 첫날의 일과를 마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