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노출의 사진연습

작성일
2020-11-10 06:45
조회
764

장노출(長露出)의 사진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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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창포 해변을 찾은 것은 장노출의 사진을 연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오랜만에 찾아갔더니 주변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서 지나는 길에는 알아보지 못할 지경으로 변했다. 웅장한 리조트도 생겼고, 주변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공사중의 팻말이 여기저기에 박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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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가지의 ND필터 계산용 어플을 다운받아서 시험해 보고서 그래도 맘에 드는 것으로 선택했는데 이것도 이제 실제의 현장에서 사용해 봐야 하겠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eveandelse.com.ndfilterexpert.free

방구석에서 유튜브의 영상을 통해서 사용법을 들여다 보기야 했지만 중요한 것은 실제로 현장에서 익혀야 제대로 공부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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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노출 싸부가 알려준대로 기본값을 측정해 보니까 셔터는 1/160에 조리개는 f/22가 적정하다고 알려준다. 물론 ISO는 기본적으로 100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했다. 장노출에서는 노이즈나 핫픽셀이 바로 올라오기 때문이라고 했으니 시키는대로 해보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우선 ND1000의 필터로 찍어보려고 설정해 보니까 시간이 6초 밖에 되지 않는다. 최소한 1분은 찍어야 파도를 잠재울 수가 있을텐데 이것은 너무 부족한 시간이어서 다시 추가로 ND64필터를 사용하기로 하고 주먹구구로 계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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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1000은 10스탑이다.

2천은 11스탑
4천은 12스탑
8천은 13스탑
16000은 14스탑
32000은 15스탑
64000은 16스탑이구나.

16스탑인 16000[어플의 표시는 16k]으로 설정하고 나서야 1분42초를 얻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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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는 유일하게도 하이다(海大) 필터에서 소니1224GM렌즈를 위해서 만들어준 리어필터인데, 네 개를 다 해봐야 사각필터 반값 정도 밖에 안 된다. 이것을 렌즈 안쪽에 끼우도록 어댑터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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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렌즈에 붙어있던 것을 빼내고 이것으로 바꿔끼우느라고 쌩쑈를 했지만 여하튼 성공했고 그래서 필터를 장착할 수가 있게 되었으면 다행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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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1000을 끼우면 이렇게 된다. 항상 먼지가 웬수~~!!
그래서 블로워를 자주 찾아야 한다. 수시로 불어줘야지.
중생은 번뇌의 먼지로 고생하고,
사진가는 센서와 렌즈의 먼지로 고생한다.
그러니 모쪼록 마음의 번뇌를 털어내는 마음으로. 엉?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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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것은 ND1000이다. 필터에는 ND3.0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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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번거로운 점이 있기는 하다.  필터를 끼우기 위해서는 렌즈를 분리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먼지가 들어가서 센서에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은 그러려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각필터를 마련하면 되기는 한다. 비싸서 그렇지. ㅋㅋ

소니렌즈 12-24GM은 렌즈의 안쪽에다가 리어필터를 장착할 수가 있어서 먼저 ND1000을 끼웠는데 이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바로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앞에 끼우는 사각필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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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좀 사악하다.
그래도 비싼 것을 사면서 비싸다고 하면 안 된다.
그냥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리어필터의 1000을 믿고서 사각필터는 ND64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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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야 한다. 워낙 비싸니깐. ㅋㅋㅋ
ND64는 6스탑 감소용이다.
ND2-1스탑,
ND4-2스탑,
ND8-3스탑,
ND16 4스탑,
ND32-5스탑,
ND64-6스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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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장하는 리어필터는 한 장 밖에 끼울 수가 없다. 그래서 사각필터는 필수인데, 아무래도 30분 이상을 노출시키려면.... 왠지 ND1000 한 장을 더 추가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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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거세고 파도는 동해안 분위기이니 장노출로 찍으면 어떤 그림이 나오게 될 것인지를 상상해 봤다. 사진의 주제 중에 하나는 '낯설게'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러한 풍경을 얻고자 하는 것이 장시간을 노출시켜서 시간을 담아보는 것이다.

타임랩스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시간을 마냥 늘여보는 것이니 어쩌면 타임랩스 놀이를 하던 뒤끝에는 장노출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음양의 이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빠르게 하다가 보면 나중에는 느리게도 하게 되는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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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키는대로 인터벌 릴리즈에 시간을 입력하고는 카메라 셔터는 벌브로 돌려놓은 다음에 결과물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장노출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핫픽셀이라고 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기능이 장노출의 노이즈 제거 기능이라고 배웠으니 이제 그것을 써볼 때가 된 것이다. 이러한 것을 언제 쓰라고 만들어 뒀나 싶었는데 몰라서 안쓸 수는 있어도 알고서야 못쓸 이유가 없으니 바로 적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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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멋도 모르고 이러한 기능을 켰던 모양이다. 사진을 찍고 나면 한참을 '처리 중'이라는 메시지만 보여주는 것을 보고서 카메라가 너무 느려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모르면 연장만 탓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장애(?)는 장노출 기능을 끔으로 해서 해결이 되었는데 이제 비로소 제대로 알고서 기능을 켰으니까 당연히 찍은 시간만큼은 처리할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알면 편안하고 모르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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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 중의 안내문에 설레기도 한다. 어떤 그림을 보여줄 것인지가 궁금한 까닭이다. 정확히 사진을 찍은 시간만큼을 보여준 '처리 중...'의 메시지가 사라진 다음에 결과물이 나타난다. 점 세 개.... 기다려 달라는 뜻이려니.... 아무렴. ㅎㅎ

뭔가 나타났다.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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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이 설정해 준대로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어둡게 나왔다. 마침 한낮이라서 빛이 강했는데 결과물을 보니까 거의 달밤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뭔가 어플을 사용하는 방법이 잘못 되었거나 계산이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면 노출시간을 늘리면 된다. 그래서 연습이라고 하지 않느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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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간을 더 늘여서 타이머를 작동시켰다.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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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162초로 설정했다. 타이머에서는 시,분,초로 나오는데 카메라는 초 단위로만 인식한다. 1분 정도를 더 늘였던 모양이다. 180초면 3분인데 그 시간은 채 안 되었으니까 말이다. 시간을 더 준 만큼 조금 더 밝아졌다는 것을 알겠다. 그렇다면 더 열어야 한다는 말이로군. 그래 까이꺼 팍팍 쓰지 뭐. ㅎㅎㅎ

문득, 김아타 작가가 뉴욕의 거리에서 새벽부터 저녁까지를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장노출이 이런 것이었구나..... 그 사진이..... 거액에 팔렸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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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풍경은 이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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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초를 열어놓은 카메라는 이런 풍경이라고 보여 준다. 신기하네. 요란스러운 바다의 풍경이 순식간에 고요한 적막감으로 바뀌는 느낌이라니.... 이맛에 장노출 사진을 찍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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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아무래도 카메라가 흔들리지 싶어서 미리 준비했던 삼각대 천에 큼직한 돌을 하나 올려놨다. 바람이 부는 곳을 만나면 쓰려고 준비했던 것인데 바로 쓰이는구나. 뭐든지 있으면 쓴다. 없어서 못쓰지. ㅎㅎ

20201022_054634삼각대안전막1만원

이름도 몰랐는데 이제 보니 삼각대 안전보호백이었구나. 아무렴 워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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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삼각대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면 되는 것일 따름이다. 정말 이것은 사 놓기를 잘 했고, 들고 온 것은 더욱 잘 했다. 칭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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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맘에 든다. 이런 풍경을 상상했었단 말이지. 525초면.... 거의 10분 가까이 찍었나 보다.

'바다, 명상에 잠기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혼자 바람모지에서 감탄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징 소리가 들린다. 물론 10분을 찍었으면 다시 '처리 중'도 10분을 지켜봐야 하고, 결과적으로 20분간 할 일이 없다는 말이 되는데 주변에 풍경이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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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소원을 들고 용왕님을 찾아오셨던가 보다. 오색 깃발을 펄럭이면서 간절히 염원하는 모습이 있어서 한 장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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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띤 소녀가 헌식[사용한 제물의 일부분]을 사방에 뿌리는 것을 보니 수능시험에 합격하기를 염원하는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용왕님이 도움하사 무사히 원하는 곳에 합격하기를 옆에서도 빌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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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장노출 놀이에 시간도 물처럼 흘러간다. 서너 장의 사진을 찍었으니 이제는 방향을 바꿔서 또 한 장 찍어봐야지. 무창포를 떠올리면 갈라지는 바닷길이 이어지고, 그 갈라지는 바닷길로 이어지는 섬이 바로 석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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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방향을 석대도로 향해서 카메라를 세워놓고는 시간은 15분으로 설정했다. 정면광이 아니어서 노출은 더 열어도 되지 싶어서였다. 그리고는 다시 기다림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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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창포 앞의 섬이라고만 생각했지 석대도였는지도 몰랐다. 관심이 생기니 이름도 알게 되는 구나. 석대도(石大島)라고도 하고, 석대도(石臺島)라고도 하며, 다른 글자로 석대도(石台島)라고도 한다니까 어느 것이 옳은지 알고 싶지 않으면 그냥 한글만 알고 있으면 된다. 대한민국에서 석대도는 여기 하나 뿐인 모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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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초를 찍고, 다시 907초를 기다려서 얻은 그림이다. 15분+15분=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거센 바람과 파도소리는 모두 잠자고 고요한 적막감이 감도는 모습이 맘에 든다. 그나저나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오늘의 장노출 연습은 여기까지만 하고 움직여야 할 모양이다. 또 옥마산에 가서 일몰의 그림이 괜찮으면 보고 갈까 싶은 생각에서였다. 이만하면 잘 놀았다.

하늘이 좀 심심한 것이 아쉽다면 아쉬울 따름이다. 다음에는 사리때를 기다려서 구름이 예쁜 날에 다시 놀러 오기로 하고 그때는 30분까지 도전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짐을 챙겼다.

'오늘 공부는 성공~!'

이렇게 적어놓으면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