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데이션 필터(GND)

작성일
2020-11-04 06:16
조회
603

그라데이션 필터
(GND graduated neutral density fi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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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을 따를 것은 세상에 없는 모양이다.
사진놀이를 하면서 비로소 육안(肉眼)의 능력에 감탄한다.
부처는 육안을 허망하다고 하셨지만 뭐.... 생각은 자유니깐. ㅋㅋㅋ
카메라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육안을 따르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아니, 그것을 깨달았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기능이 뛰어난 카메라는 사람이 본 것처럼 볼 줄로...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제 비로소 카메라의 능력을 이해한다.
이해를 하고 보니까 사람의 눈을 따라가기 위한 기능들...
말하자면 노출을 사람의 눈과 비슷하게 만드는 장비들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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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데이션 사각필터이다.

엄청 비쌌지만 그래도 하나 샀다.
카메라를 바꾸고 났더니 렌즈가 눈에 들어오고
렌즈를 바꾸고 났더니 이제 필터가 들어온다.
사진놀이의 단계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자니 죽어나는 것은 돈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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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로(百樂)라는 중국의 필터회사에서 만든 제품이 좋단다.
그래서 신(辛)과 병(丙)의 치열한 싸움 끝에 타협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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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5스탑을 감소시키는 효과의 GND32필터를 하나 구입하게 되었다.
가로150mm 세로 170mm의 웅장한 모습이다.
하이다(海大)라는 중국의 필터회사 제품도 좋다는데...
벤로에서 소니카메라의 12-24mm GM 렌즈에 맞는 제품을 먼저 출시했다.
그러니까 어댑터가 있어야 이 필터를 쓸 수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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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매우 사악하다.
검색하다가 덜렁 주문을 할 수가  있는 가격이 아니라...
생각하고 검색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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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필터를 쓰기 위해서 있어야 하는 물건인 셈이다.
아니면 필터를 손에 들고 렌즈 앞에 대고서....
뭐, 그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다면 달리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다행히 오행신께서 보우하사 구입 버튼을 누를 수가 있었다. ㅎㅎ

물론 이것이 있으면 다른 렌즈들도 혜택을 고스란히 받을 수가 있다.
말하자면 24-105의 77mm렌즈에도 사용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대인은 소인을 품을 수가 있지만,
소인은 대인을 품을 수가 없는 이치랄까....? 원, 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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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땁에 낭월전망대에 올라갔다.
24-105렌즈에 그라데이션 필터를 장착하고 찍어봐야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느냔 말이지.

꼭두새벽길을 달려서 흑성산으로 타임랩스를 찍으러 갔는데
매우 만족스러운 카메라와 꽤 괜찮은 렌즈도 있는데...
옆에서 사진놀이하는 아재는 렌즈 앞에 커다란 것을 붙였더란 말이지.

다운로드 (3)

"오잉~~~???"


그리고는 귀가해서 사진을 보면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탄식을 막을 수가 없었더란다.....
왜 그것이 필요한 것인지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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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공주 연미산(燕尾山)에서 본 새벽의 운해이다.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렇게 풍경에 취하면서....
그 풍경들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길 것이라고.....
그러나 결과물은 이랬다.

구름이 하얗게 피어올랐는데....
구름을 살리려니 하늘이 날아가버린다.
다시 하늘을 살리고 태양을 보려니까...
예쁘던 새하얀 구름은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다....
그와 동시에 떠오른 흑성산에서의 그 장면...
렌즈에는 필터가 있어야 한다는..... ㅠㅠㅠㅠㅠ

사진을 보정하다가 필터를 검색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로부터 이성과 탐욕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드디어 탐욕이 찬란한 승리를 거뒀다. 이게 손에 들어왔으니깐. ㅋㅋㅋ

gnd220201104-001

그때는 없었지만 지금은 있다.
그때는 못 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다.
사진놀이에 변화가 생기면 사진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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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노을과 구름이 어우러진 것을 보고서 얼른 필터를 챙겼다.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좋은 법이다. 최초니깐.
먼저 필터효과가 없는 사진을 찍고는 설레는 마음을 짓누르면서
필터를 장착하고는 샷~!

이렇게 해서 간단한 시험촬영을 해 봤다.
결과는 즉시로 보여준다.
사용하면서 손에 익으면 점점 잘 활용할 수가 있겠지.
필터없이 찍은 사진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이제는 필터가 없으면 일출이든 노을이든...
카메라를 꺼내기가 싫게 되지 싶다.
어제까지 당연했던 사진이 오늘은 당연하지 않으니....

"스승님, 어제까지 알았던 오행은 오행이 아니었네예~!"

문득 엇그제 오행 공부를 하고 난 제자의 말이 떠오른다.
이미 인식체계에는 새로움이 자리를 꿰어차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신피질이 구피질을 덧씌우면서 진화하는 것이려니....

gnd20201104-001

다시 필터없이 그냥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본다.
이 자제만으로도 얼마나 멋진 노을의 풍경이냔 말이지.
그런데 이제 필터효과를 받은 사진을 알아버렸다.
그래, 내가 본 것은 이것이 아니었던 게야.....

이제 흑성산을 가도 멋진 일출을 담지 싶다.
아니, 연미산이라도 가봐야 하겠는데 오늘 새벽엔 영하라니....

'운해는 최저기온이 영상2도랬는데.....'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필터를 만지작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