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전기-산묘전

작성일
2020-06-12 08:39
조회
673

산중전기(山中傳記)-산묘전(山猫傳)


 

 

go120200610-001

오랜 옛날.....
충청도 계룡산 자락에는 암자가 있었고..
주위에는 온갖 산새들이 저마다
자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더란다.
비둘기 한 쌍도 서로 쓰다듬어 주면서 오손도손...
초여름의 풍경을 함께 누리고 있었더란다.

go20200610-001

새끼들을 무탈하게 부화시켜서
저마다 자신의 삶을 누리도록 해 놓고나니까
급하게 서둘러야 할 일도 없었던지라
그렇게 자연풍경과 스님의 독경소리를 즐겼다.

go20200610-004

그런데,
평화로움 뒤에는 위기가 오기 마련이다.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귀여운 새 한마리...
그것을 본 비둘기의 잠자던 바람기가 발동을 했던지....
눈길을 주다가 마음을 주다가 급기야 사랑을 주고 말았다.

go20200610-003

옆에서 그 꼴을 지켜 볼 수가 없었던지....
치열하게 따지고 싸우는 또 한 마리의 비둘기...
암수는 구별을 할 수가 없으니 태도만으로
대략 짐작만 할 따름이었다.

사랑은 화합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사랑은 투쟁이었고 생존이었다.
사생결단으로 싸움을 하다가...
그렇게 싸우다가....

go20200610-002

한 마리는 도저히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던져서 스스로를 마감했다.
그 슬픈 소식에 산천의 초목도 잠시 고개를 숙였다.
이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그렇게 시간은 덧없이 흘러갔다.

자고이래로 사랑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그 대상에 따라서 반드시 좋은 결말을 내지는 않는다.
때로는 심각한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싸우다가 생명을 잃기도 한다.
가끔은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질투심이기도 한 까닭이다.

아마도 그로부터 두어 시간이 지나갔나 보다.
갑자기 마당이 소란스러워서 내다 봤다.

go20200610-005

아, 그랬다.
누군가의 죽음은 또 누군가에게는 삶이었다.
비둘기가 자신의 몫을 다 살지 못한 나머지는
고양이 몸에서 마저 살고자 한 것일까.....?
그 진위는 알 도리가 없겠으나......

이렇게 다시 생명이 윤회하듯이
비둘기의 몸으로 존재하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고양이 몸과 하나가 된다.
이렇게 순환하는 것이 또한 자연임을....

go20200610-006

고양이는 수컷이다. 이름은 얼룩이다.
요즘 암컷은 새끼 세 마리를 키우느라고 바쁘다.
그래서 수컷도 뭔가 해야 한다는 짐이 있었다.

go120200612-001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 아름답다고 했던가....
무엇을 먹어도 항상 암컷에게 양보를 한다.
나름대로 놀고 먹는 것처럼 보여도 저마다 몫은 있기 마련이다.

go120200612-002

그래서 수컷도 뭔가는 해야 한다는 책임감 혹은 의무감.
아마도 이것도 수컷의 숙명일 게다.....

go20200610-007

비둘기를 보면서 잠시, 아주 잠시 생각을 하더니...
덥썩 물고는 자리를 옮긴다.
아마도 호젓한 곳에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으려는 듯...
그래서 조용히 뒤를 밟았다.

go20200610-009

얼룩아? 오데가노?

go20200610-010

내가 그거 뺏어 묵을 줄 아나? 아이다~!!

go20200610-011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목단나무 속으로 들어간다.
혼자 먹으려는 야생 본능이겠거니....

go20200610-012

"냐아옹~~!!"

go20200610-013

녀석이 한 번 소리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암컷이 달려든다.
아니, 그냥 달라고 해도 줄 법하건만...
"앙~! 크앙~!!!"

go20200610-014

그렇게 암컷이 비둘기를 물고는 안 보이는 곳으로 몸을 숨긴다.
그랬다. 자신이 먹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겠다.
수컷은 원래 그런 것이 운명이려니.....

go20200610-015

"개안나?"
"머가요?"
"그냥 묵지 그랬더노?"
"에고, 시님도 참... 그기 넘어 가능교~!"
"마, 그랬구나... 녀석~! 하하하~!"

계룡산 자락의 어느 날 풍경이었더란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