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전기-산묘전
작성일
2020-06-12 08:3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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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전기(山中傳記)-산묘전(山猫傳)
오랜 옛날.....
충청도 계룡산 자락에는 암자가 있었고..
주위에는 온갖 산새들이 저마다
자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더란다.
비둘기 한 쌍도 서로 쓰다듬어 주면서 오손도손...
초여름의 풍경을 함께 누리고 있었더란다.
새끼들을 무탈하게 부화시켜서
저마다 자신의 삶을 누리도록 해 놓고나니까
급하게 서둘러야 할 일도 없었던지라
그렇게 자연풍경과 스님의 독경소리를 즐겼다.
그런데,
평화로움 뒤에는 위기가 오기 마련이다.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귀여운 새 한마리...
그것을 본 비둘기의 잠자던 바람기가 발동을 했던지....
눈길을 주다가 마음을 주다가 급기야 사랑을 주고 말았다.
옆에서 그 꼴을 지켜 볼 수가 없었던지....
치열하게 따지고 싸우는 또 한 마리의 비둘기...
암수는 구별을 할 수가 없으니 태도만으로
대략 짐작만 할 따름이었다.
사랑은 화합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사랑은 투쟁이었고 생존이었다.
사생결단으로 싸움을 하다가...
그렇게 싸우다가....
한 마리는 도저히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던져서 스스로를 마감했다.
그 슬픈 소식에 산천의 초목도 잠시 고개를 숙였다.
이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그렇게 시간은 덧없이 흘러갔다.
자고이래로 사랑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그 대상에 따라서 반드시 좋은 결말을 내지는 않는다.
때로는 심각한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싸우다가 생명을 잃기도 한다.
가끔은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질투심이기도 한 까닭이다.
아마도 그로부터 두어 시간이 지나갔나 보다.
갑자기 마당이 소란스러워서 내다 봤다.
아, 그랬다.
누군가의 죽음은 또 누군가에게는 삶이었다.
비둘기가 자신의 몫을 다 살지 못한 나머지는
고양이 몸에서 마저 살고자 한 것일까.....?
그 진위는 알 도리가 없겠으나......
이렇게 다시 생명이 윤회하듯이
비둘기의 몸으로 존재하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고양이 몸과 하나가 된다.
이렇게 순환하는 것이 또한 자연임을....
고양이는 수컷이다. 이름은 얼룩이다.
요즘 암컷은 새끼 세 마리를 키우느라고 바쁘다.
그래서 수컷도 뭔가 해야 한다는 짐이 있었다.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 아름답다고 했던가....
무엇을 먹어도 항상 암컷에게 양보를 한다.
나름대로 놀고 먹는 것처럼 보여도 저마다 몫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수컷도 뭔가는 해야 한다는 책임감 혹은 의무감.
아마도 이것도 수컷의 숙명일 게다.....
비둘기를 보면서 잠시, 아주 잠시 생각을 하더니...
덥썩 물고는 자리를 옮긴다.
아마도 호젓한 곳에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으려는 듯...
그래서 조용히 뒤를 밟았다.
얼룩아? 오데가노?
내가 그거 뺏어 묵을 줄 아나? 아이다~!!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목단나무 속으로 들어간다.
혼자 먹으려는 야생 본능이겠거니....
"냐아옹~~!!"
녀석이 한 번 소리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암컷이 달려든다.
아니, 그냥 달라고 해도 줄 법하건만...
"앙~! 크앙~!!!"
그렇게 암컷이 비둘기를 물고는 안 보이는 곳으로 몸을 숨긴다.
그랬다. 자신이 먹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겠다.
수컷은 원래 그런 것이 운명이려니.....
"개안나?"
"머가요?"
"그냥 묵지 그랬더노?"
"에고, 시님도 참... 그기 넘어 가능교~!"
"마, 그랬구나... 녀석~! 하하하~!"
계룡산 자락의 어느 날 풍경이었더란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