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④ 다희네 민박

작성일
2022-03-2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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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④ 다희네 민박에 도착하다.


(2022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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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에서 여행하는 동안에 머물게 될 민박집에서도 우리 일행을 마중나왔다. 차량은 6인승 오픈카로구나. 상호는 다희네민박이다. 지도에는 나오지도 않는 곳이다. 호연의 작품을 이제부터 봐야 할 순간이로구나. 먹고 자는 것은 호연의 담당아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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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을 찾느라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기도 하다. 가거도는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눠진다. 가장 번화한 곳은 가거도항이 있는 대리마을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백년등대로 가다가 만나는 대풍마을이고, 가장 작은 곳은 가거도 섬등반도가 있는 항리마을이다. 예전에는 또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의 상황은 대략 그렇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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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지도를 이만큼 확대하면 하나의 민박이 나타난다. 섬누리민박이다. 그리고 길의 끝에 쪼맨하게 집이 있다는 표시뿐인 그곳이 우리가 머무르게 될 다희네 민박이다. 출발하면서 호연이 말했다.

호연 : 사부님께서 말씀하셨던 둥구펜션도 좋다고 합니다.
낭월 : 그런데?
호연 : 음식이 맛있다고 하는 점에서 1등이 아니었습니다. 
낭월 : 그야 한 고개만 넘어가면 다 같은데 뭘.
호연 : 아닙니다. 입안에 머무는 동안의 행복감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낭월 : 그렇긴 하지. 그래서 어디로 잡았노?
호연 : 다희네민박입니다.
낭월 : 그래? 그곳은 음식이 맛있다고 하던가 보지?
호연 : 하나같이 잠자리보다는 음식이야기였습니다.
낭월 : 조사도 많이 하셨겠네. 알았어.
호연 : 장소도 가거도항쪽이 아니라 섬등반도쪽입니다.
낭월 : 아, 그곳에도 민박을 하나 봤다. 그게 다희네였나?
호연 : 아닐 겁니다. 지도에는 섬누리민박만 나옵니다.
낭월 :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집을 찾았단 말이구나.
호연 : 그렇습니다. 
낭월 : 광고하는 글은 다 믿을 것이 없기는 하다만......
호연 :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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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의 계획대로 숙소는 결정되었고, 그래서 지금 마중을 나온 차에 짐을 실었다. 낭월이 걱정되는 것은 다만 이동할 적에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가거도항에 가까이 머무르면 육상관광이나 해상관광이 더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외진(?) 곳에 머물게 되면 출입하는데 아무래도 불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숙식(宿食)에 대해서는 토를 달지 않기로 했기에 호연의 선택에 일체의 이유를 붙이지 않고 묵묵히 따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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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녁하늘에 높이 솟은 둥근 달은 오늘이 음력으로 열나흗날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사진은 홍박사가 찍은 것인데 그녀의 감성이 드러나는 작품이지 싶다. 낭월의 카메라는 차와 포구를 보느라고 여념이 없을 적에 홍박사의 폰은 하늘의 달을 보고 있었구나. 그것도 맑은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낭월(朗月)을 말이다. 이런 사진은 써주지 않으면 죄 받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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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리에 다섯 사람을 우겨 넣었(!)다. ㅋㅋㅋ 그래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마냥 즐거울 따름이다. 여행이기 때문이다. 은성호 선장인 바깥 양반은 운전을 하고 낭월이 조수석에 앉았다. 그리고는 출발을 했는데... 마을에 들어서더니 또 한 여인이 차를 탄다. 부인이란다. 그래서 도합 8명을 싣고야 비로소 우리의 오픈카는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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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를 지도만 들여다 보면서 여행기를 읽느라고 길은 이미 백 번은 다녔음직하게 눈에 익었다. 결코 처음으로 가보는 길의 느낌이 아니었다.

낭월 : 가거도 공부를 하기는 잘 한 모양입니다.
선장 : 예, 그러셨습니까?
낭월 : 처음 가는 길이 이미 익숙하니 말입니다.
선장 : .........

그러자 화인이 뒷자리에서 말을 받았다.

화인 : 열심히 가거도 여행이야기를 보셨으니까요. 호호~!
애란 : 가거도는 처음이시군요.
화인 : 맞아요. 많이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왔어요.
애란 : 잘 오셨어요. 즐거운 여행길이 되세요. 호호~!

남편은 선장이라고 호칭하고 아내는 애란으로 호칭할 요량이다. 노애란씨가 안주인의 이름이고 임권중은 선장의 이름인데 임 선장은 대화명을 선장으로 호칭하면 되겠는데 애란씨는 사모님이라기도 그렇고 여사라기도 그렇고 그냥 이름을 부르면 더욱 정겨울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 이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민박 관련해서는 실질적인 사장이었지만 그렇다고 사장이라고 하기에는 선장과 중복이 되는 느낌이 들어서다. 여하튼  낭월 맘이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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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선장 님은 민박도 운영하시고 고기도 잡으시니 많이 바쁘시겠습니다.
선장 : 어제까지 많이 바빴지요. 오늘부터는 한가합니다.
낭월 : 아니, 어선은 사리때 바쁜 것이 아닙니까?
선장 : 근해에서는 그런데 가거도는 반대로 조금때 조업합니다.
낭월 : 혹시 물살이 너무 거세서 사리때는 조업을 안 하시는 건가요?
선장 : 맞습니다. 잘 아시네요. 가거도는 육지쪽과 반대입니다.


그래서 견문이 필요하다는 게다. 낭월의 상식사전에 또 한 줄 추가했다.

'가거도는 조금때에 조업하고 사리때는 쉰다.'

그렇거나 말거나 이 상황이 무슨 의미인지 당시에는 몰랐다. 선장이 바쁘면 육로관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이해를 했기 때문이다. 타이밍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게다. 무심코 잡은 일정에 이러한 환경적인 혜택까지도 주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여행 복이라는 말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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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 간만의 차이가 큰 시기를 사리때라고 하고, 차이가 작은 시기를 조금때라고 한다는 정도야 누가 모르겠는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한 줄 추가한다. 왜나면 친절한 낭월씨니깐. ㅋㅋㅋ

길이 계속 무인지경이다. 벼랑길과 꼬부랑길을 계속 흔들리면서 내달린다. 일몰의 시간이지만 하늘에는 구름이 모여들고 있어서 대한민국 최서단의 일몰은 진작에 포기를 했다.

호연 : 오는 중간에 파도가 꽤 치던데요.
선장 : 파도라고요? 오늘은 호수도 거울호수인데요?
호연 : 중간에 좀 흔들렸거든요. 이 정도는 호수입니까?
선장 : (말없이 미소만)
애란 : 여기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서 파도가 치면 겁나부러요.
호연 : 와~! 그럼 무섭겠습니다.
애란 : 그런 날은 조업도 없으니까 쉬는 날이죠.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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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갑자기 아래로 내리받이로 변했다. 아래쪽으로 향하는 모양이다. 애란씨가 왼쪽을 가리기면서 말했다.

애란 : 저기~를 보세요. 사람 목처럼 생겼죠잉~!
낭월 : 아, 벼랑을 말씀하시는군요?
애란 : 사람의 목처럼 생겼대서 여기가 항리거든요.
낭월 : 아하, 목덜미 항(項)이로군요.
애란 : 맞아부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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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까 가거도항은 큰 마을이라서 대리(大里)이고, 대풍리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대풍리(大風里)이고 여기는 사람의 목처럼 생겨서 항리(項里)라는 것을 짐작했다. 다만 이 이름에 동의가 선뜻 되지는 않았다. 그건 작은 부분이고, 오히려 섬등반도를 끼고 있으니 섬등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섬등은 한자로 쓰려면 섬 도(島)에 등 배(背)를 써야 할까? 그러면 도배리? 그것도 좀 이상하긴 하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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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험난(?)한 길을 달린 포터는 허름하고 썰렁한 곳에 정차했다. 이곳이 우리가 머물 집인 모양이다. 연지님은 감탄이다.

"와~! 바다다~!!"

전망이 맘에 드셨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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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에 보이는 하얀 2층 집이 아마도 지도에 표시된 섬누리민박이겠군. 호연도 그것을 알아보고서 말했다.

호연 : 저 건물이 섬누리민박입니다. 잠자리는 좋은데 밥을 해 주지 않는답니다.
낭월 : 그럼 어떻게 하지?
호연 :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못해준답니다.
낭월 : 그렇다면 해 먹어야 한단 말여?
호연 : 맞습니다. 밥을 해 먹으면서 놀기는 바쁘지 않겠습니까?
낭월 : 그야 당연하지.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아마도 호연의 말이 맞을 게다. 짐은 숙소로 옮기라면서 선장이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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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의 이마빡에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다희네」

그래 우리가 다희네에 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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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란 : 저녁은 일곱시에 드시면 되것지요?
화인 : 배가 고파요. 멀미할까봐 못 먹었거든요.
애란 : 알았어요. 얼른 준비할께라~!

전라도 말은 글로 표현해서는 그 맛을 30%밖에 낼 수가 없다. 독특한 어투는 아무리 귀에 들어온 소리를 조합해 봐도 필설(筆舌)로 나타낼 수가 없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서도 찰지게 나오는 사투리를 읽기야 했었지만 글 맛이 아무리 좋다한들 혀 맛만 하겠느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만 최선을 다 해서 자음과 모음을 모아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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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박사 내외가 기거할 방이다. 그냥 도착한 대로 한 칸씩 찜했을 따름이다. 서로 모여서 방을 배정할 필요없이 그냥 방에 가방을 들여놓으면 주인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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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네 부부는 바닷가쪽으로 방을 잡았다. 아마도 파도소리가 좀 심하지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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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은 첫머리에 있는 방으로 잡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가장 큰 방이었고, 그래서 모임이 있을 때는 우리 방이 자동으로 선택되었다.

호연 : 와우! 방마다 화장실이 있습니다.
낭월 : 그래? 당연한 것이잖여?
호연 : 다녀온 사람들이 공동화장실을 썼다고 했거든요.
낭월 : 그럼 수리를 했나 보지.
호연 : 아닙니다. 다른 방도 열어봤는데 화장실이 없는 곳도 있네요.
낭월 : 아, 그럼 우리가 머물 세 칸은 화장실이 있는 것이었나?
호연 : 그러니까 말입니다. 기가 막힙니다. 하하하하~!

아마도 호연은 내심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음식에 정신이 팔려서 화장실이 불편하다는 비난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했던 모양이다. 그러한 걱정이 말끔히 사라졌으니 마음도 개운해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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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들여놓고는 먼저 옥상으로 올라가 봤다. 다만 식당의 마당이나 숙소의 옥상이나 높이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해풍에 마르고 있는 생선들이 반겨준다. 생선은 봐도 모른다. 그냥 물고기일 따름이다. 찍어볼까? 그냥..... 민어? ㅋㅋㅋ

박사 : 형부, 저녁 준비가 다 되었대요. 식당으로 가요.
낭월 : 벌써? 부지런도 하시네. 알았어.

홍박사는 의학박사다. 한의학전공이고 장비 일체를 항상 지니고 다닌다. 부항과 침통이 늘 옆에 있어서 자동으로 일행의 주치의도 담당하게 되었다. 아마 상비약도 챙겼을 게다. 원래 의사는 걱정이 많으니까. 그래서 잊어버리고 신나게 놀기만 하면 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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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치게~ 간이 맞을랑가 모르겠소잉~!"

오늘 저녁은 첫날이라서 호연이 특별히 회를 주문했던 모양이다. 식탁에 앉는 순서는 배가 고픈 순서와 비례한다. 혜운과 화인이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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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화인이 말했었다. 바이주(白酒)가 있으면 한 병 갖고 가게 챙기라고. 그래서 금문38을 한 병 챙겼더니 지금 먹으려고 그랬단다. 그래서 꺼내놓았다.

"축하합니다~~!!!!"

호연의 감탄사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말하자면 ★★★★★ 이라는 말이다. 다들 시장했던 차에 정갈한 찬과 신선한 회를 겯들여서 백주 한 잔으로 여행의피로는 말끔히 사라진 모양인지 저마다 희희낙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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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하지만 풍성한?' 이게 말이 되는 단어의 조합인지 모르겠다만 그런 느낌이었다. 밑반찬도 간이 잘 맞았고 우럭찜인가? 여하튼 맛깔나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전라도의 음식은 원래 그렇다고 하면 안 된다. 음식은 전라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까닭이다. 그러니까 전라도 음식도 음식 나름이라는 말이다. 여하튼 다희네 주인장인 애란씨의 음식은 먹을 만 했다. 이것은 낭월이 먹어보고서 매우 높이 평가하는 최상의 표현이다. 참고로 낭월의 음식맛에 대한 표현의 기준이다.

한 고개만 넘어가면 되지 → 맛이 형편없을 때 
음식의 맛이 다 그렇지 → 그럭저럭 무난할 때
먹을 만 하네 → 맛이 좋아서 다음에 또 먹고 싶을 때

또 하나는 나중에 누군가 이 여행기를 읽고서 그 집에 갔을 적에 혹은 느낌이 같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10%는 포함되어 있다. 맛은 주관적이라서 민감한 사람도 있고, 무딘 사람도 있는데 저마다 글만 읽고서 그 맛을 상상했다가 혹 실망을 한다면 그것도 낭월의 책임일 수가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음식 맛의 평가에 인색한 것은 부처님 말씀 때문이다. 음식은 단지 몸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고 도업(道業)을 이루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라는 가르침을 하루 세 번 끼니때마다 발우를 펼 때 외웠으니 맛에 대해서는 절대로 평가하면 안 되었던 승방 생활의 청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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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발게(展鉢偈) 

여래응량기(如來應量器)
아금득부전(我今得敷展)
원공일체중(願共一切衆)
등삼륜공적(等三輪空寂)


발우를 펴면서 읊는 게송
부처님께서 주신 밥그릇을
이제 내가 얻어서 펼치나니
원컨데 이 세상의 모든 무리들이
세 바퀴의 공적이 같아지기를

마지막 구절이 좀 어렵겠군. 세 바퀴란 이 공양을 베푼 사람, 이 공양을 받는 사람, 그리고 오고간 공양물을 의미한다. 공적(空寂)은 무슨 대가를 바라고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청정한 마음으로 주고 받는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단련이 된 정신머리에서 음식이 맛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이야 언감생심이다. 소금을 찍은 밥 뭉치를 줘도 감지덕지 할 따름이니 말이다. 그러니 음식을 먹으면서도 감탄하고 맛있다고 하기에는 양심이 찔릴 밖에. 더구나 누군가의 몸을 위해서 누군가는 희생이 되었다는 생각조차 해야 하는 것이니 더 말해서 뭣하랴. ㅎㅎ

아, 이게 다가 아니다. 전발게는 발우를 펴는 게송이고 밥을 받아놓고서도 그냥 먹을 수가 없다. 이번에는 밥을 먹겠다는 오관게를 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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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게(五觀偈)

계공다소 양피래처(計功多小量彼來處)
촌기덕행 전결응공(忖己德行 全缺應供)
방심이과 탐등위종(防心離過 貪等爲宗)
정사양약 위료형고(正思良藥 爲療形枯)
위성동업 응수차식(爲成道業 應受此食)


밥을 앞에 놓고서 외우는 게송
생각해 보니 온갖 정성이 두루 쌓인 이 공양을

덕행도 부족한 채로 내가 지금 받게 되었구나
들끓는 탐심을 내려놓고 허물을 막기 위해서
올바른 생각을 쌓는 양약이요 몸이 병듬을 막아
도업을 이루기 위해서 이 음식을 받을 뿐이다.


음식이 맛이 있네 없네로 투정을 한다고?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고 생각조차 해서도 안 된다. 무엇이든 병드는 것을 막는데 필요한 만큼만 그것도 최소량으로 받아야만 빚을 덜 지고 수행하는데 장애를 없앨 뿐이라는 정신으로 밥상을 대하는 것이 수행자의 기본이니 맛이 좀 있다고 해서 감탄을 하거나 맛이 없다고 해서 밥상을 걷어차는 일이야 어찌 상상이나 할 수가 있겠느냔 말이지. ㅎㅎㅎ

밥그릇에 붙어있는 단무지 한 조각을 보니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저것은 설거지용이다. 장삼자락을 휘날리면서 밥과 국을 배식하던 홍안의 청춘이었지. 20대 초반의 낭월은 또 그러한 풍경에서 세월을 보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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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채우고 나서야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가거도요식업협회에서 공통으로 약속한 가격인 모양이다. '자연산회'가 이색적이다. 보통은 우럭, 광어, 참돔 등등의 어종이 써있기 마련인데 가거도에는 그냥 자연산회로 퉁치는구나. 그것은 철마다 나오는 생선이 다르고 일진에 따라서도 잡히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할 게다. 그러니까 오늘 저녁은 백반에 자연산회를 추가한 것이로구나. 이날 먹은 횟감은 참돔과 농어라고 한 모양이다.

실은 왼쪽메뉴보다 오른쪽 메뉴가 눈에 쏙 들어온다. 독실산까지 등산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차량을 이용할 수가 있다니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다. 육로와 해로의 여정이 모두 가능하니까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고 일단 푹 자는 것이 최선이로구나. 외진 곳에 숙소를 잡아서 출입이 불편하겠다는 걱정도 봄 눈처럼 녹아버렸다.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