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언제 태어나셨소?

작성일
2007-09-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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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시간을 물어봐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보리쌀 삶을 때’ 라고 하던지, ‘마실꾼 집에 돌아갈 때’ 라고 하면 처음에는 참으로 난감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그래서 그렇게 어정쩡하게 말하지 말고 정확하게 몇시 몇분에 태어났는지를 말하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은 ‘보리쌀 삶을 때’가 더욱 정확한 시계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 쯤이면 아마도 벗님이 명리학을 연구한지 10여년의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야자시나 30분 꼬리, 또는 썸머타임 등등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정확하게 몇시 몇분에 태어났다고 출생시간을 불러주면 오히려 더욱 골치가 아프게 되어있는 것이 현재의 한국 명리학이라는 점을 안다면 아무도 시간을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을 반가워 하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상담자는 정확하게 태어난 시간을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을런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머릿 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꿈에도 모를 것이다. 더욱이 낭월이 같이 숫자맹(?)에게는 참으로 반갑지 않은 ‘정확함’이다. 그냥 대충 불러주는 것이 오히려 반갑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충 이야기 해주는 것을 잘 분석하려면 역시 나름대로 ‘생활시계’를 보는 훈련은 되어있어야 하겠다. 보통 개밥 줄때라고 한다면 밥을 먹고나서 설거지를 한 다음에 개밥을 준다는 것을 고려하면 辰時 정도가 된다고 보면 적절하겠다. 그리고 마실꾼들이 갈 시간이라면 亥時 정도가 될것이고, 마실꾼 올 시간이라고 하면 戌時가 될 것이다. 이렇게 당시의 생활상을 관찰하면 일정한 흐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또 새참때라고 하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오전이면 巳時에 해당하고, 오후라면 申時라고 봐서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리고 오후새참일 경우에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未時에도 해당할 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다. 이유는 한여름에는 낮잠시간이 끼어있기 때문에 틀림없이 신시인데, 그 나머지는 점심을 먹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면 미시말에도 새참을 먹을 가능성이 있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리쌀 삶을 때라고 하면 신시이다. 이유는 보리쌀은 두 번을 삶아야 밥이 되는데 그냥 계속 불 만 때는 것이 아니라 삶아 놓고는 한바탕 수다를 떨다가 와서 다시 삶아야 푸욱 퍼지기 때문이다.

한숨 푹 자고 나서 낳았다고 한다면 寅時가 될 가능성이 크고, 잠결에 낳았다면 날짜가 오락가락 한다고 생각해야한다. 또 첫닭이 울때라고하면 계절을 봐야 하는데 한겨울이면 寅時이고, 그 나머지는 丑時이다. 겨울에 날이 무척 추울 적에는 닭도 게을러져서 인시에 울게 되는 까닭이다. 애낳고 났더니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 하면 음력으로 달뜨는 시간과 조수와의 관계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것은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정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복잡해지는 이유는 인천의 밀물 시간과 목포의 밀물시간이 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하루에 두 번씩 들어오는 조수는 그 시간이 항상 달라진다. 그리고 달이 몇시에 뜨는가를 관찰해도록 해야 하는데, 달이 뜨는 시간과 정반대의 시간에 두 번씩 바닷물이 들어오게 된다. 이것을 파악하면 답을 얻을 가능성도 있겠다.

해걸음이라고 하면 유시가 될것이고, 땅거미 내릴 때라고 하면 술시가 될 가능성이 많은데, 이것도 여름과 겨울을 나눠서 봐야 하겠다. 겨울에는 신시만 되면 해걸음이 되겠는데, 여름에는 신시라고 하직 한낮이 되는 까닭이다. 그리고 해나 달과 연관된 이야기는 서쪽에 큰 산이 있는 마을과 동쪽에 큰 산이 있는 마을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구분해서 들어야 한다. 즉 해뜰 때 났다고 하더라도 동쪽에 큰 산이 있는 경우라고 한다면 30분에서 1시간은 늦춰서 잡아야 올바른 시간이 될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