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릴리스 꽃대

작성일
2020-12-27 07:06
조회
91

아마릴리스 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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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 꽃대가 올라와~!"

연지님의 살짝 흥분된 소리가 들렸다.
그래, 따뜻한 방에 옮겨 준 보답을 할 모양이다.
오늘도 풀때기 이야기이다.
어딜 나가볼래야 갈 데도 없고, 갈 수도 없고...

낭월 : 근데 실은 왜 묶었어?
연지 : 그야 잎이 널부러지지 말라고.
낭월 : 그럼 튼튼한 끈을 찾아줄까?
연지 : 안 돼~!
낭월 : 왜? 그러면 좋잖아. 앞으로도 계속 자랄텐데.
연지 : 지금은 햇살을 더 받아야 하니까.
낭월 : 아하~!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역시 구경꾼은 주인에게 미치지 못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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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테넷을 보게 되었고

그러다가 또 덩케르크가 인연으로 다가 왔다.
오늘 오후에는 덩케르크를 봐야지.
매월 스카이라이프에서 서비스로 주는 1만원짜리 쿠폰도 아직 남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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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오후의 햇살에 여지없이 폭격당한다.
동짓달의 낮은 일각(日角)으로 오후만 되면 들어온다.
그리고 그 햇살을 '냠냠냠~!'하는 이 친구들..... 우짜노...
연지님의 그 목소리가 다시 귓가를 때린다.

"꽃대가 올라오고 있잖아~!"

곰곰 생각타가 법당으로 올라갔다. 병풍~~!!
궁즉통이요 발상즉시 행동에 옮기면 된다.
병풍을 갖다가 꽃화분과 화면의 사이에 벽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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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낀 날은 괜찮지만 햇살이 따사로운 날에는 눈치가 보여서... ㅎㅎ
이렇게 빛과 어둠은 타협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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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다른 아마릴리스도 꽃대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마도 올 겨울이 가기 전에 새빨간 꽃을 보여주지 싶다.
꽃대가 나오기 전에는 누군지 모르는 객이 보였는데
화분의 주인이 등장하니까 객풀들은 또 뒷전이 되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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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기 좋으려고 아미릴리스만 한 곳으로 모았다.
모두 여섯 분이다. 아직 꽃대가 보이지 않은 화분도 있다.
그래도 곧 올라올 것으로 봐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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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영화의 세계로 빠져든다.
병풍이 덜 쳐진 것이 아니다. 밖과 안의 경계를 담아본 것이다.
말하자면 작가의 의도가 들어갔으니 작품이라는.... 무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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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빛이 이렇게 강한 것은 아니다.
병풍의 그림을 보려고 빛을 양껏 허용했다.
눈은 보고 싶은 것을 자동으로 보정하지만
카메라는 멍청이라서 아직은 멀었다.
그래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잘 보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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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화에 몰입해야지. 독일과 연합군이 전쟁하던 이야기란다.
덩케르크에서 영국군을 철수시키던 사연을 담았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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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도 침착하고, 병사들도 명을 잘 따른다.
침울한 중에 생명력이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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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남의 나라 일이었지만 공감이 되는 것은 또 뭔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지만 감독의 섬세한 심리가 느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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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가 도대체 어디에 붙어 있는 거야....
구글에게 물어본다. '어느 구석에 있는 곳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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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있는 프랑스였구나.
빤히 보이는 그들의 조국 영국이 평생 도달하지 못할 곳이기도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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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봐도 가본 듯이...
구글비행기를 타고 덩케르크 항으로 날아갔다.
여객선이 손님을 태우고 있는 모양이다.
영국으로 가는 배일까? 그것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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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가 떨어질때까지 자신의 몫을 다 한 공군아제....
그의 비행기가 착륙했음직한 해안선이 예사롭지 않다.
영화에만 담아둘 것이 아니라 현실도 기억에 추가시킨다.
그렇게 한 시절의 처절했던 순간을 현장감으로 감상했다.
인간의 탐욕과, 생존과, 그리고 자아의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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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병풍을 걷었다.
노을이 예쁘다. 그러면 또 바빠진다.
흡사, 죽음의 행진에서 빛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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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산이 거기 있어서 고맙기도 하다.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준 노성산과 떠다니는 채운(彩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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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에 달이 오른다.
크리스마스의 저녁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