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초(雪岳草)
작성일
2020-08-3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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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초(雪岳草)
연지화단은 항상 풍성하다.
가끔은 산중에서도 화분에서 살아야 하는 운명이 딱하지만
그것도 그들의 운명이려니 한다.
겨울이 되면 방으로 이사를 하기 위한 것이겠거니....
계속해서 눈에 띄이는 풀이 한 포기 자라고 있다.
잎을 보기 위한 화초인가 싶기도하고...
그래서 들여다 보면서 관찰하게 되었다.
잎을 보면 난초의 잎에 호가 들어있는 것도 떠오른다.
테두리의 하얀 면은 무슨 뜻으로 마련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들여다 보니 비로소 보인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 이름도 있었던가....
씨방도 보인다.
그냥 지나가면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보여준다.
항상 느끼지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의 암술과는 많이 다른.....
엄청나게 큰 암술에 열매까지 달려 있다.
무엇을 닮았다고 하려니 유사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수술들이 암술을 만나기가 불가능한 구조이기도 하다.
이렇게 따로 놀고 있는 것을 본 것도 같은데.....
같은 꽃송이에서 암수가 나뉘는 과정이라고 봐도 될까?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다가
암술이 수술로부터 벗어나는 형태로 변했다가
마지막으로 따로 분리되어서 호박처럼 암수의 꽃으로 나뉠까?
생각을 하기로 들면 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른다.
크기가 궁금해서 자를 찾으러 갔다가 보이지 않아서...
문득, 여의봉이 떠올랐다. 만능의 재주꾼이니까
어딘가에 자도 있을 거야..... 그래서 찾았다.
대략..... 6mm정도로구나.
거 괜찮은 도구로구먼. 작은 꽃을 만나면 써먹어야지.
그런데..... 네 이름이 뭐꼬? 이름을 모르겠네.....
우선 다음의 꽃이름 찾기 어플을 가동~~
설악초일 확률이 99%란다. 그렇다면 그대로 믿어도 되겠다. 견본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봐도 다른 종류라고 보기는 어렵지 싶다. 그렇다면 설악초가 맞는 걸로.
새하얀 꽃에 시커먼 놈이 날아와서 앉는다. 넌 또 누구냐?
파라냐?
파리가 꿀을 찾나?
항상 감탄한다.
꽃이든 곤충이든 작은 생명체일수록 더 그렇다.
며칠 후...
씨방이 제법 커졌다. 보슬보슬해 보이는 털주머니구나.
크기를 봐서 결실로 향해서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오늘은 또 네가 놀러 왔구나.
파리라도 잡으러 왔나 싶기도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보니까
파리가 날아오기를 기다리고 숨어있는 거지?
우야던둥 성공하기를~
"자꾸 들어다 보지 말고 못본체 해 주세요 제발~!"
그래서 얼른 눈길을 돌렸다.
바람이 살랑살랑 일어난다.
사진놀이는 바람이 불기 전까지만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