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제34장. 인연처(因緣處)/ 26.작룡승천(作龍昇天)

작성일
2022-11-05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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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제34장. 인연처(因緣處) 


26. 작룡승천(作龍昇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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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홍이 찻잔을 내려놓자 궁금증을 못 이긴 우창이 물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궁금합니다.”

“원래 마작패(麻雀牌)를 만든 만병초(萬秉超)가 그 연유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했더라면 아무도 이견이 없었겠지만 애초에 그러한 자료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후로 전해지지 못한 관계로 인해서 저마다 추측(推測)과 억측(臆測)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야 당연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해석하기로는 만수(滿數)는 그야말로 돈의 액수(額數)를 말하는 것이라네. 그리고 통수(筒數)는 엽전(葉錢)이라는 거지. 그리고 삭수(朔數)는 엽전을 꿰는 줄이라는 말이라네. 아무래도 삭수를 염두에 두고서 만든 내용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보네.”

“그렇겠습니다. 만수패가 이미 재물을 나타내고 있는데 다시 엽전이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대입으로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그런데 만수패는 좀 어색합니다. 어차피 그림으로 나타낼 양이었다면 차라리 원보(元寶)를 그려넣었으면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요?”

“어?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마홍이 놀랍다는 듯이 말하자 우창이 붓을 들어서 그림으로 그렸다.

409 원보

우창의 그림을 본 마홍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이것은 원보패(元寶牌)의 삼(三)이라는 말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삼만패(三萬牌)를 이렇게 원보로 나타내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지? 참으로 기발하군. 허허허~!”

“그렇습니다. 어차피 자패(字牌)가 일곱 종류가 있으니 화패(畵牌)로 수패(數牌)를 삼는다면 이것이 훨씬 나아 보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럴싸하군. 과연 기발해~! 허허허~!”

“말이 된다고 하시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보여주실 수패는 또 어떤 것입니까? 그것도 궁금합니다.”

“이것이 전부라네.”

“아니, 패가 저렇게 많은데 전부라니요? 그럼 나머지는 다 무엇입니까?”

“아, 그것은 서로 같은 것으로 네 개씩이기 때문이라네. 그러니까 서로 다른 패는 이것이 전부라고 알고 있으면 되네.”

“그렇습니까? 그러니까 서로 다른 마작패는 수패의 27개와 자패의 7개를 합해서 34개가 전부라는 말씀인가요?”

“그렇다네.”

“개수가 많아 보여서 훨씬 많은 종류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막상 알고 보니까 의외로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겠습니다.”

“모르면 복잡하나 알고 보면 또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지.”

“스승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보니까 막연했던 것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삼원패를 천지인으로 봤더니 삼원패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봐도 천지인이 보입니다. 이것을 만들었다는 만병초(萬秉超) 선생은 그런 생각을 했는지가 궁금합니다.”

“그런가? 어디 무엇을 생각했기에 그렇게 보이던가?”

“그러니까, 전체적인 마작패를 놓고 생각해 보니까 삼원패(三元牌)와 사풍패(四風牌)와 수패(數牌)로 나눠지는 까닭입니다. 삼원패를 천원(天元)으로 보게 되니까 사풍패는 지원(地元)이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만수패(萬數牌), 통수패(筒數牌), 삭수패(索數牌)는 모두 인원(人元)으로 볼 수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수패를 인원으로 봐야 할 근거를 모르겠습니다. 혹 그러한 흔적은 찾을 수가 있겠습니까?”

“오호~! 그대의 추론이 그럴싸하군. 당연히 일리가 있다고 해야 하겠네. 허허허~!”

우창의 설명에 마홍이 동조하자 우창이 그 이유를 물었다.

“일리가 있다면 그 이치를 여쭙고자 합니다.”

“원래 만병초가 마작을 만들면서 고안했던 것도 수패였다네. 처음에는 수패만을 놓고 궁리하다가 뭔가 허전해서 자패(字牌)를 만들게 되었다네. 그러니 당연히 이유가 된다고 해야 하지 않겠나? 허허허~!”

“아하~! 그런 내막이 있었습니까? 설명해 주시면 귀담아서 듣겠습니다.”

우창이 다시 말하자 마홍이 우창에게 물었다.

“원래 마작을 만들고 이름을 붙이면서 자신의 이름을 넣었으니 그것이야말로 무엇을 기준으로 마작패를 만들었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겠더란 말이네.”

“그렇습니까? 놀이를 만들면서 자신의 이름에서 응용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차피 만드는 사람의 마음일 테니까요. 어떻게 응용한 것입니까? 우선 성씨가 일만 만(萬)인데, 1만에서 9만까지 있는 것으로 봐서 짐작되기도 합니다. 천(千)도 있고, 백(百)도 있고, 억(億)도 있는데 하필이면 만(萬)일까 싶었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까 과연 그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맞아. 그래서 만수패를 만들게 되었을 것이네. 그대의 말마따나 기왕이면 원보(元寶)를 그려 넣어서 만들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姓)을 넣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볼 수도 있겠지. 혹은 그것과 무관하게 돈이 있으면 놀이에 더 재미를 붙일 것으로 봐서 그렇게 했을 것이네.”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됩니다. 가운데 이름자는 잡을 병(秉)인데 이것이 왜 통(筒)이 되었을까요?”

“아마도 통은 나중에 나온 말이 아닐까 싶네. 처음에는 떡 병(餠)이라고 했으니까 말이네. 병(秉)과 병(餠)은 음이 같으니까 그림도 월병(月餠)을 그려 넣었을 것이고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네.”

“정말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하겠습니다. 참으로 합리적인 말씀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하하하~!”

“그렇지? 그대가 말귀를 잘 알아들으니 나도 설명하기가 쉽군.”

“그야 스승님의 설명이 합리적이니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마지막으로 초(超)는 좀 달라 보입니다.”

“그런가? 초(超)를 조(條)로도 읽는데 이것을 삭(索)으로 칭한 것도 나중의 일이라고 짐작이 되네. 삭(索)은 줄로 만들어진 길을 삭도(索道)라고 하는 것에서도 알 수가 있듯이 줄의 뜻도 있다고 보면 되겠네.”

“말씀을 듣고 보니까 같은 것은 만(萬)이고 그 나머지는 다른 의미인 것으로 봐서 이름을 차용(借用)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견강부회(牽强附會)로 보이기는 합니다. 이름과는 무관하다고 봐도 되지 싶습니다. 어떻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이름에서 따왔든 아니든 관계없으니까 말이네. 허허허~!”

“그것보다도 마작패는 양산박의 호걸과 연관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연결이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요령부득(要領不得)입니다.”

“아마도 그럴 것이네. 수패(數牌)를 모두 합하면 몇 개가 되나?”

“그야 아홉 개의 패가 3조로 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모두 27개가 아닙니까? 참, 이것이 네 개씩 있다고 하셨으니까 108개네요?”

“맞아, 양산박의 호걸이 모두 몇 사람이던가?”

“아하~! 그래서 108호걸이 등장하게 되었군요. 이제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수패만으로 만들어졌다가 점점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자패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 봤다네.”

마홍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에 잠겼던 우창이 말했다.

“스승님. 수패가 1에서 9까지 있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마방진(魔方陣)과 유관(有關)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구궁(九宮)에는 숫자가 9까지만 있으니 말입니다.”

“아, 그 생각은 또 못했는걸. 역시 이야기는 나눠야 배울 것이 있다니까. 허허허~!”

우창은 혹시 진명과 현지는 마방진을 모를 수도 있겠다 싶어서 간단히 구궁도(九宮圖)를 그렸다.

410 구궁도

마홍이 우창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구궁도(九宮圖)로군. 허허허~!”

“그러시지요? 마침 이 중에는 초학(初學)인 제자도 있기에 참고삼아 그려봤습니다. 아무리 봐도 수패의 아홉 가지는 이 구궁도와 연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아홉의 수(數)가 서로 섞이고 엉키면서 무궁무진한 변화를 불러오니 말입니다. 하하하~!”

“왜 아니겠나. 그래서 수패는 아홉 가지로 되었겠다는 그대의 생각이 참으로 기발하군. 허허허~!”

“그렇다고는 해도 이 숫자의 합을 남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게 108개로 만들었다는 것은 놀랍기만 합니다. 만약에 한 조에 10개씩 했더라면 머리가 아팠을 테니 말입니다. 9는 참으로 오묘한 숫자입니다.”

“자, 어떤가? 이제 마작패에 대한 이해는 잘 되셨나?”

“충분히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갖고서 어떻게 놀이를 하는 것인지를 배울 순서입니까? 그것이 궁금합니다. 바둑은 빈 바둑판에 하나씩 교대로 놓다가 더 놓을 곳이 없으면 끝이 나는데 마작은 또 어떻게 시작이 되고 끝이 나는지도 궁금하니 말입니다.”

마홍은 우창뿐이 아니라 지광을 제외한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했다. 지광은 기본적으로 마작을 배워서 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작은 먼저 용(龍)을 만드는 사람이 이기게 되고 용이 만들어 지면 승천(昇天)하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일이 없으니 그 판은 끝나는 것이라네.”

“용을 만든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요?”

“그러니까 총 14개의 패를 이용해서 다섯 개의 조합을 만들면 되는 것이라네. 다만, 다섯 개의 조합에도 조건이 있다네, 똑같은 패를 두 개 사용해서 용두(龍頭)를 만들어야 하고, 수패(數牌)나 자패(字牌)를 이용해서 세 개의 패로 네 벌의 조건을 갖추면 되는 것이지.”

“말씀만 들어봐서는 그리 간단하지 않아 보입니다. 용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여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마홍이 마작의 더미에서 주섬주섬 집어서는 한 줄로 늘어놓고 있는 것을 모두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410 작룡

마홍이 문주하게 놀리는 손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우창이 말했다.

“그러니까 자패(字牌)는 모두 같은 것으로만 짝이 되어야만 하는 것인가요? 수패(數牌)는 같은 것도 되고, 순서대로 해도 된다는 말씀인 거지요? 의외로 조합(組合)하는 방법은 쉽겠습니다.”

“그렇다네. 다만 같은 것을 세 개 모으는 것은 쉽지 않지, 모두 합해서 네 개인데 나를 제외한 세 사람이 무엇을 가지고 패를 기다리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중에 세 개를 내가 모은다는 것이 어디 쉽겠나?”

“아,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참으로 쉽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수패를 순서대로 모으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어려운 것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에 대한 보상(補償)도 있다네.”

“그렇군요. 어떤 보상입니까?”

“만약에 내게 같은 패가 두 개가 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 패를 버리면 내가 그것을 가져올 수가 있는 것으로 보상받는다네.”

“그렇다면 마냥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겠습니다. 그런데 바둑과 비교해서 차이가 또 나는 것이 있습니다.”

“뭔가?”

“바둑은 인생의 길과 같이 바둑알을 하나하나 놓으면서 상대와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 마작은 현실적인 삶의 모습과 같아서 한가지의 일이 끝나면 그것은 사라지고 다시 새롭게 다른 일을 하는 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다른 사람이 버린 패를 내가 이용할 수가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이치와도 닮았습니다. 그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패지만 그것이 내게는 용을 만드는데 필요한 패가 되기도 하니 말이지요.”

“오호~! 그건 일리가 있는걸. 그래서 바둑은 온전히 자신의 지력(智力)으로 일국(一局)을 경영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마작은 이와 달리 승패(勝敗)는 여러 가지로 변화의 수가 있단 말이지. 허허허~!”

“그렇겠습니다. 긴 한판의 바둑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마작은 용만 만들면 되는 것이라는 말씀이네요. 그런데 하필이면 왜 완성이 된 모양을 용이라고 했을까요?”

“그야 108호걸이 지도자를 만들었다고 하면 그것은 왕이 아니겠나? 그리고 왕은 용에 비유하니 당연하지 않겠나?”

“아하~! 과연, 용이라고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그렇게 산하(山河)를 누비면서 용을 찾아서 각고(刻苦)의 노력을 하는 것이 바로 마작이라네. 그야말로 저마다의 목표는 훌륭한 용을 찾아서 왕으로 삼고 천하를 태평성대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지. 그 과정에서 적진에 용으로 삼을만한 인물이 있다면 치고 들어가서 빼앗아 오기도 하지 않겠나?”

“호걸들의 목표는 그렇게 분명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마작패에도 산하를 누빈다는 의미가 있을까요? 마작패만 있지 여기에 산(山)이나 하(河)는 없지 않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마홍은 바닥의 한 가운데에 마작패를 쏟아놓고 네 무더기로 두 개씩 쌓았다. 그것을 보고는 우창과 지광도 거들었다. 마홍이 거드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17개씩 이층(二層)으로 쌓으면 되네. 동남서북은 잊지 않았겠지?”

“아, 이제 이해가 됩니다. 그대로 하겠습니다.”

잠시 후에 바닥에는 수북하던 마작이 가지런히 줄을 지어서 정돈되었다.

410 패산

그것을 본 우창이 말했다.

“참 신기합니다. 이렇게 쌓아놓으니까 하나도 남지 않고 네 무더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담장처럼 쌓아놓은 것을 산(山)이라고 한다네. 흡사 태항산(太行山) 이나 곤륜산(崑崙山)이 늘어서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나? 물론 마작패로 쌓았으니 패산(牌山)이 되는 셈이지. 허허허~!”

“아, 그렇습니까? 산이 넷이네요. 산 하나마다 마작패는 34개가 됩니다. 이것이 넷이니 모두 합하면 136개가 되는걸요. 그러니까 마작패의 숫자는 총 136개가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네. 숫자는 이렇다네. 여기에 가끔은 재미를 위해서 추가하는 패도 있기는 하네 그것은 춘하추동(春夏秋冬)의 4패나 매란국죽(梅蘭菊竹)의 4패를 넣어서 때로는 140개도 되고, 또 때로는 144개도 된다고 보면 되네. 그러니까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136개인 의미도 되는 것이라네. 허허허~!”

“참 재미있습니다. 바둑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데, 마작은 반대로 유(有)에서 무(無)가 되는 것입니까?”

“옳지~! 그대의 기발한 생각은 끊이지 않는군.”

“예? 실로 그렇다는 의미입니까?”

“그렇다네. 패산을 모두 쓰게 되면 더 뒤집을 패가 없으니 이것이 무(無)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허허허~!”

“정말 여러모로 바둑과 대비가 되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러니까 패산의 패가 모두 소비되기 전에 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만약에 패가 모두 소진되었음에도 용을 만들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 그 판은 무효가 되는 것이라네. 그렇게 되면 아무런 결실도 이루지 못했으니 헛된 일만 한 셈이라고 봐야겠지? 허허허~!”

“하긴, 그것도 인생이겠습니다. 항상 결실을 얻고자 하더라도 실제로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과연 마작은 춘하추동으로 돌아가면서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왕을 만드는 양산박의 호걸처럼 마작을 치는 것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삶과도 같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과연 모르는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더욱 명쾌하군. 맞아~!”

“그런데 산하(山河)를 누빈다고 하셨잖습니까? 산은 나왔는데 물은 어디에 있습니까?”

“물은 여기라네.”

마홍은 이렇게 말하면서 패산의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우창이 다시 물었다.

“예? 무슨.....?”

“산에서 물이 흘러나오면 강이 되는 것이잖은가?”

“그야 그렇습니다만....”

“패산에서 패를 하나씩 순서대로 뒤집어서 버리는 곳이 이 가운데라네. 버리면 쌓이겠지?”

“그렇겠습니다.”

“그렇게 쌓인 것이 하(河)가 된다네. 그래서 산하(山河)를 누비게 되는 것이라네. 그러니까 취의도(聚義島)는 패산(牌山)이 되고, 동평호(東平湖)는 패하(牌河)가 되는 셈이지. 특히 산채(山寨)에서 주로 거주하면서 이산 저산을 누비면서 생활하는 것이 호걸들이니 패산을 뒤지고 다니면서 용을 찾는 것이 아니겠나? 허허허~!”

그제야 우창은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마작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자 비로소 어떤 의미인지를 대략이나마 정리가 되었다. 기본적인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자 제대로 마작을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마작의 대강을 이해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배웠으면 직접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부터 마작을 치는 방법을 알려 주시면 함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마홍이 빙그레 웃고는 말했다.

“아직은 시작할 준비가 덜 되었다네. 용을 만드는 조건이 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니 말이지. 그것부터 먼저 배워야 하는데 이것을 이해하는데도 얼마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네.”

“아니, 그것은 같은 것끼리만 세 개를 모으거나 숫자를 맞춰서 모으거나 하면 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자패(字牌)는 같은 같은 것끼리 모으면 되고 수패(手牌)는 같은 것끼리 모으거나 나란한 숫자대로 모으면 되는 것이지요?”

“핵심은 그것이지. 참, 수패를 모으되 팔구일(八九一)과 같은 배열은 안 된다는 것은 알려줘야 하겠군. 다시 말해서 구일이(九一二)로 모아도 안 된단 말이네. 즉 구(九)와 일(一)은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지.”

“아, 그것도 알아야 하겠습니다. 구궁도(九宮圖)와 다른 점이로군요. 그렇다면 이제 해 봐도 되겠습니까?”

“그게 또 막상 해보려고 하면 그리 간단치가 않다네. 우선은 짝만 맞추는 것으로 해보고 차차로 흥미가 생기면 익히도록 하지. 허허허~!”

“궁금합니다. 하하~!”

우창은 무엇이든 배웠으면 직접 해보면서 익히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모든 방법을 다 배운 다음에 놀기로 한다면 좋겠지만 어차피 학문도 아니고 유희(遊戱)임을 생각한다면 배운 만큼만 즐기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는데 마홍도 그 의미를 알고는 흔쾌히 말했다.

“그러세. 우선 네 사람이 필요하네. 이쪽으로 한 면씩 차지하고 앉아보게.”

마홍의 말에 우창이 한쪽에 앉으면서 둘러보자 지광과 염재가 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렇게 해서 네 사람이 패산을 마주하고 앉았다. 그리고는 다소 복잡한 시작의 과정을 거쳤지만, 막상 용을 만드는 과정은 오히려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마작판은 중간중간에 새롭게 필요한 것이 생기면 또 마홍의 설명을 들어가면서 놀다가 보니 새벽에 동이 트고 날이 밝아질 때까지 이어졌다.

“펑(碰)!”

“츠(吃)!”

“캉(槓)!”

조용히 패를 살펴보던 우창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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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렇게 하면 되지요?”

“오호~! 용(龍)을 만들었구나. 승천하시게.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