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제29장. 물질오행관/ 9.담수(淡水)와 염수(鹽水)

작성일
2021-07-0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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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제29장. 물질오행관(物質五行觀) 


9. 담수(淡水)와 염수(鹽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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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바닷물에 들어있는 염분(鹽分)은 담수(淡水)보다 무거워. 담수라고 하는 것은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한 것을 말하는 거야. 맹물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그래서 물에 소금을 넣으면 소금이 녹기까지는 가라앉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무거운 염분이 가라앉는다고 생각해 봐. 그 위에 있는 물은 싱겁겠지?”

“이치는 그렇지만 소금기가 어떻게 가라앉아요?”

“염전(鹽田)을 본 적이 없구나? 바닷물을 소금밭에 가둬놓으면 소금이 바닥에 가라앉아. 소금이 가라앉는다는 것은 물이 위로 뜬다는 말도 되잖아?”

“듣고 보니까 그렇겠네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춘매의 표정을 보면서 자원이 말했다.

“바닷물에는 염분이 얼마나 들어있을까?”

“아, 맞다~! 그것도 알아야 하겠구나. 얼마나 들어있어요?”

“약 3~4분(分:3.4%)의 염분이 있어. 이것이 짠맛을 느끼게 해 주는 거야. 그런데 바닷물이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서 포함된 염분이 다 같지는 않아. 더 짠 곳도 있고, 덜 짠 곳도 있어서 일정하다고 할 수는 없어.”

“얘게~! 겨우 그 정도밖에 들어있지 않아요?”

“왜? 3~4할이라도 들어있는 줄 알았어?”

“맞아요. 생각보다 적은 양이네요.”

“자, 바닷물이 수로(水路)를 따라서 머나먼 길을 간다고 해봐. 바다보다 높은 곳으로 흘러가려면 무거운 것은 뒤로 처지고, 가벼운 것은 앞장을 서겠지? 그래서 처음에는 염분이 3분(分)이었지만, 점차로 2분, 1분, 5리(釐:0.5%), 1리로 점점 줄어들겠지?”

“와~! 그러니까 자연히 흘러가면서 염분은 줄어든다는 말이잖아요?”

“맞아. 그렇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압력(壓力)을 받게 되면 염분이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그대로 흐르는 경우도 있어. 그렇게 흘러가다가 밖으로 솟구치게 되면 그것은 염정(鹽井)이 되지, 염정은 소금물로 된 우물이야. 육지 깊숙한 산속과 같이 바다가 먼 곳에서는 그 물을 퍼다가 증발시켜서 소중한 소금을 얻게 되는 거야.”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네요. 소금물이 나온다는 우물에 대해서는 들어 봤어요. 그러니까 수원지까지 흘러간 물은 염분이 거의 없고, 담수(淡水)만 남게 되어서 맛있는 물이 된다는 거네요?”

“맞아, 그래서 바다에서 가까운 곳의 지하수(地下水)는 소금의 맛이 남아있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산속에서조차도 그런 경우가 있으니까 담수가 반드시 수원지까지 흘러가서 흐르기 시작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거야. 다시 말하면 어디나 수원지가 될 수 있는 것이란 말이지. 다만, 수원지라고 할만한 곤륜산은 바다에서 가장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 물은 더욱 차갑고 달겠지.”

“너무 쉽게 설명해 주시니 이제야 알겠어요.”

“어때? 이제 이해가 되었나 보네?”

“완전히요. 이해가 잘 되었어요. 호호호~!”

“다행이네. 내 설명이 부실해도 동생이 총명해서 잘 알아 들어주니 말이야. 호호호~!”

춘매가 다시 생각하다가 또 자원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사람의 피에도 염분이 있잖아요? 이것은 바닷물과 같은 농도(濃度)로 있는 거겠죠?”

“오호, 아니 왜?”

“예? 아니에요? 상처가 난 곳에서 나오는 피가 간간하니까 바닷물과 같은 것이 아니겠냐는 생각을 했죠. 호호호~!”

“그럼 바닷물을 먹어도 괜찮아야 하는데 그러면 갈증으로 죽게 돼.”

“어머, 그래요? 그럼 혈액 속에는 염분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을까요?”

“대략 1할(割:0.9%)정도라고 하니까 매우 적은 염분이 흐르고 있다고 봐야지. 비록 적은 분량이지만 그것이 없으면 죽음에 이르게 하니까 참으로 중요한 것이 염분이야.”

“어떤 수행자는 소금기를 먹으면 수행에 장애가 된다고 해서 소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무염식(無鹽食)으로 음식을 먹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혈액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요?”

“오호~! 동생이 기가 막힌 생각을 했구나. 소금을 먹으면 식욕이 왕성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 혈기가 왕성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오랜 시간을 앉아서 수행하려는데 장애를 일으킨다는 말이 있어. 그래서 어떤 도사들은 소금기를 전혀 먹지 않고 매우 싱거운 음식을 먹는데, 당연히 소식(小食)하게 되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 그렇지만 건강으로 본다면 매우 위험해. 혈액 속에 염분이 많이 부족하게 되면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균(病菌)을 막는데도 무력할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아, 그야말로 그런 사람들은 몸은 정신세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봐요. 음식을 먹을 적에 간이 맞지 않으면 정말 먹고 싶지 않은데 그것을 또 수행에 이용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대단하네요. 호호호~!”

“미각(味覺)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소금이야. 물론 소금을 먹지 않아도 음식물에서 얼마간의 염분을 만들어지기는 해. 몸이 필요하면 밥만 먹어도 염분이 생기는 것은 밥을 먹는데도 당분(糖分)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염분(鹽分)도 생기는 거야. 다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염분이 직접 소금을 음식에 넣어서 먹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

“언니의 말씀을 들어보니까 참으로 물의 영역에 대해서 이해를 할 것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신기하기도 해요.”

“그래? 신기하다니 다행이네. 호호호~!”

“그렇게 중요한 소금이니까 많이 먹어도 좋을까요?”

“그럴 리가 있어? 뭐든 적당해야 좋은 건데 말이야. 호호호~!”

“소금은 얼마나 먹는 것이 적당한 거죠?”

“묻는 뜻은 알겠는데 답은 일정하지 않다고 해야 하는 수밖에 없겠는걸.”

“그건 왜죠?”

“만약에 힘들게 노동하는 사람은 땀을 많이 흘리니까 소금도 더 필요하고, 그늘에서 글만 읽는 선비는 상대적으로 땀을 적게 흘리니까 소금도 적게 섭취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이유는 알 것 같은데?”

“아하~! 그렇다면 여름에는 염분을 더 섭취하고, 겨울에는 덜 섭취한다고 해도 되겠네요?”

“옳지, 잘 생각했어. 그게 맞는 말이야. 어쩌면 여름에는 불의 계절이니까 수극화(水剋火)로 균형을 잡기 위해서 염분을 더 섭취해야 한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와~! 정말이네요. 역시 오행의 이치는 빈틈이 없어요. 물의 오행을 공부하다 보니까 참으로 생각할 것이 많아요. 고기를 구워 먹을 적에도 소금을 찍어 먹으면 더 맛이 있어서 많이 먹게 되는 것도 오행의 이치로 설명해 줄 수 있어요?”

“당연하지. 고기는 오행이 뭘까?”

“몸에서 뼈와 털과 피를 제하고 남는 것은 전부 토(土)라고 보면 되겠죠?”

“맞아. 몸에서 목(木)은 무엇일지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그야 움직이게 하는 신경(神經)이 목이 아닐까요? 경락(經絡)은 목의 통로이고, 그 생긴 것을 보면 나무와 흡사하다는 것을 안마술(按摩術)을 가르쳐 주는 선생이 말해 줬던 생각이 나요.”

“정말 동생은 배운 것은 제대로 활용하는 능력을 타고났네. 목(木)은 신경이고, 토(土)는 살이고, 금(金)은 뼈이고, 화(火)는 체온이고, 수(水)는 혈액이야.”

“물을 공부하면서도 다른 오행이랑 같이 설명해 주시니까 이해가 더욱 넓어져요. 언니의 해박한 공부가 이렇게도 가뭄의 단비처럼 속이 시원하게 퍼부어주는 것만 같아요. 호호호~!”

“그건 그렇고, 삶은 고기에는 염분이 없어서 소금을 찍어야 제대로 맛이 나는 거야. 그 이치는 토생수(土生水)라고 할 수가 있겠네. 원래 아득한 옛날에 소금을 구할 수가 없던 시절에는 동물을 사냥하면 산채로 피를 마셔서 염분도 보충했는데, 그것을 삶게 되니까 부족한 염분을 소금으로 보충해서 더욱 맛있는 요리의 시작이 되는 거야. 아마 음식을 먹다가 배가 어지간히 부르게 되는데 식탐(食貪)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면 소금을 더 추가하면 또 먹게 되지?”

“맞아요, 잘 알죠. 그래서 과식(過食)하는 사람은 자연히 짜게 먹는 것이군요. 그리고 점점 비만하게 되면 몸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고, 만병의 근원을 몸에 지니게 되는 것이잖아요?”

“많이 먹으면 몸도 부풀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수분(水分)의 과다(過多)가 되는 거야.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혈압(血壓)이 높아져서 순식간에 쓰러지거나 혹은 소갈증(消渴症:당뇨병)이 생겨서 다시는 돌이킬 수가 없는 질병의 터널로 빠져들게 되는 거야.”

“와우~! 예전에 듣기에 ‘부자(富者)는 명이 짧다’는 것이 거기에서 나온 말인가요?”

“그런 말도 있었어? 다만 고량진미(膏粱珍味)에는 반드시 염분이 과다하게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일리가 없다고 못 하겠는걸. 호호호~!”

“거기에서도 균형(均衡)의 이치가 나오네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몸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습관으로 봐야 하겠어요.”

“물의 이치를 공부하다 보니까 몸의 건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재미있잖아?”

“물론이에요. 너무 신기한 것이 많아서 무엇부터 정리해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잖아요. 행복한 마음이 넘쳐나요. 호호호~!”

춘매는 진심으로 이렇게 공부하는 순간들이 즐거웠다. 모두가 아무런 근심도 없이 오직 자연의 이치를 궁구(窮究)하는데 몰입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또 가르치는 스승과 배우는 제자의 절묘한 조화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염분도 오행은 수(水)니까 몸에서도 적당한 균형을 이뤄야만 하잖아요?”

“당연하지. 체내에 염분이 떨어지면 탈수(脫水)가 심해서 죽음에 이르게 돼. 그래서 땀을 흘리면 빠져나간 염분을 소금으로 보충해야 하는 거야. 참으로 오묘한 생명이라고 해야지. 그렇지만 소금을 지나치게 먹는다면 이것이 몸에 쌓이게 되는데 적당한 염분은 빠져나가지만 지나치게 되면 쌓이는데 이것은 오행 중에서 유일하게 모이고 쌓이는 수(水)의 작용인 까닭이지. 호호호~!”

“부족해도 안 되고, 넘쳐도 안 되는 것에서 오행의 균형을 다시 깨닫게 되네요. 너무 생각을 많이 하면 목(木)의 기운이 과다하게 소모되어서 신경쇠약(神經衰弱)에 걸리게 되고, 또 너무 생각하지 않으면 목의 기운이 부족하게 되어서 삶의 의욕이 떨어져서 무기력중(無氣力症)에 빠지게 되는 것이 맞죠?”

“맞아. 정확하게 인체의 목(木)에 대한 작용을 이해했어.”

“고마워요. 언니. 많이 먹기만 하고 운동은 하지 않으면 토(土)가 과다하게 쌓여서 몸이 비만(肥滿)하게 되어서 다시 만병의 근원이 되고, 형편이 안 좋아서 제대로 먹지 못하면 이번에는 토(土)가 부족해서 건강을 잃을 수도 있는 것으로 봐도 될까요?”

“당연하지. 더 말을 해서 뭘 하겠어. 인체를 생각해 보면 토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實感)하게 되잖아.”

“정말이에요. 물을 너무 적게 먹으면 수분이 부족해서 탈수증(脫水症)이 생길 수가 있으니 건강하기 어렵고, 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언니, 물을 많이 먹어도 문제가 생기는 걸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것일지 생각이 나지 않아요.”

춘매가 궁리하면서 말하다가 물의 과다함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생각이 나지 않는지 생각하면서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자 자원이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실로 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혈액이 묽어질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이 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별로 없으니까 그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하기 어려웠을 거야. 다만 물은 많이 먹기보다는 습기(濕氣)가 너무 많은 지역에서 산다면 풍습병(風濕病)에 걸리게 될 수가 있는 거야. 그러니까 물을 마셔서 탈이 난다는 것은 알아서 마시지 않으니까 그로 인한 문제가 크게 되지는 않는다고 봐도 되겠어. 호호호~!”

“아, 그렇네요. 물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면 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을 일은 없다고 봐서 오히려 물은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해도 되겠어요. 호호호~!”

“맞아, 그 정도로 이해한다면 더 보탤 것이 없겠네.”

그러자 오광도 매우 흡족한 듯이 감동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의 가르침은 두고두고 생각해 가면서 이해를 더 깊이 해야 하겠습니다. 너무나 소중해서 어느 하나도 소홀하게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자원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인해서 여태까지 얻은 공부보다도 더 깊은 이치를 하루 사이에 깨달았습니다. 거듭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자원에게 두 사람이 공수로 감사를 표하자. 안산도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자원에게 감사의 말을 했다.

“과연 이렇게 좋은 인연이 된 것에 대해서 감동하고 또 감사하게 됩니다. 알아야 할 것은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하나라도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이네요. 앞으로 더욱 정진해서 소중하게 가르쳐 주신 것을 잘 익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산까지 이렇게 말하자 자원도 뿌듯했다. 노산에서는 항상 배우느라고 숨이 턱에 닿을 지경이었는데, 곡부에서는 또 가르치느라고 숨이 턱에 닿을 지경이었지만 그 기쁨을 생각한다면 배우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자원도 공부하는 중인걸요. 싸부의 가르침에 만분지일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 이렇게 여러분의 열정에 보답하는 것뿐이랍니다. 너무 과한 예를 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함께 나눌 것이 있어서 감사할 따름인걸요. 호호호~!”

이야기에 취해서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춘매가 점심을 차리기 위해서 일어났다. 일행들도 잠시 쉬기로 했다.

“공부하시느라고 너무 힘드셨지요? 잠시 쉬고 계세요. 맛있는 국수를 준비하도록 할게요~!”

국수라는 말에 우창도 반가워했다.

“오호, 춘매가 내 속을 들여다보셨구나. 시원하게 콩국수를 한 그릇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하하하~!”

“그렇다면 자원은 잠시 산책을 하고 오고 싶어요. 동생 수고해~!”

잠쉬 쉬기로 하자 자원은 밖으로 산책을 나가자 춘매도 우창을 보면서 말했다.

“스승님 어디 점괘를 뽑아보시지요? 뱀괘가 나오나 보게요. 호호호~!”

춘매의 말에 오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그런 것을 점치는 방법도 있습니까? 신기하겠습니다. 그것을 공부하는 것은 어렵겠지요?”

오광이 이렇게 궁금해하자. 우창이 단시점(斷時占)에 대해서 설명해 주기로 했다. 춘매를 따라서 자원도 주방으로 나가자 우창은 안산과 염재, 그리고 오광을 향해서 간단하게 득괘하고 해석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천수(先天數)와 구궁수(九宮數)를 설명하고는 간지의 숫자를 알려주자 모두 열심히 따라서 외웠다. 그렇게 2각(刻:30분)이 흐르자, 모두 암기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우창이 바로 시험하기 위해서 일진(日辰)을 살폈다. 그리고는 오광에게 물었다.

“오늘의 일진은 정해(丁亥)일이로군. 그렇다면 숫자는 얼마가 되지?”

“정(丁)과 해(亥)를 모두 보는 것입니까? 정(丁)은 6이고, 해(亥)는 4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되면 모두 합해서 10이 됩니다.”

“지금의 시간은 사시말(巳時末)이네. 그러면 또 얼마가 나오는가?”

“사(巳)는 4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두 합합니까?”

“물론 편법이지만 점괘란 원래가 편법이 통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해도 된다네. 만약에 묻는 사람의 궁금증을 답하는 것이라면 그 사람의 생년(生年)을 포함시켜서 살펴보면 되지만 지금은 춘매가 국수괘가 나오는지 보라고 했으니까 말이네. 하하하~!”

“맞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점괘는 14이니까 구인괘(蚯蚓卦)가 되었습니다. 구인은 지렁이인데 뱀괘가 아니네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석을 하게 됩니까?”

“뱀괘라면 국수가 굵고 길다고 하겠지만 지렁이괘이므로 짧고 가늘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아, 그렇게 해석하는 것입니까? 신기합니다. 이것을 점심을 먹을 식단(食單)으로 한정하지 않고 물어봤을 적에 나오면 어떻게 하라고 풀이를 하게 됩니까? 가령 어디로 일이 있어서 나간다고 한다면 말이지요.”

“오광은 무엇이든 하나를 얻으면 그것을 바로 활용하고 응용하려고 하는 것이 참 맘에 드는군. 그렇다면 생각해 봐야지. 지금 이렇게도 더운 여름철이잖은가? 그것도 한낮의 따끈따끈한 날이라는 것을 감안(勘案)해서 생각해 보게나. 나가는 것이 좋다고 할까? 아니면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할까?”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실제로 지렁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렇습니까?”

“맞아. 그렇게 보는 것이라네.”

“지렁이라면 당연히 움직일 마음이 없겠습니다. 이런 날에 움직이다가는 뙤약볕에 말라 죽는 것을 면하기도 어렵지 싶은 까닭입니다.”

“과연. 하하하~!”

그러자, 이번에는 염재도 말했다.

“정말 오묘합니다. 저희 세 사람은 밖으로 나가라고 등을 떠밀어도 나갈 마음이 없습니다. 왜냐면 국수든 지렁이든 해 주시는 대로 달게 먹고는 또 공부해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나갈 마음도 없는데 점괘에서 지렁이도 나갈 마음이 없게 생겼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해서 감탄하게 됩니다.”

그러자 안산도 한마디 했다.

“맞습니다. 뱀괘라면 무엇인가를 찾아 먹으려고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렁이는 구멍에 들어앉아서 밤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여태까지 공부를 한 것이 물에 대해서입니다. 지렁이는 습기와 수분을 좋아할 테니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일까요?”

“아닙니다. 점괘는 간단한 조짐일 뿐이고, 그것을 갖고 가로도 보고, 세로도 봅니다. 또 길게 늘여서 보기도 하고, 짧게 줄여서 대입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능소능대(能小能大)를 자유롭게 할 수가 있어서 그 오묘함을 맘껏 누리게 되는 것인데, 안산 선생은 이미 그러한 능력을 천부적으로 타고 나셨습니다. 하하하~!”

“정말 신기합니다. 오묘한 오행을 공부하다가 이렇게 단순한 지렁이를 놓고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더구나 국수를 해 주신다고 하니까 지렁이가 좋아하는 수분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아, 그렇게도 되네요. 그러니까 점괘를 봐서는 이 중에 아무도 밖으로 나갈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다. 아마 염재도 해가 뉘엿뉘엿 기울게 되면 돌아갈 테니까 말이네. 하하하~!”

그러자 염재도 한마디 했다.

“맞습니다. 아까부터 오늘 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귀중한 가르침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집으로 갈 마음이 없다는 것도 신기하고, 해가 기울게 되어서 선선해지면 귀가할 생각이었는데 그것도 오묘합니다. 공부한다는 것이 이러한 것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또 어떤 공부를 하게 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그것조차도 점괘에서 찾아볼까?”

염재가 호기심이 잔뜩 어린 눈으로 우창을 보면서 말했다.

“예? 그것도 가능합니까?”

“오광이 궁금해 하는 것이 물질로 보는 오행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미 목(木), 토(土), 수(水)에 대해서는 설명을 들었는데 이제 남은 것은 두 가지뿐이니 그중에 어느 것이 먼저 나올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냔 말이네. 하하하~!”

그제야 무슨 뜻인지를 이해한 염재가 잠시 생각을 해 봤다. 실은 어느 것을 하더라도 결국은 모두 공부를 할 것이므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창의 말뜻을 생각해 보면 점괘를 통해서 하나라도 배우라는 의미임을 깨닫고는 곰곰 생각을 해 본 것이었다. 그렇게 잠시 생각한 염재가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서 짧은 소견으로 생각해 보니까 금(金)보다는 화(火)가 먼저 나오지 싶습니다. 왜냐면 오시(午時)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염재의 말을 듣고 오광과 안산도 우창의 설명이 궁금해서 우창을 바라봤다. 그러자 우창이 잠시 생각을 하고서는 말했다.

“그것도 일리가 있겠군. 그런데 지금의 상황에서 유추(類推)하는 것도 중요하다네. 지금은 사시(巳時)잖은가? 사화(巳火)에서 나올 것이 무엇일까?”

“아, 지장간(地藏干)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경금(庚金)이 나오겠습니다. 오호~! 그렇다면 다음에 공부할 것은 화가 아니라 금이라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까?”

“아마도 그렇지 싶군.”

우창의 말에 세 사람은 결과가 궁금해졌다. 그러자 염재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원선생님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으로 확인을 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니까 둘 중에 어느 것에 대해서 먼저 말씀하시는지를 두고 보면 재미있겠다는 말씀입니다.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우창도 재미있겠다는 듯이 말했다.

“실로 지장간의 이치를 생각해 봤지만 염재의 말도 일리가 있으니까 내가 맞는지 염재가 맞는지를 내기해 보는 것이 좋겠네. 만약에 염재가 맞추면 오늘 저녁은 염재가 저녁을 내는 것으로 하고, 내가 맞추면 물론 맛있는 집으로 가서 내가 사도록 하겠네. 결과는 어떻게 되더라도 행복한 저녁을 보낼 것이라는 이야기로군. 하하하~!”

그러자 염재도 재미있다는 것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지렁이는 저녁에 행복하겠습니다. 하하하~!”

이야기를 듣고서 안산이 말했다.

“만약에 스승님께서 이기신다면 저녁의 밥값은 안산이 내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우창도 동의했다. 염재나 오광도 우창이 내는 저녁을 먹는 것보다는 안산이 마련하는 저녁을 먹는 것이 더 편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서 네 사람은 자원이 어떤 것을 먼저 설명해 줄 것인지를 기대하면서 점심이 차려지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에 우창은 자원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정리해 놓으려고 붓을 들어서 생각이 나는 대로 간단히 적었다. 적으면서도 새롭게 떠오르는 생각들도 첨부했다.

물의 이야기를 하면서 주변의 조건들도 함께 설명해 주는 바람에 정리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진 것도 흐뭇했다. 그렇게 반시진(半時辰:60분)이나 걸려서 정리하고 나자 점심 준비가 다 되었다고 춘매가 부르자 모두 일어나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산책갔던 자원도 돌아와서 춘매가 상을 차리는데 함께 거들었다. 국수에 고명으로 마련한 것은 고사리였다. 그것을 본 남자들이 모두 한바탕 웃었다. 왜냐면 고사리를 본 순간 조금 전에 이야기를 나눈 지렁이가 떠올라서였다.

“스승님께서 콩국수를 말씀하셨으나 갑자기 콩을 불릴 수가 없어서 그냥 소면으로 만들었어요. 콩국수는 다음에 해 드릴께요. 그런데 왜들 웃어요?”

영문을 모르는 춘매가 의아해서 물었다. 그러자 우창이 그 이유를 설명하자 두 여인도 같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