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제29장. 물질오행관/ 7.영원(永遠)한 순환(循環)

작성일
2021-06-2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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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제29장. 물질오행관(物質五行觀) 


7. 영원(永遠)한 순환(循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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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춘매가 먼저 자원에게 물었다.

“언니,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시려고 하니까 저도 기대가 되네요. 어떻게 물어야 잘 물엇다고 소문이 날 것인지도 생각해 봤어요. 물의 존재 목적이 뭐냐고 물으면 멋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호호호~!”

“이미 충분히 멋있어.”

“물의 목적은 나무를 기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이치가 그 안에 있을까요? 어서 말씀해 주세요. 궁금해요. 어제까지는 당연히 그렇게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광이 생각하는 방법을 보면서 배우다 보니까 우연히 그렇게 생긴 것은 하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궁금한 것이 자꾸만 생겨요.”

“그렇게 하면서 점점 생각하는 폭이 넓어지고, 그만큼 포용(包容)하는 세상도 커지는 거야. 호호호~!”

그때,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춘매가 반겨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 오늘은 염재가 어떻게 이 시간에 왔을까?”

이렇게 말하고는 문을 열었더니 염재가 말을 매어 놓고는 바삐 들어와서 인사를 했다.

“스승님 염재입니다. 잘 계셨습니까?”

염재가 반갑게 말하자 우창도 의외의 방문에 반겨 맞았다.

“아니, 이 시간에 어쩐 일로 등청(登廳)을 하지 않고 왔는가?”

“일이 잘되느라고 이렇게 올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을 한 염재가 앉으면서 말했다.

“현령(縣令)의 부인께서 어제는 저를 불렀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나 보다 하고 뵈었더니 스승님 말씀을 하는 것입니다. 연승점술관이라는 곳에서 3대독자 아들의 궁합을 봤는데 그렇게 잘 판단하고 논리적이더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실은 혼사를 준비하느라고 부르셨던 것인데 우연히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러자 춘매가 눈을 깜빡이면서 생각하더니 아들의 궁합이 나빠서 걱정하던 부인이 떠올랐다.

“아, 그 부인이 현령 부인이셨구나. 어쩐지 기품이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인연이 되었구나. 그래서?”

“부인의 말씀을 듣고서야 실은 저의 스승님이시라고 말씀드렸더니 부인께서 무척이나 반가워하시면서 편의를 봐 주셨습니다. 현령께 말씀드려서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는 자유롭게 공부하러 가도록 배려해 주신 것이지요. 그래서 이렇게 공부하러 올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 또한 스승님의 덕분입니다. 감사드립니다.”

희색이 만면해서 말하는 염재를 보면서 우창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잖아도 이가 하나 빠진 것처럼 염재의 빈자리가 아쉬웠는데 이제 자리가 채워지고 보니 마음속도 그득하군. 다행이네. 고맙다는 안부라도 전해 주게. 하하하~!”

“고맙습니다. 꼭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눈인사를 하면서 반가워했다. 잠시 그 시간이 지나자 오광이 다시 궁금한 것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이미 춘매가 물의 이야기를 자원에게 청해 놓기는 했으나 여기에 얹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였다.

“실로 자원선생님의 말씀은 묘한 흡입력이 있습니다. 듣고 있노라면 몽환적인 상상까지도 하게 되는 힘이거든요. 오늘은 모두 참여한 자리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제자가 생각하기에 물은 이미 오행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아무런 의문도 남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무의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혼자서 생각한 나무와는 전혀 다른 이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물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의문이 아닌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흙의 이야기가 약간 아쉽게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왜 그런지도 궁금합니다.”

결국 오광은 흙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도 좀 미흡했던 모양이다. 그것을 알고 자원이 오광이 궁금한 것에 대해서 말했다.

“오호~! 역시 오광의 열정은 멋지네. 호호호~!”

“죄송합니다. 말씀하시는데 괜히 방해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궁금한 것을 궁금하다고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가 되지 싶어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물론이야. 잘했어. 실로 흙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하려면 할 수야 있으나 흙은 항상 목화금수(木火金水)를 보조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야. 그래서 뚜렷하게 단독으로 하는 일을 논한다면 그것이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지. 나무에 대해서도 생각해봐. 흙의 이야기를 빼놓고는 말이 안 되잖아? 이렇게 설명되어야 하는 것이 토이기 때문에 오행의 공부를 다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흙의 위대함이 드러나게 될 거야. 이해가 되겠어?”

자원의 자상한 말을 듣고서야 오광도 수긍했다.

“아, 원래 그런 것이었군요. 잠시 오해를 했습니다. 이제야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보니까 모든 것이 명료합니다. 고맙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으니 물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오광의 말을 듣고서 자원이 미소를 지었다. 실로 성격이 칼칼해서 미적거리는 것이 성미에 맞지 않는 자원인지라 오광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미심쩍은 것은 가슴에 담아두지 못하는 자원에게는 당연한 물음이었기 때문이다.

“오광은 멀지 않아서 오행의 이치를 깨닫게 될 거야. 그 마음을 그대로 갖고 열심히 정진만 하면 되겠어. 그럼 이제 물의 오행을 설명해 볼 테니까 언제라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 중에도 괜찮으니까 물어요.”

자원의 말에 모두 공수(拱手)했다. 일행을 둘러 본 자원이 천천히 그리고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춘매를 향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처음에 질문한 사람이 춘매였기 때문이다.

“다른 오행도 그렇지만 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고 봐야 해. 물이 스스로 하는 것은 낮은 곳으로만 흐를 수가 있다는 것인데, 이것조차도 스스로 하는 나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잖아? 하는 행동을 크게 본다면 목화(木火)는 위로 움직이고 금수(金水)는 아래로 움직이는데 그 기준이 토(土)가 된다는 것도 생각해 보렴.”

“와~! 정말이네요. 역시 오행은 비교를 하면서 들어야 그 맛이 나네요. 멋져요. 마치 나무를 위해서 흙과 물이 존재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렇지? 이 땅은 나무의 세상이야. 그래서 알고 보면 결국은 나무가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춘매는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어요. 호호호~!”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가게 되지. 그런데 사람들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모이는 것으로는 생각은 하지 않아.”

“예? 물이 모이는 것이라고요? 그건 의외네요. 물은 흐른다고 생각했지 모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벌써 뭔가 변화의 조짐이 보여요.”

“오호~! 동생의 예감이 좋은가 보네. 축하해.”

“그런데 궁금한 것이 생겼어요. 언니는 이렇게 아는 것이 많은데, 스승님은 왜 이러한 이야기를 언니에게 맡기는지가 궁금해요. 스승님이 해 주시는 것과 뭔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춘매가 이렇게 말하자 자원이 우창을 한 번 본 다음에 설명했다.

“그건 말이야. 스승님은 깊이 알고 나는 대충 알아서 그래. 식신(食神)과 상관(傷官)의 차이가 뭐지?”

“예? 갑자기 십성을 물으셔서 무슨 말씀인가 싶었어요. 호호호~!”

“우리의 이야기는 틀이 없이 마구 전개되니까 말이야. 호호호~!”

“맞아요. 그래서 긴장을 해야 해요. 언제 무슨 질문이 제게 떨어질지 모르니까요. 식신은 궁리하는 것이라고 했으니까 궁리가 깊을수록 더욱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가겠어요. 마치 우물을 파듯이 말이에요. 맞아요?”

“그래, 잘 이해하고 있구나. 그렇다면 상관은?”

“상관은 넓게 세상을 휩쓸고 다녀요. 그래서 상관은 물과 같고, 식신은 땅과 같은 걸까요? 물은 천지를 누비고 다니지만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땅은 다니지는 못하나 대신에 깊어요. 그래서 아무리 파도 바닥이 안 나오는 것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오호~! 오늘은 춘매낭자가 더욱 예뻐 보이네? 왜 그렇지?”

“에구~! 언니, 왜 그러세요. 춘매는 항상 예뻐요. 호호호~!”

“맞아. 그러니까 물이 아무리 천지를 쓸고 다녀도 결국은 땅 위의 물이잖아. 그러니까 싸부는 우리가 필요로 할 적에 매우 중요한 답을 준비해 놓고 있으니까 우리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즐겁게 놀면 되는 거야. 이것이 나와 싸부의 차이라고 하면 될 거야.”

그러자 염재가 물었다.

“그렇다면 스승님은 사주에 식신이 있고, 자원선생님은 상관이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그러한 것도 사주의 영향을 받는지 궁금해서 여쭙습니다. 그리고 진즉부터 궁금하기도 했었습니다. 오늘 두 분의 사주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사저(師姐)께서 보여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오광은 아직 무슨 말인지 몰라서 눈만 껌뻑일 따름이었다. 염재의 말에 신이 난 춘매가 붓을 들어서 종이에다 두 사람의 사주를 적었다.

이렇게 적어놓고는 자원을 바라봤다. 염재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서 간단하게나마 설명을 해 주지 않겠느냐는 뜻이기도 했다. 자원도 그 뜻을 알고는 염재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은 안산에게 해당하는 말이기도 했다. 안산도 지금은 잘 몰라도 결국은 공부하면 알게 될 테니까.

“싸부는 무진(戊辰)이지만 시주(時柱)가 경신(庚申)이니 식신이고, 자원은 갑오(甲午)이니 일주 자체가 이미 상관(傷官)이에요. 그래서 싸부는 무엇이든 하나를 잡으면 깊고 깊게 파고 들어가서 바닥을 보려고 하지만, 자원은 궁금한 것만 해결하면 그것으로 만족하게 되어서 견문(見聞)으로 말한다면 싸부보다 조금 더 넓을 수가 있지만, 그 깊이를 논한다면 이것은 비교조차 되지 않아요. 그래서 이와 같은 오행의 이야기는 싸부보다 자원이 좀 낫다고 봐도 되겠어요. 호호호~!”

그러자 춘매가 이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언니는 갑목(甲木)이고 스승님은 무토(戊土)잖아요? 갑목은 무토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자라는 인연이니 궁합이 좋은 거죠?”

춘매의 말에 자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절대로~! 호호호~!”

“아니, 왜요? 이보다 좋은 궁합이 없지 싶은데요?”

“그야 동생이 내 입장만 편을 들어서 그래. 목극토(木剋土)를 보지 않고서 어떻게 궁합을 논하겠어? 싸부는 절대로 내가 맘에 들 까닭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야. 더구나 촐랑대기까지 하는데 말이지. 호호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스승님이 언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당연하지. 나를 여인으로 보지 않고 제자로 보니까 말이야.”

“아니, 여인이기도 하고 제자이기도 한 것이잖아요? 그게 달라요?”

“당연히 달라. 달라도 아주 많이 다르지. 자원을 제자로 보면 열심히 공부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마구 끌어다가 응용을 하는 것이 기특하겠으나 여인으로 본다면 진중하지 못하고 제멋대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 호호호~!”

“정말요?”

춘매가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을 바라봤다. 설마하니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우창은 미소만 짓고 있을 뿐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내심으로 자신의 사주를 재빨리 생각했다.

‘맞아, 나는 신축(辛丑)이잖아? 그렇다면 스승님과는 토생금(土生金)이네? 언니와는 금극목(金剋木)이고. 이것은 무슨 뜻일까? 스승님과 나는 상생이 되어서 좋다는 뜻일 수도 있는 건가?’

이렇게 혼자서 생각한 춘매는 이것에 대해서는 내색하지 않고서 자원에게 물었다.

“언니, 궁합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거에요?”

“내가 알기로는 일간(日干)의 상생(相生)이 최우선(最優先)이라고 배웠어. 그러니까 무토가 갑목을 만났으니 사제(師弟)의 인연이 아니었으면 말을 섞으려고도 하지 않았을 거야. 이제 알겠지? 호호호~!”

“아, 그렇구나.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어떤 십성으로 대입하는 거죠? 어차피 제자라고는 해도 여인인 것은 분명하잖아요?”

실로 이러한 궁금증은 염재와 안산도 마찬가지였고,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의미는 이해하는 오광조차도 궁금한 이야기여서 모두 자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자원이 사람들의 눈이 자기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제자는 식신이야. 그래서 싸부도 제자로의 갑목은 아끼겠지만 여인으로의 갑목은 좋아할 턱이 없는 거야. 어떤 일간이라고 하더라도 제자가 되는 순간 식신의 인연으로 따지게 되는 거지.”

그러자 염재가 다시 물었다.

“정말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스승은 제자를 보면 식신이 되어서 어여쁘게 생각하고 자신이 깨달은 것을 모두 전해 주고자 하는 것입니까?”

염재의 질문에 자원이 답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야. 기본이 그렇다는 말이지. 가령 스승의 사주에 식신이 기구신(忌仇神)이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제자를 만나면 구박하고 못살게 굴 수도 있어. 스스로 제자를 가르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까닭이야. 그러니까 모두 같은 스승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다행히 우리의 스승이신 싸부는 식신이 희용신(喜用神)이라서 제자가 찾아오면 사양하지 않고 거두는 거야.”

자원의 친절한 설명에 염재도 완전히는 모르지만 대략 분위기는 이해가 되었다. 설명에 대한 답례로 공수하고 머리를 숙였다.

“역시, 그러셨군요. 그래서 제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스승도 계시고, 귀찮아하고 가르침을 주는 것에 인색(吝嗇)한 스승이 있는 것이었군요. 정말 소중한 가르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자원도 흐뭇해서 공수로 답했다. 춘매가 다시 물었다.

“오늘 정말 중요한 것을 배웠어요. 남녀의 인연과 사제의 인연이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듣고 보니까 모두의 인연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것은 차차로 공부하기로 하고 오늘은 당장 배워야 할 물에 대해서나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어요. 언니, 물은 세상을 휩쓸고 다닌다는 가르침은 의미심장해요. 계속 말씀해 주세요. 호호호~!”

“물은 상관(傷官)을 닮았어. 그래서 어디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든 모두 잘 어울려서는 더욱 큰물이 되는 거야. 물은 백천(百千)의 갈래에서 흘러왔지만 결국은 바다의 입구에서 모두 만나서는 하나가 되는 거지.”

“정말 언니의 가르침이 이렇게도 맛깔나게 깊은 이치에 대한 깨달음을 주시는지 들을수록 감동이에요. 저는 언제나 언니의 절반만큼이라도 이치를 알게 될지 아득하기만 해요. 호호호~!”

“시간이 문제일 뿐이야. 그렇게만 공부한다면 당연히 답을 얻게 될 거니까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만 하면 돼.”

“언니의 말씀에 희망이 생겨요. 저도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춘매가 다시 마음을 다짐하면서 자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거야. 왜냐면 서로의 상반(相反)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지. 동생이 생각할 적에 불과 물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생각해?”

“물은 아래로 내려가고 불은 위로 올라가는 것으로 보면 될까요?”

“맞아.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가 있지. 불은 위로만 올라가고 아래로 갈 수가 없는데, 물은 또 아래로만 내려가고 위로 올라갈 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여기에 약간의 의미를 추가하게 되면, 물은 응축(凝縮)하는 것을 본질(本質)로 삼는데 반면에 불은 팽창(膨脹)하는 것을 본질로 삼는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가 있겠네.”

“정말이네요. 왜 오행을 공부하기 이전에 음양의 이치를 알아야 하는지 알겠어요. 상대적인 이치를 보면서 오행을 이해하는 것이 이렇게도 빨리 이해가 될 수가 없어요. 수(水)는 음(陰)이고, 화(火)는 양(陽)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형태로 이해를 하면 매우 쉽게 정리가 되겠어요. 호호호~!”

“맞아. 화(火)는 양(丨)이라서 위로 올라가는 거야. 상대적으로 물은 음(一)이라서 옆으로만 흐르는 것으로 봐도 되니까, 때로는 단독(單獨)으로 이해하는 것이 빠르고, 또 때로는 복합(複合)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빠를 때도 있어. 이치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역시 음양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라고 해도 될 거야.”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오광이 문득 궁금한 것이 생기자 자원에게 물었다.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물은 아래로만 흐르고 모이는 것이라고 하는 말씀도 이해가 됩니다. 또 응고하는 성분이라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여름에 가뭄이 이어지면 농지는 말라서 거북의 등처럼 갈라집니다. 이때의 물은 어디로 간 것입니까? 이것은 물의 속성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된 것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오광의 질문에 자원이 웃으면서 답했다.

“아, 참으로 좋은 질문을 하셨네. 호호호~!”

“아까부터 물에 대한 말씀을 들으면서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오광의 말을 들은 자원이 물었다.

“세상에 혼자서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 있을까?”

“예? 홀로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은 많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산새들은 제멋대로 자라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럴까? 산새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가지?”

“아마도 작은 씨앗이나 벌레 들을 먹지 않을까요?”

“벌레나 씨앗이 없다면 살 수가 없겠네?”

“아, 그렇습니다. 무심코 답변을 드렸는데 틀렸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물도 누군가의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는 뜻이겠습니다.”

“맞아, 물은 오행 중에서 순환(循環)하는 특징이 있어. 나무는 자라고 또 자라다가 그 수명을 다하면 멈추는 거야. 맞아?”

“예, 틀림없는 말씀입니다. 수명을 다하는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이니까요.”

“흙은 순환한다는 말이 타당할까?”

“아닙니다. 흙은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있습니다. 천년이 되어도 특별히 지진이나 홍수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항상 그 자리에서 그렇게 머물러 있습니다. 아니, 지진이나 홍수가 나더라도 이동을 한 채로 다시 그 자리에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잘 말했네. 어떤가? 물은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이야. 참으로 오묘한 존재이지.”

“좀 더 자세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최초에 한 잔의 찻잔만큼의 물이 솟아올라서는 흐르고 또 흘러서 개울을 이루고, 강이 되었다가 결국은 대해(大海)로 흘러들어서 마침내 하나가 되면서 긴 여정(旅程)을 마치게 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 그렇다면 말이 나온 김에 또 물어볼까? 최초의 물이 시작되는 곳을 무엇이라고 하는지는 알지?”

“물은 곤륜산(崑崙山)에서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을 발원지(發源地)라고 한다는 정도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맞아, 발원지야. 여기에서 원(源)을 생각해 볼까? 물[氵]의 근원[原]이 시작되는[發] 땅[地]이라는 뜻이잖아? 물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거야?”

“아하, 땅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네요. 그 시작점이 어디였는지는 그냥 막연하게 곤륜산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땅이라는 것을 미처 살피지 못했습니다. 글자 하나도 자세히 봐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그렇다면 나무는 또 어디에서 시작되지?”

“나무의 씨앗이 땅에 떨어지면 싹을 틔워서 거목이 되지만, 물에 떨어지면 썩을 뿐이고, 불에 떨어지면 타버릴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나무도 땅에서 시작되는 것이네요?”

“맞아. 수원지(水源池)라는 말은 있어도, 목원지(木源地)라는 말은 없지? 그건 또 왜 그럴까?”

“그야, 물은 흘러가는 것이지만, 오히려 나무는 고정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지. 비록 하나는 흘러가고, 하나는 고정되어 있으나 그 근원이 흙이라는 것은 같다는 것을 생각해 보는 거야. 동의하겠지?”

“물론입니다. 항상 최초(最初)의 출발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겸해서 배웁니다. 수원지라는 말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수원지에서 발원(發源)한 물의 이전(以前)은 어떨까?”

“예? 수원지가 최초인데 그 이전을 생각해야 합니까?”

“아니, 생각을 해 볼 수가 있으면 해 보자는 말이지 뭘. 호호호~!”

“최초로 물이 흐르기 시작하는 발원지의 지하(地下)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는데 오늘 자원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지 싶습니다.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또 생각해 볼까? 최초의 발원지에서 흘러나온 물은 땅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어딘가에서 흘러온 것일까?”

“물이 땅에서 만들어질 리가 만무(萬無)하다면 그 물도 또한 어딘가에서 흘러왔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그렇다면 그 물이 흘러온 곳은 또 어디일까?”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을 생각하게 만드십니다. 어렵습니다.”

오광이 자원의 끝없는 물음 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본 춘매가 웃으면서 대신 공세(攻勢)를 받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