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주역팔괘에는 왜 구름괘가 없을까....

작성일
2018-04-02 08:22
조회
8330

[730] 주역팔괘에는 왜 구름괘가 없을까.....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일할머리 없는 낭월이 또 공상에 잠겨서 자유로운 사념의 공간으로 헤엄치면서 놀고 있습니다. 오늘은 문득 주역의 팔괘를 생각하다가 떠오른 조각을 하나 붙잡고 놀이에 빠져 봅니다. 혼자 하는 넋두리이므로 존칭생략함을 양해 바랍니다. 그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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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생각하면 걸리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팔괘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생겨나는 의문이거나 궁금증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혹 이 글을 읽으시는 벗님께서 이에 대한 해답을 알고 계신다면 혼자만 즐기지 말고 낭월에게 소중한 지혜를 나눠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는 비가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비가 내려야 만물이 그 감로수를 흡수해서 저마다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할 수가 있는 것이야 더 말을 해서 뭘 하겠느냐는 생각을 한다는 것조차도 시간낭비이다.

하늘(건괘☰)이 있고,
땅(곤괘☷)이 있고,

물(감괘☵)이 있고,
불(리괘☲)이 있고,
우레(진괘☳)가 있고,
바람(손괘☴)이 있고,
산(간괘☶)이 있고,
못(태괘☱)이 있다.

순서는 건곤감리진손간태이다. 한국사람만 그렇게 외우지 싶기는 하다. 그럼 세계공통은 어떻게 외워야 하나? 뭐.... 세계공통씩이나... 다만 주역식으로 외우는 방법은 있다. 지나는 길에 한 번....

일건천(一乾天)
이태택(二兌澤)
삼리화(三離火)
사진뢰(四震雷)
오손풍(五巽風)
육감수(六坎水)
칠간산(七艮山)
팔곤지(八坤地)

이렇게 외우면 되기는 한다. 한참 외우느라고 애를 먹긴 했지만, 이렇게라도 외워놨더니 이제 생각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술술 나온다. 이것이 외움의 공덕이겠거니 싶기도 하다.

그런데? 구름은? 없다. 어디를 뒤져봐도 구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야 당연히 팔괘이니 구름괘를 하나 추가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무엇인가를 하나 빼고 그 자리에 구름을 넣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간단하게 나온다.

물론, 구름의 존재감이 기본적으로 열거한 여덟 개의 자연에 존재하는 것에 비해서 가치가 덜 하다면 재론을 할 필요도 없이 그대로 내버려 두면 된다. 그래서 어느 놈을 잡아내고 그 자리에 구름을 끼워넣는 것이 이치에 타당하겠느냐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물론, 안다. 감히~~~!!!

그러나, 생각해 보는 것조차도 못 하랴. 그냥 주역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것을 누군가 이해시켜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누구에게 말을 꺼냈다가 혼만 나고 말았다. ㅎㅎㅎ

 

1. 우레를 끄집어 낼까?


우레를 의미하는 진괘(震卦)가 우선 물망에 오른다. 우레는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당연히 구름에서 생겨난다. 어쩌다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있다고는 하지만 거의 99%의 우레는 비구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야 누군들 모르랴.....

우레가 그렇게도 중요하더란 말인가? 구름보다도?

어쩌면 고인들(옛날 사람들)은 천둥번개가 구름보다 더 두려웠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주역의 출발점이 삶의 주변에서 생겨난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1천년..... 2천년.... 흘러간다.... 그 사이에 인식도 변화한다. 그리고 21세기 2018년이 되었다.

어떤가? 아직도 뇌성벽력이 구름보다 더 비중이 크다고 할 수가 있을까? 죄를 지은 사람도 천둥번개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면 사고의 방향도 전환을 할 수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혼자만 해 보는 것일까?

탈태환골이 필요하다면 누군가 그러한 시도조차도 못해 본다는 것은 인류의 지성으로 본다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불경도 뒤집어서 풀이하고, 성경도 뒤집어서 반문하는데 역경은 그렇게 해서 안 될 이유는 없을 게다. 그러니까 유교경전의 최정점에서 권위를 누리고 있는 그를 끌어내려야 한다. 왕도 끌어내리는 힘이라면 그것인들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진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욱 멋진 동양철학의 핵심을 이루는 음양관법이 로켓을 달고서 우주를 유영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상상에서 비롯된 역경 문외한의 대책없는 망상이다.

20180402_081046

 

이것이 진괘(震卦)이다. 우레[雷]를 상징한다. 음음양의 구조로 이뤄져있다. 우레는 하늘에 있는 것이로구나. 아래의 양효는 하늘을 의미하는 것일게다. 하늘 위에 음이 겹쳐 있으니 두터운 구름이라고 보면 어떨까? 구름이 얇으면 천둥번개가 치지 않기 때문에 구름이 두꺼워야 한다. 어? 그럴싸 하잖아?

그렇다면, 그렇다면......

 

2. 못은 어때?


진괘를 보면서 문득 태괘(兌卦)가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태괘는 태위택(兌爲澤)으로 연못을 나타낸다. 그래서 줄여서 못이라고 한다. 못에 연꽃을 심어야 연못인데 연꽃의 개념은 없으니까 그냥 못이라고 하면 될 게다.

20180402_081545

오호~! 그럴싸~ 한 걸.

구름은 진괘보다 훨씬 가벼워보인다. 하늘이 더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먹장구름이 땅에 닿을듯이 드리워져서 '우르릉꽝꽝~!'을 하는 것과 비교하니까 느낌이 팍 온다. 그러니까 아직 천둥번개를 칠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히 태양을 가릴 정도의 음기인 구름이 하늘 위에 떠있다고 보는 것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 괘를 구름괘로 하면 어떨까? 낭월의 마음 속에서는 이미 그렇게 결정을 했다. 이것은 아무리 봐도 구름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하늘 높은 곳에서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풍경과 너무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sky93

어떤가? 이렇게 구름이 두둥실 흘러가는 사진 한 장이 백 마디 글보다 훨씬 느낌이 와 닿는다. 이러한 그림을 보면서 태괘를 떠올리니 참으로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근데.....

이 괘의 이름이 못, 저수지, 호수라고? 음..... 왜지? 하늘위에 떠있는 구름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 같지도 않은데? 땅 위에 물이 있으려면..... 보자...... 그렇지. 이 괘가 제격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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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땅이니까 음효로 막고, 중간에 출렁이는 물이 있으니 움직이는 의미로 본다면 양효를 배치하는 것이 타당하겠다. 그리고 다시 물이 흘러가지 못하게 쌓아놓은 흙이 있을테니 상효는 음효로 구성하는 것이 타당하겠다는 생각이 문제가 없다면.....

엉? 이 괘는 물이잖여?

 

3. 물괘나 못괘나 뭐가 달러?


그니깐 말이지.

아니, 못괘를 물괘라고 이름붙여놓은 것을 본다면 이제 분명히 뭔가 이상하게 꼬였다는 생각을 한 낭월의 의문도 전혀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진 않아 보이는 걸. 물을 나타내는 감괘(坎卦)를 못을 나타내는 그림으로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면 둘 중에 하나를 바꿔서 구름괘로 해도 되지 않겠느냔 말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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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아무 것도 없이 맑은 하늘은 이렇게 높고 또 높다는 이야기이며 완전공감이다. 정말 높아 보인다. 이것이 건괘(乾卦)이다. 그런데 그렇게 맑은 하늘이 3일을 유지할 수가 없는 것이 또한 자연의 풍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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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하늘에 새털구름이 생기기 시작한다. 점점 구름이 더 많이 모여들면 양떼구름이 되었다가, 뭉게구름으로 변한다. 그렇게 되면 빛이 투과하지 못해서 백운(白雲)이 회운(灰雲)이 된다. 그렇게 하기를 얼마간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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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은 간 곳이 없고, 온통 흑운(黑雲)이 하늘을 뒤덮는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들에서 일을 하다가도 바삐 연장을 거둬서 집으로 내달린다. 왜냐하면, 잠시 후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질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경험에서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지혜랄 것도 없는 일상의 풍경이다.

이러한 이론을 마작에 비유한다면....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는 별명이 있는 구련보등이라고 할 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론적으로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그림이라는 자화자찬이다. ㅋㅋㅋㅋ

 

4. 태위택(兌爲澤)은 태위운(兌爲雲)으로.


앞에서 생각해 본 것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면, 이제 수술에 들어가야지. 그래서 못을 나타내는 태괘는 구름을 나타내는 태괘로 약간만 고치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주역의 본래 뜻까지 고치지는 않아도 될 게다. 왜냐하면 역경을 뒤적여 보면 연못이라는 의미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아 보여서이다.

사실, 이러한 생각을 한 것은 수 년전에 증사강 선생의 주역강의 동영상을 보면서 든 생각이기도 하다. 선생이 설명하던 대목은 지택림(地澤臨) 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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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괘는 곤괘(坤卦)이고, 하괘는 태괘(兌卦)로 조합이 된 것을 임괘(臨卦)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이 못 위에 있는데 임한다는 뜻이라니.... 이게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런데 만약에 지운림(地雲臨)이라고 이름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땅에 구름이 내려오면 그것이야말로 팔대신선과 천백억 부처가 구름을 타고 강림한 것이라고 해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가?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ㅎㅎㅎ

내심 이러한 설명이 추가되기를 기다리면서 영상을 끝까지 봤지만 그러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낭월의 생각이 근거없이 오바한 것이려니....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의문은 의문이고, 의혹은 의혹이잖아..... 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조차 막을 수는 없으니깐....

그런데 증 선생은 일말의 의심도 설명도 없이 그렇게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의문을 해소할 길이 없어서 메일을 보냈었다. 이제나 저제나 회신이 오려나..... 하고 기다렸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다. 아마도 독자의 질문은 받지 않으시거나, 무지무지하게 바쁘신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포기했다.

시간은 또 그렇게 흘러간다. 사실 낭월의 놀꺼리는 무궁무진하다. 주역의 팔괘도 놀이로 손색이 없지만, 더 재미있는 것도 얼마든지 많기 때문에 이내 잊어버리고 또 다른 놀이에 몰두하게 되는 까닭이다. 그런데 엇그제는 또 한 권의 책을 보다가 다시 이 문제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 책의 저자는 이종은(李宗恩) 선생이다. 두툼한 설명을 한 주역 책인데 어쩌면 답을 해 줄 것도 같아서 헛일삼아 메일을 보내고는 또 잊어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회신이 왔다.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출판사로 보낸 메일을 개인 메일로 회답한 것이다.

 

5. 질문에 답을 해 준 이종은 선생


보잘 것 없는 한국의 독자가 말도 같지 않은 질문을 했을 것으로 생각하려니 싶었는데 고맙게도 회신을 보내주셨으니 뭔가 해답을 향해서 첫 걸음을 뗀 것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일말의 기대감이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오호~~!!

 

=====[이종은 선생께 보낸 메일]======

我是韓國讀者 朴珠鉉.
讀《易經思維》中..... 一個疑惑....

八卦中...
無雲卦....
天地自然中
雲的作用不少....
可是....
請說明.... 感謝

저는 한국의 독자 박주현입니다.
역경사유를 읽고 있는 중에.... 하나의 궁금한 것이...
팔괘 중에서
구름괘가 없습니다.
천지자연 중에서
구름의 작용이 적지 않은데....
그렇지만.....(왜 구름괘가 없을까...는 생략)
설명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보낸 질문에 회신을 보내왔다.

====[회신]==============

珠鉉好:

八卦中的坎卦,可以為水,為雲,

其中水天需的精神為雲天需,

水在天上為雲,雲在天上,

尚未下降成雨,所以尚需等待。

坎卦《象》曰:雲上於天,需,

君子以飲食宴樂。

宗恩敬上

주현씨 안녕하세요.
팔괘 중에 감괘가 물도 되지만 구름도 됩니다.
그 가운데 수천수괘의 정신을 보면 운천수가 되거든요.
물이 하늘에 있으면 구름이 되는 것은 구름이 하늘에 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비가되어 내려오기 전에는 하늘에서 구름으로 기다립니다.
감괘의 괘상을 보면 구름은 하늘에 있으니 수괘가 됨이라...

군자는  음식으로 잔치를 열어 즐기느니라.
종헌이 삼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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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고 반가웠다. 일단 시작이 반이라고 이렇게 회신을 보냈다는 것은 독자의 의견에 대해서 귀를 기울일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의미겠거니... 싶었다. 그래서 2~3일을 기다렸다가 오늘 새벽에 두 번째의 질문을 보냈다. 차근차근 궁금증을 향해서 걸음을 옮겨 볼 참이다. 그러다가 귀찮다고 하면 또 거기까지인 것이고, 정말 낭월의 궁금증에 대해서 해답을 준다면 찾아가서 한 수 배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기도 하다.

 

5. 수괘(需卦)에 구름이 있다...?


회신을 받았으니 수괘를 또 들여다 봐야지... 그래서 뒤적였다. 과연 구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물이 하늘로 올리가면 구름이 되기에 수천수(水天需)라고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괘를 설명으로 대신하셨구나..... 딴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낭월이 원하는 답은 아니다. 물론 조급한 마음은 없다. 또 앞으로 메일을 통해서 점점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답을 구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학자와 연결이 되었다는 것으로도 하나의 재미있는 이벤트가 생길 것같은 희망이 보여서 이미 충분히 즐거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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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독백같은 이야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앞으로 계속 메일이 이어진다면 뒷 소식도 여기에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주역에 대해서 궁금하신 벗님은 많지만 공부하려고 마음을 낸 벗님은 훨씬 적지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 공부를 시작했더라도 어느 수준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렇게 머리아프게 공부하시다가 잠시 이러한 글도 읽으시면서 머리를 식히시면 어떨까 싶어서 정리해 봤습니다. 예? 머리가 더 복잡해 지셨다고요? 하하하~!

 

2018년 4월 2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