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제19장. 오행쇠왕의 중화/ 4. 신을 부린다는 이치(理致)

작성일
2017-05-25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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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제19장. 오행쇠왕(五行衰旺)의 중화(中和)


4. 신(神)을 부린다는 이치(理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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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 쇠왕의 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명학의 핵심에 근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자 너무나 기뻤다.

“임싸부, 좀 전까지는 잘 사는 사람이나 고귀(高貴)한 사람은 팔자도 모두 다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맞아, 어떤 사람이 화려한 옷을 입었다고 해도 그 사람의 삶도 그렇게 화려하다고 믿으면 안 된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네.”

“그러니까, 반대로 생각하면 의상이 후줄근하다고 해서 그 사람 자체도 그렇게 살고 있을 것이라는 것도 선입견이라는 말씀이잖아요.”

“항상 중요한 것은 주어진 여덟 개의 글자에 대한 왕쇠(旺衰)를 보는 것이고, 유정(有情)과 무정(無情)한 모습을 살피는 것이라네.”

“아니? 왕쇠야 통근(通根)을 살펴서 안다지만, 정이 있고 없고는 어떻게 파악을 한단 말인가요?”

“그야 충극(沖剋)과 원근(遠近)으로 판단을 하면 되는 거라네.”

“조금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세요. 이해가 될 듯 말듯 해요.”

“그러지. 용신(用神)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지?”

“당연하죠. 용신에 대해서는 공부를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용신(用神)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까?”

“그야 사주의 균형점이라고 하셨잖아요. 특히 오행의 균형을 잡는 오행이라고 하셨는데요?”

“왕쇠(旺衰)는 일간(日干)의 왕쇠(旺衰)만 해당할까? 아니면 용신(用神)의 왕쇠도 포함될까?”

“아, 일간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네요? 용신의 왕쇠도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요?”

“소갈비를 하나 얻었다면, 어떤 사람은 고기만 허겁지겁 뜯어먹고는 다 먹었다고 하겠지.”

“그럼 보통 그렇게 하지 않나요?”

“보통은 그렇게 하지만, 알뜰한 사람은 그 뼈를 푹 고아서 국물까지 우려서 먹는다네.”

“그게 무슨 맛일까요?”

“맛보다 몸을 생각하는 것이지. 그렇게 하룻밤과 낮을 불로 달이면 뽀얀 진국이 우러난다네. 그것을 먹어야 비로소 제대로 먹었다고 하는 거라네.”

“그러니까 알뜰하게 먹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냥 알뜰하게 먹으라는 뜻만이 아니라 골수(骨髓)까지도 우러나게 고아서 먹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지. 이 책의 이름이 뭔가?”

“책의 이름은 적천수(滴天髓)잖아요?”

“그러니까 골수(骨髓)를 찾아 먹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지. 하하~!”

“아하~! 골수라고 하니까 뭔가 느낌이 오네요. 글자만 보고 이해하면 살만 먹는 것이고, 그 속에 깃든 의미를 다시 살펴서 궁리한다면 비로소 골수까지 먹는 것이란 말씀인 거죠?”

“맞아, 제대로 이해를 했네. 문자(文字)를 배우는 것과 이치(理致)를 배우는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렇군요. 그러니까 단순하게 일간의 쇠왕에 대해서만 알고 넘어가면 문자의 뜻만 먹은 것이지만, 용신(用神)과 기신(忌神)의 쇠왕도 알아야 비로소 삼명의 절반을 얻은 것이란 말이네요.”

자원의 말에 고월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마치 정성으로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알뜰히 먹는 자식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자원이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임싸부~!”

“그래.”

“용신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설명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전에 설명을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중요한 쇠왕의 이치를 접하고 나니까 다시 용신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뭔가 새로운 것이 보일 것 같아서요.”

“사실, 앞의 체용장에서 언급한 용신(用神)은 사주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글자에게 부여한 이름이라는 뜻이었지.”

“그렇다면 그것은 마치 소의 고기만 뜯어먹은 셈이라고 해야 하겠어요.”

“오호~! 그래서 다시 용신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어 졌군? 잘 했네.”

“쇠왕이 그렇게도 중요한 이유가 단순하게 일간의 왕쇠에 대해서만 설명한 것으로 알고 넘어갈 뻔 했잖아요. 이제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으니 지나간 공부도 재점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호호~!”

자원의 말에 우창도 동조를 하면서 한 마디 거들었다.

“역시 공부가 나날이 깊어가고 있으니 놀랄 따름이네. 나도 자원이 아니었으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뻔 한 것을 새삼스럽게 되짚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 지경이네. 하하~!”

“엄머~! 진싸부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보람이 있는 걸요. 호호호~!”

우창이 고월을 보면서 다시 물었다.

“왕쇠의 영역이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넓겠다는 생각이 들었네. 계절의 왕쇠도 있고, 가문의 왕쇠도 있고, 건강의 왕쇠도 있으니 모든 것에 대해서 적용을 시켜도 될 정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

“우창도 뭔가 감을 잡았군. 그렇게 학문(學問)의 폭이 넓어지고, 사유(思惟)는 또 그만큼 깊어지는 것이라네.”

“그렇다면 고월에게 다시 물어야 겠네. 용신(用神)의 진정(眞正)한 의미는 무엇인가?”

“신령(神靈)과 같은 존재를 사용(使用)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네.”

“신령이라니 그것은 조금 과장(誇張)한 것이 아닌가? 아무리....”

“고인이 그렇게 이름을 붙였으니 난들 어쩌겠나. 달리 해석을 할 방법이 있으면 해 보시게. 하하~!”

“물론 달리 해석을 할 방법은 없네. 그렇지만 설마하니 고인들께서 신을 부려먹는다는 생각으로 이름을 붙였단 말인가?”

그러자 자원도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다.

“제 생각도 그래요. 임싸부가 이해가 되도록 설명해 주셔야 하겠어요.”

“삼명(三命)의 심오(深奧)한 뜻이라고 했다면 이 정도는 이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

“어서 설명해 주세요. 신을 부려먹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그렇다면 자원에게 물어볼까? 인간은 누가 만들었을까?”

“산신(産神)할머니가요.”

“엉? 푸하하하~! 자원이 이렇게 답을 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걸.”

“이힝~! 너무 형편없는 답을 했나 보네요. 이게 저의 한계예요.”

“형편없는 답이 아니라 의외의 답이었기 때문에 웃은 거라네. 실은 그게 맞는 답이지.”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신 거예요?”

“아, 신(神)은 누가 만들었는가 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 밑자리를 깔아 본 거라네.”

“신을 누가 만들어요?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잖아요? 옥황상제(玉皇上帝)를 위시(爲始)해서 말이죠.”

“그렇긴 하군. 그렇다면 옥황상제가 인간을 만든 것은 아닐까?”

“그건 모르겠지만 옥황상제가 만들라고 해서 산신 할머니가 만들었을 수는 있겠어요. 호호~!”

“내 생각에 신은 인간이 만든 것 같거든.”

“예? 인간이 어떻게 신을 만들어요?”

“필요하면 뭐든 만드는 것이 인간이잖은가?”

“아, 그렇게 보는 것이로군요.”

“용신(用神)이 신을 부리는 것이라면 그 신은 인간이 만든 것이라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어찌 피조물(被造物)이 조물주(造物主)를 부릴 수가 있겠느냔 말이지.”

“그렇겠네요. 그러니까 임싸부의 생각은 모든 신은 인간이 필요해서 만든 것이란 말씀인 거지요?”

“그렇지. 가만히 생각하면 필요한 모든 곳에는 꼭 그만큼의 신이 있거든. 재물신, 수명신, 아들신, 공명신 등등 없는 신이 없단 말이지.”

“과연 그렇네요. 그래서 그 중에 용신도 있단 말이네요. 그쵸?”

“맞아, 인간이 필요해서 만든 신이라고 하면 용신의 존재가 납득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억지(抑止)라고 해야 하겠지.”

“이해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마음대로 부려도 된단 거죠? 호호~!”

“물론 이치에 맞게 부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신도 반발을 하신단 말이야.”

“아, 맞다~! 그래서 신을 부리는 이치를 배우는 것이 명학(命學)이었군요. 정말 재미있는 발상(發想)이예요. 호호~!”

“신을 부리려면 신보다 수준이 높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맞는 말씀이네요. 그렇다면 공부도 무지무지 많이 해야 하겠는 걸요.”

“당연하지~! 그래서 보통은 3년도 걸리고 10년도 걸리고 심지어는 30년도 걸리는 것이라네.”

“정말 듣고 보니까 조급(躁急)하게 마음먹을 일이 아니었네요. 그냥 간단하게 오행의 생극(生剋)만 알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생극으로 논한다면, 오행의 생극, 음양의 생극, 용신의 생극, 기신의 생극에 대해서도 두루두루 이해를 하면 생극 공부가 다 되려나. 하하~!”

“이러한 것을 다 알게 되면, 비로소 삼명(三命)의 오의(奧義)를 깨닫게 된다는 말씀이잖아요?”

“사실, 무슨 신비한 뜻이 있겠나? 단지 생극의 이치를 적용하다가 보면 그 이치를 모르는 사람이 봤을 적에는 놀랍고 신기하게 보일 따름이겠지.”

“그래서 사과반의가 되는 것인가 봐요. 더욱 열심히 궁리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전심전력(全心全力)을 해야죠.”

“그만하면 핵심을 놓치지 않을 것 같군. 결국 핵심을 논한다면 쇠왕(衰旺)은 오행(五行)을 말하고, 강약(强弱)은 일간(日干)을 말하고, 용신(用神)은 조화(調和)를 말한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거의 벗어나지 않겠지.”

“잘 알았어요. 만만하게 여겼던 쇠왕에 대해서 다시 바라보게 되었어요. 이제 뭔가 나름대로 오행의 의미가 느껴지는 것 같은 걸요.”

“그것이 바로 ‘삼명지오(三命之奧)’가 아닐까?”

“맞아요. 임싸부의 가르침으로 속에 깃든 뜻이 어렴풋하게나마 잡히는 것 같아서 보람이 있어요. 호호~!”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념에 빠져있던 우창이 문득 입을 열었다.

“문득 생각이 났는데, 체용(體用)에서 기본형을 이해하여 부억(扶抑)을 깨닫고 나면, 그 안에 깃든 정신(精神)에서 손익(損益)을 파악(把握)하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쇠왕(衰旺)의 이치가 들어난다는 일련(一連)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이게 맞는 것일까?”

“왜 아니겠나. 월령과 생시만 제외하면 너무나 아름다운 흐름을 담고 있다고 해도 되겠다. 하물며 다음에 이어지는 중화(中和)에 도달하면 비로소 마침표를 찍게 된다고 하겠네.”

“오호~! 뭔가 느낌이 팍~ 들어오네. 그러니까 결론은 중화에서 내린단 말이지?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배우게 되다니 고월의 공덕이 하늘에 이른다고 해야 하겠네.”

“이것을 나는 「적천수(滴天髓)의 사대관문(四大關門)」이라고 이름 붙였다네.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 네 구절을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뜻이라네.”

“정말 멋진 말이군. 잊지 말라고 사대관문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두는 것은 참으로 기발(奇拔)한 생각일세. 나도 그렇게 외워야 하겠네.”

“그렇다면 이제 그 사대관문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중화(中和)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할까?”

“물론이네. 어떻게 정리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期待)가 되네.”

“저도요~! 호호~!”

자원도 비로소 오행의 이치가 흘러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는지 얼굴에 화색(和色)이 돌면서 기뻐하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마침 저녁밥을 먹으라는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렸다. 세 사람은 서로 얼굴을 보면서 웃었다. 오늘의 공부는 여기까지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군. 각자 궁리하고 내일 다시 만나서 토론을 이어가도록 하지.”

고월의 말에 우창과 자원도 진심에러 우러나오는 마음을 담아 포권(包拳)으로 고월에게 감사하고는 각자의 숙수로 돌아갔다.

초여름의 매미 소리가 노산의 계곡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