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제18장 면상의 기본/ 11. 이목구비(耳目口鼻)의 관계(關係)

작성일
2017-05-2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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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제18장 면상(面相)의 기본(基本)


11. 이목구비(耳目口鼻)의 관계(關係)



우창은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자원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상인화에게 의논하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상인화는 현명(賢明)했고, 우창이 원하는 답이 아닌, 올바른 답을 들러 준 것이 한없이 고마웠다. 다시 뒤를 돌아보고는 몽유원을 향해서 자신도 모르게 합장(合掌)을 했다. 진심으로 우러러 나온 존경심이었다.

깊은 잠을 자고 난 다음날.

다시 상쾌한 마음으로 고월의 처소로 향했다. 어제 이야기를 들었던 인상(人相)과 면상(面相)의 관계(關係)를 생각하면서 심상(心相)이 겹치자 머릿속이 다시 실타래처럼 헝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고월이 마당을 쓸고 있다가 우창을 보고는 먼저 인사했다.

“여, 일찍 나오셨군.”

“잘 쉬셨는가? 반갑네. 부지런도 하구먼. 하하~!”

“내 집의 뜰은 내 마음자리라네. 그러니 정갈한 모습을 남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냔 말이지. 잘 쉬셨는가?”

“뜰이 마음자리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얼굴로 치면 뜰은 이마와 같은 것이니까, 지저분하다면 누가 마주 대하고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겠느냔 말이네. 하하~!”

“어? 이마와 같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뭘 또 깊은 생각에 빠져들려고 하나? 그냥 그렇다는 비유일 뿐이라네. 어제는 안 보이던데. 어디를 다녀왔었나?”

고월의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고,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얼굴에도 사람의 심성이 보이는 걸까?”

“급하기도 하지 물이 끓고 있으니 차를 만드시게. 요것만 마저 쓸고 들어갈 테니까.”

“그럼 그렇게 하시게.”

우창은 고월을 두고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언제나처럼 정갈한 고월의 방이었다. 관상에 대한 글을 읽고 있었는지 책상에는 상서(相書)가 펼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잠시 들여다보니까 목형(目形)에 대한 대목이었다. 문득 생각해 보니 눈은 안(眼)이라고도 하고, 목(目)이라고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목(耳目)이라고 할 적에는 목(目)을 쓰고, 혈안(血眼)이라고 할 적에는 안(眼)을 쓴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고월이 자원과 들어왔다.

“어머~! 진싸부~! 반가워요~! 호호~!”

예의 경쾌한 목소리로 생기발랄하게 인사하는 자원의 음성에는 색다른 정겨움이 묻어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어제 하루 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궁금함과 반가움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봤다.

“자원도 왔구나. 반가워.”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가 고월에게 물었다.

“펼쳐진 책을 보니 상서(相書)가 아닌가?”

“그렇다네. 문득 궁금한 것이 있어서 보고 있었지.”

“나도 궁금한 것이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

“아, 그래? 뭔지 말해 보시게. 내가 답을 할 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들어보기조차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나? 하하~!”

“마침 고월이 펼쳐놓은 대목을 보니 눈에 대한 이야기라서 궁금해졌지.”

“아, 저것 말인가? 뭐가 궁금하셨나?”

“안(眼)과 목(目)의 차이가 뭔지를 생각해 봤었지.”

그러자 자원이 이에 대해서 의견을 갖고 있다는 듯이 입이 달싹였다. 그것을 본 고월이 자원에게 답을 맡겼다.

“이에 대해서는 자원의 이야기부터 들어보기로 할까?”

“아녜요. 저도 잘 몰라요. 다만 글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어서 생각을 해 봤던 것이 있거든요.”

자원의 말에 우창이 놀란 듯이 말했다.

“어? 자원도 그런 취미가 있었던 거였어? 그건 나랑 같은 취미인걸.”

우창이 좋아하는 것을 본 자원은 내심 기뻤다. 좋아하는 남자의 취미가 자신과 같다는 것은 더욱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머~! 그러셨어요? 그럼 많이 배워야죠. 호호~!”

“어서 말해봐. 그 차이가 뭐지?”

“행여 실망하지 마세요. 어쭙잖은 생각일 뿐이에요. 호호~!”

“원, 별걱정을 다 하는군.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을 테니 맘 편하게 이야기해 봐. 하하~!”

“목(目)은 구(口)와 같고, 안(眼)은 설(舌)과 같다고 생각해요.”

자원의 말에 고월이 되묻는다.

“아니, 그건 무슨 뜻이지?”

“눈의 모습은 입의 모습과 같다는 뜻이죠. 그리고 눈의 능력은 산이 있는 곳까지만 본다는 것이고요.”

우창이 다시 물었다.

“산이 있는 곳까지 보는 것이 눈이었나?”

“당연하죠. 진싸부~!”

“왜 그렇지?”

“안(眼)은 목(目)에 간(艮)을 더한 것이잖아요?”

“아, 그렇지.”

“간(艮☶)은 팔괘(八卦)에서 산(山)을 의미하잖아요.”

“맞아, 그런데 산이 있는 곳까지 본다는 건 무슨 의미이지?”

“어머~! 오늘 진싸부는 좀 맹~하신 거 같아요. 총명하신 분이 어쩌다가 그리되셨을까요? 호호~!”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얼른 되지 않는걸.”

“눈으로 산 너머까지 볼 수 있어요?”

“그야 불가능하지.”

“그러니까 산이 있는 데까지 볼 수가 있는 것을 의미하는 거예요.”

“아, 그런 뜻이었어? 산만이 아니라 벽이 있는 곳도 넘어갈 수가 없잖아?”

“물론이죠. 앞에 무엇이든 있으면 그것은 산(山)으로 보는 거예요. 눈에는 모두 산과 같은 거죠.”

“아하~! 이제야 자원이 왜 맹하다고 하는지 알겠군. 하하~!”

“아셨으면 됐어요. 호호호~!”

“그러니까, 같은 눈을 의미하는 두 글자지만, 목(目)은 구조(構造)를 말하는 것이고 안(眼)은 기능(機能)을 말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지?”

“맞아요. 입은 구조(構造)를 말하고, 혀는 기능을 말하는 것과도 같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바라보는 자원의 눈은 목(目)이 되고, 자원의 눈을 바라보는 내 눈은 안(眼)이 된단 말이지?”

“틀림없는 말씀이네요.”

“그런데, 안(眼)은 목(目)과 간(艮)의 결합인데, 왜 하필이면 간(艮)이지? 그냥 산(山)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우창의 말에 자원이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호호호~! 진싸부가 아무래도 오늘은 좀 바보 같아요. 호호호~!”

“내가 또 바보 같은 말을 했나 보군. 그래도 잘 모르겠으니 설명을 해 줘봐.”

“아니, 산(山)으로 해 놓으면 뭐가 생각나겠어요? 떠오르느니 산밖에 더 있겠느냔 말이죠.”

“그야 그렇지, 간괘(艮卦)는 산(山)을 의미하니까 말이지.”

“그러나 산(山)을 쓰지 않고 간(艮)을 쓴 것에는 상징적(象徵的)인 의미가 되니까요.”

“아하~! 앞에 장애물을 의미할 적에는 간(艮)이 가능하지만, 산(山)은 오로지 청산(靑山)만 말한다는 의미인가?”

비로소 자원이 원하는 답이 나왔는지 자신의 엄지를 우창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그것을 보고서야 우창도 왜 자신이 오늘 아침에는 바보가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내가 이렇게 단순한 이치도 못 깨닫고 자원을 괴롭혔군. 하하~!”

“그럼 글자공부는 다 되셨네요? 그렇다면 상법(相法)에서 눈을 본다는 것은 목형(目形)일까요? 아니면 안형(眼形)일까요?”

“그건 좀 쉽군. 안형은 존재할 수가 없으니 목형이 맞겠지?”

“맞아요. 눈의 생김새를 봐서 용안(龍眼)이니, 봉안(鳳眼)이니 하잖아요. 그러니까 용목(龍目)이나 봉목(鳳目)이라고 해야지 용안(龍眼)이라고 하면 틀렸다는 것도 알겠네요. 호호~!”

“아, 그게 그렇게 되는구나. 과연 명료하게 글자부터 정리하니까 무엇이 옳고 그런지도 드러나는군.”

자원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월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떤 눈이 좋은 눈이에요? 눈에도 좋은 눈과 나쁜 눈이 있겠죠?”

“그렇겠지.”

자원의 질문에 간단하게 답하는 고월.

“임싸부의 표정을 뵈니 제가 뭘 잘못 물었다는 거죠?”

그제야 고월이 웃었다.

“글쎄 잘못 물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생각을 해 볼 부분이라서 문득 딴생각을 하느라고.”

“무슨 생각이죠?”

“용 눈, 호랑이 눈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네.”

“그런가요? 모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자원이 고월의 말을 못 알아듣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번에는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은 혹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이 있을까?”

그 말에 우창이 흠칫했다. 눈에 대해서는 바로 어제 상인화에게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어제 나눈 이야기가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재연된다는 것이 내심 신기하기도 했다.

“내 생각에는 형태보다는 빛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걸.”

그렇잖아도 큰 자원의 눈이 우창의 말을 듣고 더욱 커졌다.

“아니, 진싸부의 말씀은 눈의 형태보다는 눈빛의 느낌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인가요?”

“용의 눈도 빛을 잃는다면, 빛나는 개의 눈보다 못하지 않을까?”

“엄머~! 정말요~! 이제야 진싸부가 잠에서 깨어나셨나 봐요. 멋져요~! 호호호~!”

고월이 우창에게 말했다.

“아니, 상학에 대해서는 언제 생각해 보셨기에 그렇게 거침없이 명언(名言)이 튀어나온단 말인가? 참 대단하군.”

“그게 아니라, 실은 어제 어느 고인을 만나서 면상에 대한 가르침을 약간 받았다네.”

그 말을 듣고는 자원이 얼른 말했다.

“상 언니를 만났었구나? 그쵸?”

“맞아, 바람 쐬러 갔다가 문득 귀한 가르침을 받고 왔지.”

“나두 상 언니 보고 싶은데 그런 줄 알았으면 같이 따라가는 건데 아쉽네요. 호호호~!”

“그분께서는 상학에 대한 조예가 깊으셨던가 보군.”

고월이 핵심을 짚은 말에 우창도 인정했다.

“그렇다네. 언제 기회가 되면 동행해서 가르침을 청하도록 하세.”

“그럴 기회가 오길 고대하겠네.”

우창은 자원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좀 전에 말하기를 구설(口舌)과 안목(眼目)이 서로 통한다고 했잖아? 그에 대해서도 설명을 좀 해 줘봐.”

“그야 뭐 어렵겠어요. 입의 모양을 말하는 것이 보통 면상에서 논하는 것이잖아요.”

“보통 그렇게 논하지.”

“그런데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 모양이 아니라 작용하는 소리란 말이에요. 혀로 인해서 소리가 나서 말이 되잖아요.”

“그렇군.”

“눈으로 나오는 빛도 보고, 입에서 나오는 말도 들으면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요?”

“뭐야? 내가 어제 종일 공부한 것을 이렇게 간단히 설명하는 자원을 만나서 어제는 뭘 했나 싶은 생각이 드는군.”

“혀의 설(舌)은 구(口) 위에 천언(千言)의 말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어요? 온갖 말은 모두 혀에서 나오니까요. 그러한 말이 사람에게 기쁨도 주고 고통도 주는 것이라고 봐요.”

“자원의 말을 들으니 사람을 만나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뭔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군.”

고월도 자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사실 자원의 공부가 정리만 된다면 상당한 경지까지도 도달할 수가 있을 것으로 보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면 그것도 멀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조차 들기도 한단 말이지. 하하하~!”

자원이 칭찬을 듣자 기분이 좋아졌다.

“아하~! 제가 지금 뭔가 대단한 칭찬을 들은 것은 맞죠? 호호~!”

세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면서 유쾌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