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제18장 면상의 기본/ 2. 인생(人生)의 상중하(上中下)
작성일
2017-05-1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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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제18장 면상(面相)의 기본(基本)
2. 인생(人生)의 상중하(上中下)
우창이 조용하게 앉아서 귀를 기울이자 상인화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게 되면 명학의 적용 범위는, 반드시 생일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만 가능하다는 결론이 간단하게 나오잖아?”
“그렇겠네요. 그 외의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누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문득 실망감과 좌절감이 듭니다.”
“혼란한 상황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실 자신의 생일이 정확한지도 모르고 살아간단 말이야.”
“맞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명학이 할 일은 하나도 없겠네요. 그렇다면 일반적인 백성들은 명학의 혜택을 본다는 것도 쉽지 않겠습니다.”
“사람의 등급을 나누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상중하로 나눈다면 어떻게 구분을 할 수가 있을까?”
“최상(最上)은 왕가(王家)이고, 중간(中間)은 사대부(士大夫)라면, 최하(最下)에는 배움도 얻지 못한 평민(平民)들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왕가의 귀족(貴族)들은 태어난 생일도 정확하게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만이 누릴 수가 있는 학문을 소유하고 있어.”
“그게 뭐지요?”
“태을(太乙), 기문(奇門), 육임(六壬)이지.”
“기문은 들어봤습니다만, 태을이나 육임은 금시초문(今始初聞)입니다.”
“왕가에서는 그들의 부귀영화(富貴榮華)를 위해서 전문적인 능력을 터득한 관련 학자들을 곁에 두고서 수시로 활용하는 거야.”
“아하~! 그러면 이와 같은 학문을 연마하게 되면 왕가에서 출세할 수도 있는 것이겠네요?”
“맞아. 그래서 출세를 꿈꾸는 사람은 명학(命學)이나 역학(易學)이나 상학(相學)보다도 저 기을임(奇乙壬)에 대해서 더욱더 관심을 기울이는 거야.”
“그건 왜지요?”
“백날 연구를 하고 평생을 바쳐서 궁리해 봐야 상대할 사람들은 기껏 글이나 공부하는 사대부나 평민들인 까닭이지. 왜냐면 왕가에서는 이러한 기술보다는 천하를 제패하고 군림할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야.”
“오호~! 누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 저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그건 또 왜?”
“누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과연 학문의 광활(廣闊)한 세계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니까 그렇지요.”
“그래? 동생의 그 말은 칭찬으로 들어도 되겠네.”
“칭찬으로는 느낌을 다 전할 수가 없겠습니다. 찬사(讚辭)라고 해 주셔도 되겠습니다. 하하~!”
“알았어. 어서 이야기해 달라는 독촉으로 들어달란 말이지?”
“역시, 누님의 재치(才致)는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하하~!”
“왕가는 상류(上流)이고, 사대부는 중류(中流)이고, 평민은 하류(下流)라고 보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할 수 있겠어?”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누님의 말씀에 속이 시원해집니다. 하하~!”
“상류는 기을임(奇乙壬)임을 바탕으로 삼고, 풍수지리(風水地理)를 활용하므로 항상 세상을 자신들의 계획대로 다스려지기를 바라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할까?”
“당연하겠습니다. 누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런데 ‘기을임’은 무슨 말씀이신지?”
“아, 그건 기문(奇門), 태을(太乙), 육임(六壬)을 간략하게 말하는 거야.”
“아하~! 간단히 줄여서 말하는 것이네요. 알았습니다. 누님.”
“상류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로지 자신들이 누리는 세상이 그들의 뜻대로 유지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영토를 넓히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분야의 전문가들을 채용해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보면 될 거야.”
“맞습니다. 들어보니까 대단히 설득력이 있는 말씀이시네요. 과연 그랬을 것이라는 공감과 함께 명료하게 짚어 주시는 자상함에 감탄합니다.”
“감탄은 하지 않아도 돼. 왕후(王侯)들은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세상을 다스릴 문제에 골몰(汨沒)하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학문에 대해서 관심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지?”
“그렇겠습니다. 왕상(旺相)이나 제후(諸侯)들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을 것인지는 이해가 되네요.”
“그들에게는 명학도 인재(人才)를 선발(選拔)하는 용도(用度)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어떨까?”
“당연히 그렇겠는걸요.”
“초기의 일부 명학에서는 제후의 입장에서 쓰인 이론서들이 많았다는 것도 이해가 될까?”
“물론입니다. 듣기로는 격국(格局)을 위주로 논명(論命)하는 것은 대부분 제후의 관점에서 인재를 선발하는 목적이 있었다고도 들었습니다.”
“맞아, 모든 학문의 목적은 정권(政權)을 유지하고, 세력을 확장하는 것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거야.”
“무슨 뜻인지 알고도 남겠습니다. 누님의 말씀에 완전히 공감되네요.”
“그렇다면, 동생이 제후(諸侯)나 왕상(旺相)을 도와서 출세를 할 마음이 있다면 어떤 학문을 해야 할 것인지도 명확하겠지?”
“그렇겠습니다. 정리를 이렇게 해 놓고 보니까 그냥 학문이 좋아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공부가 어떻게 쓰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면서 공부해야 하겠다는 걸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이해를 한 것이 맞네. 그렇다면 동생은 그 분야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심이 있어?”
“관심이라뇨. 전혀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는걸요.”
“물론 그러려니 짐작은 했어.”
“어떻게 짐작을 하셨습니까?”
“그야 동생의 얼굴에 그렇게 씌어 있으니까 알지.”
“정말입니까?”
“그건 차차로 이야기하면 될 거고, 사대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설명을 듣지 않을 거야?”
“아, 물론 들어봐야지요. 마음이 급해서 누님의 생각에 방해만 했네요. 하하~!”
“사대부의 희망이라면 어디에 있을까?”
“그야 보나마나 신분(身分)의 상승(上昇)이 아닐까요?”
“아마도 그것이 꿈이었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될까?”
“할 수가 있는 것이라면 뭐든 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중에서도 풍수지리에 대한 이론은 가장 큰 매력(魅力)으로 인식이 될 거야.”
“사대부들이 풍수를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그야 길지(吉地)의 명당(明堂)에 조상의 시신을 모시면 자손이 발복하여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하는 이론으로 인해서야.”
“풍수학에서는 분명히 그런 논리가 있는 거잖아요?”
“물론이야. 자신이 출세하려는데 타고난 팔자가 중요하겠어? 아니면 조상을 좋은 터에 모셔서 빨리 발복(發福)하는 것이 중요했겠어?”
“답은 이미 나와 있네요. 기왕 태어난 것은 할 수가 없으니까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노력으로는 풍수의 관심이 가장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로군요.”
“당연하지.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부모, 특히 부친의 유골을 길지에 이장(移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은 음택(陰宅)이라고 해서 매우 중요하고, 자신도 좋은 자리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생각했겠지. 그것을 양택(陽宅)이라고 해.”
“그러니까 죽은 이는 음택이고, 산 사람은 양택의 풍수이론을 적용시킨다는 것이네요?”
“물론 음택이나 양택이라는 이름은 달라도 실상은 대동소이한 이론이라서 하나를 알게 되면 나머지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으니까 결국 사대부는 풍수지리에 몰입(沒入)한다고 봐도 되는 거야.”
“정말 누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어요. 사대부는 신분의 상승을 노리고서 풍수지리에 몰입하는 것이라는 말씀이 완전히 공감입니다.”
“결국, 풍수는 돈 많은 사람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니까 가진 자들의 놀이라고 할 수가 있어.”
“복이 많은 사람이 좋은 자리를 얻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물론 자연이 이치는 그렇게 되는 것이 옳아. 그런데 풍수가들도 물욕이 생길 수가 있지 않겠어?”
“그야 당연하겠습니다. 그래서 명당을 놓고 흥정을 하게 되나요?”
“당연하잖아? 이 자리는 십만 냥, 저 자리는 일만 냥, 또 그 자리는 백냥으로 정해놓고 거래를 하는 거야.”
“그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왜?”
“자연의 이치를 재물과 바꾼다는 것이 좀 그렇지 않습니까?”
“동생도 가만히 생각해 봐. 좋은 자리가 하나 있는데, 한 사람은 1만 냥을 주겠다고 하고, 또 한 사람은 10만 냥을 주겠다고 하면 누구에게 알려 주고 싶을까?”
“그야 돈을 많이 주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유혹을 받지 싶습니다. 그러나 인연에 따른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그건 양심(良心)이겠네. 그렇지만 자식이 병에 걸려서 돈이 필요하다거나, 절박한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무조건 탓을 할 수도 없는 일이야.”
“그렇긴 하겠습니다. 여하튼 돈이 많으면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맞은 건가요?”
“공식적으로는 당연하다고 해야 하겠지? 다만 진정으로 그 자리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어느 누가 알겠어?”
“그야, 풍수지리에 통달한 고수라면 빗나갈 이치는 없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경우도 있나요?”
“나도 들었던 이야기이긴 한데, 명망이 자자한 초절정의 고수라도 헛다리를 짚는다는 말이 있어.”
“아하~! 탐욕으로 혜안(慧眼)을 가리게 되는가 봅니다. 그래야 당연하다고 생각되는걸요.”
“동생은 정의파(正義派)라고 봐야 하겠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올바르게 살면 얼마나 좋겠어.”
“누님께서 알고 계신 재미있는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하나만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럴까? 이야기 한두 가지야 없겠어? 풍수에 대한 후일담은 원래가 무진장(無盡藏)이거든.”
“어서 들려줘 봐요. 누님이 해 주시는 이야기는 참으로 감칠맛이 나거든요. 하하~!”
“쳇, 공부하다가 꾀가 나서 그런 건 아니고?”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알았어. 어느 풍수가에 대한 이야기야.”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매우 뛰어난 스승에게서 지학(地學)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실제로 행사를 많이 하면서 상당한 확신과 내공이 깊어져서 그야말로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절정의 고수가 되었더래.”
“그렇겠습니다. 돈이 많은 사대부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을 것이고, 그래서 부유(富裕)함을 갖게 되었겠네요. 맞지요?”
“에구~! 장단 한 번 제대로 치는구나. 맞아.”
“그래야 이야기가 되거든요. 흐름이 딱 그렇게 생겼잖아요. 하하~!”
“어느 재상(宰相)이 부친의 묘터를 부탁해서 답산(踏山)을 하다가 보니까 터가 너무 좋은 거야.”
“그 재상은 지복(地福)이 있었던가 봅니다.”
“그런데 이 지관(地官)은 그 자리를 알려주지 않았더래.”
“아니, 왜죠?”
“탐이 났었던 거야. 남 주기에 아까울 정도로 좋은 자리였었나 봐.”
“좋은 자리는 임자가 있다고 하던데 과욕(過慾)이 생긴 건가 봅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다음에도 계속해서 좋은 자리가 나타나면 나쁜 자리라고 하고는 자신의 부친을 몰래 이장하곤 했더라지.”
“학문이 높아도 그럴 수가 있나요?”
“물론이야. 학문은 학문이고 심성은 또 심성이고 탐욕은 탐욕대로 자신의 운명대로 작용을 하는 것이니까.”
“공부는 많이 했어도, 마음을 다스리지는 못했던가 봅니다.”
“맞았어. 그래서 공부가 깊어지기 전에 마음부터 닦아야 한다는 말이 자꾸 가슴을 울린다니까.”
“오늘 누님의 말씀은 만금지보(萬金之寶)입니다. 명심해야 할 제일의(第一義)라고 해야 하겠네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그렇게 아홉 번을 옮겼다는 거야.”
“참 원 없이 시신을 둘러메고 이사를 다녔군요. 그래서 잘 살았다는 이야기기는 아니죠?”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그 자리를 지나가다가 문득 부친의 산소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둘러보고서는 탄식을 했다는 거야.”
“그렇게 좋은 자리에 모셔놓고 탄식은 왜 한 건가요?”
“절손지지(絶孫之地)였더라잖아.”
“예? 그렇게 탐을 낸 자리가 대가 끊기는 흉한 땅이었단 말인가요?”
“이 이야기를 그 사람이 세상에 알렸다는 거잖아. 땅에 대한 욕심을 내면 이렇게 되는 것이란 것을 알아두란 경험담이었지. 그것도 뼈아픈 탐욕의 결과에 의한 경험이라고 해야 하겠네.”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로군요. 천하의 고수라도 눈이 가리게 되면 헛된 자리를 짚을 수가 있다는 말도 되네요.”
“맞아, 그 이야기야. 그래서 마음부터 다스리지 않으면 결국은 자신도 망치고 자신을 믿고 의뢰한 가문도 송두리째로 망하게 되는 거야.”
“근데, 그러하면 과연 땅의 이치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인가 봅니다.”
2. 인생(人生)의 상중하(上中下)
우창이 조용하게 앉아서 귀를 기울이자 상인화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게 되면 명학의 적용 범위는, 반드시 생일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만 가능하다는 결론이 간단하게 나오잖아?”
“그렇겠네요. 그 외의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누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문득 실망감과 좌절감이 듭니다.”
“혼란한 상황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실 자신의 생일이 정확한지도 모르고 살아간단 말이야.”
“맞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명학이 할 일은 하나도 없겠네요. 그렇다면 일반적인 백성들은 명학의 혜택을 본다는 것도 쉽지 않겠습니다.”
“사람의 등급을 나누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상중하로 나눈다면 어떻게 구분을 할 수가 있을까?”
“최상(最上)은 왕가(王家)이고, 중간(中間)은 사대부(士大夫)라면, 최하(最下)에는 배움도 얻지 못한 평민(平民)들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왕가의 귀족(貴族)들은 태어난 생일도 정확하게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만이 누릴 수가 있는 학문을 소유하고 있어.”
“그게 뭐지요?”
“태을(太乙), 기문(奇門), 육임(六壬)이지.”
“기문은 들어봤습니다만, 태을이나 육임은 금시초문(今始初聞)입니다.”
“왕가에서는 그들의 부귀영화(富貴榮華)를 위해서 전문적인 능력을 터득한 관련 학자들을 곁에 두고서 수시로 활용하는 거야.”
“아하~! 그러면 이와 같은 학문을 연마하게 되면 왕가에서 출세할 수도 있는 것이겠네요?”
“맞아. 그래서 출세를 꿈꾸는 사람은 명학(命學)이나 역학(易學)이나 상학(相學)보다도 저 기을임(奇乙壬)에 대해서 더욱더 관심을 기울이는 거야.”
“그건 왜지요?”
“백날 연구를 하고 평생을 바쳐서 궁리해 봐야 상대할 사람들은 기껏 글이나 공부하는 사대부나 평민들인 까닭이지. 왜냐면 왕가에서는 이러한 기술보다는 천하를 제패하고 군림할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야.”
“오호~! 누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 저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그건 또 왜?”
“누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과연 학문의 광활(廣闊)한 세계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니까 그렇지요.”
“그래? 동생의 그 말은 칭찬으로 들어도 되겠네.”
“칭찬으로는 느낌을 다 전할 수가 없겠습니다. 찬사(讚辭)라고 해 주셔도 되겠습니다. 하하~!”
“알았어. 어서 이야기해 달라는 독촉으로 들어달란 말이지?”
“역시, 누님의 재치(才致)는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하하~!”
“왕가는 상류(上流)이고, 사대부는 중류(中流)이고, 평민은 하류(下流)라고 보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할 수 있겠어?”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누님의 말씀에 속이 시원해집니다. 하하~!”
“상류는 기을임(奇乙壬)임을 바탕으로 삼고, 풍수지리(風水地理)를 활용하므로 항상 세상을 자신들의 계획대로 다스려지기를 바라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할까?”
“당연하겠습니다. 누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런데 ‘기을임’은 무슨 말씀이신지?”
“아, 그건 기문(奇門), 태을(太乙), 육임(六壬)을 간략하게 말하는 거야.”
“아하~! 간단히 줄여서 말하는 것이네요. 알았습니다. 누님.”
“상류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로지 자신들이 누리는 세상이 그들의 뜻대로 유지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영토를 넓히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분야의 전문가들을 채용해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보면 될 거야.”
“맞습니다. 들어보니까 대단히 설득력이 있는 말씀이시네요. 과연 그랬을 것이라는 공감과 함께 명료하게 짚어 주시는 자상함에 감탄합니다.”
“감탄은 하지 않아도 돼. 왕후(王侯)들은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세상을 다스릴 문제에 골몰(汨沒)하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학문에 대해서 관심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지?”
“그렇겠습니다. 왕상(旺相)이나 제후(諸侯)들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을 것인지는 이해가 되네요.”
“그들에게는 명학도 인재(人才)를 선발(選拔)하는 용도(用度)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어떨까?”
“당연히 그렇겠는걸요.”
“초기의 일부 명학에서는 제후의 입장에서 쓰인 이론서들이 많았다는 것도 이해가 될까?”
“물론입니다. 듣기로는 격국(格局)을 위주로 논명(論命)하는 것은 대부분 제후의 관점에서 인재를 선발하는 목적이 있었다고도 들었습니다.”
“맞아, 모든 학문의 목적은 정권(政權)을 유지하고, 세력을 확장하는 것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거야.”
“무슨 뜻인지 알고도 남겠습니다. 누님의 말씀에 완전히 공감되네요.”
“그렇다면, 동생이 제후(諸侯)나 왕상(旺相)을 도와서 출세를 할 마음이 있다면 어떤 학문을 해야 할 것인지도 명확하겠지?”
“그렇겠습니다. 정리를 이렇게 해 놓고 보니까 그냥 학문이 좋아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공부가 어떻게 쓰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면서 공부해야 하겠다는 걸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이해를 한 것이 맞네. 그렇다면 동생은 그 분야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심이 있어?”
“관심이라뇨. 전혀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는걸요.”
“물론 그러려니 짐작은 했어.”
“어떻게 짐작을 하셨습니까?”
“그야 동생의 얼굴에 그렇게 씌어 있으니까 알지.”
“정말입니까?”
“그건 차차로 이야기하면 될 거고, 사대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설명을 듣지 않을 거야?”
“아, 물론 들어봐야지요. 마음이 급해서 누님의 생각에 방해만 했네요. 하하~!”
“사대부의 희망이라면 어디에 있을까?”
“그야 보나마나 신분(身分)의 상승(上昇)이 아닐까요?”
“아마도 그것이 꿈이었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될까?”
“할 수가 있는 것이라면 뭐든 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중에서도 풍수지리에 대한 이론은 가장 큰 매력(魅力)으로 인식이 될 거야.”
“사대부들이 풍수를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그야 길지(吉地)의 명당(明堂)에 조상의 시신을 모시면 자손이 발복하여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하는 이론으로 인해서야.”
“풍수학에서는 분명히 그런 논리가 있는 거잖아요?”
“물론이야. 자신이 출세하려는데 타고난 팔자가 중요하겠어? 아니면 조상을 좋은 터에 모셔서 빨리 발복(發福)하는 것이 중요했겠어?”
“답은 이미 나와 있네요. 기왕 태어난 것은 할 수가 없으니까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노력으로는 풍수의 관심이 가장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로군요.”
“당연하지.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부모, 특히 부친의 유골을 길지에 이장(移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은 음택(陰宅)이라고 해서 매우 중요하고, 자신도 좋은 자리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생각했겠지. 그것을 양택(陽宅)이라고 해.”
“그러니까 죽은 이는 음택이고, 산 사람은 양택의 풍수이론을 적용시킨다는 것이네요?”
“물론 음택이나 양택이라는 이름은 달라도 실상은 대동소이한 이론이라서 하나를 알게 되면 나머지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으니까 결국 사대부는 풍수지리에 몰입(沒入)한다고 봐도 되는 거야.”
“정말 누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어요. 사대부는 신분의 상승을 노리고서 풍수지리에 몰입하는 것이라는 말씀이 완전히 공감입니다.”
“결국, 풍수는 돈 많은 사람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니까 가진 자들의 놀이라고 할 수가 있어.”
“복이 많은 사람이 좋은 자리를 얻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물론 자연이 이치는 그렇게 되는 것이 옳아. 그런데 풍수가들도 물욕이 생길 수가 있지 않겠어?”
“그야 당연하겠습니다. 그래서 명당을 놓고 흥정을 하게 되나요?”
“당연하잖아? 이 자리는 십만 냥, 저 자리는 일만 냥, 또 그 자리는 백냥으로 정해놓고 거래를 하는 거야.”
“그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왜?”
“자연의 이치를 재물과 바꾼다는 것이 좀 그렇지 않습니까?”
“동생도 가만히 생각해 봐. 좋은 자리가 하나 있는데, 한 사람은 1만 냥을 주겠다고 하고, 또 한 사람은 10만 냥을 주겠다고 하면 누구에게 알려 주고 싶을까?”
“그야 돈을 많이 주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유혹을 받지 싶습니다. 그러나 인연에 따른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그건 양심(良心)이겠네. 그렇지만 자식이 병에 걸려서 돈이 필요하다거나, 절박한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무조건 탓을 할 수도 없는 일이야.”
“그렇긴 하겠습니다. 여하튼 돈이 많으면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맞은 건가요?”
“공식적으로는 당연하다고 해야 하겠지? 다만 진정으로 그 자리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어느 누가 알겠어?”
“그야, 풍수지리에 통달한 고수라면 빗나갈 이치는 없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경우도 있나요?”
“나도 들었던 이야기이긴 한데, 명망이 자자한 초절정의 고수라도 헛다리를 짚는다는 말이 있어.”
“아하~! 탐욕으로 혜안(慧眼)을 가리게 되는가 봅니다. 그래야 당연하다고 생각되는걸요.”
“동생은 정의파(正義派)라고 봐야 하겠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올바르게 살면 얼마나 좋겠어.”
“누님께서 알고 계신 재미있는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하나만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럴까? 이야기 한두 가지야 없겠어? 풍수에 대한 후일담은 원래가 무진장(無盡藏)이거든.”
“어서 들려줘 봐요. 누님이 해 주시는 이야기는 참으로 감칠맛이 나거든요. 하하~!”
“쳇, 공부하다가 꾀가 나서 그런 건 아니고?”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알았어. 어느 풍수가에 대한 이야기야.”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매우 뛰어난 스승에게서 지학(地學)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실제로 행사를 많이 하면서 상당한 확신과 내공이 깊어져서 그야말로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절정의 고수가 되었더래.”
“그렇겠습니다. 돈이 많은 사대부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을 것이고, 그래서 부유(富裕)함을 갖게 되었겠네요. 맞지요?”
“에구~! 장단 한 번 제대로 치는구나. 맞아.”
“그래야 이야기가 되거든요. 흐름이 딱 그렇게 생겼잖아요. 하하~!”
“어느 재상(宰相)이 부친의 묘터를 부탁해서 답산(踏山)을 하다가 보니까 터가 너무 좋은 거야.”
“그 재상은 지복(地福)이 있었던가 봅니다.”
“그런데 이 지관(地官)은 그 자리를 알려주지 않았더래.”
“아니, 왜죠?”
“탐이 났었던 거야. 남 주기에 아까울 정도로 좋은 자리였었나 봐.”
“좋은 자리는 임자가 있다고 하던데 과욕(過慾)이 생긴 건가 봅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다음에도 계속해서 좋은 자리가 나타나면 나쁜 자리라고 하고는 자신의 부친을 몰래 이장하곤 했더라지.”
“학문이 높아도 그럴 수가 있나요?”
“물론이야. 학문은 학문이고 심성은 또 심성이고 탐욕은 탐욕대로 자신의 운명대로 작용을 하는 것이니까.”
“공부는 많이 했어도, 마음을 다스리지는 못했던가 봅니다.”
“맞았어. 그래서 공부가 깊어지기 전에 마음부터 닦아야 한다는 말이 자꾸 가슴을 울린다니까.”
“오늘 누님의 말씀은 만금지보(萬金之寶)입니다. 명심해야 할 제일의(第一義)라고 해야 하겠네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그렇게 아홉 번을 옮겼다는 거야.”
“참 원 없이 시신을 둘러메고 이사를 다녔군요. 그래서 잘 살았다는 이야기기는 아니죠?”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그 자리를 지나가다가 문득 부친의 산소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둘러보고서는 탄식을 했다는 거야.”
“그렇게 좋은 자리에 모셔놓고 탄식은 왜 한 건가요?”
“절손지지(絶孫之地)였더라잖아.”
“예? 그렇게 탐을 낸 자리가 대가 끊기는 흉한 땅이었단 말인가요?”
“이 이야기를 그 사람이 세상에 알렸다는 거잖아. 땅에 대한 욕심을 내면 이렇게 되는 것이란 것을 알아두란 경험담이었지. 그것도 뼈아픈 탐욕의 결과에 의한 경험이라고 해야 하겠네.”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로군요. 천하의 고수라도 눈이 가리게 되면 헛된 자리를 짚을 수가 있다는 말도 되네요.”
“맞아, 그 이야기야. 그래서 마음부터 다스리지 않으면 결국은 자신도 망치고 자신을 믿고 의뢰한 가문도 송두리째로 망하게 되는 거야.”
“근데, 그러하면 과연 땅의 이치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