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 제18장 면상의 기본 / 1. 형상(形狀)을 따르는 본성(本性)
작성일
2017-05-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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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제18장 면상(面相)의 기본(基本)
1. 형상(形狀)을 따르는 본성(本性)
자원은 체용과 정신에 대한 공부를 정리한다고 며칠 동안 보이지 않았다. 우창도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느라고 골몰(汨沒)하다가 보니 계절은 어느 사이 폭염의 시작을 예고하는 맹하(孟夏)로 접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는 노산의 풍경들로 인해서 산중생활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기에는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우창이 어느 정도 궁리를 한 내용에 대해서 정리하고서야 문득 몽유원의 상인화가 떠올랐다.
며칠을 공부에 빠져서 생각조차 못 했었다는 것을 생각하자, 문득 화사하게 웃는 모습이 떠올라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천천히 아침의 이슬이 햇살에 반짝이는 풍경을 감상하면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완만한 경사 길은 산보 삼아 나들이하기에는 힘들지 않은 적당한 형태였는데, 오늘은 앞의 저만치에서 뭔가 인적(人跡)이 있어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 궁금한 마음에 걸음을 살짝 재촉하여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두 명의 도사가 담소하면서 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창이 두 사람을 살펴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인사했다.
“운산 선생님과 석연 형님께 우창이 인사 올립니다~!”
그리고서 포권으로 허리를 굽혔다. 두 사람도 우창을 보고는 반갑게 화답했다. 상병화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 우창 아우인가? 나들이를 하셨군. 공부하시는 나날은 순탄하신가?”
“그렇습니다. 가르침 덕분에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딜 출타(出他)하시는 중이셨군요.”
“운산 선생과 잠시 다녀올 곳이 있어서 외출하는 길이었네. 마침 인화는 집에 있으니 올라가서 담소라도 나누시게. 요즘 우창이 보이지 않아서 적적한 것 같더군. 하하~!”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편히 다녀오십시오.”
운산도 목례(目禮)로 화답하고는 두 사람은 바삐 길을 재촉하는 모습이 먼길을 가야 하는 듯싶었다. 잠시 뒷모습을 눈으로 지켜보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다시 오솔길은 적막(寂寞)에 잠겨서 생각의 샘을 자극했다.
몽유원의 문 앞에 다다르자 청아한 노랫소리가 울려 나왔다. 음성으로 봐서 상인화의 노래였다. 노래를 부르는 감정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문 옆의 통나무 의자에 앉아서 귀를 기울였다.
묻노라 그대는 어찌하여 산속에 사느뇨~!
빙그레 답 없는 마음은 저절로 한가롭네~!
복숭아꽃 물길 따라 아득히 흘러가는 모습
예가 바로 별천지이니 선경이 따로 없네~!
듣고 보니까 상인화는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을 한 수 뽑고 있었다. 청아하면서도 온화한 음성에 우창의 마음은 끓는 물에 냉수를 뿌린 듯이 고요하게 착 가라앉았다.
우창은 상인화의 노래가 다 끝난 다음에도 그 자리에 앉아서 다음 노래가 있을까 싶어서 기다렸다. 그러나 더 이상 노랫소리는 흘러나오지 않자 비로소 일어나서 안으로 들어갔다.
“누님~! 우창입니다~!”
우창의 소리에 문이 열리면서 예의 온화한 모습의 상인화가 반갑게 맞이한다.
“아니 누구야? 오랜만에 왔구나! 어서 들어와.”
“그간도 잘 지내셨지요?”
“나야 뭐 늘 잘 있지. 오늘은 무슨 마음으로 바람이 불었지?”
“바람 쐬러 나왔다가 문득 누님이 생각나서 올라오다가 형님을 뵈었습니다. 운산 선생님과 외출하신다면서요?”
“그러신가봐. 나야 뭐 모르지. 마침 적적하던 참인데 잘 왔어. 반가워.”
“누님께서 환영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하~!”
“공부는 얼마나 했어? 얼굴을 보니, 공부가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씌어 있네?”
“그래요? 정말 누님의 혜안(慧眼)은 대단하십니다. 과연 얼마나 공부를 하면 그렇게 척 보고서도 알 수가 있을까요?”
“왜? 상인술(相人術)도 익히려고?”
“할 수만 있다면 뭐든 다 배우고 싶습니다. 오늘 누님께서 한 수 알려 주세요.”
“나야 제대로 아는 것이 있어야지. 역경(易經)은 지금 배울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관상술을 알려 주시면 되겠네요. 어떻게 하면 사람의 얼굴을 보고서 공부가 잘되는지 안 되는지도 알 수가 있는 거죠?”
“그야 뭐 어려워? 관형찰색(觀形察色)이야.”
“관형(觀形)이라면 형상을 본다는 것이고, 찰색(察色)은 얼굴의 기색(氣色)을 살핀다는 의미인가요?”
“맞아, 얼굴은 마음의 출입처이니까 대충 봐도 기본적인 것은 파악할 수가 있다고 하겠지.”
“정말입니까? 예전에 스승님께서 면상(面相) 이야기를 조금씩 해 주시긴 해도 도무지 무슨 말씀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고개만 끄덕이곤 했는데 이제 생각하니 그게 후회가 되기도 해요. 누님.”
“어련하겠어. 혜암도인에게서 인상(人相)을 못 배웠으니 당연하지. 난 그런 고인(高人)을 한 번만이라도 뵙고 한 수 배운다면 일생의 기념이 될 만큼 소중한 가르침으로 가슴에 새길 텐데 말이야.”
“맞아요. 왜 그때는 그분이 그토록 훌륭하신 분이란 것을 몰랐을까 싶어요. 그냥 이런저런 능력이 좀 있는 할아버지 정도로만 봤거든요.”
“원래 그렇게 지나간 다음에 후회하곤 하는 것이 인생이야. 지금이라도 공부하면 되지 뭘.”
“그러니까요. 아마도 저의 인상(人相)에 대한 공부를 알려 주실 스승은 누님이십니다.”
“아니, 나한테만 가르쳐 달라고 하고 동생은 명학을 언제 가르쳐 줄 거야?”
“아이쿠~! 누님도 참. 그게 금방 되나요? 저도 공부를 더 많이 해야 올바르게 가르쳐 드리죠. 제 얼굴을 보면 아시잖아요. 이제 겨우 공부가 조금 싹을 틔웠다는 걸 말이죠. 하하~!”
“쳇~! 도망가는 것도 참 여러 가지네.”
“도망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공부가 되면 반드시 누님께 전해드리도록 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 오늘은 인상의 기초에 대해서 좀 가르쳐 줘요. 하하~!”
“에구~! 떼만 쓰면 되는 거야?”
상인화의 표정을 봐하니 가르쳐 줄 마음이 있어 보여서 기대가 되었다.
“관상(觀相)을 공부한다는 것은 사물(事物)을 살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거야.”
“아니, 얼굴부터 보는 것이 아니고요?”
“동생이 공부하는 「적천수(滴天髓)」에는 다짜고짜로 사주팔자를 적어놓고 설명해?”
“사주가 뭡니까. 천지인(天地人)의 이치를 논하면서 시작합니다.”
“그 봐, 자연의 이치를 궁구(窮究)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그게 뭐죠?”
“하나는 형상을 보고 마음을 읽는 것이고, 또 하나는 마음을 보고 형상을 읽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어.”
“아하~! 오늘 누님께서 제대로 한 수 알려 주시려나 봅니다. 기대가 됩니다. 먼젓번에 말씀해 주신 주역 이야기도 매우 인상적이었거든요.”
“이것을 표리법(表裏法)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표리라면 ‘겉과 속의 관계’를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또한 음양의 이치가 되는 거야.”
“그야 당연히 겉은 양이고 속은 음이겠지요?”
“맞아, 명학과 역학의 관계는 잘 정리했어?”
“그럼요. 명학은 본질(本質)을 궁리하고, 역학은 변화(變化)를 궁리하는 것이라고 정리하면 되지 않겠어요?”
“그 본질을 체(體)라고 하고, 변화를 용(用)이라고 할 수가 있어.”
“푸하하하~!”
갑자기 우창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것을 본 상인화가 의아해서 물었다.
“아니, 동생은 무슨 생각을 했길래 그렇게 웃는 거야?”
“너무 신기해서 누님의 말씀을 듣고 저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하하~!”
“왜?”
“며칠 전까지 계속해서 체용(體用)에 대해서 토론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또 누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반갑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요.”
“아, 그랬구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눴겠네. 무슨 이치든 간에 체용으로 설명이 될 수가 있으니까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라고 봐.”
“알았어요. 누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누님의 체용은 또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됩니다.”
“음양은 무엇과 짝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도 사뭇 달라지잖아.”
“맞습니다. 오늘은 형상과 마음에 대해서 짝을 짓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 모든 물체(物體)에는 마음이 있다고 보는 것이지. 여기에서는 물질을 체로 보고 마음을 용으로 볼 거야.”
“그래도 안 될 것이 없겠네요. 무엇이 주체(主體)가 되느냐는 것에 의해서 관점은 또 정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원숭이를 본 적이 있어?”
“당연하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원숭이의 모습이라고 하고, 그렇게 나대는 모습에서 원숭이의 마음을 읽어 볼 수가 있다면 그것이 원숭이의 본성(本性)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동네의 개도 겁이 많은 놈은 마구 짖고 겁이 없는 놈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도 생각이 납니다.”
“맞아, 개가 짖는 것은 스스로 무서워서 위협을 하는 것이야. 그래서 오히려 그런 개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정작 무서운 개는 가만히 있는 녀석이지. 어느 순간에 달려들지도 모르니까.”
“맞습니다. 개의 행동에 따라서 그놈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유추(類推)할 수가 있겠습니다.”
“관상(觀相)이란 바로 이러한 것에서 출발하는 거야.”
“그렇다면 참으로 단순하고 간단한 방법이 되겠네요.”
“이렇게 살펴서 내면을 읽는 것이, 달마상법(達磨相法)의 시초이기도 하지. 달마는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궁리하여 독특한 상법을 얻게 된 것이야.”
“그러고 보니 누님께서는 역학(易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상학(相學)에 대해서도 조예가 상당하시네요.”
“뭐, 기초적인 것만 약간 이해하고 있는 거야.”
“누님의 기초가 제게는 절정(絶頂)에 달한 고수(高手)의 도술(道術)로 보입니다. 하하~!”
“괜한 소리로 기분을 맞춰주지 않아도 돼.”
“알았습니다. 어서 이야기해 주세요.”
“명학(命學)의 단점(斷點)이 뭐라고 생각해?”
“예? 단점이라고요?”
“모든 학문에는 장단점(長短點)이 있기 마련이니까, 명학의 단점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겠지?”
“글쎄요……. 그게 뭘까요?”
“생일을 모르면 적용을 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잖아?”
“아하~! 맞습니다. 반드시 생일이 있어야만 하죠. 그래야 사주를 뽑아서 오행의 이치를 적용해서 판단할 수가 있으니까요.”
“그것이 명학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이야.”
“정말 누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틀림없는 단점이네요.”
“만약에 어떤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판단하려고 찾아왔는데 그는 생일을 모른다면 어떻게 하겠어?”
“그렇다면 명학을 적용시킬 수는 없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로소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상학(相學)인 거야.”
“정말이네요. 그 점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사람은 자신의 생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물며, 사람 이외의 사물(事物)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적용할 거야?”
“또한 아무런 쓸모가 없겠습니다.”
우창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서 궁리하던 명학의 한계가 이렇게도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드러나고 보니 과연 이것만을 배워서는 쓸 곳이 매우 제한적(制限的)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1. 형상(形狀)을 따르는 본성(本性)
자원은 체용과 정신에 대한 공부를 정리한다고 며칠 동안 보이지 않았다. 우창도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느라고 골몰(汨沒)하다가 보니 계절은 어느 사이 폭염의 시작을 예고하는 맹하(孟夏)로 접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는 노산의 풍경들로 인해서 산중생활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기에는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우창이 어느 정도 궁리를 한 내용에 대해서 정리하고서야 문득 몽유원의 상인화가 떠올랐다.
며칠을 공부에 빠져서 생각조차 못 했었다는 것을 생각하자, 문득 화사하게 웃는 모습이 떠올라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천천히 아침의 이슬이 햇살에 반짝이는 풍경을 감상하면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완만한 경사 길은 산보 삼아 나들이하기에는 힘들지 않은 적당한 형태였는데, 오늘은 앞의 저만치에서 뭔가 인적(人跡)이 있어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 궁금한 마음에 걸음을 살짝 재촉하여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두 명의 도사가 담소하면서 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창이 두 사람을 살펴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인사했다.
“운산 선생님과 석연 형님께 우창이 인사 올립니다~!”
그리고서 포권으로 허리를 굽혔다. 두 사람도 우창을 보고는 반갑게 화답했다. 상병화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 우창 아우인가? 나들이를 하셨군. 공부하시는 나날은 순탄하신가?”
“그렇습니다. 가르침 덕분에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딜 출타(出他)하시는 중이셨군요.”
“운산 선생과 잠시 다녀올 곳이 있어서 외출하는 길이었네. 마침 인화는 집에 있으니 올라가서 담소라도 나누시게. 요즘 우창이 보이지 않아서 적적한 것 같더군. 하하~!”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편히 다녀오십시오.”
운산도 목례(目禮)로 화답하고는 두 사람은 바삐 길을 재촉하는 모습이 먼길을 가야 하는 듯싶었다. 잠시 뒷모습을 눈으로 지켜보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다시 오솔길은 적막(寂寞)에 잠겨서 생각의 샘을 자극했다.
몽유원의 문 앞에 다다르자 청아한 노랫소리가 울려 나왔다. 음성으로 봐서 상인화의 노래였다. 노래를 부르는 감정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문 옆의 통나무 의자에 앉아서 귀를 기울였다.
묻노라 그대는 어찌하여 산속에 사느뇨~!
빙그레 답 없는 마음은 저절로 한가롭네~!
복숭아꽃 물길 따라 아득히 흘러가는 모습
예가 바로 별천지이니 선경이 따로 없네~!
듣고 보니까 상인화는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을 한 수 뽑고 있었다. 청아하면서도 온화한 음성에 우창의 마음은 끓는 물에 냉수를 뿌린 듯이 고요하게 착 가라앉았다.
우창은 상인화의 노래가 다 끝난 다음에도 그 자리에 앉아서 다음 노래가 있을까 싶어서 기다렸다. 그러나 더 이상 노랫소리는 흘러나오지 않자 비로소 일어나서 안으로 들어갔다.
“누님~! 우창입니다~!”
우창의 소리에 문이 열리면서 예의 온화한 모습의 상인화가 반갑게 맞이한다.
“아니 누구야? 오랜만에 왔구나! 어서 들어와.”
“그간도 잘 지내셨지요?”
“나야 뭐 늘 잘 있지. 오늘은 무슨 마음으로 바람이 불었지?”
“바람 쐬러 나왔다가 문득 누님이 생각나서 올라오다가 형님을 뵈었습니다. 운산 선생님과 외출하신다면서요?”
“그러신가봐. 나야 뭐 모르지. 마침 적적하던 참인데 잘 왔어. 반가워.”
“누님께서 환영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하~!”
“공부는 얼마나 했어? 얼굴을 보니, 공부가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씌어 있네?”
“그래요? 정말 누님의 혜안(慧眼)은 대단하십니다. 과연 얼마나 공부를 하면 그렇게 척 보고서도 알 수가 있을까요?”
“왜? 상인술(相人術)도 익히려고?”
“할 수만 있다면 뭐든 다 배우고 싶습니다. 오늘 누님께서 한 수 알려 주세요.”
“나야 제대로 아는 것이 있어야지. 역경(易經)은 지금 배울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관상술을 알려 주시면 되겠네요. 어떻게 하면 사람의 얼굴을 보고서 공부가 잘되는지 안 되는지도 알 수가 있는 거죠?”
“그야 뭐 어려워? 관형찰색(觀形察色)이야.”
“관형(觀形)이라면 형상을 본다는 것이고, 찰색(察色)은 얼굴의 기색(氣色)을 살핀다는 의미인가요?”
“맞아, 얼굴은 마음의 출입처이니까 대충 봐도 기본적인 것은 파악할 수가 있다고 하겠지.”
“정말입니까? 예전에 스승님께서 면상(面相) 이야기를 조금씩 해 주시긴 해도 도무지 무슨 말씀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고개만 끄덕이곤 했는데 이제 생각하니 그게 후회가 되기도 해요. 누님.”
“어련하겠어. 혜암도인에게서 인상(人相)을 못 배웠으니 당연하지. 난 그런 고인(高人)을 한 번만이라도 뵙고 한 수 배운다면 일생의 기념이 될 만큼 소중한 가르침으로 가슴에 새길 텐데 말이야.”
“맞아요. 왜 그때는 그분이 그토록 훌륭하신 분이란 것을 몰랐을까 싶어요. 그냥 이런저런 능력이 좀 있는 할아버지 정도로만 봤거든요.”
“원래 그렇게 지나간 다음에 후회하곤 하는 것이 인생이야. 지금이라도 공부하면 되지 뭘.”
“그러니까요. 아마도 저의 인상(人相)에 대한 공부를 알려 주실 스승은 누님이십니다.”
“아니, 나한테만 가르쳐 달라고 하고 동생은 명학을 언제 가르쳐 줄 거야?”
“아이쿠~! 누님도 참. 그게 금방 되나요? 저도 공부를 더 많이 해야 올바르게 가르쳐 드리죠. 제 얼굴을 보면 아시잖아요. 이제 겨우 공부가 조금 싹을 틔웠다는 걸 말이죠. 하하~!”
“쳇~! 도망가는 것도 참 여러 가지네.”
“도망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공부가 되면 반드시 누님께 전해드리도록 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 오늘은 인상의 기초에 대해서 좀 가르쳐 줘요. 하하~!”
“에구~! 떼만 쓰면 되는 거야?”
상인화의 표정을 봐하니 가르쳐 줄 마음이 있어 보여서 기대가 되었다.
“관상(觀相)을 공부한다는 것은 사물(事物)을 살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거야.”
“아니, 얼굴부터 보는 것이 아니고요?”
“동생이 공부하는 「적천수(滴天髓)」에는 다짜고짜로 사주팔자를 적어놓고 설명해?”
“사주가 뭡니까. 천지인(天地人)의 이치를 논하면서 시작합니다.”
“그 봐, 자연의 이치를 궁구(窮究)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그게 뭐죠?”
“하나는 형상을 보고 마음을 읽는 것이고, 또 하나는 마음을 보고 형상을 읽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어.”
“아하~! 오늘 누님께서 제대로 한 수 알려 주시려나 봅니다. 기대가 됩니다. 먼젓번에 말씀해 주신 주역 이야기도 매우 인상적이었거든요.”
“이것을 표리법(表裏法)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표리라면 ‘겉과 속의 관계’를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또한 음양의 이치가 되는 거야.”
“그야 당연히 겉은 양이고 속은 음이겠지요?”
“맞아, 명학과 역학의 관계는 잘 정리했어?”
“그럼요. 명학은 본질(本質)을 궁리하고, 역학은 변화(變化)를 궁리하는 것이라고 정리하면 되지 않겠어요?”
“그 본질을 체(體)라고 하고, 변화를 용(用)이라고 할 수가 있어.”
“푸하하하~!”
갑자기 우창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것을 본 상인화가 의아해서 물었다.
“아니, 동생은 무슨 생각을 했길래 그렇게 웃는 거야?”
“너무 신기해서 누님의 말씀을 듣고 저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하하~!”
“왜?”
“며칠 전까지 계속해서 체용(體用)에 대해서 토론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또 누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반갑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요.”
“아, 그랬구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눴겠네. 무슨 이치든 간에 체용으로 설명이 될 수가 있으니까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라고 봐.”
“알았어요. 누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누님의 체용은 또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됩니다.”
“음양은 무엇과 짝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도 사뭇 달라지잖아.”
“맞습니다. 오늘은 형상과 마음에 대해서 짝을 짓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 모든 물체(物體)에는 마음이 있다고 보는 것이지. 여기에서는 물질을 체로 보고 마음을 용으로 볼 거야.”
“그래도 안 될 것이 없겠네요. 무엇이 주체(主體)가 되느냐는 것에 의해서 관점은 또 정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원숭이를 본 적이 있어?”
“당연하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원숭이의 모습이라고 하고, 그렇게 나대는 모습에서 원숭이의 마음을 읽어 볼 수가 있다면 그것이 원숭이의 본성(本性)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동네의 개도 겁이 많은 놈은 마구 짖고 겁이 없는 놈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도 생각이 납니다.”
“맞아, 개가 짖는 것은 스스로 무서워서 위협을 하는 것이야. 그래서 오히려 그런 개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정작 무서운 개는 가만히 있는 녀석이지. 어느 순간에 달려들지도 모르니까.”
“맞습니다. 개의 행동에 따라서 그놈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유추(類推)할 수가 있겠습니다.”
“관상(觀相)이란 바로 이러한 것에서 출발하는 거야.”
“그렇다면 참으로 단순하고 간단한 방법이 되겠네요.”
“이렇게 살펴서 내면을 읽는 것이, 달마상법(達磨相法)의 시초이기도 하지. 달마는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궁리하여 독특한 상법을 얻게 된 것이야.”
“그러고 보니 누님께서는 역학(易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상학(相學)에 대해서도 조예가 상당하시네요.”
“뭐, 기초적인 것만 약간 이해하고 있는 거야.”
“누님의 기초가 제게는 절정(絶頂)에 달한 고수(高手)의 도술(道術)로 보입니다. 하하~!”
“괜한 소리로 기분을 맞춰주지 않아도 돼.”
“알았습니다. 어서 이야기해 주세요.”
“명학(命學)의 단점(斷點)이 뭐라고 생각해?”
“예? 단점이라고요?”
“모든 학문에는 장단점(長短點)이 있기 마련이니까, 명학의 단점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겠지?”
“글쎄요……. 그게 뭘까요?”
“생일을 모르면 적용을 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잖아?”
“아하~! 맞습니다. 반드시 생일이 있어야만 하죠. 그래야 사주를 뽑아서 오행의 이치를 적용해서 판단할 수가 있으니까요.”
“그것이 명학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이야.”
“정말 누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틀림없는 단점이네요.”
“만약에 어떤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판단하려고 찾아왔는데 그는 생일을 모른다면 어떻게 하겠어?”
“그렇다면 명학을 적용시킬 수는 없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로소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상학(相學)인 거야.”
“정말이네요. 그 점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사람은 자신의 생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물며, 사람 이외의 사물(事物)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적용할 거야?”
“또한 아무런 쓸모가 없겠습니다.”
우창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서 궁리하던 명학의 한계가 이렇게도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드러나고 보니 과연 이것만을 배워서는 쓸 곳이 매우 제한적(制限的)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