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 제17장 체용(體用)의 도리(道理)/ 015. 강체극설(剛體剋洩) 약체생부(弱體生扶)

작성일
2017-05-08 06:32
조회
4391
[198] 제17장 체용(體用)의 도리(道理)

15. 강체극설(剛體剋洩) 약체생부(弱體生扶)


우창은 진심(眞心)으로 고월의 가르침에 감사했다.

“고월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이만큼의 이치를 깨닫는데 아마 모르긴 해도 3년은 보냈어야 할 것이네. 고마운 말을 하고 싶네.”

“이거 왜 이러시나 쑥스럽게. 하하하~!”

“이제야 비로소 체용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았으니 그 고마움을 말로 다하기는 불가능하군.”

“그렇다면 다행이지 뭐겠는가. 어디 정리를 해 보시게.”

그러자 생기발랄(生氣潑剌)한 자원이 나섰다.

“임싸부, 일단 제가 이해한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 순서에 맞겠어요. 그리고 문제가 있으면 진싸부께서도 지적해 주세요.”

우창도 자원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어디 자원의 이해에 대해서 들어보자.”

“양보해 주셔서 고마워요~! 호호~!”

“자원이 이해하기에 체용(體用)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고월의 질문을 받은 자원이 신명이 나서 말했다.

“그야 당연히 실체(實體)와 사용법(使用法)이라고 하겠어요.”

“맞아, 그렇다면 실체는 어떻게 나뉘지?”

“실체의 음양이 있어요.”

“그래? 어떤 것이 실체의 음양인고?”

“강체(剛體)는 양(陽)이고, 약체(弱體)는 음(陰)이에요.”

“왜 그렇지?”

“일간(日干)의 오행이 강한 사주는 밖으로 향하고, 약한 사주는 안으로 향하기 때문이지요.”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강한 사주는 사용법(使用法)이 식재관(食財官)에 있고, 약한 사주는 사용법이 인겁(印劫)에 있으니까요.”

“오호~! 정리를 해도 제대로 하셨군. 잘 이해했어.”

“이것을 크게 보면 사주(四柱)는 체(體)이고, 성패(成敗)는 용(用)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점점 그럴싸~ 한걸. 하하~!”

“또 그 사람의 정신(精神)은 체(體)가 되고 물질(物質)과 신체(身體)는 용(用)이 되기도 하겠어요.”

“아주 멋진 답변이로군.”

“정말요? 어머~! 그동안 고생한 것이 헛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 새삼스럽게 깨달았어요. 호호~!”

“자, 강자(强者)에 대한 체용도 설명해 보셔봐.”

“강자가 체가 되면 식상(食傷)이 용이 되는 거예요. 이러한 경우에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세상을 헤쳐나가게 되겠네요. 때론 어려움도 있을 것이고, 장애도 만나겠지만 그럼에도 넘치는 힘이 있기에 목적을 향해서 꾸준히 전진할 수가 있어요.”

“옳지~!”

“다시 강자가 체가 되었는데 식상이 없으면, 이번에는 관살(官殺)이 용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 이끌어 준다면 그대로 자신의 직무(職務)를 성실(誠實)하게 수행해서 완성(完成)에 이르도록 하죠.”

“잘 정리하는군. 그 다음은?”

“만약에 강자가 식상과 관살이 없으면 이번에는 재성(財星)이 용이 되는 거죠. 그래서 자신의 일은 관리자(管理者)의 역할이 되는 거예요. 재물(財物)이든 사물(事物)이든 모두 관리하여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곳을 찾는 거죠.”

“과연, 강자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봐도 되겠군. 어디 이 사주를 살펴볼까?”

그러면서 고월이 사주 하나를 적었다.

癸 丙 甲 丙


巳 午 午 寅



“아, 이 사주는 강자(强者)에 속해요. 그래서 양체(陽體)가 되는 거죠. 식상(食傷)은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으니까, 관살(官殺)에서 용신(用神)을 찾게 되는데 시간(時干)의 계수(癸水)가 있으니까 이것으로 사용법(使用法)을 찾으면 되겠어요. 다만 아쉽게도 강체(剛體)에 약용(弱用)이에요. 그래서 용신을 도와주는 재성(財星)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워요.”

“옳지~! 그렇게만 정리한다면 체용의 기본 이치는 제대로 파악을 했다고 하겠네.”

“임싸부의 열정적인 가르침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겠어요. 참으로 감동(感動)입니다.”

“스스로 노력하는 자만이 답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라네. 그럼 이 사주도 살펴보겠나?”

그러면서 다시 하나의 사주를 적었다.

丙 丙 庚 戊


申 申 申 寅



“음, 이 사주는 약체(弱體)에 해당하네요. 약체는 밖에서 기운을 받아들여야만 그 사용법을 운용할 수가 있어요. 비록 편재(偏財)가 주변에 널려 있지만 스스로 허약해서 관리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어요. 그러므로 인겁(印劫)의 도움을 받아서 비로소 자신의 직무(職務)를 다 할 수가 있으니까 용신(用神)은 인겁(印劫)에 있다고 하겠어요.”

“그렇다면, 강자(强者)든 약자(弱者)든 불문(不問)하고 모든 사주의 사용법은 식재관에 있다는 의미인가?”

“당연하죠. 다만 바로 쓸 수가 있느냐, 아니면 기다렸다가 힘이 생겼을 적에 쓸 수가 있느냐는 차이일 뿐이라고 봐요.”

“아니, 그건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깨달아 버리다니 이제 더 가르칠 것도 없겠는걸. 하하~!”

고월이 흐뭇해서 말했다. 가르치는 것을 깨닫는 것은 즐겁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가르치지 않은 것도 깨닫는다면 보람도 넘치는 까닭이다.

“이미 다 가르쳐 주셨잖아요. 부지억지(扶之抑之)라고 하신 말씀에서 이러한 의미가 모두 포함되었다는 것을 느꼈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씀을 들으니까 더욱 확신이 들어요. 호호~!”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우창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짝짝짝~! 와우~! 자원의 깨달음이 결코 이 우창보다 못하지 않은걸. 과연 도반이란 이렇게 서로를 가르치는 것이었군. 진심으로 축하하네~! 하하하~!”

“아니에요. 진싸부. 이제 겨우 체용에 대한 기본적인 이치만 깨달았을 뿐이죠.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사주를 통해서 체용의 이치를 적용해야 할 것인지는 하루 이틀에 이뤄질 일이 아닌 것은 알아요. 그래도 한 걸음, 반걸음씩 나아간다는 것에 희망을 두면 되겠어요. 적어도 잘못된 길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요.”

“고월~! 이만하면 체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부가 되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물론이네. 이미 차고 넘치는걸. 다음 장으로 가도 충분하겠네. 하하~!”

고월도 우창의 말에 흔쾌(欣快)하게 동의를 했다. 우창이 다음 구절을 살폈다.

“다음에는 「정신(精神)」장(章)인데 여기에서도 뭔가 대단한 기밀(機密)이 들어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걸.”

“그런가? 내 생각에는 이치를 모르면 기밀이 되고, 알면 일상(日常)일뿐이라네.”

“그렇다면 기밀은 없다는 말인가?”

“글쎄 모르겠네. 여태까지 공부를 하면서, 이치를 몰라서 궁금한 것은 많았지만 기밀이라서 알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보질 않았네.”

“과연 고월은 천생(天生) 학자시네. 감탄하고 또 감사하네. 하하~!”

“그만하고 다음 구절이나 살펴보세.”

“그럼 읽어 보겠네.”

14. 精神:人有精神 不可以一偏求也 要在損之益之得其中

14. 정신:(인유정신 불가이일편구야 요재손지익지득기중)

 

정기(精氣)와 신기(神氣)

인간(人間)에게는 정신(精神)이 있으니

한쪽 방향(方向)으로만 치우쳐 구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중요(重要)한 것은 손익(損益)에서 중도(中道)를 얻음에 있다.

“이 구절도 앞의 체용장과 같은 구조(構造)로 구성이 된 것이지?”

“그렇군. 세 구절로 이뤄진 것을 보면 말이지.”

자원이 내용을 살펴보고는 한마디 했다.

“첫 구절의 ‘인유정신(人有精神)’은 체용장의 ‘도유체용(道有體用)’과 대응(對應)하는 구절로 보여요.”

자원의 말에 고월이 답했다.

“맞아. 그렇게 봐야 하겠군.”

“그렇다면 도(道)를 논하여 체용으로 ‘부지억지(扶之抑之)’를 말씀하신 거네요?”

“오호~! 자원의 관찰하는 폭이 넓어지고 있군.”

“내용을 살펴보니까, 정신주기 핵심은 ‘손지익지(損之益之)’에 있겠다는 느낌이 팍~! 오는걸요.”

자원의 말을 듣고 우창은 흥겨워졌다. 감을 잡는 능력이 몰라보게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자원은 혼자 공부해도 되겠어. 하하~!”

“그야 진싸부가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면 믿을래요. 호호호~!”

고월도 자원의 말을 듣고 내용을 훑어보고는 동의를 했다.

“자원의 말이 맞아. ‘손지익지’는 ‘부지억지(扶之抑之)’와 상응(相應)하는 것으로 봐서 여기에 핵심(核心)이 다 들어있겠군.”

“우와~! 그렇다면 제가 잘 이해를 한 거예요? 신나요~! 호호호~!”

진심으로 좋아하는 자원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두 사람의 기분도 더욱 밝아졌다. 자원의 말이 이어졌다.

“공부가 단순(單純)하게 감(感)만 잡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풀이를 할 수가 없으니 아직은 어린 아기예요. 저는 한쪽에 쭈그러져서 조용하게 두 싸부의 풀이를 기다릴게요.”

그 말에 우창이 나서서 내용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과연, 자원의 말대로 이번 구절은 앞의 도(道)와 이 구절의 인(人)을 대비해서 말씀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네.”

“맞는 말이군.”

“첫 구절은, ‘사람에게는 정신(精神)이 있다.’는 말인 것을 보면 ‘체용은 자연의 이치(理致)’이고, ‘정신은 인간의 이치’라는 뜻일까?”

“역시 앞의 체용에서 얻은 것을 최대한 우려먹어보겠다는 거지? 하하~!”

“당연하지 않은가. 소중하게 배운 이치이니 활용을 해야지.”

“자연에도 정신은 있겠지만 결국 명학은 인간을 위한 것인 까닭에 사람에게 정신이 있다고 했을 것으로 보면 되겠군.”

“다음 구절은, ‘불가이일편구야(不可以一偏求也)’라고 했으니까 풀이를 해 보면, ‘한쪽으로만 구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말이네. 이것은 체용주기 ‘불가이일단론야(不可以一端論也)’와 같은 문맥(文脈)을 갖고 있는걸.”

“잘 살피셨네. 정신은 편중(偏重)되게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로군.”

“그것이 정신을 살피는 도입부(導入部)라고 봐야 하겠군.”

“편중의 상대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편중은 불균형(不均衡)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겠군.”

“불균형의 반대는 균형(均衡)이라고 본다면, 편중의 반대는 조화(調和)가 아닐까?”

“타당하네. 그러니까 사람의 정신은 조화롭게 살펴야지 한쪽으로만 치우쳐서 구하면 안 된다는 말이로군.”

“이게 무슨 말이지? ‘치우쳐서 정신을 구한다.’는 말이 오히려 어려운걸.”

우창은 뭔가 풀릴 듯싶었던 생각이 엉키는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생각에 빠졌다. 그러한 표정을 잠시 지켜보던 고월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하게 하는가? 다음 구절에 해답이 있을 것인데 말이네. 하하~!”

“참, 다음 구절이 있었지?”

“앞에서 답이 안 보일 적에는 잠시 미뤄두고 뒤로 가서 보면 앞의 문제에 대한 해답이 있는 경우가 허다(許多)하단 말이거든.”

“오호~! 그래서 글을 보는 것도 단수(段數)가 있다고 하는 말이 아니겠나. 나는 아직도 글을 보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겠군. 하하~!”

“이 문장은 도치법(倒置法)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단 말이네. 그러니까 답은 뒤에 마련해 두고 앞에서 의문문(疑問文)을 강조한 것이지.”

“그렇다면, ‘사람의 정신을 논하는 것은 손익(損益)으로 봐야지 한쪽으로 치우쳐서 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쓴 것으로 보면 되는 것이지?”

“이제 뭔가 해석의 가닥을 잡았나 보군. 역시 총명한 우창이네. 하하~!”

“그런데, ‘부지억지’보다 더 어려운 것이, ‘손지익지’인 걸.”

“부억(扶抑)과 손익(損益)의 뜻은 과히 어려워 보이지 않는데?”

“정신에서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더하는 것인지가 도무지 감지(感知)되지 않아서인 모양이네. 이것에 대해서 고월의 고견을 들어야만 다음 길이 보이지 싶군.”

“그래 볼까? 하하~!”

“알고 있는 자의 여유라니. 너무 그러면 무식(無識)한 자들로부터 질투(嫉妬)를 유발한다는 것도 좀 알아주게. 하하~!”

“여유가 아니라 그냥 보이는 것을 어떻게 안 보이는 척할 수도 없고 그게 참 그렇군. 뭐 어쩌겠나. 하하~!”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자원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것은 ‘부억(扶抑)’의 다른 말에 불과하네요.”

자원의 말에 의외라는 듯이 우창이 말했다.

“엉? 자원이 나보다 먼저 감을 잡았단 말인가? 어서 설명해 보게.”

“체용의 부(扶)는 정신의 익(益)과 통하잖아요?”

“오호~! 그래서?”

“뭐가 그래서예요, 억(抑)은 손(損)과 통한다는 거죠.”

그러자 고월의 고개를 끄덕여서 동의를 표했다. 자원은 신명이 났다.

“비교하면서 공부하니까 더 쏙쏙 들어오는걸요. 호호~!”

“그것도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라네.”

“도(道)는 체용(體用)이니 부억(扶抑)의 이치를 알아야 하고, 인(人)은 정신(精神)이니 손익(損益)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잘 생각하셨네.

“그렇다면 이제 손익의 이치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부억의 이치에서 너무 많은 것을 깨달았나 봐요. 호호~!”

“앞에서 체용(體用)을 체(體)와 용(用)으로 구분해서 봤듯이, 여기에서도 정신(精神)을 정(精)과 신(神)으로 구분해서 봐야 할 것 같군.”

“역시~! 임싸부의 관찰력은 관운장(關雲長)의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 같아요. 예리하게 핵심을 파고드니까요.”

“정(精)을 그 사람이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정력(精力)이라고 보면 되겠네. 이것은 자연의 체(體)와 서로 통한다고 한 자원의 말과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네.”

“정력은 사람을 지탱시켜주는 힘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렇지, 정(精)이 튼실한 사람은 웬만해서는 지칠 줄을 모르고 자신의 길을 가는데, 정이 부실한 사람은 무슨 일을 하거나 중간에 지쳐서 포기하게 되기 쉽다고 봐야겠군.”

“이것은 사주의 원국을 말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부모로부터 부여받은 그야말로 몸을 말하는 것일까요?”

“사주에서 몸 이야기는 빼는 것이 좋을 것이네.”

“왜요? 사주를 보면서 질병(疾病)에 대해서도 논하잖아요?”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라네.”

“많은 강호(江湖)의 술사(戌巳)들은 그와 같이 말하는데요?”

“말이야 하겠지만 실제 상황이 아니라면 허언(虛言)에 불과하겠지.”

“그건 좀 이상한걸요?”

“다음에 그에 대해서 논할 기회가 있을 테니 지금은 잠시 미뤄두자고.”

“알았어요. 자꾸 옆길로 빠져서 큰일이에요. 에구~!”

그러면서 자기 머리를 쥐어박는 시늉하는 자원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어갔다.

“정(精)은 사주의 원국(原局)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저마다 사주에는 타고난 정신력(精神力)의 정(精)이 있단 말이기도 하지.”

“그렇게 봐야 하겠어요. 자칫하면 거대한 명학의 이치를 신체로만 대입해서 옹졸한 소견으로 볼 뻔했네요.”

“자원이 정기신(精氣神)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것 같군.”

“그야 조금 알죠.”

“글자는 같아도 뜻이 다른 경우가 워낙 많기 때문에 글자와 사전지식(事前知識)에 속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학문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네.”

“알았어요. 명심(銘心)할게요. 여기에서의 정은 사주의 원국(原局)을 말한다는 것으로요.”

“원국의 정(精)이 강하면, 용신(用神)의 신(神)도 강하겠지?”

“아하~!”

“왜? 뭔가 느낌이 팍! 왔는가 보군?”

“아니, 앞에서는 체용(體用)이라고 하고 여기에서는 정신(精神)이라고 하니까 글자놀이를 하면, 체정(體精)과 용신(用神)이라는 조합이 가능할 것 같아서요. 에구~! 또 망상(妄想)한 거죠?”

“망상은 아니지. 체용(體用)의 용(用)과 정신(精神)의 신(神)에 대한 관찰(觀察)은 일리가 있는걸.”

“엄머~! 그렇담 다행이에요. 오늘은 왠지 머리가 팍팍 돌아가는 것 같아요. 가끔은 이런 때도 있거든요. 호호~!”

우창이 자원의 말을 받아서 말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체용이나 정신이나 서로 다른 말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드네. 다른 글자의 같은 의미를 나타내고자 반복적(反復的)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느껴지는걸.”

“맞아. 체용으로 이해를 다 했으면 정신은 이미 해결을 본 것이지만, 약간 미진(未盡)한 것이 있다면 다시 정신으로 정리하라는 뜻이라고 보네.”

“그렇다면, ‘일편으로 구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말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하네.”

“일편(一偏)과 일단(一端)은 서로 통하는 뜻이겠지?”

“그렇겠네. ‘한쪽 끝’이나, ‘한쪽 편’이나 별반 다른 의미는 아닌 것으로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다른 말의 같은 뜻이에요. 후학이 공부하다가 혼란스러울까봐 이렇게도 설명하고 저렇게도 설명하시지만 핵심은 ‘도를 알아야 한다’는 거네요.”

고월이 자원에게 물었다.

“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지?”

“사주의 원국을 잘 읽어서 근본적(根本的)인 구조를 잘 파악하고, 다시 그 사주의 쓰임새를 잘 살펴서 용신(用神)의 흐름을 보고 어디로 기운이 흐르는지를 살펴봐서 어떻게 살아갈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것이죠.”

“오호~! 어느 사이에 자원이 이렇게 성장을 하셨군.”

“입으로만 통했으니 구통도사(口通道士)인가요? 호호~!”

“말은 생각의 노출(露出)이니 그런 말은 가당치 않네.”

“알아주시니 감사드려요. 그래서 행복한 자원이에요.”

우창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글을 살펴보다가 말했다.

“고월, 이 대목은 역시 앞과 마찬가지로 ‘손지익지(損之益之)’에 핵심이 있다는 것을 알겠군.”

“맞았네. 체(體)를 봐서 부(扶)해야 할 것은 정신(精神)에서 익(益)하고, 억(抑)해야 할 것은 손(損)하라는 방법론(方法論)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

“그렇다면 이미 앞에서 고월이 다 알려 준 이야기가 아닌가?”

“그랬나?”

“당연하지, ‘약자(弱者)는 인겁(印劫)으로 돕는 것’이, ‘부(扶)해야 할 자는 익(益)하라’는 것과 완전히 같은 말인 줄을 알겠는걸.”

“아, 그런 셈이군.”

“또 강자는 식재관(食財官)으로 극설(剋洩)하는 것이 억(抑)해야 할 자의 방법인데, 이것은 손(損)과 같으니 말이네.”

“과연 제대로 파악을 하셨군. 그렇다면 더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겠단 말이지?”

“자원은 어떤가? 추가로 설명이 필요할까?”

“안 그래도 되겠어요. 제가 생각해 봐도 이름만 다르고 뜻이 같다는 걸 알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