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 지식은 화석이요 지혜는 보석이다.

작성일
2015-12-10 07:4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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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 지식은 화석이요 지혜는 보석이다.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이제 마지막 절기인 동지(冬至)만 남겨놓고 있는 한해의 마무리가 되는 시절이네요. 모진 겨울의 칼바람에도 건강하셔서 더욱 행복한 순간들로 가득 채우는 나날이시기 바랍니다.

벌써 겨울 들어서 눈다운 눈도 두 번이나 내렸으니 한 겨울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는 바람도 유난시리 일어나는 군요. 비가 내린다더니 비를 부르고 있는가 싶기도 합니다.

북경에서는 북풍이 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네요. 인간이 사노라고 쌓아놓은 엔트로피가 역공을 가할 적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늘의 바람만 바라보고 있으니 이 때의 바람은 갑목(甲木)이 되겠지 싶습니다. 그것도 매우 긍정적인 생명의 바람이로군요. 모쪼록 어여 숨막히는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래봅니다.

 

1. 화석(化石)과 보석(寶石) 사이


오늘 새벽에 문득 예전에 공부한 책을 펼쳐 봤습니다. 그리고는 깨알처럼 써놓은 해석들이 가득한 화석들을 발견하고서 문득 해 본 생각입니다.

'메모를 해 놓은 것은 모두가 화석이 되는 구나....'

왜냐하면, 기억에서 이미 사라진 지가 까마득한 것을 생각해 보면, 과연 이것을 내 손으로 써놓은 것이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드니 말이지요. 그러니 열심히 써놓기는 했지만 그것이 기억 속에 남아있지는 않고 책에서만 흔적을 남겨놓았으니 이것은 필시 화석(化石)임에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발화점이 되어서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망상을 쫓아가 보는 것이지요. 하하~

벗님의 책은 어떻습니까? 화석이 되어버린 글을 발견하셨을까요? 아니면 보석이 되어서 반짝이는 지혜로 만들었겠네요. 자신의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는 것이 어찌 묵은 사진첩이기만 하겠느냐는 생각을 문득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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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다고 하잖아요. 내가 언제 이러한 글을 읽었던가.....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과거 어느 한 순간에, 한 마음으로 이렇게 뭔가를 생각하고 사전을 찾아보면서 잊지 않으려고 써놓았다는 것은 분명한 역사로군요.

그나마 하건충 선생의 《팔자심리추명학》은 나름대로 소화를 많이 시켰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으니, 매우 큰 보석을 얻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단순하게 지식으로만 쌓이는 것은 무수히 많은 나뭇잎과 같을텐데 그래도 그 중에서 매우 소중한 이야기들을 가려내어서 영양분으로 삼아서 이만큼이라도 성장을 한 것을 보면 너무나 소중하고도 값진 보석이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하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보석과 화석은 간발의 차이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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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머금고 이렇게 돌이 되었습니다. 살아서 대자연을 누비던 공룡이었겠네요. 물론 학자의 지혜에 따라서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가 있을 것입니다만, 무지한 눈으로는 아무리 봐도 돌에 새긴 문양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는 것이 그것 뿐인 까닭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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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을 알아보는 사람에게 만나게 되면 단박에 그 가치를 알아주는 것입니다. 지나가다가 발에 걸려서 넘어져도 짱돌로 생각하고 말 것이지만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그것이 보석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지요.

모든 돌은 화석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동물의 화석이나 식물의 화석은 그 나름대로의 정보를 담고 있지만, 그냥 굴러다니는 돌들은 화석이 아닐까요? 「원래부터 돌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만 동의를 한다면 무엇인가가 돌이 된[石化]것이므로 이미 그 이전에 돌이 아닌 무엇이었던 것이 분명한 까닭이라고 보겠습니다.

그래서 화석과 보석은 같은 출발선상에 있었는데, 어찌어찌 하여 하나는 가치가 적은 돌이 되었고, 하나는 가치가 큰 보석이 되었습니다. 결국 다이아몬드도 단순한 존재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음으로 인해서 보석이 된 것이니 다른 것은 더 말을 할 나위도 없겠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은 화석인데 그 중에서 기이한 광채를 내뿜는 돌은 보석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정리를 해도 되겠습니다. 아름답고 영롱한 보석은 누구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지기 마련이지요. 한 분만 빼고~ 최영장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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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보석은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그러기 전까지는 땅 속 어딘가에서 다른 돌들과 같이 잠들어 있겠네요. 그리고 그것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에게 인연이 되면 비로소 세상에서 사랑을 받게 되는 귀중한 보물이 되어서 찬사를 한 몸에 받게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보석팔자 사람만나기 나름인가 봅니다. 하하~

앗, 화석이야기나 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닌데, 그만 황홀한 돌들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네요. 낭월이 장 이렇습니다. 돌만 보면 정신을 못차리니 말이지요. 에구~

 

2. 지식(知識)과 지혜(智慧) 사이


그렇습니다. 이 생각을 해보다가 잠시 샛길로 빠졌습니다. 무엇이 지식이고 무엇이 지혜인지를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책에 들어있는 글자들은 지식이고, 그것을 이해한 것은 지혜라고 정리를 합니다. 이야기는 매우 간단합니다. 「읽으면 지식이고, 이해하면 지혜」인 것이니 말이지요. 매일매일 눈으로 귀로 읽고 또 읽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얼마는 지혜로 빛을 발하고, 대부분은 화석으로 의식계의 밑바닥에 가라앉아서 쌓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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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보석들입니다. 문득 희토류가 생각나네요. 그냥 흔해 빠진 흙인데 그 가치가 인정되면 갑자기 가격이 치솟게 되어서 수출길에서 효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누군가의 지혜를 모아놓은 것이 책이고 그 책을 모아 놓은 곳이 서점입니다. 그리고 상품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책들이 찾아갈 곳은 결국 도서관이거나 헌책방이 되겠습니다. 책 박물관도 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지혜가 모여서 만든 책이므로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빛나는 보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참된 가치를 발하기까지는 인연이 닿아야 한다는 외부적인 요인이 또 존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문득 며칠 전에 읽었던 보석 한 알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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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노 남보쿠 선생의 《절제의 성공학》입니다. 이렇게 얇은 책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 촘촘하게 박혀있는 무색투명의 보석들은 앞으로 다시 1천년이 지나간다고 해도 전혀 빛을 잃지 않고 더욱 영롱하게 반짝일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생명으로 존재해야 할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면 말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보석도 인연이 닿기 전에는 그냥 많은 지식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화석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지요. 말하자면 300년 된 화석이로군요. 더 오래된 화석도 많겠습니다. 5000년의 유사(有史) 이후로 수없이 많은 문자화석들이 있었으니까 말이지요.

멀리는 은허에서 출토된 갑골문이겠고, 가까이에는 어제 바로 출판되어서 서점에 진열된 잉크도 마르지 않은 따끈따근한 화석도 있겠습니다. 그 모두는 일단 저자의 지혜로 만들어 진 것이지만 저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화석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끈임없이 화석에서 보석을 발굴하는 사람들의 눈에 띄이게 된다면 비로소 돌에서 보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하면 적당하겠습니다.

최고로 값비싼 보석은 아무래도 불경, 성경, 도경과 같은 진리를 담고 있는 보석들이겠습니다. 그래서 가장 많은 분신을 갖게 되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이것이 보석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석은 희귀해서 값이 비싸고, 책은 많아서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니 말이지요.

보석이 많은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듯이, 지혜로운 책은 또한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귀한 가치로 존중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혹은 서가]에 그러한 보석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는 것에 따라서 부유함과 빈곤함으로 구분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벗님의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보석이 널려 있거나 쌓여 있는지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이미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몽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벌써 폐지로 실려나갔을테니 말이지요. 그리고 그 보석들을 바라볼 적마다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배어나오는 기쁨을 누리고 계시겠습니다. 며칠 전에 온통 낙서로 가득한 책의 사진을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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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열심히 공부 했으면 깨알같이 써놓은 메모들이 영롱하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낭월도 한때는 이렇게 공부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싶은 감회가 떠오르는 그림이어서 첨부해 봅니다. 이렇게 공부한 영혼이라면 지금쯤 필시 대학자가 되셔서 어딘가에서 누구에게 큰 나눔을 하고 계실 것이 틀림 없겠습니다.

뉘신지는 몰라도, 오랜만에 이렇게 해묵은 책을 펼쳐보면서 감회에 젖어보는 영혼은 분명 아름다운 보석일 것이라고 봐도 되지 싶습니다. 그리고 적을 당시의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없지만 그것은 안타까워 할 일이 아니지요. 이미 그 빛은 지혜 속에 녹아 들어서 오늘의 자신으로 변화했을 테니 말입니다. 벗님의 책에는 얼마나 많은 흔적들이 남아 있는지도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워서 다시 보고 또 봅니다. 멋진 그림이네요.

 

3. 보석은 연마해야 빛이 나듯이.....


귀한 보석이라도 그냥 두면 돌이지만 연마하면 광채를 뿜는 보석이 되듯이 성현의 말씀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 지식으로 머릿속에 담아둔다면 죽어있는 지식창고에 쳐박혀 있는 고물에 불과한 것도 먼지를 털고 내용을 살펴보면서 자신의 것으로 삼는 순간에 바로 고물이 보물로 변하는 이치를 느낄 적에 환희심이 하늘을 찌릅니다.

카메라는 새 것 일수록 가치가 높아지지만, 책은 낡을 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서로 다른 모습이네요. 그것을 손때라고 하나요? 손때가 묻어서 책장의 닳아버린 모습을 하고 있는 책이 더욱 정겨운 것은 이미 그 안에 담겨 있는 보석을 매일 캐어 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캐다가 팔아서 밥도 사 먹고, 즐거운 놀이도 하는 것이니 말이지요. 그래서 낭월의 광산은 서고(書庫)인가 봅니다.

오늘도 해묵은 책을 펼쳐서 끄적거린 메모를 보면서 그 시절의 영롱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곤 미소를 짓습니다. 이러한 것은 도저히 버릴 수가 없구먼요. 그래서 애착으로 변하기도 하겠습니다만,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애착은 누려도 좋을 사치려니 해 봅니다. 책에 먼지가 쌓이면 지혜는 빛을 잃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이미 책의 보석광산을 모두 다 캐어 내서 더이상 필요가 없는 폐광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랬으면 참 좋겠습니다.

몇몇 광산은 아직도 그 깊이를 모를 정도로 매장량이 엄청난 금맥을 갖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리고 앞으로 1천 년을 더 캐먹어도 마르지 않을 무진광산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그래서 인류의 복밭이 되어버린 멋진 진리의 보고가 되는 것이로군요. 그리고 그 곳에서 캐어 낸 보석으로 또 다른 값진 보석을 연마하고 세공하는 것이 귀한 책을 쓰는것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러니 지혜의 공부는 잠시도 게을리 할 수가 없는가 봅니다.

 

오늘은 문득 책에 쓰인 메모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제 마지막이자 새로운 절기라고 할 수 있는 동지를 바라보면서 지난 을미년의 삶은 어떠했는지를 되짚어 볼 순간이기도 합니다. 벗님의 올해 결실이 풍성하셨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5년 12월 10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