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2] 백수첨시해를 풀다가 잠시~

작성일
2010-07-01 14:06
조회
6731

 


[482] 백수첨시해를 풀다가 잠시~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요즘은 백수첨시를 풀이하느라고 매달려 있는 낭월입니다. 날도 더운데 글 속에 빠져들어가니 피서로는 그저 그만이네요. 고인들의 역사를 뒤지면서 즐거운 역사의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재미있는데, 가끔 뜬금없이 뛰어드는 문장(文章)들로 인해서 진땀이 배어나기도 합니다. 가령 이런 경우가 되겠네요.




第二十八籤 丙辛 上吉 司馬題橋




  갑자기 ‘사마제교’라는 말이 튀어나온 겁니다. 사마는 아마도 사람 이름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하고 다른 백수첨시해(百首籤詩解)의 책을 보니까 그 곳에서는 또 제목이 相如題橋라고 되어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두 책을 합해서 판단하기에 이 사람의 이름은 사마상여라고 하는 것을 알 수가 있겠다 싶었지요.


  그냥 相如라는 이름에는 조나라의 완벽을 갖고서 조공을 갔다가 지략을 발휘하여 완벽을 그대로 갖고 돌아왔다는 린상여라는 사람이 있어서 혹시 그 사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만 어디에서도 다리와 연관된 글을 볼 수가 없었고, 하물며 사마상여라는 이름이 나온 이상 이 상여는 사마상여일 것으로 봐야 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네이버백과에 이 이름이 등장을 해서 참고할 수가 있었습니다. 중국 전한시대 사람이며 문학가이고, <자허부>라는 글이 남아있으며 사천성 성도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도 나타나있네요. 그래서 역사인물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인가 봅니다. 특히 탁문군이라는 청상과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로맨틱하게 전해지는군요.


  부모가 반대를 하자 둘이 가출을 하여 성도로 도주를 한 다음에는 형편이 극히 곤궁하여 수레와 말을 팔아서 끼니를 이어가면서 문군은 술을 팔고 상여는 접시를 닦아서 먹고 살았다고 하네요. 대단합니다. 사랑을 위해서 이렇게 살아간 사람들은 이미 옛날에도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이 살아가는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하는가 봅니다.




  문제는 제교(題橋)입니다. 이것에 대해서 도무지 일언반구(一言半句)의 언급이 없네요. 그래서 다시 두 글자를 찾아서 웹망을 누비게 됩니다. 그렇게 하다가 결국은 멋진 곳을 발견하게 되었네요. 물론 원하는 해답을 갖고 있는 곳이기에 멋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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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1


敲夢軒詩稿第三輯 < 南海 徐持慶 > : 《 簡體詩詞》秋日簡雅內(次韻)






瑤章傳萬里,


捧誦九迴腸.


檢點當年櫓撥妝, (1)


能不憶橫塘?




遠遊欲索題橋柱, (2)


爭奈心豪腦已僵!


登高獨把茱萸插,


騁目凄涼!


怎得今宵簟,


逢君夢也香.




註:


(1) 櫓撥:余髫齡與雅內喜愛游泳划船,「櫓撥」即英語 Row Boat 之直譯。


(2) 題橋:漢代蜀人司馬相如初往長安,經成都升仙橋,在橋柱上題字:「不乘高車駟馬,不過此橋。」後以「題橋」喻立志求取功名。


200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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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시는지요? 낭월이 찾아다니던 제교라는 글자가 말입니다. (2)를 보시면 되겠습니다.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놨네요. 낭월을 위해서 그랬던가 봅니다.




(2) 제교: 한나라의 촉사람 사마상여가 처음에 장안을 갔는데, 고생을 하다가 그의 문장에 대한 글이 눈에 띄어서 출세를 하게 된 계기로 승선교의 편액에 글자를 쓰게 되었는데, 그곳에 쓴 글은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높은 수레는 이 다리를 건너 갈 수 없음’이라고 쓰는 것이었다. 이후로 제교는 뜻을 세우고 공명을 이룬다는 의미로 비유되었음.




  그렇지요. 이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그 뜻이 명백해 지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28첨의 결과는 고시원생이 고시에 합격하고 취업대기생은 좋은 직장을 얻는다는 뜻으로 풀이가 되겠네요. 이렇게 뜻을 알고 들어다보니까 비로소 사마제교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서 풀이를 하다가 보면 한 두 시간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후딱 사라져버리네요. 그냥 간단하게 글자만 풀이를 한다면 이러한 맛은 보기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풀이하는 글에다가는 일일이 고사를 다 쓰지는 못하므로 낭월만 혼자 그 속에 흐르는 고인의 뜻을 음미하고 있답니다. 이런 것도 있습니다.




第二十七籤 丙庚 中平 項仲山飮馬投錢




  항중산이 말을 마시고 돈을 던진다? 이게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랍니까? 그래서 또 네어버를 뒤적이니까 음마투전이라는 고사가 등장을 하는군요. 항중산은 무척 청렴결백한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자신의 말이 강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서는 물값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돈을 물에 던져넣었다는 이야기랍니다.


  그러니까 어쩌란 말인가요? 청렴하게 살고 뇌물을 받지 말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닌가 싶네요. 등급이 中平인 것을 보면 그렇게 하면 해로울 일이 없다는 뜻으로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뇌물을 받으면 중평에서 下下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간단한 한 문장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가 있는 것이 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고사를 찾아가면서 글자를 풀이하다가 보니까 무더위도 크게 느껴지지 않은 채로 또 하루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이 글이 정리되면 아마도 <백수점단(百首占斷)>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될 예정입니다. 세상사의 온갖 일들 가운데에서 안개 속의 아리송한 내용들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멋진 자료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준비가 다 되면 또 안내를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지런히 서둘면 7월 중으로 서점에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는 이것을 손댈 계획이 없었는데, 오주괘가 나간 다음에 독자들께서 오행의 이치를 다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적용하기가 쉽겠지만 책이나 보면서 공부하는 자신들에게는 아무래도 너무 먼 곳에 있는 것 같다면서 쉽게 풀이를 하여 이론을 다 무시하고 답을 얻을 수가 있는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고 해서 마음을 일으키게 된 셈인데 덕분에 공부를 야무지게 하고 있네요.


 


  모쪼록 건강하시고 알찬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날이 더워도 글은 읽어야 하겠지요? 읽은 만큼만 내것일테니까 말이지요. 또 즐거운 고인의 지혜를 만나는 즐거움은 덤이라고 하겠네요. 고맙습니다.




          2010년 7월 1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