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 오름 나들이를 했습니다.

작성일
2010-01-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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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오름 나들이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두 달의 강의를 마치고서 오름바람이 불어서 잠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비록 추운 겨울날이었지만 그래도 제주도라서 그런지 과히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틀간 오름을 밟으면서 잠시나마 여유를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오름의 인연은 벌써 2년 전인가? 우연히 오른 용눈이오름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 다음에는 틈만 나면 한 번 가보려고 했는데, 그 틈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생각만 하다가 겨울오름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랑쉬오름, 손지오름, 용눈이오름, 백약이오름, 둔지오름, 그리고 돌오름까지 둘러봤습니다. 물론 시간이 넉넉했으면 더 둘러봤을텐데 또 다른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이 정도로 갈증을 달래고 따뜻한 봄날에 다시 찾기로 오름신령님과 약속을 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오름에서 얻은 시진은 사진이야기에 별도로 올려드리려고 합니다. 사진을 고르고 손질하는 시간이 좀 걸려서 우선 이렇게 글로 말씀드리게 되네요. 물론 사진을 보셔도 오름에 대한 감흥이 없으시다면 별로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각자 느끼는 만큼의 감정이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름의 오행


오름에 앉아서 생각하다고 지금 쓰고있는 시시콜콜시리즈의 '오행편'이 떠오르면서 오름에서 오행을 찾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생각을 한 끝에 다음과 같은 오름오행을 찾게 되었습니다. 한 번 보실랍니까?


火 → 水 → 金 → 土 → 木


그러니까 화생수하고 수생금하고 금생토하여 토생목한다는 이야기지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시겠네요. 뭐 그래도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냥 낭월한담을 찾아주시는 벗님과 공유하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을 말이지요. 하하~


쓸데없는 군소리는 집어치우고 왜 그런지 이유나 설명해 달라고 하시겠지요? 그럴 겁니다. 그 이전에 이러한 공식이 왜 나왔는지도 생각해 보시고, 또 말이 되는지도 생각해 보신 다음에 낭월의 이유를 보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벗님이 알아서 하실 일이지요만서도.


처음에는 火로 시작한다


오름이 화산(火山)으로 만들어 진 것은 아실 것으로 봅니다. 용암이 분출하여 평지에서 솟아오른 것이니까 그렇게 보면 되겠지요. 그리고 한라산이나 백두산도 모두 이와 같이 만들어진 것으로 봐도 될 것 같은데,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火로 시작한다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토생화로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셨다면 여하튼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토는 오름이 아닙니다. 여기에서의 토는 그냥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동의하시는지요?


그렇게 불꽃이 터져나와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될지는 모르지만 계속해서 품어 대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화로 시작한다는 의미로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활화산이 없어서 그러한 장면을 보려면 천상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봐야 한다는 것이 어렵네요. 그냥 폼페이 최후의 날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는 것으로 상상력을 충족시키려고 합니다.


火에서 水가 생겨난다.


이것은 화생수가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불기운이 땅에서 분출하면 그 열기로 인해서 용암이 솟구쳐 오르는데 이때의 용암은 분명히 액체가 틀림없으니까 이것은 水가 되는 것으로 보게 됩니다. 자꾸 낭월에게 그것이 수라면 한 바가지 떠 먹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지시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네요.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은 액체이고 그 액체는 수로 보면 되는 것이지요. 낭월은 이렇게 올때 말하고 갈때 말이 달라서 벗님은 혼란스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러한 것에 개의치 않고 낭월의 생각을 읽어주실 벗님만 기다릴 요량입니다. 하하~


유연한 것은 음이고 강건한 것은 양이던가요? 여기에 동의하신다면 벗님도 유연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이것이 내공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지요. 너무 굳어있으면 발전이 되지 않으니까요. 여하튼 유연한 것은 기체와 같고 완고한 것은 고체과 같은데, 한가지만 알고 있으면 고체라고  하고, 여러 가지를 알고 있으면 기체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그 중간에는 액체가 될 것입니다만 이해는 충분히 되실 것 같으니까 더 긴 설명은 줄일랍니다.


水에서 金이 생겨난다


이 대목은 아마도 쉬울 것입니다. 그 액체(물이 아닙니다. 착각하시면 안 됩니다.)가 식으면서 바위가 되는 과정을 만나게 될 것이고, 여기에서 변한 것은 단지 온도 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온도의 변화에 의해서 액체는 고체도 되고 기체도 되는 것이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주상절리와 같은 곳을 보면 급격하게 물에 의해서 식어버린 것 같은 분위기의 육각형 모양들이 질서정연하게 남아있는 것도 참 볼만 하더군요. 제주도에서는 지사께해안에 가면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데, 울진 어디에는 누워있는 주상절리가 있다고 하니까 언제 한 번 가봐야 하겠습니다.


여하튼 이러한 장면들을 보면서 수생금을 떠올려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수생금은 두부나 묵에서 찾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아 참, 계란도 익으면 고체가 되니까 역시 같은 형태로 보겠습니다. 이렇게 알고 보면 참 재미있는 것을 많이 찾을 수가 있네요.


金에서 土가 생겨난다


용암이 오랜 세월을 비바람에 풍화되면 나중에는 흙처럼 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흙의 색깔은 붉거나 검은 색이 되겠지요. 그렇게 색이 나눠지는 것도 무슨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네어버의 지식인을 검색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경사가 완만한 곳에서는 검은 색이 나오고 급한 곳에서는 붉은 색이 된다고 하는 말이 있네요. 또 어두운 색은 현무암질의 마그마라고 하고 붉은 계통은 안산암질의 마그마라고 하는데 뭔가 차이가 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어느 용암이라도 세월이 흐르면 풍화되어서 토양이 된다는 것만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붉은 용암이든 검은 용암이든 토양이 되면 농사를 지을 수가 있는 것이니까 말이지요.


土에서 木이 생겨난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볼 수 잇는 오름의 풍경이라고 생각을 해도 되겠습니다. 잔디가 가득한 용눈이오름이나 나무숲이 가득한 좌보미오름이든 혹은 억새숲이 볼만한 손지오름이든 간에 모두 토생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오름을 거니는 시간들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오름은 땅 속에서 올라왔다는 뜻인가요? 오름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곡선에 취해서 얼른 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낭월의 마음은 벌써부터 또 설레는 모양입니다. 어제 다녀왔는데 말이지요. 참 못말리는 낭월입니다.


            2010년 1월 12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