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 신들의 전쟁

작성일
2009-04-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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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신들의 전쟁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길가를 보거나 먼 산을 바라봐도 온통 봄빛으로 가득하니 지장간(支藏干)에 들어있던 역마살이 슬금슬금 머리를 내밀려고 하는데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자꾸만 억눌러 놓고는 키보드를 끌어 않고 마음을 달래고 있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또 한 망상이 일어나서 일찍 잠이 깬 바람에 말이 될지 말지도 모른 채 그냥 손길이 가는대로 마음이 흐르는대로 몇 생각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공감을 해 주시면 그것도 즐겁겠고, 말이 되지 않는다고 웃어주셔도 또한 개그가 될 테니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1. 문신(文神)


몸에 그림을 새기는 것은 아니죠.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글자의 신’을 말하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처음에는 모든 것이 논리대로만 전개를 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언제부터인지 그것조차도 모두가 논리대로 가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 황당할 수 있는 신(神)을 한 분 만들게 되었습니다.


글의 신이란 글자 속에도 신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지요. 아시다시피 글자는 우리가 생활하는데 필요하여 만든 부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냥 그렇게 약속을 하여 사용하는 것 뿐이라는 것이지요. 아마도 벗님의 생각도 그러하실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이것은 매우 일반적인 상식이기 때문에 큰 이의가 없으실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문신(文神)은 몇 분이냐고 한다면, 지구의 문자만큼이나 많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미국에는 알파벳신이 26분 계시고, 한국에는 한글신이 24분 계시며, 중국에는 한자신이 219분 계시며 일본에는 가나신이 50분 계신다고 해도 대략 알아보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들은 문신(文神)의 원조라고 해야 하겠네요. 다시 여기에서 파생된 신들이 엄청 많을 테니까 말이지요.


한자신의 휘하에는 대략 7만여 문신들이 다시 자리를 틀고 앉아 있다고 하면 되겠습니다. 그들의 본거지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이 될 것 같습니다. 영어신의 본거지는 성경(聖經)이 되겠는데 한글신의 본거지는 어디가 될지 모르겠네요. 연륜이 아직은 부족한 1443년생이니 나이는 566세 밖에 되지 않은 애숭이 신들이라서 좀 더 나이를 먹어야 본거지가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한자신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대략 4~5천세 정도는 되었는데 그에 비하면 한글은 그야말로 아직 걷지도 못하는 갓난아기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자신이 생기게 된 이유는 놀랍게도 점을 치기 위해서라고 하니 문신(文神)이라는 말이 괜한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겠습니다. 글자 속에 신이 있다고 생각을 했던 고대인들이 신의 모습을 상형화(象形化)시켜서 만들어 놓은 것이 한자(漢字)가 아닐까 싶은 공상을 하고 있는 이 새벽입니다. 이것도 병이겠지요? 하하~


참, 상형화(象形化)와 형상화(形象化)의 차이는 아시겠지요? 상형화는 상징적인 것을 형상화 시킨 것이니 문자나 신상(神像)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겠고, 형상화는 형체가 있는 것으로부터 깃든 정신을 의미하는 것이니 문자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한자는 상형(象形)이고 한글은 형상(形象)일까요? (이야기가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더라도 혼동의 터널에 빠지지 마시기를~~)


2. 문신(文神)의 원조들


모든 것에는 원조가 있기 마련인데, 문신의 원조는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간지(干支)를 떠올렸습니다. 간지는 그야말로 점을 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글자 중에서도 50등 안에 들어가는 최초의 창조물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옥편이나 자전을 눈여겨보셨다면 짐작을 하시겠지만 갑(甲)은 갑옷이 아니며, 을(乙)은 새가 아닙니다. 첫번째 천간 갑이고, 두번째 천간 을이기 때문이지요. 그것을 갑옷이니 새니 하면서 빌어다 사용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 문신들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해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물론이고, 한 나라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막강한 절대권력을 휘두른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성적으로 가장 발달한 현대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문신의 위력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미 2000년도 더 된 불경에 기록이 된 그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에 못지않은 성경에 기록이 된 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며칠 전에는 코란에 적혀있는대로 살아야 한다면서 여성이 강간을 당하는 것도 남자를 유혹했기 때문에 신고를 하면 2년의 징역을 스스로 살아야 한다는데 강간을 당했느냐 아니면 유혹을 했느냐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여성이 임신을 했느냐로 구분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코란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것도 현재에 진행되고 있는 지구의 상황들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겠습니다.


이쯤되면 낭월의 수다가 괜한 허풍이라고 웃어넘길 수만도 없겠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아니 그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전개 될 이야기는 그냥 막연한 메아리가 되고 말 수도 있겠기 때문이지요. 우야든둥 곰곰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문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한자(漢字)를 수십년 들여다보면서 살아오다가 보니까 이제 슬슬 돈키호테가 되어가는가 봅니다. 모든 한자가 다 신으로 보이니 말이지요. 이러다가 슬슬 미치기 시작하면 정신병원에서 데리러 오지 싶습니다. 하하~


3. 필연(必然)의 글자 간지(干支)


한자라고 하더라도 글자가 많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는 임의대로 만들어 붙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따라서 필연적으로 붙게 되는 문자들이라는 점에서 다른 문자들과 차별을 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 이 시간을 생각하면 연달아서 떠오르는 생각은 기축(己丑)년 정묘(丁卯)월 무인(戊寅)일 을묘(乙卯)시라고 하는 생각이지요. 이렇게 한 20여년 살아보세요. 글자가 글자로 보이는지 신으로 보이는지 말이지요.


그게 참 묘하거든요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하고 절묘하고 삼삼~한 그 무엇이 그 속에서 역동적(力動的)으로 요동치는 느낌이 든단 말씀이지요.


저 글자들[오늘 이시간의]을 세로쓰기로 모아보세요. 분위기가 확~ 달라지면서 어떤 조짐을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이 팍~! 하고 들어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時日月年
乙戊丁己
卯寅卯丑


음 어느 분인지 죽을 지경이겠구만……


지금 태어나는 어린아이가 있다면, 그 녀석도 살아갈 길이 결코 만만치 않겠구만…… 딱한 일이로고~ 그래도 6시 15분에 태어났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겠다~ 캄시롱, 망상의 나래는 허공 높은 줄 모르고 마구 날아다닙니다. 누가 말리겠습니까 이것이 문신과 노는 방법인 것을 말이지요.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다시 느끼는 것은 간지(干支)는 일반적인 글자에서 뭔가 특별하게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러다가는 신전을 만들고 문자전(文字殿)을 건립하겠군요. 대웅전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필연적인 글자라고 하는 것을 전제로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가는 것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때로는 잔잔한 호수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가는 또 때로는 광풍노도와 같이 변하기도 하니 이 글자들이 과연 글자에 불과하겠느냐는 생각을 할 즈음이면 그래도 제법 공부가 되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 신들의 전쟁이라고 제목을 붙여놓고 이게 뭐하는 액션인지 모르겠네요. 일단 신을 세워놔야 전쟁을 하던지 말던지 하겠기에 문자신을 만들고 있는 중인데 수다가 좀 길었습니다. 이 정도면 낭월의 속셈을 헤아리셨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다.


참, 이 신들을 자기 편리한대로 부리려고 하다가는 큰코다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그냥 신의 뜻에 따라서 읽을 뿐이지 자신의 소견을 붙여서 신들의 의미를 왜곡시키거나 했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렇게 된 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느냐고 한다면 부작용을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물론 부작용을 이해하기 까지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은 드네요. 그것은 각자의 인연에 맡긴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을 부르는 경을 소개해 드리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육갑경(六甲經)이랍니다.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으시다구요? 있으실텐데요……


4. 육갑경(六甲經)


육갑의 경이 육갑경입니다. 120개의 글자도 되어 있으며 60개의 조합으로 이뤄진 글자이면서 같은 구절은 없는 경입니다. 에구~ 그냥 육십갑자(六十甲子)라고 하면 될 것을 묘하게도 엮어 놓는군요. 갑자 을축 병인 정묘…… 이렇게 해서 계해까지 가면 되겠습니다. 갑자기 김이 빠지는 소리가 나시지요? 원래 그런 겁니다. 하하~



그게 무슨 경이냐구요? 글쎄요…… 낭월은 경으로 보이니 어떻하지요? 그것도 경 중에서도 최상의 경전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든다고 하면 점점 미쳐간다고 하시겠지요? 사실 이 경은 지혜를 주고, 밥을 주고 삶의 여유와 길까지 비춰주니, 밝기는 백천개의 일월이 모여 있는 것과 같고, 깊기는 대양의 심연(深淵)보다도 더 깊으니 최상의 경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이 육갑경을 외우실 수 있으신지요? 외우지 못하신다면 말을 마시고요. 겨우 생각을 더듬어가면서 외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초견성은 되신 것으로 봐도 좋을 겁니다. 이거 외우기가 참으로 녹녹치 않거든요. 외워보시면 알 겁니다. 그리고 며칠 내로 외웠다고 한다면 이미 전생부터 외워오신 내공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해보시고 말씀해 주세요.


5. 신들의 전쟁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이것 저것 해보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철학원을 찾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운명이 하도 기구하였지만 그래도 육갑신(六甲神)의 인연이 있어보여서 공부를 해 보라고 했지요. 그것을 해가지고 밥을 먹고 살겠느냐고 하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건축과를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남들에게 머리 나쁘다는 말은 듣지 않았다고 하길래 속으로 그랬지요. ‘이놈아 까부는 것은 해보고 나서 까불어도 늦지 않으니라~’ 했습니다.
뭘 배우면 되느냐고 하기에 우선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를 외우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다 되고 나면 이번에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를 외우라고 할 참이고, 그것을 다 외웠다고 하면 다음에는 육갑경, 갑자을축을 외우라고 할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외우고 오겠다던 사람이 와야 말이지요. 그래서 포기했는가보다 했습니다.


원래 시작은 하지만 마무리를 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거든요. 대부분 중간에서 그만두게 되는 것을 보면서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렇겠거니…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도 그런가보다 했지요.


한 달이나 지나서 나타났는데 얼굴은 공포심에 가까운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보다 했는데, 공부를 하기로 한 후부터 온갖 일들이 생겨서 고통을 당하다가 정신없이 보낸 시간이 억울해서 그냥 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가져 간 것은 다 외웠느냐고 했더니 아직도 다 못 외웠다고 창피스러워하더군요.


그렇지만 이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낭월이기에 다시 시작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떠올렸지요.


‘이제 신들의 전쟁이 시작되었군’


생각을 해 보시면 알 수 있잖겠어요? 그거 한 줄 외우는데 한 달이 걸려도 못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상식적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지요. 그래서 그 조짐을 보면서 느낌이 확~ 와 닿는 것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사람을 한두번 만나는 것도 아니고 보면 경험도 큰 지혜의 창고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가볍게 시작을 한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강의준비 압박을 받네요. 아무래도 일단 여기까지 하고 후편을 다음에 올려드려야 하겠습니다. 재미있으려고 하는데 시간이 없네요. 하하~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또 시간이 되는대로 정리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눈치를 채셨다면 노는 입에 육갑경을 외우시던가요. 누가 강제로 권하겠습니까만 반야심경을 외우는 정도의 노력이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물론 다 외우셨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그 후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거 외워서 밥이 나오느냐고 하시는 분들은 밥이나 많이 드시고요. 하하~


          2009년 4월 3일 신림동학당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