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자화자찬 - 띨~한 놈이 지자랑 좀 합니다.

작성일
2000-10-23 00:00
조회
5210
자화자찬


제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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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 - 띨~한 놈이 지자랑 좀 합니다.


 

모두들 자신이 나름대로 잘난 곳이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산다는 말이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낭월이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보통은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고 하는 생각을 스스로 하기도 하는데, 가끔은 남들이 그렇게 알아주는 것으로 착각이 되어서 스스로
괜스리 치기어린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는 모양이다. 오늘은 이러한 얼빠진 이바구나 하려고 모처럼 화창한 가을의 오후를 낭비하고 있다.
흐~



 


지난 달인가 공주의 국민도서라고 하는 큰 서점으로 책을 한 권 구하러 들렸다. 잉어를 키우는데 아무래도 그냥
먹이만 주고 볼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남들이 알고 있는 만큼이라도 알아야 면무식이 될 것 같아서 책을 찾았던 것이다.
다행히도 잉어기르기에 대한 책이 있고 갖가지 색에 따라서 불려지는 이름이 있으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하는 생각을 하고 내용을 살피고
있는데, 주인이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스님 적천수강의 3권은 언제 나옵니까?"


"예, 아마 시월 중으로 나올 겁니다만......"


"책을 정리하다가 살펴보니 내용에서 많은 연구를 한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예, 고맙습니다. 노력을 한다고 하기는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책이 참 좋습니다."


 


뭐 대략 이러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는 별 것도 아니다. 자평명리에 대해서 심도 있게 물어본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한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감이 좋다는 정도의 칭찬이야 전화로도 수없이 많이 듣고 있는 참이었기에 별로 감흥이 없지만, 시청각의
느낌이라서인지는 몰라도 생면부지의 사람이 알아준다는 것에서 나름대로 얼굴값에 대한 부담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뭐 그런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데, 그 정도로 하고 넘어갔다.



 


오늘 눈 수술을 한 후 4일째가 되어서 점검을 받으러 안과에 들렸다가 금휘가 수화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그에 대한
교재를 한 권 구하려고 대전의 대훈서적으로 갔다. 수화책이 마침 지하에 있어서 들렸다가 역학서적 코너가 지척이니 습관적으로 코너를 기웃거리게
되었다. 그런데 새로 나온 적천수강의 3권이 오로지 홀로(이점을 강조하고 싶음...흐~) 비닐 포장지에 쌓여서 테이프로 붙여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눈이 밝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는 서점에서 특히 실감이 난다. 예전에는 코너에서도 일일이 바짝 들이대고 제목을 살펴야 했는데,
이제는 2m 후방에서 봐도 똑똑하게 잘 보이니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는 것을 시력으로 인해서 고통을 느껴보지 못하신 벗님이라면 어찌 생각인들
하실 수가 있으랴만 아마도 아시는 벗님은 아실 것이다.



 


문제는 적천수강의 3권을 왜 비닐로 <FONT
face="굴림" size="3">싸뒀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다른 책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이 책만 그렇게 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고, 혹 내용을 남들이 보지 못하게 출판사에서 그렇게 해서 출시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관리하는 아가씨를 불렀다.


 


"저기요~!"


"예, 손님 무슨 일이신지요?"


"이 책은 왜 이렇게 싸매 뒀나요?"


"................."


"제가 이 책을 지은 사람인데요. 궁금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아 그러셨어요. 그건요...."


"혹 출판사에서 이렇게 들어온 것은 아닌가 하고 여쭤봅니다."


"아니예요.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왜 그렇게 하셨어요?"


"책이 좋아서 포장을 해 둔거예요."


"그래도 남들이 책을 봐야 할텐데 이렇게 스카치테입으로 봉해버리면 어떻게 보겠어요?"


"그렇기는 한데요. 낭월 스님 책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내용은 보지 않고 사가요."


"그래요?(음...... 얼마나 삼삼한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혹 짐작이 되실지.....)"


"그리고 책이 언제 나오느냐고 하도 물어대서 출판사로 연락도 하고 그래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하하~"


"다음 책은 또 언제 나오나요?"


"아마 올해는 나오지 않을 거고 내년에 나올 겁니다."


 


아마도 내친 김에 독자가 물으면 미리 답변을 할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그야 말로 떡을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낭월이 만난 김에 미리 새로운 정보를 얻어들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질문을 하는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여하튼 그 많은 수백 권의 책
속에서 포장지로 대우를 받고 있는 적천수 3권을 보면서 지은이의 입장에서는 과연 자화자찬이라고 하거나 말거나, 지 자랑을 좀 하는 못난이가 되고
싶어서 못 견디는 것이다. 이래도 되는 건지.....



 


        산정에는 이미 단풍이 무르익은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