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화] 죽(竹)

작성일
2003-09-2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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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죽(竹)



화사하게 느껴지는 햇살을 느끼게 되면 어느 사이 가을이 깊었다는 것을 감지하

게 된다. 지금이 그러한 시기인 모양이다. 엊그제가 추분이었으니 이제부터는

밤이 길어진다는 것이 분명하겠고, 그래서 등불을 켜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등불을 켜고서는 책을 보라는 의미에서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는 말을

신식어로 풀어서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니 벗님께서도 이제부터는 더욱 많은 독

서를 하셔서 고인의 뛰어난 지혜바다에 동참하시기를 기원드릴 참이다. 낭월도

늘 책을 읽는 것을 즐거워하다보니 독서의 위력을 늘 생각하곤 하기에 누구에게

나 권하는 것은 책을 읽는 것인가 싶다.



1. 대나무에 대한 상식



벗님이 아시기에 대나무는 어떤 특징이 있다고 여기실지? 낭월도 일반적으로 생

각하는 만큼은 알고 있다고 여겼는데, 어제 학원에서 대나무에 대한 공부를 해

보니 좀더 구체적인 것을 알게 되어 한담을 빌어서 소개 말씀도 드리고 겸해서

상식을 넓혀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몇 자 적어본다.



대나무는 다년초이다. 좀더 엄밀히 한다면 벼과의 식물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

다. 유식하게는 화본과라고 하는데, 갈대와 수수 등도 모두 같은 과로 어쩌면 닮

은 부분이 있다고 하겠다. 중간에 마디가 있다는 것이 그렇고 마디 속이 좀 허술

하거나 비어있는 것이 일리가 있다고 해도 되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닮은

것은 갈대가 아닌가 싶다. 억센 뿌리도 고려를 한다면 흡사하다고 하겠다. 잎사

귀도 비슷한 면이 있고......



대나무가 꽃이 피면 죽는다는 것은 대체로 상식이 무난하신 경우라면 알고 계시

는 내용이고 낭월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바가 있었다. 그런데 왜 죽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몰랐는데, 어제 공부를 해보니까 영양분이 떨어지게 되면 그

렇게 꽃을 피우고 죽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죽는 이유가 영양분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하의 영양소가 모두 고갈되게 되면 꽃을 피우고는 말라죽

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정도라면 대나무에 대해서 대체로 이해를 하셨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는데, 여기에서 줄일 것이었다면 애초에 이바구를 시작하

지도 않았을 것이다. 좀더 해 드릴 말씀이 있다는 것이다. 호들갑스럽긴..... 하

하~



2. 상식의 조금 더 깊은 곳



대나무가 그렇게 죽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 또 궁금한 사항

인데, 책에서는 말하기를 다음에 많은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좋아지면 다시 싹

이 나서 줄기가 자란다고 한다. 이점에 대해서도 혹 주변에 대를 보신 경험이 있

다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죽은 대밭에서도 몇 년 흘러가면 다시 새로운 죽

순이 올라온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러한 이야기를 살피면서 이해를 한다면 가사상태가 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여건이 좋아지기를 기다려서 임시로 죽어버리는 상황으로 봐도 되지 않겠느냐

는 말씀이다. 에구 그것도 다 알고 계시는 이야기라고 하신다면 좀 민망한 낭월

이다.



그렇다면 그 죽은 대나무의 뿌리는 죽은 채로 있는 것인지 혹은 완전히 썩어버

리고 별도로 싹이 나오게 되는 것인지도 궁금하긴 하다. 왜냐면 그대로 뒀다가

다시 나올 줄기가 있다면 애초에 영양분이 남아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

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러니까 뿌리가 썩기라도 해야 무슨 영양분이 생기

든 말든 할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가 이내 거둬들였다. 이렇게 되면 중국어

시간이 아니고 생물시간이 되겠기 때문이다. 정말 질문의 꼬리는 다시 꼬리를

무는 모양이다.



일단 가사상태에서 기다리다가 다시 싹을 틔운다고 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야

하겠다. 그리고 다시 싹이 나오는 시기는 일정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대나

무의 수명도 일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고 땅의 환경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

도 알겠다. 그러다가 질문을 했다. 만약 대나무가 죽기전에 거름을 많이 주면 계

속 자랄 것이 아니겠느냐는 질문 말이다. 선생님이 웃으시더니 그들은 거름을

싫어한단다. 에구 할 말이 없지......



그러니까 휴면상태로 지낸다고 이해를 하고 넘어가는 것이 그중 나을 것으로 보

고 결론을 지었다. 그렇지만 낭월의 생각은 여전히 회전을 하고 있었다. 동면에

들어가는 나무의 뿌리를 생각하면서 특이한 종류라는 글이 붙어있는데, 실제로

그렇다면 동물은 어떻겠는지를 연결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이었다는 이야기

이다. 여기부터는 좀 황당한 상식에 속할 수도 있겠다.



3. 황당할 수도 있는 상식



자, 기왕에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좀더 파고 들어가 보자. 대나무가 동면에 들어

간다고 이해를 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동면에 들어가는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

도 한번 생각을 해볼 수가 있지 않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것

은 뭐니뭐니해도 곰이다. 곰은 겨울에는 잠을 자면서 살아남는 대형동물이다.

그 외에도 박쥐나 뱀도 있기는 한데, 곰을 놓고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

지 않을까 싶어서 떠올려 봤다.



그렇다면 둘 사이에 무슨 연관점이 없을까? 진짜로? 그렇다 식물과 동물의 엄연

한 큰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궁리를

하다가 보면 뭔가 서로 통하는 면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줄기차게 궁리

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전광석화같은 한 소식(?)이 발광하게 된다. 그것

은 바로 웅담이다. 웅담 말이다. 그 유명한 웅담.



곰에게는 웅담이 있다. 그리고 그 웅담의 효능 때문에 명대로 못사는 곰이 많을

것이다. 여하튼 웅담이 있는 곰과 동면하는 동물이 서로 연관이 된다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면 동면하는 대나무와도 연결이 되면 더욱 좋을 일이다. 그 방법

이 있을까만 여하튼 머릿속에 든 모든 것을 뒤적거려보는 것이 해로울 것은 없

다는 확신으로 검색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 오래 된 이야기이다. 어느 날 학원을 가다가 문득 길가에서 뭔가를 놓고

팔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했다. 그게 뭐냐고 했더니 천죽황이라고 한다. 그게 뭐

냐고 했더니 대나무복령 줄여서 죽복령이라는 것이다. 복령이야 소나무에서 나

오는 것이지만 그게 대나무에서도 나온다는 것은 그때 처음 들었다. 그러므로

그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낭월도 다 책임을 질 수가 없겠다. 다만 분명

한 것은 그는 그렇게 말을 하고 그 동글동글한 것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희안하

게도 그 옆에는 웅담이라고 하는 것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 바로 이야기의 실마

리인 것이다. 그것과 그것이 어떻게 연관이 될까만서도 여하튼 생각을 하다가

보면 길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그럼 잠시 그 장면을 생각해 보도록 한다.



4. 길거리 약장수



그가 팔고 있는 것은 술로 담은 것으로 보이는 천죽황이었다. 가격도 제법 만만

치 않았다. 그 노란 덩어리를 사다가 술을 담아서 먹으면 몸에 좋다는 것이 요지

이다. 그러면서 실제로 뭔가를 보여주는데, 피를 그릇에 담아서 염산을 뿌렸다.

피는 이내 새까맣게 변했다. 그 곳에 웅담을 아주 조금 긁어서 넣고는 저었다.

그러자 검은 피는 이내 붉은 색으로 변했다. 아니, 변했다기보다는 원래의 색으

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대단한 해독력인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천죽황의 가루

를 조금 긁어서 같이 해 보였다. 결과는 완전히 같았다. 참으로 신기한 장면이었

다. 그래서 2키로인가를 사들고 왔던 생각이 난다. 맛은 참으로 고약하다. 그야

웅담의 맛도 그러려니 한다. 건강이 좋아지고 말고는 모를 일이다. 애초에 건강

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다음이다.



무슨 성분이 그렇게 하느냐고 하면서 하는 말이 우루사라는 약품이름을 파는 것

이다. 그 우루사에는 웅담이 들어가느냐면 그게 아니라는 거다. 어림도 없는 이

야기라는 말이다. 다만 웅담에 있는 성분과 같은 우루시데소시골린산(명확하지

않음)이 들어가는데 그 성분의 원료를 바로 그 천죽황에서 취한다는 말이다. 그

러니까 결국은 웅담과 같다는 이야기이다. 더 긴 이야기는 혹 약장수로 오인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생략한다.



5. 망상의 연결 고리



이렇게 되면 뭔가 답이 집힐듯도 하다. 동면하는 곰과 휴면하는 대나무에서는

웅담성분이 모두 있다는 말이 되지 않느냐고 한다면 뭐라고 하실지 궁금하다.

아마도 억지를 쓴다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일단 특이한 방법으로라도 연

결을 시켰다. 그렇게 되었으면 대성공이다. 고로 대나무도 동면상태로 들어가

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또 흥미로운 것은 대나무와 연관된 곰도 있다는 것이다. 아, 생각이 나셨

구나. 바로 팬더곰 말이다. 그 녀석은 오로지 대나무만 먹고 산다고 하니 이것이

야말로 곰과 대나무의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요지부동의 증거가 아니고 뭐겠느냐

고 할 수가 있겠다. 물론 팬더가 동면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럴 필요

가 없는 남방에서 살기 때문이다. 대나무가 지천이고 춥지도 않은데 왜 동면을

하겠느냐고 물으시면 다른 말씀은 하지 않으실 걸로 믿는다. 여하튼 묘하다면

묘한 연결고리가 아닌가 말이다. 하하하~



이렇게 나름대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고서야 비로소 만족을 하고 잠자리에 들

었다. 뭐든지 답이 나올때까지 뒤적여봐야 속이 시원한 중생인지라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6. 오늘은 두견새



오늘 배울 내용에는 두견새가 나온다. 혹 두견새가 뭔지 정확히 알고 계시는지

또 궁금하다. 낭월은 정확히 몰라서 국어사전을 뒤적여봤다. 두견이라고 나와

있다. 남의 집에 알을 낳는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뻐꾸기? 뻐꾸기도 그렇

게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사전을 뒤적거려보니 뻐꾸기목 두견과

란다. 목과 과는 늘 복잡하고 헷갈린다. 그런데 뭔가 우리말의 호칭이 있을 것이

라는 생각이 들어서 두견의 한한대사전을 봤다. 그랬더니 그곳에서는 두견은 두

견새. 소쩍새. 두우. 두백. 불여귀. 촉조. 자규 등등의 이름이 같은 것이라고 나

왔다.



엥? 소쩍새? 그러면 그렇지 소쩍새라고 하는 우리 말이 있잖여. 그래서 옆에 있

는 화인선생(감로사 학생의 한 사람)에게 잘 알고 있으라고 큰 소리를 쳐놓고 났

는데 아무래도 뭔가 찜찜한기라..... 다시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니 에구나...

소쩍새와는 전혀 다른 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다면 두견이는 뭔가를

다시 생각해 봤지만, 중요한 것은 한한대사전도 틀린 것이 있더라는 것을 확인

하게 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참 두견이의 소리를 어느 벗님이 적어놨는데

‘쪽빡바꿔쥬’ 혹은 ‘홀딱자빠졌네’라고 한단다. 그러고 보니 쪽빡바꿔쥬라는 소

리 비슷한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다. 아하, 그 놈이 그넘이었구나..... 여하튼 벗

님도 이해가 되셨기 바란다. 오늘은 여기까지. 근래들어서 모처럼 사주이야기

를 하지 않고 끝내는 한담 한편인갑다.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