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1화] 소발자욱물과 바닷물

작성일
2003-03-30 16:5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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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소발자욱물과 바닷물



장자(莊子)를 보노라면 소발자국 이야기가 나온다. 인생의 모습을 가끔 생각해

보곤 하게 되는 화두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혹 잊어버리신 벗님이

계실까 하여 조금 설명을 드리도록 한다.



1. 장자가 말씀하시길....



왕에게 식량을 얻으러 갔던 모양이다. 온 마을의 주민이 다 굶어죽게 생겨서 삶

의 방법으로 왕에게 곡식을 좀 달라고 하러 간 모양이다. 상황의 전개로 봐서 봄

날에 긴 가뭄이 진행되고 있지 않았겠느냐는 짐작이 들기도 한다. 여하튼 그렇

게 양식을 얻으러 갔다는 이야기이다. 지방관리들에게 부탁도 했겠지만 어쩌면

중간에서 다 잘라먹고 돌아오는 몫이 없었거나, 혹은 고리채 놀이를 하고 있었

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직접 왕궁으로 담판을 벌리러 갔던 모양이다.



“왕이시여 건강하소서~!”

“무슨 일로 찾아왔소?”

“백성이 굶고 있어 구호식량좀 달라고 왔지요.”

“그럽시다. 가을에 넓은 들에 풍년이 들어 곡식을 수확하거든.”

“.......”

“그럼 가보시우 담에 또 봅시다. 짜이찌엔(再见)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고 가겠습니다.”

“별로 듣고 싶지 않은디 짧게 해보슈.”

“다름 아니오라, 오다가 붕어를 한 마리 만났습니다.”

“그래서요?”

“그 붕어는 소발자국에 고인 물에서 누워있었는데 곳 물이 말라버리면 이내 죽

어버릴 지경이었습니다. 두 마리가 서로에게 입으로 거품을 품어주면서 비늘이

마르는 것을 지켜주고 있더군요. 그 중 하나가 말을 걸었습니다.

‘지나는 양반 저쪽 옆에 물이 조금 있으니 한 웅큼만 퍼다 여기를 채워주시구랴

그럼 너무 감사하겠소.’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아 난 지금 무척 바쁘다네 내가 왕을 만나러 가고 있으

니 왕에게 부탁을 해서 황하까지 운하를 파주도록 함세 조금만 기다리시게’ 했

을 것 아닙니까. 그랬더니 그 붕어가 하는 말이 ‘그럼 건어물전에서나 날 찾아보

시오’ 합디다. 근데 지금 왕의 말씀을 듣고보니 그 붕어의 말이 자꾸만 생각이

나네요. 우리 백성은 모두 죽어서 북망산에 묻히게 될 것이므로 그때 가서 왕은

우릴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 약간의 식량을 얻어간 모양이다. 그 정도로 말을 하는데, 그냥 보내서 되겠

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차마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했으리라고 믿기로 한 낭월이다.



2. 우리 인생은 어디에 있는지....



그 당시의 상황이 잘 들어있다고 짐작은 되지만, 과연 우리의 삶은 어떻게 진행

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문득 생각을 해본다. 그야말로 소발자국을 벗어나면 생

명을 유지할 수가 없어서 그대로 발자국에 안주하고 허구헌날 불안에 떨고 있

는 인생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우물안의 개구리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그 절박함을 생각한다면 발자국의 붕어

보다 화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느껴져서 말이다. 이른바 정중와(井中蛙)이다. 그

리고 불교에서도 그러한 유형의 이야기는 있다. 우물 안의 벽에서 달려드는 코

끼리를 피하다가 벌집에서 흐르는 꿀물을 받아먹느라고 모두를 다 잊어버리고

탐닉한다는 참으로 극단적인 형식의 표현이 있기도 하다. 안수정등(岸樹井藤)이

라는 불교우화이다. 각자 목적하는 바는 다르지만 상황설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고 해야 할 모양이다.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것으로는 소년이노학난성이라는

말로 부지런히 공부하라는 뜻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하튼 각기 부지런히 정

진하는 방면으로 말을 만들어서 교훈으로 전하는 모양이다.



우물안이든, 안수정등이든, 혹은 소발자국이든 간에 과연 우리 인생의 길에 자

신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도 더러 있다. 그리고 이렇게 나

라 안팎이 어수선한 시기에는 더욱 그러한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하는데, 스스

로 하나의 학문 울타리에서 안주하지 않도록 정진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을 하면

서도 또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밖으로 허우적대고 다니다가 제풀에 지쳐

서 죽어버리는 많은 붕어도 존재함을 생각한다면 다시 곰곰 생각을 해보지 않

을 수가 없겠다.



이 자리에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안전하게 소발자국에서 큰바다로 나가게 될

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



3. 대해(大海)로 나가는 방법



그 방법을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1) 내공을 쌓기



우선 큰 바다로 나가기 위해서는 충실한 내공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물론 내공

을 수련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는데, 그 방법 중에서는 명상을 하는 방

법이거나, 학문을 연구하는 방법이거나, 혹은 힘써 수련을 하는 방법들이 있을

것이며, 그 모두는 같은 방향으로 목적지를 삼고 있다고 봐서 무리가 없으리라

고 하겠다. 그리고 각자의 타고난 전생인연(혹은 체질)에 의해서 공부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할 것이니 이러한 점을 빨리 파악하고 자신의 인연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물론 전생의 자신을 찾

아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뭐든지 흥미로운 점을 파고들어서 순

일하게 추진이 된다면 그대로 자신의 수행법으로 삼으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고 스스로 자신에게 물어서 그 공부의 깊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고, 여기에서 자신을 의미하는 것은 탐욕스런 자

신이 아닌 객관성을 갖고 있는 자신이기를 바래야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환상

에 취해서 일생을 낭비하게 될 가능성도 매우 많겠기 때문이다. 실은 이렇게 자

신의 견해를 객관화 시키는 것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많은 사람 중에서는, 그렇게 착각을 하면서 자신의 경지라고 생각하면서 헛된

환상에 묻혀서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너무 많다고 해야 하겠으니 자신의 객관적

인 견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하겠는데, 객관적인 견해

의 모델은 아무래도 먼저 가신 성현의 기준으로 대입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모양이다. 자신의 객관적인 기준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에는 스스로 자신을

속일 수는 없겠지만, 남들이 보는 눈을 속이기는 쉽겠기 때문이다. 겉으로 봐서

판단을 하는 것과 스스로 자신에게 답을 찾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임을

늘 생각하곤 한다. 그렇게 내공을 얻었다면 무엇이 두려울까를 생각해본다. 그

야말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2) 벗어나기



아직 내공도 충실하지 못한 넘이 벗어나는 방법을 생각한다는 것은 확실히 어불

성설(語不成說)이다. 그래도 망상을 한번 하는 셈치고 그 방법을 생각해보는 셈

이다. 너무 어리석음을 탓하지 말으시라는 당부를 드리면서....



늘 그렇듯이 화두(話頭)에는 사량(思量)과 분별(分別)을 용납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직관으로 타파하지 않으면 모두 거짓된 답이라는 것을 너무도 많은 고

인들이 가르치고 있음이다.



그래서 낭월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곰곰 생각을 해 보는데, 역시 소발자국에서 바

다로 가는 방법에는 달리 묘수가 없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가능한 방법이

라고 한다면 날개가 돋는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다. 점프를 연구한다거나 낮은

포복을 수련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고기에게 날개가

달릴 수가 있는 일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참으로 그 방법이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다고 해야 하겠다. 과연 무슨 방법으로 탈출을 해야 하나......



그런데 내공이 점차 쌓이면서 소발자국의 넓이가 넓어진다는 것을 느낀다면 망

발일까? 늘 갑갑하기만 하던 나날들이 점차로 자유로워진다고 하면 이것은 무

슨 소식일까.....? 그렇게도 철옹성처럼 보이던 발자국둘레의 흙들이 점차로 뒤

로 물러나가는 것을 느낀다면 이건 무슨 소식일까....?



그 이유는 상식으로 미뤄서 판단한다면 두 가지가 있을 게다. 그 하나는 실제로

땅이 넓어지는 것이고, 그 하나는 자신의 몸이 줄어드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

면 땅이 그냥 넓어질 리가 없다면 몸이 줄어든다? 그래야 이치적으로는 말이 된

다고 하겠는데 그것은 또한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자연에서 그러한 흔적은 있

을까......



늘 동물의 세계를 관찰하고 있는 낭월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연지님이 그러한 프

로그램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또 가장 자연의 가까운 모습을 볼 수가 있기 때문

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중에서 자신의 몸을 줄이는 것이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

울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혹 벗님은 전혀 생각을 못하시겠다면 잠시

마우스를 높으시고 생각을 해보시는 것도 좋겠다. 늘 스스로 생각을 해보면서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해보는 염려이다.



낭월이 지금 떠올린 것은 여왕벌이다. 여왕벌은 알을 낳기 위해서 알집이 과대

하게 커져있다. 그래서 자신이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에도 거동이 불편하다. 물

론 신하들이 다 거들어 주기는 하지만 자신으로써야 얼마나 불편하겠느냐는 생

각을 해본다. 물론 주변의 신하들을 사회의 구조라고 대입을 해보면 우리 주변

에는 몸집을 줄이는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은 너무도 많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다. 가까이는 가족들, 멀리는 국가기관들까지 그렇게 방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

고 대입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여왕은 자동으로 몸을 줄이게 된다.



그 시기는 바로 분봉(分蜂)을 할 시기이다. 왕벌 집에 알이 깨어나면 새로운 여

왕벌이 된다. 그렇게 되면 세력은 양분이 되므로 어미왕은 미리 집을 떠나서 절

반의 세력을 데리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서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무거

워진 몸집이다. 그래서 벌을 키우는 사람은 벌집을 열어보고 여왕의 몸이 줄어

들어 있으면 새로운 집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 벌이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양봉기술을 강의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정도

로 줄이겠거니와, 중요한 것은 날기 위해서 몸을 줄인다는 것이 틀림없다는 것

이다.



4. 벗어난 이들의 말씀



고인의 가르침에는 늘 그러한 것이 보인다. 자신의 몸집을 줄이지 않고서는 도

저히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떨까? 벗님의 생각에는 낭월의 어줍

잖은 의견이 일리가 있어 보이시는지 모르겠다.....



선사들은 집착을 버리라고 한다. 그리고 그 말을 다시 곰곰 생각해 보면 집착을

버린다는 것과 몸을 줄인다는 것이 서로 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부

자는 천국에 가기 어렵다고 했고, 그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기보다 어

렵다고 하는 말도 포함된 것은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그리고 이 말

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집착을 갖고는 자유를 얻기 어렵다는 말이 될

것이고, 그 의미로 부자를 이야기하지 않았는가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려면 몸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궤변을 늘어놔도 되지 않을까

싶다.



도를 깨달으신 이들의 말씀이 한결같이 버려야 한다는 말을 하시는 것으로 봐

서 이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늘 생각해보게 되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결

국은 몸을 줄이라는 의미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소

발자국의 붕어도 그 탈출방법이 바로 몸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 아니겠느냐는 묘

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보는 낭월이다.



그리고 학자는 몸을 줄이는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 아닌

가 싶은 결론을 내려 보기도 한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처음에

는 점점 복잡해지는 이론들로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공부를 점차로 깊이 파고

들면서 생각의 단순화를 느끼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리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에 연구하던 복잡하고도 어수선한 여러 이론들을 하나하나 줄여가면서 정

돈이 되는데, 이렇게 하다가 보면 마지막에는 아마도 점(点)이 하나 남지 않을

까 싶다. 그러면 그 무렵에 가벼운 바람을 타고 대해로 날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

은 생각을 해본다. 경봉스님께서 하신 말씀에 허공에 점을 찍는 소식을 아느냐

는 것이 있는데, 혹 그 점이 이 점은 아닐지.....



그리고 영혼이 가벼워야 한다는 말도 있다. 업장의 무게에 눌려서 지옥으로 떨

어지고, 벗어나기 어려우니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

라는 말이 또 생각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은 한 순간에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많은 시간이 필요

할 것이고, 그렇게 정리를 하고 비워가노라면 나중에는 한 점만 남을 것이다.

그 점이 남거든 바람이 불기만을 기다리도록 하자. 그러나 이대로는 곤란하다.

몸이 무겁게 되면 바람이 아무리 강하게 불어도 얼마 날아가지 못하고 이내 마

른 길바닥에 팽개쳐지고 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몸집 줄이기

에 최선을 다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낭월의 소견에 동의를 하

신다면 벗님께서도 이미 힌트를 얻으셨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잠시 나른한 봄날에 공부는 하기 싫고 해서 망상을 부려보는 낭월이다. 다시 정

신 차리고 노력을 해야지.....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