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화] 분주다망(奔走多忙)

작성일
2002-03-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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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분주다망(奔走多忙)

말로는 분주하다고 하면서도 ‘과연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분주한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가는 요즘이다. 임오년(壬午年)이 시작되면서 서서히 분주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증거로는 한담을 올린지가 언제인데 다음 글을 못 올려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 날짜가 꽤 오래 된 기분이 드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게 생각이 된다. 과연 요즘 지내가는 시간들이 너무 분주한 모양이다. 도대체 무슨 일들로 그렇게 분주하게 살아가는지 곰곰 생각을 해봤다. 아침의 싸~한 공기를 느끼면서 모처럼 망중한(忙中閑)이라고, 커피 한 잔을 들고 녹화되는 비디오를 감시하면서 근황(近況)을 보고말씀 드린다.

1. 비디오 촬영

지난 한담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 작업으로 인해서 근 한달 정도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겨우 오늘 아침까지 8편의 원본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약속은 3월 1일 경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다음 주나 되어야 약속한 10편의 강의테이프가 완료될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비로소 약속을 지키고 마음의 짐을 벗게 될 것이라는 점으로 겨우 한 고민 놓게 된다는 것인데, 뭐든지 그렇지만 낭월의 편재는 여전히 서두르는 천성대로 부산을 피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로 구입한 디지털 캠코더는 화질이 이전의 아날로그 캠코더와는 상당히 다른 화질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보시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염려가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이 카메라의 지능이 높아서인지는 몰라도 앞에서 강의를 하다가 낭월이 잠시 화면에서 사라지면 난리가 난다는 점이 화질을 오히려 어지럽게 만든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인물을 따라서 스스로 초점을 맞추는 것은 좋은데, 그 인물이 사라지면 어디에 포인트를 줘야 할지를 몰라서 당황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흔들리는 부분에 대해서 이해를 해주실지 모르겠다. 여하튼 완벽한 작품은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고 그냥 공부용으로만 이용을 해 달라고 해야 하겠고, 예술 작품은 아니니 너무 화질에 대해서 기대를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점차로 좋아진다고 생각은 된다. 기본적으로 10편을 완료한 다음에는 경험치가 또 높아질 것이므로 다음의 10편은 좀더 나은 상태가 되지 않겠느냐는 위로를 삼는다. 이 작업이 시간을 빼앗는 가장 큰 원흉이라고 해야 하겠다.

2. 낭월명리학당 지부(支部)

감로사에서 공부를 하신 선생을 중에서 오로지 낭월의 방식대로만 운명상담을 하겠다고 생각하시고 그대로 시행하고 있는 경우에는 지부의 명칭을 사용하도록 해서 나름대로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계획을 세운 것도 임오년이 시작되면서 벌린 일이다. 그리고 이전에 모임을 만들었다가 실패를 했던 경험을 살려서 이번에는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게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서 그에 따르지 않으면 즉시로 지부에서 제외하도록 한다는 정관(定款)도 만들고, 영업을 하는 경우에는 방문도 해서 실제로 상담을 한 감정지도 살펴보면서 일일이 신경을 쓰느라고 그 바쁜 중에도 영남일주도 하고 또 다른 곳도 둘러보려니 얼마나 바쁘겠냐만 여하튼 언젠가는 시작을 하려고 계획은 오래 전부터 했던 일인지라 내친 김에 추진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도 지부의 개설을 취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원칙대로 하겠노라고 약속을 하고 정관에 도장도 찍었는데, 나중에 살펴보니까 약속은 건성이고 수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도장을 찍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니 다소 씁쓰레한 기분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부득이 허락을 취소하고 자신의 능력대로 영업을 하라고 권유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도 그 사이에 있었으니, 원래가 모질지 못한 낭월이 이러한 것을 정리하기에도 쉽지 않은 일인지라 그야말로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얼마나 신경을 쓰겠는가를 이해실지 모르겠다.

3. 예고없는 방문자들

이것도 유명세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다만, 요즘은 전화예약을 하지 않고 그냥 쳐들어오는 방문자들로 인해서 또 시간을 빼앗기는 일이 허다하다. 큰맘먹고 작업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자동차 엔진 소리가 먼저 방문을 노크한다.

“저.... 계십니까?”
‘...........(또 누꼬.... 약속한 사람 없는데....’
“실례합니다.”
“예, 누구세요.”
“스님을 좀 뵈려고 왔는데요.”
“오늘 약속 하셨는지요?”
“아닙니다. 계시면 뵙고 안 계시면 그냥 절이나 하고 가려고요.”
“미리 연락을 하고 오셔야지요......(궁시렁 궁시렁)”
“예, 그래야 하는데, 하도 바쁜 분이신 것 같아서 그냥 와봤습니다.”
“들어오시지요.....”

아무리 내가 바빠도 그렇지 이 산고랑까지 방문을 한 사람을 문 밖에 세워놓고 더 길게 이야기하는 것도 너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고노무 정관땜시....) 일단 들어오시라고는 하면서도 마음은 딴 곳에 가게 되는 것은 나도 내 삶의 스케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짜겠노. 책을 보다가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그래도 다소 호의적이라고 해야 하겠는데, 그냥 소문을 듣고 온 방문객은 덜 호의적이다. 이렇게 방문자를 선별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면서도 이야기를 쉽게 들어주는 사람과 짜증나게 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을 갖는 것은 또한 당연한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기도 한다. 하하~

여하튼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방문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미리 약속된 작업은 자꾸만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늘 부담인 것이다. 그렇다고 멀리서 왔다면서 온 김에 완전히 진을 빼고 갈 심사를 보면서 ‘이것도 아마 전생에 빚을 많이 져서 일꺼야.....’를 중얼거리는 소리는 방문자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에구~~~

앞으로는 상담실겸 연구실을 경비실 뒤쪽에다가 둬야 할 모양이다. 그래서 미리 약속되지 않은 사람은 냉정하게 문전박대를 하도록 해야 할까부다. 스스로는 그냥 가시라는 말을 도저히 하기가 곤란하니까 그런 일은 남을 시켜야지뭐.

그런데 어저께는 한 사람을 돌려보냈다. 미리 약속도 하지 않고 온 것은 당연하고, 너무 지쳐서 좀 쉬려고 누웠는데, 찾아온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연지님이 낭월의 관상을 살핀다.

“누가 오기로 했나?”
“오늘은 엄따.”
“그래도 만나줘야 할꺼 아이가?”
“그냥 가뿌라케라~”
“찾아온 손님인데....”
“손님은 무신 손님.... 불청객이지.”
“그러마 우야꼬?”
“우야긴, ‘스님이 바빠서 예약을 하지 않으시면 면담이 어렵습니다.’라고 말하고 다음에 연락하고 오시라케라.”
“우예 그카노....”
“어허~ 시키는대로 하라카이 내가 지쳐서 자빠지는 거로 봐야 알겠나~!”

해서 그 일진 사나운 방문객은 처음으로 면담을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이 되었다. 참말로 많이 미안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고 해야 하겠다. (그 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양해 바랍니다. 다음에 연락하고 찾아 주세요.)

4. 이렇게 삽니다.

낭월의 근황이라도 전해 드려야 벗님의 궁금증이 덜하실까 싶어서 이렇게라도 두서없이 소식을 전해 올린다. 앞으로 비디오 열편이 다 만들어지고 나면 다소 시간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때가지는 한담이 좀 지연되더라도 양해 바란다는 말씀을 차제에 올린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일이 다 말씀으로 드리지도 못할 지경이다. 아들 녀석 자취방도 빼야하고, 밭에 노타리도 쳐야 봄 곡을 붙일텐데 그럴 겨를 도 없다. 고모님은 뭔가 심고 싶으신데 밭이 그 모양이니 말씀은 못하시고 나름대로 답답하신 모양이다. 쩝쩝~

며칠 전에는 전화가 왔는데, 모 방송국에서 적천수강의(滴天髓講義)를 방송에서 시도하면 어떻겠느냐는 문의를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한국의 실정에서 적천수를 방송한다는 것은, 글쎄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의 정황을 들어서 불가하다는 말은 해줬는데, 낭월이 원하는 대로 해준다면 방송을 할 의사가 있느냐고 하기에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 보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그 제의를 수용한다는 것이 현재의 한국 방송 사정으로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낭월도 너무 잘 알고 그 담당자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별로 기대는 하지 않는데, 실은 그렇게 해준다고 해도 고민은 고민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유는 얼마나 많은 속박을 받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여하튼 이렇게 분주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하~”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