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화] 나이따라 변하는 사람의 마음

작성일
2001-06-1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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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나이따라 변하는 사람의 마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갑자기 빠져버린 115화가 왜 등장을 하느냐고 질문을 하실 벗님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누가 자료를 정리하면서 115화가 왜 없냐고 해서 살펴보니까 건너뛰기를 한 모양이다. 아마도 당시로는 뭔가 다른 것을 적다가 깜빡하고 뛰어 넘은 모양인데, 그대로 넘어 가버린 것 같다. 그래서 번호가 빠지면 소화가 되지 않는 벗님이 혹 계실지도 몰라서 여기에 채워 넣는다. 하하~)

낭월이 아무리 심리학을 연구한다고는 하지만 또한 팔자와 무관하게 나이를 먹어 가면서 달라지는 사람의 마음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해야 하겠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지는 마음속에는 운의 흐름에 따른 작용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공통으로 적용이 되는 '인생의 時間'에 의한 작용이 어찌 없겠느냐는 것도 생각을 해야 하겠다. 오늘은 이 점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1. 어린아이의 마음은 다 같다.


물론 다 다를 것이다. 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하더라도 세심하게 살펴본다면 너무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아이 셋 키우면서 얻은 경험치이다. 그냥 객관적으로 보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또한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하겠는데, 그 중에서는 아무래도 극히 이기적이라고 하는 것을 고려하게 된다. 그리고 특히 조용히 해야 할 분위기에서 마구 울어대는 어린아이를 붙잡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 엄마의 난감한 표정을 보면 참 어린 녀석이 엄마 마음을 몰라준다고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남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어린아이의 특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니까 어린아이, 적어도 6세 이전이라고 한다면 무슨 짓을 하거나 크게 허물이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하겠고 오히려 천진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오히려 이러한 나이에 너무 주변을 의식한다면 '애늙은이'라고 생각하고 징그럽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무리 각자의 특성이 다르다고 하고, 또 관살이 넘치는 아기라고 하더라도 일단 어린애의 특성인 이기적인 성분은 그대로 존재한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그러나 오늘 드릴 말씀은 이게 아니므로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도입부라고 생각하시고 넘어가도 아무런 상관이 없겠다.

2. 장년(壯年)과 노년(老年)의 사이

예전에 수석(壽石)을 좋아해서 돌을 주우러 다니면서 관련 책도 열심히 봤던 적이 있다. 지금도 물론 돌은 좋아하는데, 그 당시에 탐석인들의 이야기를 모은 '一生一石'은 재미있는 돌쟁이들의 경험담이 듬뿍 깃 들어 있었던 책이기도 하다. 지금도 나오는지는 모르겠는데, 분재수석이라는 제목으로 격월간지도 있었는데, 그 사이에 낭월도 많이 변했던 모양이다. 세월은 변화를 시키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하는 말이 가끔은 새삼스럽기도 하면서 만고의 진리라고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 당시 어느 애석인(愛石人)의 수필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낭월이 소화를 시킨 이야기를 해드린다. 상황은 각색을 하지만 내용은 벗어나지 않음을 상기시켜 드리면서......

'이른 새벽 날도 새기 전에 다들 설레는 마음으로 남한강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당시에는 단양이 수몰되기 전이었고, 탐석에 대해서도 자연훼손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은 시절이었기에 누구나 자유롭게 돌을 주워올 수가 있는 그야말로 애석인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아침식사는 차안에서 김밥으로 때우고는 아침녁의 돌밭에서 자신의 꿈을 마구 펼치면서 오늘은 참으로 명석을 하나 얻겠다는 다부진 마음으로 자리를 잡는다. 낚시꾼이 자리에 앉으면서 생각하는 월척의 꿈과 다르다고 못할 것이다.

오후 새참 때가 되면 어느 사이에 모은 돌은 작은 산을 연상시킬 정도이다. 나름대로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모두 모아서이다. 그리고는 수석감으로의 심사에 들어가는데 여기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주로 나이가 젊은 사람들이 돌을 고르는 모양을 볼라치면 웬만하면 돌을 세워서 감상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것에서 힘이 느껴진다. 만약 귀하에게 길쭉한 형태의 돌을 하나 준다면 귀하의 나이가 젊다면 세워서 볼 것이고, 60이 넘어간다면 아마도 뉘여서 놓고 볼 것이다. 그리고 오래도록 탐석(探石)을 다니면서 이러한 원칙은 거의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우면서도 인생은 여전히 일정한 테두리를 두고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3. 초보자와 고수의 차이

심미안(審美眼)에 따라서 구분한다면, 우선 돌을 찾아다닌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에 따라서 보는 눈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초보자와 고참으로 구분을 한다면 초보자는 주로 뭘 닮았느냐는 것이 관점이다. 그리고 물개를 닮은 돌을 가장 많이 찾아내는데, 물개는 두리뭉실하고 맨들맨들한 것이 특징이며 약간 구부러지면 제격이라고 하겠는데, 여기에 수염의 흔적으로 주름이라도 끝에 조금 보이면 발광을 하고 난리부르스를 추는 것도 초보자의 탐석여행에서 잊지 못할 감동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곰을 닮았다거나, 달마를 닮았다고 하면서 스스로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것도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자신만의 특권이라고 해야 하겠다. 이러한 장면들이 초보자들이 즐기는 탐석여행이다.

반면에 고수가 되면 그들의 시야(視野)는 이미 물형석(物形石)에서 저만치 멀어져있다. 개를 닮았거나, 닭을 닮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봐도 별로 감동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야는 벌써 아득하게 멀어져서 풍경석(風景石)이나 추상석에 머물고 있기 때문인데, 이들은 애써서 돌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오전 내내 주변의 경치를 즐기면서 놀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젊은 사람들은 그러한 장면을 보면 늙어서 기운들이 없으니 그 정도의 여행에도 지쳐서 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거나 말거나 그냥 웃으면서 남들이 탐석하는 것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특히 초보자의 의욕적인 노력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도 아는 사람이나 알 일이다.

그렇게 초보들이 돌을 모아서 정리하고 자신이 갖고 갈 것을 다 챙긴 다음에서야 비로소 슬금슬금 나타난다. 그리고는 '다 봤느냐'고 하고는 '그렇다'는 승인을 받으면 이제 나머지는 포기를 하겠다는 의미가 되므로 자신이 눈 여겨 봐뒀던 돌 한 점만 들고는 차에 오른다. 물론 초보는 참으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겠지만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는다. 처음에 초보자가 봐도 약간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을 해서 모았지만 나중에 냉정하게 배낭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자꾸만 뒤로 밀리는 것이 산수경석(山水景石)이라는 것을 이 노인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쓰레기(?)를 다 주워가고 남은 자리에서 노다지를 얻는다는 묘한 속담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도 탐석장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그렇겠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였는데, 벗님도 여기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돌밭을 거닐어 보시라고 권한다. 어떤 돌이 눈에 들어오는지를 살펴서 자신의 돌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는 것도 무익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어서이다. 그리고 도심에서 돌밭에 가는 것이 어려우신 경우에는 수석가게를 기웃거리는 것도 같은 결과가 된다는 것을 참고하시면 되겠다. 문득 생각이 나는 것은 예전에 20여전 전에 미도파백화점의 통로에는 수석장이 있었는데, 계단을 이용해서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그 가운데에서 맘에 드는 양석(男根을 닮은 물형석)이 있었는데 당시의 가격이 60만원이었다. 돈이 있었더라면 아마도 그 돌은 구입을 했을 것이다. 약간 탄력이 있게 휘어진 모습과 중간으로 혈관(또는 尿道)으로 봐야 할 주름도 포함해서 참으로 잘생긴 물형석이었다는 생각이 지금도 삼삼하다. 그리고 언제라도 그 돌을 본다면 바로 알아볼 정도로 매력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당시의 돌보는 눈은 물형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도 되는 셈이다. 하하~

4. 조경을 하는 데에도 작용하는 연령

양양 낙산사의 홍련암으로 가는 길 주변에 약간의 조경석이 치장되어 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일을 하던 조경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생각이 든다. 그 무렵에는 낭월이 홍련암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을 놓는 장면에서 궁금한 것이 생긴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는데, 그 조경사의 나이는 60세가 넘은 나이였고, 그의 돌 놓는 솜씨를 보면서 또 한 수 배우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돌을 놓는 데에도 법이 있나요?"
"그럼요. 다 법이 있지요."
"어떻게 하는데요?"
"우선 돌의 얼굴을 찾아야 합니다."
"돌에도 얼굴이 있나요?"
"그렇지요. 이렇게 번번한 곳이 얼굴입니다."
"납작한 곳을 두고 하는 말이군요."
"그렇지요. 이 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합니다."
"간단하네요."
"그럼요. 뭐든지 알고 나면 간단하지요."
"그럼 선생님은 얼마나 연구를 해서 깨닫게 되셨나요?"
"놀 놓기 약 40년 정도 하니까 비로소 안목이 트이네요."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요?"
"아마도 우둔해서이겠지요."
"그럼 처음에는 어떻게 보이는데요?"
"처음에는 돌을 보면 무엇을 닮았는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체로 물체는 서있는 형상이지요."
"그렇겠네요."
"그러니까 웬만하면 세워 놓으려고 애를 쓰지요."
"그렇겠네요. 그리고 그게 정상 아닌가요?"
"허허~! 스님도 젊어서 그렇군요."
"그럼 나이가 들면 돌의 얼굴도 달라지나요?"
"돌에도 온갖 얼굴이 있지요."
"예를 들면요?"
"때로는 힘찬 파도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그렇겠군요."
"또, 때로는 편안히 누워있는 사자를 생각하기도 하지요."
"같은 돌인데도 그렇군요.... 재미있네요."
"홍련암 앞에 있는 돌을 생각해 보세요."
"우뚝하게 서있는 돌 말이군요."
"아마도 그 돌을 쌓은 사람은 젊은 사람일 겁니다. 힘이 느껴지지요."
"그렇군요. 그냥 무심코 봤는데요......"
"세상에 마음이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요."
"그런가요?"
"하다 못해 길가에 뒹구는 돌 하나에도 마음이 있지요."
"대단한 말씀이시네요."
"쓸모가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요?"
"모두 쓸모가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돌의 얼굴을 찾는 것이 큰 즐거움이랍니다."
"그렇군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뭘요. 젊은 스님이 질문을 잘 하시네요. 허허~!"

대략 이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배운 것은 탐석을 하는 마음과 조경을 하는 마음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들이 떠오르는 것은 화진포를 가보고서 들었던 생각들이다.

5. 화진포를 가보셨나요?

낭월은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화진포를 가봤다. 통일전망대를 다녀오면서 들렸는데, 길가에 이승만 별장과 김일성 별장이라고 하는 안내문이 있어서 호기심이 동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은 나이든 사람은 편안한 공간을 좋아힐 것이고, 젊은 사람은 힘찬 전망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두 사람의 자리를 비교해보고 싶어서 입장료를 내고 둘러본 결과 얻은 답은 역시 사람의 마음은 같다는 것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

호수근처에서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산등성이에 올라가면 바다가 보일성 싶었다. 그렇게 호수를 지그시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기고 말년을 정리하던 노인의 모습이 연상될 장면이었다. 약간의 계단은 운동에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김일성의 별장

바다가 바로 정면에 존재하는 힘찬 자리에 잡혀 있었다. 앞이 구만리로 확 트인 그런 자리였다. 너무도 힘찬 장면이었고, 젊은 혈기에 마음에 들었을법한 자리라고 해서 과언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후에라도 벗님이 그 지역을 지나칠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 들려 보시기 바란다.

★이기붕의 별장

이기붕의 별장은 바다도 뒤에 끼고 호수도 앞에 둔 그야말로 모두를 다 얻고자 하는 야망이 보이는 자리라고 장면 설정을 해봤다. 그의 욕망으로 인해서 인품이 있는 주인까지도 오명을 남기게 되는 연출이 발생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삶의 여정들이 그가 머물렀던 별장에서도 연결을 지을 수가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예전에 읽은 '돌 이야기'와, 들었던 '조경 이야기'들이 연결되면서 과연 인생의 흐름은 거기에서 거기라고 하는 별다른 수가 없다는 생각으로 혼자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벗님은 어떤 생각이신지 살펴보시고 조경이나 수석을 보시더라도 한번 이 이야기를 떠올려 주시면 고맙겠다.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