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밭도 기웃기웃...

작성일
2019-07-06 06:35
조회
686

가지밭도 기웃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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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연일 폭염주의보를 알리고 있으니 어디론가 나들이를 생각하는 것에도 제법 용기가 필요한 계절이다. 찌는 듯한 더위와 대책없는 모기의 공격을 감내할 정도로 멋진 곳이 있다면 또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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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에는 대안이 있기 마련이다. 밭으로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90mm마크로 렌즈만 들고 나가면 된다. 그 속에서 또 재미있는 그림을 만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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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방울토마토랑 놀았으니 오늘은 가지랑 놀자. 가지 몇 포기 심어놓은 것에서도 꽃이 만발하고 있으니 여름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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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차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꽃을 만날 수가 있으니 흡사 타임랩스를 사용한 것처럼 다양한 모습을 얻을 수가 있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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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랩스로 찍어보는 것도 좋긴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큰 감동을 주지는 않아서 그것도 심드렁하다. 그냥 이렇게 한 컷의 사진이 더 매력적인 이유는 열 가지도 넘지 싶다. 무엇보다도 사진은 정지영상이다. 사진이 움직이면 그건 사진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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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식물의 절정은 개화(開花)이다. 언뜻 생각하면 열매가 절정인 것 같지만 그것은 결과이다. 기승전결(起承轉結)로 본다면 마지막의 결(結)에 해당할 따름이라는 이야기이다. 인생으로 논하면 생장숙장(生長熟藏)의 여정에서 장(藏)에 해당하는 노인이 삶의 절정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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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삶을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은 염세주의자들이 만든 각본일 뿐이다. 어찌 삶이 태어나서 바로 늙고 병들어 죽는단 말인가? 긴 삶에서 본다면 태어남과 늙음의 사이야말로 삶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것이고, 절정도 그 안에 고스란히 포함되어 있는데 그런 것을 모두 가리고 '(어쩌다 태어나긴 했지만) 나서는 이내 늙고 병들어 죽는 존재'라는 것만 부각시킨다. 부처가 이런 말을 했다면 부처의 정신도 온전한지 살펴 볼 필요가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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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 - 환희의 탄생이다.
장(長) - 희망의 성장이다.
숙(熟) - 지혜의 완숙이다.
장(藏) - 지식의 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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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의 암술 끝에서 환희의 노래를 부르는 노린재 한 마리를 본다. 이것이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자연은 생로병사가 아니라 생장숙장이다. 이 순간의 환희를 노래하는 기쁨에 가득한 자연의 환타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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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의 사진놀이에 갑자기 끼어든 변주곡이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들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것을 즐기면 그뿐이다. 결혼식을 위해서 반지를 찾으러 가던 신부가 공사장에서 쓰러진 전봇대의 벼락으로 삶을 마감하게 될 줄을 어찌 안단 말인가. 다만 오늘 이 순간을 노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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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술이 고양이 발바닥을 닮았군...
아니, 오봉산을 닮았나?
수술은? 그러게... 첨 보는 모습이라
다만, 가지꽃의 암술을 닮았다고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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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술만 보다가 문득 주변을 보기도 한다.
아니, 주변이 보이기도 한다.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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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들이 잎을 갉아먹었군. 누군가에게 한끼의 식사를 제공했던 흔적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 꽃잎들은 벌나비와 하릴없는 낭월을 부르기 위한 위장일 따름이니깐.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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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향연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결실로 향하는 흐름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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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결실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자궁 속에서 잠자고 있는 아기의 모습이 이렇겠거니 싶다. 두꺼운 벨벳의 막에 쌓여서 새근새근 잠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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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을 먹고 결실로 향한다. 모든 것은 시간에 달렸다. 완전한 결실을 보거나, 혹은 중간에 다른 생명체에게 밥이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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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자주색....
곱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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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색이라고 하면 안 된다. 노란 가지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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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충분히 잘 놀았으니 다음에 보자. 땡볕이 슬슬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니까 얼른 시원한 곳으로 찾아가야지. 이것은 동물이 할 수 있는 능력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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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피고...
또, 피고 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