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밭도 기웃기웃...
작성일
2019-07-0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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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밭도 기웃기웃...
날씨가 연일 폭염주의보를 알리고 있으니 어디론가 나들이를 생각하는 것에도 제법 용기가 필요한 계절이다. 찌는 듯한 더위와 대책없는 모기의 공격을 감내할 정도로 멋진 곳이 있다면 또 몰라도....
이럴 때에는 대안이 있기 마련이다. 밭으로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90mm마크로 렌즈만 들고 나가면 된다. 그 속에서 또 재미있는 그림을 만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방울토마토랑 놀았으니 오늘은 가지랑 놀자. 가지 몇 포기 심어놓은 것에서도 꽃이 만발하고 있으니 여름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시간차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꽃을 만날 수가 있으니 흡사 타임랩스를 사용한 것처럼 다양한 모습을 얻을 수가 있는 재미가 있다.
타임랩스로 찍어보는 것도 좋긴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큰 감동을 주지는 않아서 그것도 심드렁하다. 그냥 이렇게 한 컷의 사진이 더 매력적인 이유는 열 가지도 넘지 싶다. 무엇보다도 사진은 정지영상이다. 사진이 움직이면 그건 사진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뭐니뭐니해도 식물의 절정은 개화(開花)이다. 언뜻 생각하면 열매가 절정인 것 같지만 그것은 결과이다. 기승전결(起承轉結)로 본다면 마지막의 결(結)에 해당할 따름이라는 이야기이다. 인생으로 논하면 생장숙장(生長熟藏)의 여정에서 장(藏)에 해당하는 노인이 삶의 절정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흔히 삶을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은 염세주의자들이 만든 각본일 뿐이다. 어찌 삶이 태어나서 바로 늙고 병들어 죽는단 말인가? 긴 삶에서 본다면 태어남과 늙음의 사이야말로 삶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것이고, 절정도 그 안에 고스란히 포함되어 있는데 그런 것을 모두 가리고 '(어쩌다 태어나긴 했지만) 나서는 이내 늙고 병들어 죽는 존재'라는 것만 부각시킨다. 부처가 이런 말을 했다면 부처의 정신도 온전한지 살펴 볼 필요가 있지 싶다.
생(生) - 환희의 탄생이다.
장(長) - 희망의 성장이다.
숙(熟) - 지혜의 완숙이다.
장(藏) - 지식의 저장이다.
가지꽃의 암술 끝에서 환희의 노래를 부르는 노린재 한 마리를 본다. 이것이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자연은 생로병사가 아니라 생장숙장이다. 이 순간의 환희를 노래하는 기쁨에 가득한 자연의 환타지를 본다.
낭월의 사진놀이에 갑자기 끼어든 변주곡이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들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것을 즐기면 그뿐이다. 결혼식을 위해서 반지를 찾으러 가던 신부가 공사장에서 쓰러진 전봇대의 벼락으로 삶을 마감하게 될 줄을 어찌 안단 말인가. 다만 오늘 이 순간을 노래할 뿐이다.
암술이 고양이 발바닥을 닮았군...
아니, 오봉산을 닮았나?
수술은? 그러게... 첨 보는 모습이라
다만, 가지꽃의 암술을 닮았다고 밖에는...
꽃술만 보다가 문득 주변을 보기도 한다.
아니, 주변이 보이기도 한다. 저건.....
방문자들이 잎을 갉아먹었군. 누군가에게 한끼의 식사를 제공했던 흔적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 꽃잎들은 벌나비와 하릴없는 낭월을 부르기 위한 위장일 따름이니깐.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음을....
꽃의 향연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결실로 향하는 흐름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결실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자궁 속에서 잠자고 있는 아기의 모습이 이렇겠거니 싶다. 두꺼운 벨벳의 막에 쌓여서 새근새근 잠잔다.
그렇게 시간을 먹고 결실로 향한다. 모든 것은 시간에 달렸다. 완전한 결실을 보거나, 혹은 중간에 다른 생명체에게 밥이 되거나.
짙은 자주색....
곱기도 하지.....
가지색이라고 하면 안 된다. 노란 가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충분히 잘 놀았으니 다음에 보자. 땡볕이 슬슬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니까 얼른 시원한 곳으로 찾아가야지. 이것은 동물이 할 수 있는 능력이잖은가.
피고 피고...
또, 피고 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