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새둥지 대소동
작성일
2019-05-17 07:53
조회
849
딱새둥지 대소동
연지 : 어~~ 큰일났어요~~!!! 어서 나와봐요~!
낭월 : 왜? 무슨 일이야?????
부리나케 나가보니, 대야에 딱새 새끼를 담아놓고는 어쩌 줄을 몰라한다.
낭월 : 뭐하노?
연지 : 이 아이가 뛰어내렸어요. 어떡해요~?
낭월 : 어허~! 뽈뽈대더니만 기어코 일어날 일이 일어났구먼.
연지 : 근데 집어넣어봐도 도로 나오니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는 사이에 어미는 벌레를 물고 와서는 난리를 친다. 자기 새끼들을 아지매가 다 줏어가는 것으로 알테니 그럴만도 하겠다. 제 정신이 아니다.
내 새끼들 어쩔꺼냔 말이지? 연지님의 마음을 아무리 보여주려고 해도 그걸 우째 알겠노 말이다. 그래도 이 상태로는 새끼들이 둥지에 앉아있을 상황이 아니다. 난간도 없고....
낭월 : 일단 넣어줘봐라.
연지 : 그렇긴 한데....
연지 : 이 쪼맨한 녀석이 어찌 그리 빠른지 정신없이 달아나잖아요.
낭월 : 한참 바빴구나. 하하하~~!! 넣어줘봐~!
함지박 안에서 날아 오를 수가 있을 때까지 그대로 있으면 좋잖여... 야생성이 있어서 다리에 힘이 있으니깐 마구마구 뛰어다니는 새끼들 다섯 마리이다.
아..... 우짜노.... 이 철부지들.... 쯧쯧~!
요 녀석이 다시 뛰어내리려고 눈치만 본다. 연지님이 흡사 아기들 엄마 같다. 허둥지둥 둥지에 밀어넣는 모습을 사진찍으면서도 재미있어서 혼자만 신났다. ㅋㅋㅋ
아이들 다칠까봐 장갑을 끼고 낙하를 막아 보지만.....
연지님 속도 모르는 요놈은 틈만 보고 있는 것같다.
일단 함지박을 원래대로 덮어본다. 턱이 없어서... 낙하방지턱이 필요한데.... 아직은 떨어져서는 안 되는데... 순식간에 오만 생각이 다 든다.
속도 모르는 어미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안전조치도 생각이 없는지 바짝 다가와서 어쩔 꺼냔다. 내 새끼들 어쩔껀데요? 뭘 어째 이녀석이 애초에 터를 잘 보고 집을 지었어야지. 낙하방지에 대한 생각은 못했구먼. 쯧쯧...
또 갑자기 툭~!
새끼 한 놈이 떨어져서는 가스통 뒤로 숨는다.
그걸 또 찾느라고 바쁜 연지님... 우짜노.... ㅋㅋㅋ
요놈은 또 구석으로 달아난다.
삐약삐약하니 새끼들 다 잡아가나 싶어서 어미만 애가 탄다.
어쩔껀데요~~~!!!!
어쩌긴 뭘 어째. 자리 잡아주는 거지.
연지님은 새끼들 밀어 넣느라고 바쁜데 어미는 새끼들 안전이 더 걱정이겠지. 코앞으로 날아와서 난리도 아니다. 참 볼만한 풍경이긴 하다.
또 밀어넣지만....
이것이 해결책은 못 된다는 것을 알만 하다... 우짜지......
또 떨어진 새끼를 보고 어미도 상황의 심각성을 감지했나보다. 말을 할 수가 있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미 : 아, 어떻게 좀 해 봐요. 새끼들이 자꾸 떨어지잖아요~~!!
낭월 : 그러니까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어미 : 시님도 참 머리가 나쁘시네요. 새끼가 또 떨어졌잖아요~~!!
낭월 : 얌마! 애초에 위험한 곳에 집을 지은게 잘못이지!
어미 : 과거가 뭔 소용이예요!! 지금 문제를 해결해 주셔야지요!!
낭월 : 내... 참... 할 말 없다. 그래 방법을 찾아 보자.
이런 대화를 하고 싶었더란 말이지... ㅎㅎㅎ
다시 가스통 뒤로 숨었던 아기를 찾아내서 도리없이 대야에 담았다.
그리고는 입구 앞의 양동이 위에 얹어놔봤다. 갑자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도 안 떠오르고....
순간, 대야에 든 새끼를 보면서... 엄마는 뭔 생각을 했을까......
'너희들이 엄마를 잘못 만나서 고생이 많구나...' 라고 생각할까?
아무래도 뭔가 해결책을 찾아보긴 해야 하겠는데.....
그래,
많이 심란할게다....
이해가 된다.
아무렴....
'드디어~!'랄 것도 없이 얼렁뚱땅 해결책을 찾았다.
녀석도 잠시 바뀐 상황에 대해서 어리둥절 한 모양이다.
목의 털이 회색인 것은 암컷이다.
딱새 수컷은 이렇게 가슴 털이 황색이기 때문에 구분이 된다.
수컷은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암컷은 이렇게 옆에서 온갖 간섭을 다 한다. 이것이 엄마임을 다시 절절하게 전해 온다. 자신의 생명보다도 새끼들의 안위가 우선인 모습이 생생하게 보이는 까닭이다. 그래서 또 자연공부를 한다.
'짜잔~~!"
이것이 해결책이다. 둥지들과 새끼들을 모두 대야에 담아서 넣어놓고 어미가 충분히 드나들 공간을 만들었다. 이제 깃털이 자라서 새끼들이 날아나오기 전까지는 안전하지 싶다.
엄마 : 아기들아 잘 있니?
새끼 : 찍짹찍짹~~~!!(시끌시끌~)
엄마 : 그래도 다행이다. 맘씨 고운 아지매를 만나서.
새끼 : 그래도 바깥에 나가고 싶다구요~!
바뀐 환경이 좀 어색하긴 하겠지만 어쩔 수가 없구나. 이렇게라도 낭월이 할 수 있는 선에서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이야기 해 주거라. ㅋㅋㅋ
그만하면 되었는지... 잠시 진정하는 어미를 보면서 몸을 숨겼다. 먹이를 물고서도 직접 새끼에게 다가가지 않는 어미의 경계심이 느껴져서이다. 그리고 확인했다. 숨어서 보니까 대야 안의 새끼들에게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그나저나.... 뭘 물었지? 개미도 아니고... 거미인가?
그리고 다시 사흘이 지났다.
새로운 환경에 아기들은 잘 적응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살며시~~~
갑자기 엄마의 깍깍~소리와 함께...
요 녀석들 봐라~~
제대로 숨었네~! ㅋㅋㅋ
"우린~ 엄따~~!!"
다행이다.
이제 날아오를 수 있을 날까지 무럭무럭 자라거라.
비로소 딱새 둥지를 잊기로 했다.
다시 엄마가 소리친다. "아가들아~ 조용히 해~!"
그래 걱정하지 말고 잘 키우거라.
요놈이 어디로 움직이나....
열심히 감시하는 눈망울을...
애써 모른척 외면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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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일이 지났다.
그 사이에 중국 장가계 여행을 다녀왔는데...
연지 : 딱새가 벌레가 아닌 깃털을 물고 다녀요.
낭월 : 왜? 그건 또 무슨 소식이지?
연지 : 새끼들이 모두 집을 떠났다는 이야기잖아.
낭월 : 그런가? 그런데 깃털은 왜?
연지 : 그야 다음 두번째의 새끼를 키울 준비인가 보네.
낭월 : 아, 그렇게 되나?
그래서 아침에 조용해진 둥지의 함지박을 열어 봤다.
모두 잘 자라서 이소(離巢)를 했구나.....
놀랍게도 깨~끗~하게 청소까지 하고 갔다.
다음 새끼를 준비하는 것인지.... 똥도 없이 치웠네..
근데, 고마우면서도 섭섭한 이 맘은 뭐지....?
자식을 키워서 출가시키는 부모의 마음일까?
어쩌면.... 그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