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순례⑨ 창덕궁 낙선재

작성일
2019-05-0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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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순례⑨ 창덕궁 낙선재(樂善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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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전(樂善殿)이 아니고 낙선재(樂善齋)인 것이 좀 특이하긴 하다. 어쩐 일인지 이름은 익숙하다. 창덕궁의 외딴 곳에 마련된 낙선재는 마지막으로 둘러보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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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의 일정상으로는 창덕궁(인정전,대조전,후원) → 창경궁 → 낙선재로 행로의 흐름을 따랐을 뿐이다. 길은 길이고 이야기는 이야기이다. 사진의 시간에 대한 기록을 참고하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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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창경궁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낙선재를 둘러보기로 했는데 낙선재로 향하는 입구에 곱게 핀 철쭉과 수양벗꽃의 자태가 하늘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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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를 둘러 보지만, 결국은 절반만 본 것으로 해야 할 모양이다. 뒷뜰의 위쪽에 있는 삼삼와, 승화루, 상량정, 한정당, 취운정은 접근을 할 수가 없도록 막아놨기 때문이다. 사정이 있어서 막아놨다면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열어 주겠지만 보존을 위해서 막았다면 그것을 둘러 볼 방법은 없는 것으로 하고 두산백과사전에서나 봐야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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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대 헌종임금이 왕실의 권위를 확립하고 개혁의지를 실천한다는 의미로 만들었다는데 느낌으로는 번잡한 국정을 회피하여 한가롭게 독서나 즐기고 싶어서 만든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또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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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도 궁금한 곳 중에 하나였다. 왜들 낙선재, 낙선재 하는지 궁금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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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문(樂善門)이 아니고, 장락문(長樂門)이구나. 그니깐 말이지. 편안하게 놀고 싶다는 마음이 여기에 떡! 하니 붙어 있는데 무슨 왕실의 권위를 논한담. 그러니까 핑계는 핑계고 회피는 회피인게야.

장락문을 보니까 후원의 연경당에서 본 장락문과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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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안면이 있더라니... 낭월은 확실히 이미지보다 텍스트의 인식력이 좋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겠다. 사람 얼굴은 돌아서면 잊어버리는데 이름은 오래 남아있는 것과도 서로 맥락이 닿아있는 모양이다. 이것은 글을 읽은 공덕이려니....

서체도 어딘가 비슷하다. 낙선재의 장랑문을 쓰고 더 많은 세월이 흘러서 연경당의 장락문을 쓴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글자에서도 세월이 느껴진다면 아무래도 허풍으로 봐야 하겠지? ㅋㅋ

혹시라도 같은 사람이 썼을까? 싶어서 자료를 찾아본다. 서체의 품격이 낙선재의 장락문 보다 조금은 떨어지는 듯 하면서도 자유로움이 배어있는 것으로 봐서 노년에 썼거나,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살았던 사람의 글씨였을 게다. 연경당의 글씨를 쓴 사람은 명확하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히 낙선재의 장락문은  대원군의 글이라고 한다. 어쩐지.... 낭월도 완전 봉사는 아닌 모양이다. 과연 호쾌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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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로 보이는 누각이 아마도 상량정(上凉亭)이겠군. 위가 서늘한 정자란다. 오가는 바람이 막히지 않으니까 더운 여름날에는 문을 열어놓고 모시적삼으로 수박이나 한쪽 먹으면 피서가 저절로 되지 싶다. 다만 지금은 오를 수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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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의 전경이다. 마당이 넓어 보이라고 12mm로 담았다. 이렇게 하면 비록 좁은 마당이라도 축구장 만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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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자 집의 매력은 역시 누각을 대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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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樂善齋)를 쓴 사람이 섭지선(葉志詵)이라고 되어 있어서 어떤 유명 인물이기에 여기에 현판을 달았을까 싶어서 검색을 해 보니까, 청나라 금석학자란다. 추사 김정희와의 친분으로 여기에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는 말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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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의 문살이 특이해서 눈길을 끈다. 중간부분의 공간이 하도 넓어서 출입할 적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모양이다. 아이들이 있었다면 매일 문구멍 때우느라고 엄마가 많이 바빴을 수도 있겠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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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자세히 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문틀과 문살만 보면 또 그런가보다.... 하지만, 다시 작은 세계를 들여다 보면 또 많은 의미가 그 안에 깃들어 있음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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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의 위와 아래에 있는 동그라미도 그렇다. 동그라미는 하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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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두 개의 마름모는 땅을 의미한 것일까? 의미는 만들면 생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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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퉁이를 받치고 있는 것은 박쥐일게다. 박쥐는 편복(蝙蝠)이라고 해서 복을 가져온다는 상징으로 즐겨 사용했던 문양인데 멀리에서 날아오는 박쥐의 모습이 절묘하게 연상되는 기법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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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하게 들여다 보면 박쥐가 날갯짓을 힘차게 하고 있다. 이런 짓을 하기 위해서라도 고화소를 내장한 카메라의 공덕이 무량하다. 앞으로 소니에서 1억화소의 카메라를 출시한다면 과부 땡빚을 내서라도 장만해야 하겠는데 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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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의 누각에서 바라보면 앞이 시원하게 보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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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에게 허용한 공간은 문지방 밖이다. 그래서 팔을 뻗어서 내부를 들여다 본다. 그냥 카메라 렌즈가 들여다 볼 따름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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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에서 앞을 보니까 시각이 이렇게 된다. 앞의 지붕 너머로 바깥 세상이 보이겠는데 지금은 날씨가 흐려서 그냥 뿌옇게 보이는 것인가 싶기는 하다. 저 방앞에서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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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과 금휘구나. 금휘가 물었다.

금휘 : 엄마, 옛날에는 방바닥을 뭘로 발랐어요?
연지 : 옛날에도 장판지가 있었지. 종이를 두껍게 만들었을 거야.
금휘 : 종이라면 물을 엎지르거나 하면 떨어지잖아요?
연지 : 그래서 콩기름을 발랐지.
금휘 : 콩기름이면 식용유요?
연지 : 식용유가 있었남. 그냥 생콩을 절구에 찧어서 자루에 넣고 문질렀지.
금휘 : 아하~~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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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의 문살도 시선을 끈다. 처음 보는 것은 뭐든 한번 더 보게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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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문살 사이에 숨은그림이 있을랑강.... 싶어서 확대해 본다. 그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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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의 도처에는 문양이 펼쳐진다. 담장에서도 예외가 없었구나. 육각형과 사각형의 조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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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의 오른쪽으로 나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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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누는 곳은 대략 이 쯤.....이겠다. 한정당이 바라보이는 것으로 가늠을 해 보니까 그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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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에 많은 화초를 심기 위해서 계단식으로 만든 것은 공간의 활용성에서 보면 현명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냥 석축을 수직으로 쌓아 올렸으면 이러한 그림은 얻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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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당(閒靜堂)이다. 정(亭)이 아닌 것을 보면 온돌방에 불을 넣고 머물 수가 있는 공간이라는 뜻일게다. 한가롭고 조용한 집이구나. 그러니 나그네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못들어 가보는 낭월에게는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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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서 멈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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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에도 멈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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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찾아오면 길이 열려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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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곳에 머무르는 한가로움은 전망도 포함해서 좋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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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낙선재 뒤뜰로 가려는데 마침 활짝 피어난 모란이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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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로 향하는 문이다. 하긴, 이러한 공간도 후원이긴 하다. 다만 후원(後苑)이 아닐, 후원(後園)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물론 여기도 대궐의 일부분이니까 후원(後苑)이라고 해도 안 될 것은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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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차차차~~!!!
예쁜 모델의 뒷태만 좇다가 자칫하면 그림 하나를 놓칠 뻔했다. 사실은 다른 블로그의 낙선재 이야기에서 박쥐가 문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는데, 혹시나... 내 사진에서도 하나 쯤은 붙어있을랑강... 싶어서 다시 뒤적거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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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그냥 흘러버리기 십상인 곳에도 눈길을 주면 또 없는 것이 살아나기도 하는 법이다. 좁디 좁은 툇마루 난간에 박쥐가 숨어 있는 사진을 찾았다.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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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이 사진에서 박쥐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4,200만 화소의 R3카메라가 아니고, 2,400만 화소의 M3카메라로 찍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된다. 그래서 또 하나 깨닫는다. 웬만하면 알삼으로 찍도록 하라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사진을 주워먹기 할 적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뭐 달리 방법은 없다. 단지 최선을 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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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석과 화초의 조화. 동과 정, 자연의 조화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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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의 꽃이 피지 않았으면 아쉬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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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석의 받침에도 글씨가 있네? 글벌레에겐 이런 것도 보인다. 뭐라고 쓴거냐? 소영주(小瀛州)네. 영주(瀛州)는 봉래(蓬萊)와 방장(方丈)과 더불어서 신신이 산다는 곳을 의미하는데, 이 괴석이 신선들이 사는 영주와 닮았다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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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삭에 구멍이 있으면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이 수석가의 견해이다. 이 좌대에는 새를 새겼나 싶은데 주작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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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 정도의 위치라고 보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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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의 문으로 낙선재의 누각쪽으로 난 문을 바라보면 이렇게 뚫렸다. 둥근 문을 지나면 사각의 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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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에 전등이 달린 것을 봐서 조선 후기에 기거했던 사람들의 손때가 느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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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서 앉아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다스려야 한다. 경비병에게 쫒겨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욕은 순간이고 사진은 영원하다'는 것도 무용지물이다. 그럴 정도의 뱃짱이 없는 낭월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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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면서 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고 깔깔대는 두 여인의 자태가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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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골목이 된 건물과 건물사이, 정확히는 석복헌과 수강재의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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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고목이 눈길을 끈다. 생사의 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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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문 밖은 창경궁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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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에도 난간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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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을 받치고 있는 것은 뭐라고 부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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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날겹한 칼끝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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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있으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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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복헌(錫福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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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석(錫)은 무슨 뜻일까....? 복(福)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어서 순간 의아하기도 하다. 무슨 사연이 있는 편액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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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에는, 헌종14(1848)년에 중건이 되었고, 석복헌에는 후손을 보기 위해서 맞아들인 후궁 경빈 김씨(慶嬪金氏)를 위해서 헌종이 마련해 준 처소란다. 유난히 경빈 김씨를 아꼈기 때문에 석복헌을 짓기 한 해 전에 자신의 휴식공간인 낙선재를 먼지 지었더란다. 후로 조선의 마지막 황후인 순정효황후가 1966년에 숨을 거둘 때까지 거처했던 곳이란다. 공개는 2006년에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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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석(錫)의 의미를 찾아보니, '하사하다'는 뜻이 있다. 그러니까 왕이 복을 하사하거나 하늘에서 자식복을 하사하는 의미로 해석하면 그런대로 통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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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돌아돌아 어딘지도 모르고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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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의 이름이 없으니까 기준을 삼을 수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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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지 않으니까 그냥 남겨 둔다. 아마도 옆문으로 들어가서 그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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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진 않더라도 이곳도 낙선재의 일부분임에는 틀림이 없으니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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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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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재(壽康齋)로구나. 수복강령(壽福康寧)의 뜻이겠거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살자는 뜻이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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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채에 있는 맨 안쪽의 건물이 수강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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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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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살은 띠살문으로 되어 있다. 그야말로 가로와 세로의 음양으로 조합을 한 문이 소박한 정감을 자아낸다. 흔히 보던 한옥의 문이기도 하다. 가로의 동살과 세로의 장살이 교차하면서 꽉 물고 있기 때문에 매우 견고한 구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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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된 구조인가 보다. 위에는 사람이 거처하고, 아래에는 허드레로 물건을 두거나 하는 곳간처럼 사용하는 것이려니 싶다.

내친김에 문살공부~!

20190502_114636[자료출처] 대원사출판사http://www.daewonsa.co.kr/main/index.php 


만(卍)자 문, 아(亞)자 문, 용(用)자 문이 있다. 만자는 완자라고도 하는데 한자로는 만자가 많으니 만자문이라고 해야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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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끝에 작은 문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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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담 사이로 난 쪽문은 무슨 의미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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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낙선재에는 이런 형식의 문들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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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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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금극목(金剋木)이 아니라 금생목(金生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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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재 앞쪽으로도 아담한 정자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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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담장 밖에는 창경궁이다. 이렇게 해서 대략 낙선재를 둘러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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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의 입구에 멋드러지게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 영산홍들은 낭월을 위한 것이 아니고 다음 주에 찾아오는 방문객을 맞기 위한 준비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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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 담장의 만자(卍字) 문양조차도 방문의 문양과 연결지어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창덕궁은 다 둘러 본 셈이 되었다. 반은 둘러 봤고, 반은 못 둘러 봤지만 그것은 또 다음 기회에 문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