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정관의 단독성분(單獨成分)

작성일
2007-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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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合理的)인 심리구조를 갖게 되고, 객관성(客觀性)이 돋보이는 성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생각이 많은 성분인데, 그 생각이라는 것이 바로 남의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이러한 일에 대해서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두게 되므로 늘 의식이 밖으로 향해져 있는데, 이러한 사람은 외부의 평판(評判)에 대해서도 과민반응(過敏反應)을 보일 수 있으며 자신은 고통을 받더라도 남들이 좋게 봐주기만 한다면 행복할 수 있는 성분이기도 하다.

정관은 원칙(原則)을 중히 여긴다. 그래서 윤리적(倫理的)으로 합당한 것인지를 생각하므로 상당히 보수적(保守的)인 생각을 하게 되는 성분이다. 주변에서는 고리타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은 그러한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그야말로 품격을 유지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노력을 하기 때문에 비난을 받게 된다면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정관은 책임감이 투철하다. 그리고 악법(惡法)도 지켜야 할 법이라고 생각을 한다. 만약 상관(傷官)의 성분이 그러한 장면을 본다면 바로 뜯어 고쳐야 한다고 펄펄 뛰면서 조목조목 따지겠지만 정관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문서에 기록된 것에 대해서 무척 준수하는 성분이다. 자신의 영역에서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적으로 이행을 해야만 자신이 용납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엄격한 것이 책임감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정관은 편관과 비교해서 이성적(理性的)이라고 보게 된다. 즉 객관성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편관은 객관적이지 못하더라도 그대로 이행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정관은 자신이 이행해야 하는 일이 객관적이지 않다면 반발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령 계백장군이 아내를 죽이고자 했을 적에 그 아내가 편관이라고 한다면 달게 죽음을 받겠지만 정관이 있었다고 한다면 자신이 죽는 것은 객관적으로 봤을 적에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적을 치러 가는데 가족이 마음에 걸린다는 것은 옹졸한 패장(敗將)의 생각이며, 전쟁에서 이길 수도 있고, 혹 패하게 되더라도 또한 각자의 길이 있으므로 이대로 죽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설명을 늘어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여필종부(女必從夫)라고 하였으니 남편이 하는 대로 그냥 따라야 한다는 암시가 주어졌을 수도 있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이성적으로 일을 처리하도록 권유는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러한 논란도 두 부부사이에서는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계백장군만이 알 일이지만, 사실 자신의 아내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어서 그랬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 것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다면 이것은 국익(國益)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정재(正財)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은 조금도 정관적이지 않을 뿐더러 편관적인 것도 아닌 처사라고 하는 것이 정관의 생각이다.

정관은 거짓말을 하기 어렵다. 사실적인 말만 가능한 것이다. 청문회를 통해서 불려 나온 고위 공직자들은 대부분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중요한 대목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대신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리고 그러한 성분에 대해서 판단을 해보면,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반영이 된 것으로 봐야 하겠다. 왜냐면 아니라고 하면 부정이 되어서 그것이 거짓말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니라고는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인정을 하게 되면 또한 여러 가지로 복잡해지기(?) 때문에 아예 편리한 방법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거짓말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정관은 중요한 일은 절대로 잊지 않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자신에게 이로운 것만 기억하고 해로운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것은 정관의 태도라고는 하기 어렵다.

정관은 진실하다. 공명정대(公明正大)한 것이 정관이기 때문이다. 중국드라마에‘판관포청천’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송대(宋代)에 명판관을 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이 사람의 태도를 보면 추상같은 명령을 당당하게 내리는데, 그 장면에서 사리사욕(私利私慾)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뇌물을 먹었거나 남에게 해로운 짓을 한 경우에는 끝까지 추적하여 사실을 밝혀내고자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분명한 정관(正官)의 성분이라고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정관의 법칙에는 나와 남이 없는 것이다. 자신도 허물이 있으면 그 죄 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당당할 수 있으며, 누군가 뇌물을 제의해도 단호하게 거절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사로운 이익을 취할 수 없는 정관이기 때문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 적당한 인물이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데, 암행어사라면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고만 생각을 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