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 제22장. 연승점술관/ 7.지금, 여기에~!
작성일
2020-06-1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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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8] 제22장. 연승점술관(燕蠅占術館)
7. 지금,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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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춘매는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물었다.
“과거는 기억에 남아있는 조각을 떠오르니까 집착을 하든 활용을 하든 가능하겠는데 미래에 대해서는 길이 없는데 어떻게 오갈 수가 있는지는 이해가 잘되지 않아서 말이야.”
우창의 설명이 때로는 어려워서 이해가 잘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춘매에게 맞춰서 설명한다고 해도 가끔은 더 높은 위치에서 말을 할 때가 있는 까닭인데, 지금이 그런 때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반복해서 말을 해 주면 되는 되는데 다만 필요한 것은 인내심과 사랑하는 마음뿐이다.
“기억(記憶)에는 회상(回想)과 상상(想像)이 있는 거야. 회상은 지난 삶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는 것이지만, 상상은 없는 것을 떠올려서 만들어 내는 거지. 그 작업에는 자신이 겪은 경험과 상식이 동원되기도 하니까 저마다 다른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겠지?”
“그냥 간단히 꿈이라고 하면 쉬울 텐데 오빠의 설명을 이해하려니까 뭔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 꿈이라고 하면 안 돼?”
“좀 어렵더라도 잘 이해하면 또 쉽기도 해.”
“그렇다면 비유를 들어서 설명해 줘봐. 난 아무래도 지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 호호~!”
“그럴까? 만약에 누이가 멋진 저택에서 예쁜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을 생각해 봐. 그림이 떠오르지?”
“맞아, 풍경이 떠올라. 옛날에 출장안마를 갔을 적에 봤던 멋진 저택이 떠오르네. 그러니까 상상력(想像力)도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뜻이구나. 그렇지?”
“맞아. 한 번도 보지 못했거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상상할 수가 있을까?”
“음.... 그건 불가능하겠네.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렇다면 미래를 상담하는 명학자(命學者)든 역학자(易學者)든 예언가(豫言家)든 누구를 막론하고 그들의 상상력은 또 어떨까?”
“예언가라고 해도 자신이 경험한 것에서 답을 찾지 않을까?”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렇다면 예언가의 미래에 대한 조언에는 무엇이 개입하게 될까?”
“그야 당연히 그 사람의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설명이 되겠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떨까? 말하자면 소설이나 시를 쓴다면 그가 쓰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이 경험한 것을 쓸 가능성이 많겠네. 결국은 미래를 상상한다고 해도 그 자료란 과거의 회상에서 일어나는 것이란 말이구나?”
“그래, 잘 이해했어. 그러니까 과거의 기억에 얽매이는 사람은 미래에도 매이게 될 가능성이 많은 거야. 그런 사람은 항상 꿈을 따라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 쉽지. 누이는 꿈이 없어?”
“없어.”
“정말?”
“지금 오빠의 말은 꿈도 다 허상이라는 말이잖아? 그런데 꿈을 말하면 무슨 소용이람.”
춘매는 우창이 그렇게 묻자 무심코, ‘바보같은 오빠야, 그걸 물어서 뭘해. 내 꿈은 오직 오빠랑 평생을 함께 사는 것이란 것도 모르나?’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런 춘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창은 미래에 대해서만 열심히 설명했다.
“처음엔 잘되지 않겠지만 점점 변화하게 되어 있어. 그것은 마치 하늘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할 수가 있지.”
“하늘이야 매일 보는 건데 뭐가 같다는 거지?”
“하늘엔 뭐가 있지?”
“하늘에 뭐가 있느냐니? 그야 구름밖에 더 있어?”
“그렇지? 하하~!”
“왜? 틀린 답을 한 거야?”
“아니, 틀린 것은 아니지. 맞긴 하지.”
“근데 왜 웃어? 하나도 우습지 않은데 웃으면 비웃는 거잖아.”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구름이 있다고 생각하듯이 미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거지.”
“지금은 없지만 결국은 다가올 것이잖아?”
“다가올 수도 있고,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지.”
“에잉~! 그게 무슨 말이야? 어떻게 미래가 오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이야?”
“가령, 누이가 오늘 저녁을 먹고 체해서 죽었다고 해봐. 그럼 누이에게 내일은 있는 건가?”
“아니, 오빠~! 왜 그래? 재수 없게~!”
“왜? 그런 상상은 하기도 싫어?”
“당연하잖아. 그게 말이 되는 거야~!”
“왜 말이 안 돼? 항상 일어날 수가 있는 일 중의 하나를 말했을 뿐이야. 누이에게 내일 아침이 없을 가능성은 100가지도 넘어. 다 말 해줘?”
“아니~! 싫어! 절대로 말하지마.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야?”
“그렇지만 저녁에 잠이 들기 전에는 내일을 꿈꾸지. 꿈은 잠이 들어서 꾸는 것만이 아니야. 언제나 꿈을 꾸고 있지. 특히 잠들기 전에 꾸는 꿈은 대체로 내일에 대한 꿈일 가능성이 많은 거고.”
“그건 맞아. 그런데 그 이야기가 구름과 무슨 상관이람.”
“내일도 하늘에 구름이 있을까?”
“당연하겠지 그게 뭐 어쨌다고....”
“도를 아는 자는 하늘을 봐. 구름을 보지 않는 거지.”
“그건 또 뭔 말이야? 텅 빈 하늘에서 볼 것이 뭐가 있다고.”
“구름이 하늘일까? 하늘이 하늘일까?”
“하늘에 구름이 있는 것이니까 당연히 하늘이 하늘이지? 도대체 오빠가 뭘 가르쳐 주려고 이러는지를 모르겠네.”
춘매가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우창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자, 누이가 하늘은 하늘이라고 동의를 했으니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누이의 마음에 근심이 있을 적에는 맑은 하늘일까? 아니면 구름이 낀 하늘일까?”
“아, 그건 알겠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처럼 마음이 우울한 것이 근심이잖아?”
“옳지, 그렇다면 근심이 없는 사람은 하늘로 비유하면 어떨까?”
“음.... 그건 아마도 맑은 하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왜? 조금 전엔 빈 하늘이라서 볼 것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
“응? 그러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아냐, 잘하고 있어. 내 말의 뜻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야. 그리고 이야기도 거의 다 되었어. 누이는 빈 하늘이 좋아, 아니면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좋아?”
“그야 텅 비어서 맑디맑아서 짙푸른 하늘이지.”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이라고 않겠네?”
이제야 우창의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까 전혀 어려운 말이 아니었는데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따름이었다.
“정말이네? 와~! 신기하다.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 달라지게 될 수도 있는 것이구나. 호호~!”
“다시 본론으로 돌아갈까? 도인(道人)의 하늘과 범부(凡夫)의 하늘이 어떻게 다를까?”
“도인의 하늘은 청명하고, 범부 중생(衆生)의 하늘은 구름이 가득하겠다. 지금 내가 답을 잘한 거 맞지?”
우창은 그제야 춘매가 말의 뜻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 기특했다.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설명해서라도 이해를 시켜주고 싶었는데 벌써 알아들었으니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보람은 이런 순간에 주어지는 것이다.
“맞아, 바로 그거야. 만약에 누이가 뭔가를 상상했다면 그것은 맑은 하늘에 있는 구름의 형상을 보고 있었던 거야.”
“말이 되네.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되었어.”
“그래서 오늘의 지금 이 순간에 맑은 하늘만 보고 있으면 되는 거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는 거지.”
“그렇구나. 와~! 신기하다.”
“더구나 어제 구름이 끼었던 하늘을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그야말로 미련하고 어리석은 생각을 한 거네. 이미 사라지고 없는 어제의 하늘에 있던 구름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잖아.”
“옳지. 그만하면 누이가 잘 이해한 것으로 봐도 되겠군.”
그렇게 이해를 하고 나니까 또 새로운 궁금증이 그 자리를 채웠다. 흡사 맑은 하늘에는 항상 구름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근데.....”
“응? 말 해봐.”
“누군가 찾아와서 자신의 미래를 묻잖아? 도인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니 어떻게 답을 할 수가 있지? 갑자기 내가 나중에 안마를 접고서 점술을 직업으로 삼게 될 경우를 생각해 보니까 아무래도 굶어 죽기 딱 좋겠단 생각이 드네.”
춘매의 말에 우창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옛날에 자신도 생각을 해 봤던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짜 도인은 상담도 하지 않는 것이겠지? 하하하~!”
“그럼 뭘 먹고 살아?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
“뭐, 물도 마시고, 나물도 뜯어 먹으면서 그렇게 살면 되지.”
“난, 그렇게 살고 싶진 않은데 어쩌나?”
“그러면 밥을 벌기 위해서 찾아오는 방문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되지.”
“어떻게? 쉽게 설명을 해 줘봐.”
“구름이 가득한 사람이 찾아와서 구름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하면 될까?”
“손님이 구름 이야기를 하면....? 구름은 다 허망한 것이라고 해야 하잖아?”
“물론이지. 그렇게 되면 그 방문자는 만족하고 고맙다고 하면서 떠나갈까?”
“고맙다고 하긴 어렵겠네. 오히려 화를 내지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맞아. 누이의 판단대로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니까 말이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내가 묻고 있잖아.”
“잠시 내 맑은 하늘에 그 사람의 구름을 옮겨와서 같이 놀아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고서 보내면 되는 거야.”
춘매는 다시 이해가 되지 않는 말로 인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조금 전에는 맑았던 하늘이었는데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오빠가 해 주는 말은 쉬워도 이해하기는 어렵네. 무슨 뜻이야?”
“가령, 사냥꾼이 와서 내일은 큰 곰을 잡고 싶다고 한다면, 그 사람의 머리에는 큰 곰 구름이 나타난 거잖아? 그러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해 주면 되지. 그럼 그 사람은 매우 만족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맙다고까지 하면서 돌아가겠지?”
“그러다가 다음 날에 곰을 잡지 못하거나, 잡았어도 새끼 곰을 잡았거나 한다면 어쩌지?”
“그것을 대비해서 조짐을 보는 기술을 터득하는 거야. 하하하~!”
그제서야 춘매는 우창이 무사에게 보여줬던 오주(五柱)가 떠올랐다.
“아하~! 이제 알겠다~! 그 사람에게 보여 준 신미(辛未)를 말하는 거지?”
“옳지, 이제야 이야기 수준이 맞네. 다행이다. 하하~!”
“근데 말이야, 이나 저나 구름이라면서 그 신미(辛未)인들 믿을 수가 있을까?”
“당연히 그렇게 생각이 되겠지. 그런데 10년을 그 구름 이야기를 했는데 계속 결과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뭐 그대로 믿어도 되겠네. 진짜 그런 거야?”
“직접 겪어보렴. 내가 말로 한다고 해서 억지로라도 내 말을 믿는다고 한들 여전히 그 마음속에 남아있는 의혹의 구름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그럼, 오빠는 의심하지 않아?”
“물론이지.”
“그렇게 확고하게 믿어도 괜찮은 거야?”
춘매가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모습으로 말하는 것을 보니까 귀여웠다.
“만약에 그것을 못 믿는다면 역경의 육효(六爻)도 못 믿는 거니까 공자님도 헛된 일로 시간을 보낸 셈이 된다고 봐야지. 하하~!”
“그러니까, 육효가 허망하지 않으면 간지도 마찬가지로 믿어도 된다는 말이구나. 그치?”
그러자 춘매는 비로소 7할은 믿음이 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완전히 의심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나머지의 3할은 스스로 겪으면서 깨달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만하면 이야기의 진의(眞意)는 대략 전달을 한 것으로 생각해도 되지 싶었다.
“당연하지. 이치는 하나니까.”
“어떻게 이치가 하나일 수가 있어?”
“하늘은 몇 개야?”
“하늘이야 하나잖아.”
“마찬가지야. 점술은 수백 가지가 있어도 결과는 하나라고 보면 되는 거야. 하늘이 하나이듯이.”
“오빠의 말만 들어서는 그럴싸한데, 실제로도 그럴지에 대해서까지 마음이 놓이는 건 아니야.”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딱 두 가지가 있지.”
“그래? 뭔데?”
“하나는 직접 겪어보고 판단하는 거야.”
“알지, 당연한 이야기잖아. 다만 그러자니까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잖아? 또 내가 언제나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고. 또 한 가지는 뭐야? 그게 낫겠다.”
“무조건 내 말을 믿는 거지.”
“아, 그건 간단하네. 오빠가 나를 속일 사람이 아니란 것은 확실하니까. 그럼 두 번째의 방법으로 오빠를 믿는 것으로 할게. 호호~!”
우창은 이제 춘매를 위해서 다음 단계의 설명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생각하고서 말을 꺼냈다.
“문자를 떠난 곳에 있는 진리도 있어.”
“엉? 문자를 떠난 곳에? 그게 뭔데?”
“조짐(兆朕).”
“의외네... 오빠가 조짐에 대해서 말을 하다니.”
“조짐은 미래로 통하는 비밀의 문이거든.”
“비밀의 문이라고? 그럼 비법(秘法)이란 말이네? 나도 그런 것을 많이 배워서 알았으면 좋겠어. 그것을 많이 알면 용한 족집게 도사가 되는 거잖아?”
“그런 건 나도 몰라. 그냥 하나의 조짐을 보여주면 그것을 잘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뿐이지. 그런데 그 작은 비밀의 문을 통해서 저쪽 세상을 들여다보게 되면 참 재미있는 것도 가끔은 보여. 만약에 누이도 그 풍경을 보게 된다면 순식간에 빠져들고 말 거야.”
“어떻게 하면 그 문을 볼 수가 있어?”
“간지(干支)를 열심히 공부하면 되지. 어차피 내가 들여다보는 문은 간지문(干支門)이니까.”
“간지문도 있어? 그럼 간지문을 여는 주문은 육갑경(六甲經)이겠네?”
비로소 우창이 원하는 답을 춘매가 내어 놓자 우창의 마음도 편해졌다.
“오호~! 누이가 이제야 뭔가 감을 잡은 모양이군. 하하하~!”
“그럼 다른 문도 있나? 팔괘문(八卦門)도 있을 것 같은데?”
“당연하지. 허공에 있는 문이니까 무수히 많은 문이 있지.”
“그럼 또 다른 문은?”
“타고 난 영감으로 들여다보는 영감문(靈感門)도 있지, 이건 참으로 부러운 문이기도 해. 저절로 볼 수가 있는 문이니깐. 그런가 하면 간절하게 기도하면 열리는 기도문(祈禱門), 조상님의 도움을 받아서 볼 수 있는 통령문(通靈門)도 있지.”
“와~! 문이 생각보다 많구나. 그중에 오빠는 간지문으로 미래를 들여다보고는 조언을 해 준단 말이구나. 이제 정리가 되네. 그리고 저마다의 인연에 따라서 미래를 들여다볼 수가 있는 길은 있는 것이야?”
“맞아.”
“그런데, 미래를 들여다보면 그것도 미래에 사는 것이 아닌가?”
“가령, 누이가 길을 가다가 어느 집의 문이 열려서 살짝 들여다봤더니 백화가 만발했어. 그것을 보면서, ‘와~ 꽃이 참 곱기도 하구나~!’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지나가면 그 집에 들어간 걸까?”
“아, 잠깐만 들여다보고 마는 것은 그곳에 머물러 사는 것과는 다르다는 말이구나.”
“당연하지 ‘점쟁이는 점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봤어?”
“아니, 못 들었어. 점쟁이가 점을 치지 않는다니 그게 말이 되는 거야?”
“점쟁이는 아무데서나 점을 치지 않고, 노래하는 사람은 아무 곳에서나 노래를 하지 않고, 시인은 아무때나 시를 읊지 않는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
춘매는 다시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오빠의 말대로 누군가가 아무곳에서나 무엇을 물으면 점괘를 봐야 하는 거잖아?”
“그건 아무 곳이 아니라 점괘를 봐야 할 곳인 거야.”
“뭐라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왜 갑자기 내 머리가 매우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춘매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는 시늉을 하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누이의 머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다만 이해력의 문제일 뿐이지. 가령 비가 오고 있는데 이 비가 언제 멎을 것인가를 알아보겠다고 점괘를 보거나, 누이가 밥을 하는데 오늘은 무슨 반찬을 해 줄 것인지를 점괘로 묻지는 않는다는 거지. 쓸데없는 일에 점괘를 보지 않게 되는데, 이것이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물어야 할 점괘조차도 묻지 않게 되는 거야.”
“거참 이상하네. 나는 알게 된다면 뭐든지 물어볼 것 같은데 말이야. 왜 재미있는 것을 재미없게 하지?”
우창도 춘매의 마음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다만 이러한 기회에 의미를 잘 가르쳐주면 괜한 일로 다시 설명해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예를 들어서 설명했다.
“원래 아이들이 처음에는 신기한 장난감을 얻어서 즐겁게 놀지만, 그것도 많이 갖고 놀면 싫증이 나서 처박아 뒀다가 나중에 때가 되었을 때만 꺼내는 것과 같은 거지.”
“그때가 언제야?”
“그 아이의 친구가 왔을 때.”
“뭐라고? 아하하하~!”
“참 별것 아니지?”
“어쩌면 오빠는 그런 말도 능청스럽게 하지?”
우창은 춘매가 조짐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기를 바라면서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과거를 집착하는 번뇌(煩惱)와 미래에 집착하는 망상(妄想)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을 해 줬다. 어떻게 해서라도 마음은 지금 여기에 머물면서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걸림없는 삶을 누릴 수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예전에 어느 스님이 내 안마소 앞에서 탁발(托鉢:동냥)하는 것을 보고서 내가 물어봤던 적이 있었어.”
“뭘?”
우창의 말을 들으면서 기억이 난 춘매의 이야기였다.
“뭐 그냥 궁금해서 ‘스님은 어떻게 살고 있으세요? 여색(女色)도 멀리하고, 기름진 육식(肉食)도 멀리하고, 술도 멀리하면서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아가나 싶어서요.’하고 물어봤었잖아.”
“뭐라고? 하하하하~!”
“웃기지?”
“그랬더니 뭐래?”
“그 스님이 말씀하시길, ‘번뇌는 벗이 되고, 망상은 스승이 되어서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소이다.’라고 하는데 그 말이 당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어야 말이지. 그래서 무슨 말씀이냐고 물어보려는데 미소 한 번 빙긋 웃고서는 총총히 사라지더라. 그래서 뜻은 모르는데 그 말이 뭔가 심오한 것도 같아서 기억했었나 봐. 오빠가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춘매의 말을 들은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게 뭐 어려운 뜻이라고. 하하하~!”
“그니깐, 오빠는 쉽게 설명을 해 줄 줄 알았어. 그 뜻이 뭐야?”
“나도 외롭소이다.”
“뭐라고?”
“외롭단 말이잖아. 벗이 없어서 번뇌와 놀아야 한다는 것이니까 그건 추억으로 심심풀이 삼는다는 말이지. 또 망상을 스승으로 삼는다는 것은 나중에 부처가 되겠다는 희망으로 살아간다는 이야기이고, 아무리 그래 봐야 지금은 이렇게 문전(門前)에서 걸식(乞食)을 해야 하는 신세라는 말이네.”
“정말?”
“아무렴.”
“듣고 보니 말이 되는 것도 같네? 그럼 왜 내게 그런 말을 했을까?”
“그냥 물어주니 신세 한탄을 한 거지. 그러면 얼른 들어오시라고 해서 고깃국이라도 한 그릇 끓여 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누이가 잘못 한 거네.”
“아니, 출가한 화상에게 고깃국을 끓여드리면 죄짓는 거잖아?”
“어떤 마음으로 주느냐에 달린 거야. 보시(布施)란 것은 그렇게 주는 자의 마음이 중요하고, 받는 자의 마음이 중요하고, 주고받는 물건이 중요한 거야. 그것을 보시의 삼물(三物)이라고 하지.”
춘매는 다시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눈만 멀뚱멀뚱했다. 우창이 하는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했다.
“보시는 부처님을 믿는 사람들이 절에 가서 곡식이나 돈을 바치면서 소원을 비는 것이잖아?”
“그런 보시도 있고, 저런 보시도 있지. 어떻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야?”
“그러니깐, 고깃국을 드리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단 말이야?”
“무슨 상관이야? 배가 고프면 밥이 필요하고, 몸이 허약하면 고깃국이 필요하고, 병이 들었으면 약이 필요한 건데 뭘. 왜 힘든 것을 강요했어? 쯧쯧~!”
“아니, 내가 뭘 강요했다고 그래?”
“여색, 육식, 음주를 모두 금(禁)하라고 강요했잖아?”
“그게 어떻게 강요야? 그럼 내가 어떻게 물었어야 하는 거야?”
“이렇게, ‘스님, 시장하실 테니 들어오세요. 공양을 올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말없이 순댓국이나 육개장이라도 끓여 드렸어야지.”
“엄머머~! 무슨 말이야. 그랬다가 혹 안 드신다고 하면 나는 또 얼마나 무안하겠어?”
“진심으로 대접을 했다면 안 먹는다고 했을 까닭이 없지. 물론 그렇게 했음에도 자신의 수행을 위해서 거부한다면 또 그만인 것이고. 미리 알아서 판단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하하~!”
우창의 말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빠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
“사람이니까 알지.”
“그러한 것을 모두 참고 견디는 것이 수행이잖아?”
우창은 춘매의 순박한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자 생각에 잠긴 춘매는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다시 물었다.
“오빠가 알고 있는 수행자는 도대체 뭐야?”
“마음은 평온하게, 몸은 쾌적하게 살아가는 것이지.”
“마음이 평온하려면 여태 말해준 그대로 하면 되겠는데 몸이 쾌적한 것은 또 뭐야? 먹고 싶은 것은 먹고, 마시고 싶은 것은 마시면 되는 거야.”
“그렇지. 다만, 식탐으로 고량진미만 찾아다닌다면 이미 마음이 평온한 단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하겠지.”
“어떻게 수행자의 마음이 그럴 것이라는 걸 알아?”
“나도 수행자니까.”
“아무래도 오빠가 가짜처럼 보인단말이야.....”
춘매의 말에 우창이 떠오르는 생각이 있자 춘매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이야기했다.
“예전에 출가한 사미승(沙彌僧)이 있었더란다. 15~6세쯤이었겠지. 공양 시간에 밥을 먹는데 주지가 보니까 부처님이 팔을 뻗어서 이 사미의 이마를 짚어주시는 거야.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공양을 마치고는 그 사미를 불렀지.”
“오빠, 그런데 사미승이 뭐야?”
춘매는 우창이 말하는 사미승의 뜻을 몰라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