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금이 토를 만나면 답답하다

작성일
2007-09-1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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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금은 웬만해서는 남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 성분이다. 그만큼 자력갱생(自力更生)의 파워가 있는 성분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토가 금을 덮어준다면 금으로써는 귀찮아질 가능성이 많아진다. 자꾸 남에게 드러나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흙은 그러한 금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한 채로 자꾸 추울까봐 덮어주기만 한다. 멋쟁이 딸년의 다리가 겨울날에 추위로 시퍼렇게 얼어 있으면 어머니의 마음이 안쓰러워서 자꾸 긴 옷을 입으라고 채근을 하는 것과도 서로 통한다고 하겠다. 어린 딸년은 도저히 긴 옷을 입어서 날씬한 각선미를 덮어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데 결국은 도리없이 어머니의 말을 들어야 한다. 토생금의 이치는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은 토를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 없어도 되는 성분이 괜히 옆에서 이러쿵 저러쿵 간섭을 한다고 귀찮아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토는 또 자신의 몫을 다 하려고 절대로 양보를 하지 않는다. 사실 지지(地支)를 살펴보면 어디를 가던지 토의 냄새가난다. 다른 것은 지장간까지 다 훑어봐도 5개 정도의 성분이 짜여져 있는데, 유독 토에 대해서는 8개의 지지에 골고루 토의 성분이 배합되어 있는 것이 또 못마땅하다. 아니 해중(亥中)의 무토까지도 생각을 한다면 9개이다. 참으로 대단한 토이다. 그렇다면 완전히 토가 하나도 없는 지지는 단 3개 뿐이다. 그 3개는 자묘유(子卯酉)이다. 실은 그렇게 토가 많기 때문에 금이라는 성분이 강한 구조로 되어있는데도 우선 입에 쓴 것만 생각을 하고서 거부하는 마음을 먹는 것이다.

이렇게 지지에 에게 도움을 주는 토가 많다는 것에 주목을 해볼 필요가 있다. 토가 많다는 것은 또 그만큼의 중요한 몫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토는 실로 금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볼수도 있다. 우리 속담에 ‘입술이 없으니 이가 시리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도 오행의 소식이 배어들어 있는 것이다. 원래 이러한 속담이 만들어진 이유는 이에 속하는 힘있는 사람이 미운데 직접적으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으니까, 그 수하에서 돕고 있는 사람들을 제거하는 의미로 쓰인다.

오행에서는 입술이 토가 되고 이는 금이 된다. 그러므로 입술은 이를 보호하는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입술이 없으면 이는 금새 바람을 타고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바른 말만 하는 교수가 미우면 정부에서는 그 교수를 따르는 제자들을 무슨 구실이던지 달아서 내 쫓아버린다. 그러면 눈치가 있는 교수는 어린 제자들이 자신으로 인해서 수모를 당하는 것이 죄스러워서 스스로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위정자(爲政者)들도 이점을 노리고서 그러한 일을 한다. 앞에서 금과 물의 관계에서도 말했지만, 금은 선생님으로써의 모습이 많이 있다. 그러니 자식들과도 같은 학생들이 이유없는 시련을 당하는데 명색이 스승이라는 자가 모른채 하고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금과 토의 관계에서는 이와 반대로 말하는 입을 자꾸 틀어막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입술을 겹겹이 감싼다는 말로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결국은 금은 갑갑해지고 자신의 사상을 제대로 표현하는데 상당히 지장을 받게 된다. 이런 이유가 있음으로해서 금은 토의 생해준자는 명분을 거부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말로 한다면 금의 입은 물인데, 토가 물을 극하는 작용을 함으로써 금으로 하여금 답답한 마음이 들도록 하는 간접작용도 있다고 하겠다.

사실 사주에서 강력한 금이 또 토를 본다면 일순간 그 사주는 혼탁해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물론 허약한 금이라면 토가 포근한 이불처럼 느껴지겠지만, 강력한 불이 제련을 해주기만 기다리고 있는 금이라면 토의 간섭은 참으로 난감할 것이다. 불이 금을 극해야 하는데, 토가 있으면 오히려 토를 생조해주는 역효과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불도 자신의 일을 하는데 토가 짐이되고, 물도 금의 기운을 빼어내는데 토가 방해물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역작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오행의 변화를 다루는 항목에서 다시 언급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