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 제25장. 합리적 의문(疑問)/ 2.갑골문(甲骨文)의 간지(干支)

작성일
2020-11-10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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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제25장. 합리적 의문(疑問) 


2. 갑골문(甲骨文)의 간지(干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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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어서 질문을 했다.

“궁금해서 여쭙습니다. 가장 오래 된 문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야 나보다도 염재가 더 잘 알지 싶은데?”

“아무래도 갑골문(甲骨文)이 현존하는 문서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스승님의 생각도 그러신지 여쭙습니다.”

“당연하지. 난들 별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갑골문에도 오행이 표시되어 있는지요?”

“물론이네. 갑골문의 기록이 대부분 점괘(占卦)를 적어놓았다는 것은 알고 있을테지?”

“아, 그렇습니까?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문자(文字)가 왜 만들어졌는지는 아는가?”

“문자는 기억을 적어놓은 것이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실은 갑골문에 나타난 것을 보면 문자는 점괘를 적어놓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 꽤 나온다네.”

“아, 그렇습니까?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신기하네요. 당시에는 어떤 점괘를 운용했을까요?”

“아마도 초기에는 거북의 껍질을 태워서 나타난 것을 보고서 영매자(靈媒者)가 나름대로 조짐을 읽었을 테지.”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무엇이거나 처음에는 논리적인 이치보다는 직관적인 느낌과 경험으로 시작했을 테니까요.”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로 체계가 생겼을 것으로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네 그러다가 나타난 것이 역경(易經)의 원시적인 형태가 아니었을까 싶군. 갑골문에 육효(六爻)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네.”

“육효라면 역경(易經)의 대성괘(大成卦)가 아닙니까? 이미 은(殷)나라에 역경으로 점괘를 뽑아서 조짐을 살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사람은 항상 미래의 조짐이 얼마나 궁금했는지를 미뤄서 짐작할 수가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네.”

“은나라는 대략 얼마나 오래된 옛날입니까?”

“그야 학자들 간에 견해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대략 3~4천여 년 전으로 보는 것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모양이네. 최고(最古)의 문서들이 기록된 것은 그 무렵이니까 따지고 보면 오랜 역사에서 점술(占術)은 인간이 하늘의 뜻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하겠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간지(干支)는 점술에 쓰이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아마도 훨씬 이후에나 가능해졌을 것으로 보네. 물론 간지가 원래 점술에 쓰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기도 했고.”

“예? 원래 사주풀이에 쓰려고 만든 것이 아니었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지. 처음엔 사주풀이가 있을 수도 없었다네. 그래서 미래를 예측하려면 점괘를 찾아서 신탁(神託)을 받는 도구로 사용했었다네.”

“제자가 궁금한 것은 팔괘(八卦)가 아니라 간지입니다. 간지에 대해서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실은 나도 그렇다네. 그렇다면 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지. 간지는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졌을까?”

“그게 참으로 궁금합니다. 필시 사주를 풀이하기 위한 목적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는 말씀이신 거지요?”

“그렇다네. 농사를 지어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고대에서는 가장 큰 일이었다네. 그래서 간지를 만들게 되었을 것으로 짐작해 본다네.”

“일리가 있습니다. 농업은 천하의 근본이 되는 일이라고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계절과 연관이 있을듯 싶습니다.”

“옳커니~!”

“제자의 생각이 타당하다면 연주(年柱)보다 월주(月柱)가 먼저 생겼을 수도 있겠습니다. 농사는 매년(每年)마다 반복되는 계절이 무엇보다도 중요했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간지(干支)로 대입했을지 지지(地支)로 대입했을지도 생각해 볼텐가?”

“예? 원래는 간지가 아니었다고 보신 것입니까?”

“설화를 봐도 천간이 생기고 지지가 생겼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그것을 근거로 생각해 본다면 원래는 간지가 따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아,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지(地支)가 먼저 쓰였겠습니다. 아, 간지의 시원(始原)이 월령(月令)에 있었군요.”

“오호~! 그것을 감지했는가? 대단하네. 월령은 원래 절기(節氣)로 표시하던 것이었지. 그것을 간소하게 하려고 궁리하다가 12지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해 본다네.”

“과연, 그렇게 봐야 할 근거는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농사는 인월(寅月)에 시작이 되므로 자연스럽게 입춘(立春)이 첫머리가 되는 것이었네요.”

“맞아. 그렇게 보는 것이 합당하겠지?”

“그리고 하루의 해가 가장 긴 하지(夏至)를 정점으로 삼고, 가장 짧은 날을 동지(冬至)로 삼아서 순환하는 이치를 표현했다고 보면 틀림이 없지 싶습니다.”

“그렇다면 하루의 일진(日辰)과 십이시(十二時)의 관계는 또 어떻게 봐야 할까?”

“아마도 같은 의미로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12개월을 1년으로 삼고, 12시를 하루로 삼는다면 완전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하루도 지지(地支)가 우선했다는 뜻인가?”

“아마도 오랜 시간을 그렇게 했을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하루의 변화에 따라서 일어나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쉬는 흐름이 중요했다고 보면 당연히 그랬어야만 하겠습니다.”

“오호~! 나도 동감이네. 염재가 매우 합리적으로 생각을 했군.”

그러자 춘매가 우창에게 말했다.

“아니, 오빠~!”

우창이 춘매를 바라보자 따지듯이 말했다.

“왜 내게는 그러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던 거야? 그렇게나 중요한 이야기를 염재로 인해서 듣다니 차별을 받은 것처럼 생각되어서 서운하잖아.”

“서운하다고? 그게 무슨 말인가. 나는 누이를 한 번도 차별한 적이 없고, 무엇을 드러내고 숨긴 적도 없는데 왜 그런 말을 하지?”

“나도 뭐든지 다 알고 싶단 말이야. 그런데 왜 내게는 그런 설명을 안 해 줬느냐는 말이지.”

“아, 그야 당연하지.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의 차이니까.”

“어? 그건 어제 원명 대사가 말한 거잖아? 왜 그 말이 나와? 내가 잘 모른다고 괜히 얼렁뚱땅하고 넘어가는 거야?”

“원, 그럴 리가. 하하하~!”

“그게 아니면 왜 안 가르쳐 줬어?”

“누이는 사판이고, 염재는 이판이라서 그래. 이판은 이론적으로 정리가 안 되면 진행이 되지 않지만, 사판은 이론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써먹을 방법만 알면 되거든. 저마다의 특성이 있으니까 그에 맞춰서 이야기를 해 줄 따름이야. 아마도 지금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왜 저런 쓸데없는 것을 묻고 답하나?’싶은 생각이 들었을 텐데?”

“아이고, 들켰네. 실은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던 참에 괜히 심술을 부려 본 거야. 뭔지 알지도 못할 말들을 하도 재미있게 나누니까 심통이 나기도 하고 왜 내게는 안 알려줬나 싶은 서운함도 생각났지. 호호호~!”

“알아. 알고말고. 하하하~!”

“그런데, 이판이 좋은 거야? 아니면 사판이 좋은 거야?”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뭔가 이판은 대접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사판은 무시를 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그럼 누이에게 물어볼까? 어제 마차를 타고 갔다 왔지?”

“당연하지.”

“마차의 오른쪽 바퀴가 좋아? 왼쪽 바퀴가 좋아?”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두 바퀴가 다 소중하지 어느 쪽 바퀴가 더 중요하냐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 거야?”

“하하하~!”

춘매가 하는 말에 우창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왜 웃어? 내가 바보 같애?”

“바보가 아니라 귀여워서지. 하하하~!”

“무슨 소리야? 나만 모르는 이야기인가?”

“아냐, 어느 하나에 꽂히면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누이의 성향이 재미있어서 웃은 거야. 이판과 사판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아서 이론이 크고 실기가 부족하면 수레는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는 것과 같은 거야. 그런데 어느 것이 더 높고 낮을 수가 있겠느냔 말이지. 이제 알겠어?”

“아, 그 말이었어? 내가 바보는 바보네. 호호호~!”

“이론만 많이 연구하고 실제의 상황에 대입하지 못하면 죽은 이론이라고 해. 그리고 기술은 좋은데 이론이 부족하면 설명을 하지 못하니 그것도 아쉽기는 매한가지고 발전성이 부족하지.”

“그런데 왜 내게는 실현하는 방법만 알려 준 거야?”

“똑같은 거야. 어차피 바퀴를 동시에 두 개 만들 수는 없으니까, 이론(理論)의 바퀴를 먼저 만들면 염재수레가 되는 거고, 실기(實技)의 바퀴를 먼저 만들면 춘매수레가 될 뿐이지. 그러니까 실기를 먼저 배운다고 해도 결국은 이론으로 완성을 하게 되어 있거든.”

그제야 춘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면서 괜히 심술이 나서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한 것에 대한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괜히 이야기를 끊었네. 어쩜 좋아. 쥐구멍 좀 찾아줘 오빠.”

이야기를 듣고 있는 염재가 다시 물었다.

“스승님의 말씀에 감탄했습니다. 제자는 항상 이론적인 것을 먼저 해결하고서 쓰임새를 생각하는데, 사저님은 쓰임새를 먼저 사용해보고서 타당하면 이론으로 채우신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는 뭘 왜인가? 염재는 음적(陰的)인 성향(性向)이고, 누이는 양적(陽的)인 성향일 따름이라네. 두 사람의 공통점은 학문을 배워서 자연의 이치와 함께 노닐고 싶은 것이니 결국은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라네. 하하하~!”

춘매가 마음을 정리하고는 다시 물었다.

“염재도 내가 투덜거린 덕분에 배운 것이 있나 보네? 그렇지?”

“맞습니다. 저의 성향이 음이라는 것도 오늘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늘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치곤 했나 봅니다. 반면에 사저님께서는 항상 적극적으로 돌진하시기 때문에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실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아, 말이 되네. 맞아. 난 속에 담아놓고 되새기는 것은 잘못하잖아. 그래서 본의 아니게 남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할 거야. 호호호~!”

그러면서 우창을 바라봤다. 내심으로 혹 그랬으면 미안하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창은 그것을 모른 척하고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 그러면 월령(月令)과 시진(時辰)의 의미가 서로 통하는 것이라는 것까지는 이해가 된 셈이지?”

“그렇습니다. 완전히 같은 구조로 된 두 개의 전혀 다른 시간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로 미뤄서 생각해 보면, 천간은 쓸 곳이 없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항상 지지의 반복 속에서 생활했을 옛날의 사람들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아무런 불편함도 없었으리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스승님의 말씀에 완전히 공감되었습니다.”

우창은 염재가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천간(天干)은 왜 등장하게 되었을까?”

“어쩌면 식별(識別)을 하기 위해서 천간이 필요했을까요?”

“어? 그건 무슨 뜻이지?”

“가령 매년의 시작을 같은 인월(寅月)로만 표시하다가 보니까 나중에는 뒤섞여서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표시를 위해서 열 개의 부호가 필요했다고 본다면 어떨까요?”

“오호~! 그럴싸 한 걸. 일리가 있네.”

“그렇게 하다가 보니 우연히도 60진수를 찾아내게 되었을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 그런데 고대의 갑골문자에는 간지(干支)가 나오는지도 궁금합니다. 만약에 나오고 있다면 지지만을 사용한 후로 오래 지나지 않아서 천간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만.”

“그런데 고서는 관헌에 많지 않은가? 고문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찾아보는 것이 어떤가? 내가 보여주고 싶지만 내게는 책이라고 해봐야 적천수 한 권이 유일하니 말이네. 하하하~!”

“아, 맞습니다. 제자가 그러한 문서를 어딘가에서 봤지 싶습니다.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염재가 그렇게 바삐 나갔다가는 차도 다 마시기 전에 돌아온 손에는 낡은 책이 한 권 들려 있었다.

“여기 갑골문에 대한 자료를 모아놓은 책을 가져왔습니다. 이것을 살펴볼 생각은 못 했는데 오늘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고 이 책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어떻게 보면 될까요?”

우창이 책을 받아서 아무 곳이나 중간을 펼쳤다. 그곳에는 갑골문의 조각을 탁본(拓本)으로 한 것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고문에 대한 한자 표기가 있었다.

“됐네. 대단히 중요한 책이었군. 여기를 살펴보세. 우리가 무슨 대단한 역사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니까 말이네.”

267 갑골문-1

춘매가 갑골문을 보고서 감탄을 했다.

“우와~! 이것이 글자란 말이지? 신기하게 생겼네. 이런 것을 어떻게 읽어서 무슨 뜻인지를 안단 말이야? 학자들은 참으로 대단한 능력자들이 틀림없어.”

춘매가 감탄을 하는 것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는 그 아래를 가리켰다.

267 갑골문-2

“자 여기를 봐, 이렇게 무슨 글자인지 알아볼 수가 있도록 글자를 써놨지? 어디 읽어 볼까? 염재가 살펴볼 텐가?”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해 놓으니까 읽을 수가 있겠습니다. 辛巳卜爭貞今載王共人呼婦好伐土方受有佑五月(신사복쟁정금재왕공인호부호벌토방수유우오월)로 쓴 것으로 보입니다.”

염재가 글자를 읽자 춘매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내용을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이 되겠습니다.”

「辛巳일에 정(貞)이 점(占)을 하여 전쟁(戰爭)을 묻습니다. 이번에 왕이 군대를 모아 부호(婦好)에게 토방(土方)을 정벌(征伐)하게 하면 신(神)의 가호(加護)가 있습니까? 오월(五月)에 도움이 있으리라」

읽고서 풀이를 한 염재가 기뻐하면서 말했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뜻이 좀 어렵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왔습니다. 이미 은대(殷代)에 일진(日辰)을 사용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렇군. 그러니까 최초에는 지지를 사용했겠으나 그것만으로는 불편한 것이 느껴져서 천간을 만들어서 다시 육십갑자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많겠지?”

“공감됩니다. 그 시대에 이미 간지를 사용했다는 것은 그 역사가 참으로 오래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네요. 그리고 점을 쳤다는 것은 어쩌면 거북의 등을 태워서 금이 생기는 것으로 풀이를 했겠지요?”

“아마도 등껍질을 태워서 점괘(占卦)를 얻고, 그 결과를 배껍질에 썼을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군.”

“아, 그러니까 점괘를 얻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록까지 했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인간의 능력은 애초부터 기록을 통해서 전승(傳承)이 되었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체계적으로 점의 해석을 위한 경을 만들었을 수도 있겠지. 그것이 후에는 역경이 되었을 수도 있겠네. 그리고 주역(周易)의 이전에는 연산역(連山易)이나 귀장역(歸藏易)이 있었다고도 하니까 어쩌면 그러한 것을 활용해서 점괘를 얻었을 수도 있으므로 은대(殷代)라고 한다면 아마도 역경의 육효(六爻)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하겠네.”

“하은주(夏殷周)라고도 하고, 하상주(夏商周)라고도 하니 어느 것이 맞는 것입니까?”

“다 맞는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출토된 자료에 따라서 그렇게 나오는 것일테니 말이네. 하은주라고 해도 그만이네. 자료라는 것이 그렇게도 명료하지 못한 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흔적이라도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겠습니다. 반드시 정확한 것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도 겸해서 배우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하대(夏代)의 자료는 거의 없는 것으로 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안개 속으로 묻어놓는 수밖에 없겠네. 아마도 그 무렵에 간지의 틀이 잡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만 하면 된다네.”

춘매에게는 무슨 이야긴지 몰라도 재미가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창밖만 보고 있다가 한 젊은 여인이 점술관을 기웃거리면서 망설이는 것이 보였다. 문을 두드리면 나가서 들어오라고 할 참인데 그렇게 기웃거리다가는 이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자신이 찾는 곳이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하고는 잊어버렸다. 염재가 질문하는 말에 정신이 돌아온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스승님, 명료한 자료가 없다는 것은 무슨 연유로 어느 시점을 갑자년(甲子年) 갑자월(甲子月)이 정해진 것인지도 알 길이 없는 것입니까? 행여 그러한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지금 말씀으로 봐서는 그것을 확인할 길은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말에는 춘매도 관심이 가서 얼른 귀를 기울였다. 염재의 질문에 우창도 대답하지 않고 춘매를 바라보는 것이 얼른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한마디 거들었다.

“아무래도 오빠 표정을 봐서는 그 질문에는 답이 없을 모양이네. 나도 그것은 알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렇지?”

우창이 두 사람의 질문을 받고서 말했다.

“실로 난감한 것이 바로 그 점이라네. 여기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하늘의 장군들과 선녀 비슷한 이야기도 전해지는 것이 없으니 말이네. 하하하~!”

우창이 하는 말에서 염재도 그 의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실로 스승님께서도 어련히 그 점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셨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스승님께서 알 수가 없다면 제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이런 것이야말로 이론가의 관심사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춘매가 그 말을 듣고는 크게 웃었다.

“호호호~! 정말이네. 사주를 풀이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그것이 궁금하다고 물어보는 염재나, 그것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할 수가 없어서 난감해하는 오빠나 어쩌면 그렇게도 닮았을까? 호호호호~!”

춘매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자. 두 사람도 머쓱해졌다. 우창이 말했다.

“누이가 재미있으면 다행이지. 하하하~!”

염재가 다시 물었다.

“스승님께서는 언제인지는 몰라도 누가 최초에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推定)해 보셨는지요? 그건 생각해 보셨지 싶어서 여쭙습니다.”

“물론 생각해 봤지.”

“그러셨을 줄 알았습니다. 그 결론이 궁금합니다.”

우창은 근본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려는 염재의 열정이 아름답다고 생각이 되어서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