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 제33장. 감응(感應)/ 6.초목(草木)과 금석(金石)

작성일
2022-06-15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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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제33장. 감응(感應) 


6. 초목(草木)과 금석(金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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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영안(靈眼)으로 좀 살펴봐 주십시오. 낭자의 모습에서 영기(靈氣)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왜냐면 사주로 봐서는 태양(太陽)의 밝은 기운이 비춰들고 있는데 어떻게 영혼(靈魂)의 장애(障碍)를 벗어나지 못하고 명산(名山)을 찾아다니면서 힘든 수행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입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지광이 다시 강정민의 모습을 잠시 살펴보고는 바로 말을 이었다.

“아우님이 살펴본 사주의 풀이가 맞겠네. 원래 사람에게는 영체질(靈體質)이라는 특이한 체질(體質)을 물려받은 경우가 있는데 나와 같은 계통(系統)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아우님과 같은 이성적(理性的)인 몸이 있고, 낭자와 같은 영성적(靈性的)인 몸이 있다네.”

“예? 그런 것이 있습니까? 그것은 처음 듣습니다.”

우창이 관심을 보이며 다시 묻자 지광이 천천히 설명했다.

“자연에서는 금석(金石)과 같은 물질이 있고, 초목(草木)과 같은 물질이 있는 것과 같다네. 비록 겉으로 생긴 것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라도 영적(靈的)인 영역에서 살펴본다면 초목과 같은 체질이 있고, 금석과 같은 체질이 있는 법이라네.”

“아하~! 그러니까 우제가 기감(氣感)을 잘 느끼지 못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까?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습니다.”

“물론 노력에 따라서 변화는 가능하지만 실로 그것은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영역이 있는 것이라네. 조상(祖上)의 대대(代代)로 쌓은 모든 인연에 의한 오늘의 결과물이 오늘 물려받은 신체(身體)이니 말이네. 하하하~!”

“정말 놀랍습니다. 그러니까 형님의 안목으로 봤을 적에 낭자는 금석과 같은 체질이고 우제는 초목과 같은 체질이라는 말씀이지요? 이것은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염재와 거산의 체질도 구분이 됩니까?”

“그야 물론이지. 염재는 아우님과 같은 초목 체질이고 거산은 나와 같은 금석 체질이라네. 이렇게 말하면 대략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싶은데?”

이렇게 말하던 지광이 말을 멈추고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이 잠시 생각해 보니까 과연 지기(地氣)의 현상에 쉽게 반응을 보인 사람은 거산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과연 일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그러니까 우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는 말씀이네요. 이제야 그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형님의 특별한 능력이 부러웠으나 각자의 타고난 능력이 다르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도 되겠습니다. 하하~!”

“그렇지. 부러워할 것이 없다는 말이네. 낭자도 영체질이기 때문에 그것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풀이해야 한다는 것이지. 아마도 앞으로 아우님이 누군가를 조언할 적에 잘 알아두면 유익함이 많을 걸세. 하하하~!”

“그래서 초목(草木)은 이성적(理性的)이고, 금석(金石)은 감성적(感性的)이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그렇지! 바로 이해했네.”

지광이 우창의 말에 동의하자 우창이 다시 이어서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접했을 적에 초목형은 이성적으로 해답을 구하고 금석형은 감성적으로 해답을 구한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옳지!”

“그렇다면 천지신명에 기도하고 감응을 입는 것도 금석형은 쉽고, 초목형은 어려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연하지. 그래서 초목형의 체질은 기도는 잘 하지 않게 된다네. 반면에 금석형의 체질은 이론적으로 깊이 빠져드는 것이 어렵게 되는 것이라네. 그로 인해서 나는 아직도 오행의 깊은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것도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다네. 하하하~!”

우창이 다시 지광의 말을 듣고는 물었다.

“형님의 말씀에 공감이 됩니다. 논리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어떤 사람은 깊이 빠져들면서 신기하다는데, 또 어떤 사람은 힘들어하고 오히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그것이 체질적인 영향이 컸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창이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다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잠시 방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모두 우창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했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창이 잠시 후에 바로 말을 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제는 형님의 말씀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지광이 짤막하게 물었다. 하긴 긴말도 필요 없기는 했다. 우창이 다시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했다.

“물론 오행의 이야기입니다. 금석(金石)은 오행으로 금(金)이고, 초목(草木)은 목(木)이 됩니다.”

“아,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네만. 궁금한 것이 뭐지?”

“오행의 속성으로 본다면 금수(金水)는 이성적인 형태가 되고, 목화(木火)는 감정적인 형태가 되는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지금 형님의 말씀으로 봐서는 그 반대가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것은 우제가 무엇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여쭙는 것입니다. 잘 이해할 수가 있도록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지광은 우창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가 하다가 이렇게 말하자 큰 소리로 웃었다.

“엉? 으하하하하~!”

우창을 비롯한 사람들은 의아해서 지광을 바라봤다. 그렇게 우스운 질문은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 그러는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광이 말했다.

“아니, 내가 웃은 것은 역시 학자는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으로 인해서였네. 그 짧은 순간에도 그것을 오행의 이치에 비춰서 대입하고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느냔 말이네. 나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지. 하하하하~!”

지광의 말을 듣고서야 우창도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우제는 편합니다. 그냥 믿으라는 말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하하하~!”

“내가 오행의 이치에 대해서 잘은 모르니 해석은 아우님이 해보시게. 우선 금기(金氣)는 목기(木氣)와 비교해서 지향(指向)하는 방향이 안쪽일까 바깥쪽일까?”

“아, 그야 당연히 금기는 성찰(省察)하는 성분인지라 안쪽을 향하고, 목기는 발산(發散)하는 성분이라서 밖을 향합니다.”

“오, 그렇군. 금석형(金石形)을 금체질(金體質)이라고 해도 될까?”

“물론 가능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초목형(草木形)은 목체질(木體質)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옳지, 아우님이 내 우둔한 분석력을 도와주는구나. 하하~!”

“말씀만 하십시오. 오행에 대해서는 우제가 최대한 돕겠습니다. 하하~!”

우창의 말에 지광이 미소를 짓고는 다시 말했다.

“정신(精神)과 신체(身體)의 관계(關係)는 다를까?”

“예? 그건..... 무슨 뜻인지요?”

“가령, 정신에도 체질이 있다면 말이네. 아, 체질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면이 있군, 신질(神質)이라고 해야 할까? 적당한 말이 안 떠오르는군.”

“아,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겠습니다. 체질은 신체적인 면이라고 한다면 영체질은 정신적인 면이라는 말씀이신 거지요?”

“옳지~! 맞아, 바로 그 이야기라네. 역시 아우님과 나는 죽이 잘 맞는단 말이야. 하하하~!”

“맞습니다. 음극양생(陰極陽生)의 이치로 본다면 몸이 목체질이면 정신은 금성질(金性質)이 되겠습니다.”

“오호~! 금성질, 바로 그거야. 성질(性質)과 체질(體質)이었는데 그것에 대한 적당한 말을 못 찾아서 말이지. 하하하~!”

“그렇다면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체질이 초목의 형태가 되는 사람은 이성적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면에서는 금성질을 띄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성적(內省的)인 사람이 됩니다. 항상 자신을 반추(反芻)하고 살피면서 생각을 남에게 설명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옳커니~!”

지광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우창이 술술 말해주자 흥이 나서 말했다. 그것을 본 우창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반면에 금석의 신체를 타고 난 사람은 자연과 교감(交感)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 성품은 즉흥적이고 직감적인 성향이 됩니다. 그로 인해서 깊은 생각하기보다는 실행하는 것에 비중을 두게 되므로 외향적(外向的)인 심성(心性)을 소유하게 되어서 아무하고라도 잘 사귀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낙천적인 면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형님을 보니 딱 그렇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하하~!”

우창도 정리를 잘해서 설명하는 것이 즐거워서 웃었다. 그 말에 지광이 비로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아우님의 분석을 통해서 깨달았네. 그러니까 강 낭자는 금체질을 타고나서 영감(靈感)이 강하기 때문에 불보살(佛菩薩)과 천지신명(天地神明)의 뜻을 잘 받아들이게 되는 능력을 소유하게 된다네.”

지광이 이렇게 말하자 우창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형님의 말씀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실은 자신을 사모하다가 죽은 혼령으로 인해서 시달림을 당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그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입니다. 우제가 무엇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강정민도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 더욱 궁금한 마음이 생겨서 바짝 긴장했다. 그것을 보면서 지광이 말을 이었다.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라네. 애초에 초목의 체질을 타고 나지 못한 탓이니 조상을 원망해야지. 하하하~!”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간단하다네. 금체질에는 자성(磁性)이 있어서 불보살의 감응도 쉽게 일어나겠지만 이에 반응하는 잡신(雜神)도 당연히 엉겨 붙을 수가 있다는 말이네. 왜냐면 우리가 분별하기에는 선신(善神)과 악귀(惡鬼)가 있으나 영계에서 보면 다 같은 영체(靈體)인 까닭이라네. 하하하~!”

지광의 이야기에 우창도 깜짝 놀라서 말했다.

“아니, 형님의 말씀대로라면 영체질을 마냥 부러워할 것만도 아니잖습니까? 그렇게 된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습니다. 그런데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놀라운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우창은 참으로 놀랐다. 그렇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에 부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광의 말을 듣고 보니 이치에 부합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되었다. 우창이 고마워하자 지광도 신명이 나서 더욱 큰 목소리로 설명했다.

“아우님이 고맙다고 하니 나도 덩달아 즐겁네. 목인(木人)이 학문(學問)을 연마해서 성인(聖人)이 되듯이, 금인(金人)도 수행(修行)해서 달인(達人)이 되니 얼마나 공평한가 말이네.”

우창이 문득 강정민을 보니까 자신이 풀어야 할 일은 언제나 해결해 줄 것인지를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의 말을 번갈아 듣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 형님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서 낭자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문제를 의논해야 하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지광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그 문제는 저녁에 해결해 주기로 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러셨습니다만, 지금 사주를 풀이하다가 말고....”

“아하~! 그랬구나. 그건 아우님의 일이니 내가 할 말이 없겠군. 그렇다면 지금부터 조용히 귀만 기울이겠네. 어디 속속들이 파헤쳐서 문제점을 해결해 주시게. 하하~!”

지광이 그 일은 우창에게 맡기겠다는 듯이 말하고는 조용히 앉아서 차를 마셨다. 우창은 다시 사주를 보면서 설명했다.

381-1

“강 낭자는 천성(天性)이 인자(仁慈)하여 남에게 모진 말은 하지 못하는 성품을 갖고 태어나셨습니다. 더구나 그 마음은 겉으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속 마음까지도 그와 같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일지(日支)의 축토(丑土)를 가리켰다. 그러자 강정민이 우창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스스로 인자하다고는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모질지 못한 것은 분명해서였다. 그 표정을 보면서 우창이 말을 이었다.

“더구나 일월성신(日月星辰)이 곁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잠시 운수가 불길하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몇 년만 지나고 나면 어느 순간에 중생(衆生)을 구제(救濟)하는 보살행(菩薩行)을 하시게 될 것이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금년(今年)은 신미년(辛未年)이라서 궁리가 많으실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만, 궁리는 해봐야 결과가 없으니 그만두고 기도에 전념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어머~! 정말이에요. 올해 들어서 부쩍 무엇을 해서 이 한 몸을 먹여 살려야 하는지를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해서 마음만 답답했었는데 그것이 팔자소관(八字所關)이었던가 봐요? 참 신기해요.”

“형님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출가(出家)해서 비구니(比丘尼)가 되는 것도 좋겠다고 말을 할 뻔했습니다. 그런데 영계(靈界)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반드시 그래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지광이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아니, 사주에서 그러한 것이 나오는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시간(時干)의 병화(丙火)가 용신(用神)이고 보니 이 자리는 종교(宗敎)에 인연이 되면 밝은 빛을 얻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기로 이 통인사의 인연을 살펴서 나름대로 풀이를 해본 것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영계의 인연이 있다고 한다면 출가하지 않아도 수행자의 길을 갈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형님께서는 무엇을 보셨기에 그러한 말씀을 하시는지요? 그것이 궁금합니다.”

“실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아우님이 하는 것을 보고 놀랐지 뭔가. 젊은 낭자에게 출가(出家)하라는 말을 어찌하나 싶었는데 그것을 말해주니 아우님도 이미 입신지경(入神之境)에 도달한 것이 틀림없나 싶었잖은가. 하하하~!”

“에구, 형님도 무슨 입신지경을요. 그냥 추론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추론하는 것이 영안으로 살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우제가 잘 짚은 것은 맞습니까?”

“아무렴, 맞다마다!”

“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입니다. 사주에서 느껴지는 것을 본다면, 부모와 형제는 물론이고 남편의 인연도 권하기는 어려운 조짐에다가 자녀조차 부담이 크다고 해야 할 상황이어서 뭐라고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대웅전에서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가사(袈裟)를 드리우고 수행하면 더욱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오호~! 아우님은 관상에도 절반은 통하였나 보군. 하하하~!”

“관상이 다 무엇입니까. 그냥 느낌입니다.”

“목인은 수행을 많이 하면 금기(金氣)를 띠고, 금인도 수행을 많이 하면 목기(木氣)를 띠는 모양이네. 그래서 마지막에는 서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아가는 것이 수행의 완성이 될지도 모르겠군.”

“아니, 그것은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마다 타고난 것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야 물론이지. 다만 회광반조(回光反照)가 있음을 알지 않는가? 원래 치우친 신체의 인연을 정신이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따름이네. 나는 신체적인 것에 이해가 깊고, 아우님은 정신적인 것에 이해가 깊은데 서로 배우고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는 닮을 수가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네. 어떤가?”

“아,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과연 그렇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문득 사람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나름대로 공부를 한 공덕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새벽에 강 낭자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목에 백팔염주(百八念珠)를 걸고 기도하는 비구니의 모습이었기 때문인데,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요 며칠 형님과 동행하면서 영감을 약간 나눠 받았기 때문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창의 말에 지광도 동의하면서 말했다.

“이제 알겠네. 강 낭자의 사주를 봐서 출가자의 인연이라고 읽은 아우님의 판단이나, 내가 보면서 느꼈던 것이 일치하니 과연 학문과 영감의 경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네. 그렇다면 낭자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겠나?”

지광이 이렇게 말하면서 강정민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는 놀라지도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두 처사님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십 년 묵은 체증(滯症)이 말끔히 내려가는 통쾌함을 느꼈어요. 그동안 절간으로 돌아다니면서 출가하고 싶은 마음을 어디 한두 번만 가져봤겠어요? 그때마다 소녀에게 딸린 빚이 방해하는 바람에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거든요. 이제 오늘 저녁에 그 문제를 해결해 주신다고 하면 내일이라도 바로 주지화상을 뵙고 출가의 뜻을 밝히고 싶어요.”

그러자 지광은 모두 해결이 되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다 잘 될 것이니 조금도 염려 말고 편히 쉬시오. 우리는 또 하던 공부가 있으니 나가보리다.”

지광이 이렇게 정리하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 잘 마셨습니다.”

우창의 말에 강정민도 합장하며 말했다.

“소중한 가르침을 뼈에 새기고, 이따가 저녁에 뵙겠어요.”

지광은 다시 어젯밤에 수련했던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복습 삼아서 어제 가르쳤던 것을 다시 해보라고 했다. 다들 어제보다 더욱 민감해진 지맥봉의 반응에 감탄했다. 그러자 지광이 나무 그늘로 모이라고 한 다음에 말했다.

“그만하면 나머지는 스스로 연습해도 되겠네. 그리고 아직은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또 있을지 몰라서 일단 알려는 줄 테니까 잘 봐뒀다가 기회가 되면 익혀서 확인해 보게. 중요한 것은 아직 단정적으로 말을 한 단계는 아니라는 점이라네. 잘 알겠는가?”

그러자 모두 잘 알았다고 대답했다. 지광이 일어나서 지맥봉을 들고 말했다.

“자, 지금부터는 매우 중요한 이야기네. 길을 가는 중에 어떤 마을에 들어가면 물이 없어서 고생하는 곳을 만날 수가 있다네. 나도 그래서 궁리하다가 얻은 방법이니 잘 봐두게.”

이렇게 말을 하고서는 지맥봉을 들고서 말했다.

“자, 마음속으로 이렇게 부탁하면 되네. ‘지맥봉에게 부탁합니다. 이 부근에서 물이 가장 많은 곳을 알려 주소서~’라고 말이지.”

손에는 복(卜)자의 버들가지를 들고서 이렇게 말을 하고서는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버들가지의 방향을 따라서 걸음을 옮기다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위치에 머무르자 회전하는 횟수를 센 다음에 그 위치에 작은 돌로 표시했다. 다섯 군데였다. 그렇게 하고서 다시 일행에게 말했다.

“자, 잘들 봤지? 다섯 군데에서 지맥봉이 반응을 보였네. 그중에서 가장 많이 회전한 곳은 중간의 세 번째 자리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네. 어떤가?”

지광이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바로 답했다.

“형님의 말씀과 같습니다. 지맥봉이 다른 곳은 열 번 정도였는데 그 자리는 30번을 회전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곳을 파면 물이 가장 많이 나온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옳지, 잘 이해하셨네. 바로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네.”

그러자 우창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아니, 형님은 화맥과 수맥을 구분한다는 것이 우물을 찾는 능력으로도 응용이 됩니까? 그렇다면 수맥은 우물의 맥도 서로 같은 것입니까?”

“반드시 같지는 않네. 그렇지만 실험해 보면 유사한 위치가 되는 것은 종종 경험한다네. 그러니까 비교적 수맥의 자리에 우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때로는 화맥에서도 물이 잡히니까 그것도 참고하는 것이 좋겠군.”

“정말 놀랍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가뭄에 물이 없어서 고생하는 주민들에게 큰 감로수를 베푸는 것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멋진 공덕을 쌓겠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물이 있다고 한 곳에서도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나도 이 문제를 하직 해결하지 못했다네. 다만 그냥 무턱대고 우물을 파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므로 꼭 필요한 경우에는 응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네.”

“그래도 그것이 어디입니까? 형님의 안목으로도 실패한다면 다른 사람은 더 말을 할 나위도 없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야 아무래도 그렇겠지? 하하하~!”

그러자 염재가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물었다.

“정 사부의 말씀을 들어봐서는 얼마나 깊은 곳에 먹을 수가 있는 물이 얼마나 있을 것인지도 알아볼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령 열 장(丈)의 아래에 있다면 우물을 팔 수가 있겠으나 만약에 백장(百丈)의 아래에 있다면 인력으로 그것을 구하기는 너무 어렵지 않겠습니까? 사부님께서는 이러한 실험도 분명히 해 보셨겠지요?”

“그야 물론이네. 방법은 간단하다네. 아자(丫字) 지맥봉에게 물어보면 된다네. 위아래로 움직이면 끄덕이는 것으로 간주하면 되네. 물론 좌우로 흔들릴 이치는 없으니 가만히 있으면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지?”

“아, 그렇겠습니다. 그러니까 5장 아래에 물어 있는지부터 물어가면 된다는 말씀이지 않습니까? 그 방법만 통달하게 된다면 매우 쉽겠습니다. 가뭄에 물이 없어서 고통을 당하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면 시행을 해볼 만한 방법입니다.”

“옳지, 참으로 요긴한 질문을 했군. 그렇게 하면서 점점 깊이 들어가다가 감당을 하기 어려운 깊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포기를 하고 다른 자리를 찾으면 되는 것이니 어려울 일이 없지. 이렇게 계속해서 물으면 된다네.”

지광의 말에 염재가 기뻐하면서 말했다.

“참으로 간단하네요. 실로 백성들의 삶을 지켜보노라면 웬만한 가뭄에도 우물이 말라버려서 고통받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어떻게 도와줄 수도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오늘 정 사부께서 알려준 방법을 응용한다면 반드시 유용하게 쓰일 수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제자는 목인(木人)이라서 가감이 잘되지 않을 수도 있을 테지만 혹 사람 중에서 금인(金人)을 찾아보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어떻겠습니까?”

염재의 기발한 말에 지광도 동의했다.

“당연하지~! 과연 염재는 관리가 되어서 백성을 행복하게 해 줄 수가 있는 능력을 타고났으니 많이 공부해서 공덕을 쌓도록 하게. 하하하~!”

염재는 지광의 호탕한 가르침에 감사했다. 그렇게 담소하면서 공부를 하는 사이에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어제 만나서 함께 연마했던 화상의 배려로 저녁까지도 잘 먹고는 어둠이 깃들자 다시 대웅전의 뒷마당으로 모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