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 제27장. 춘하추동/ 5.밀과 보리의 결실(結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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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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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제27장. 춘하추동(春夏秋冬)
5. 밀과 보리의 결실(結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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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열정에 감동한 우창이 말했다.
“그런데 공부하기도 힘들지 않아? 좀 쉬었다가 해도 되는데 그렇게 몰아칠 거야?”
“아니, 오빠~! 모처럼 탄력을 받았는데 또 쉬면 어떡해? 오빠가 힘들어서 그러는 거야?”
“아니, 공부하는데도 기운이 많이 소모하는데 새참이라도 갖다 주지 않을 것이냐는 말이지 뭐. 하하~!”
그제야 우창의 말뜻을 이해한 춘매가 자기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이런~! 내가 이렇게 눈치가 없네. 잠시 기다려봐. 만두를 사 와야겠다.”
그렇게 말하고 휭~하니 나가서는 푸짐하게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찐만두와 수박을 안고 들어왔다. 염재도 시장했던 차에 맛있게 나눠 먹으니 만찬이 따로 없었다. 춘매가 얼른 치우고는 마른 수건으로 손을 닦고 와서 앉았다.
“자, 되었지? 그럼 다음의 지혜 문을 열어줘 봐. 이번엔 뭘 배우게 될는지 마음이 설레네. 호호~!”
춘매는 그렇게 말하면서 염재를 바라다봤다. 역시 시작은 염재가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듯이. 염재도 그것을 알고는 오월(午月)에 대한 자료를 생각해 보고는 말을 시작했다.
“제자가 알고 있는 것은 망종(芒種)의 삼후(三候)에 대해서일 뿐입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들어보고 나니 그 정도는 실로 안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또 망종에서 어떤 자연의 공부를 하게 될는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망종의 초후는 당랑생(螳螂生)이라고 해서 사마귀의 새끼가 알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중후는 격시명(鵙始鳴)이니 왜가리가 울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왜가리가 왜 하필 망종의 중후에 소리를 내는지를 생각해 보면 아마도 새끼를 키우는 것이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육추(育雛)를 위해서 먹이를 토해내는 소리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새끼들의 먹이인 개구리도 많아져서 즐거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말후는 반설무성(反舌無聲)이라고 해서 개똥지빠귀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만, 그 의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에 망종의 삼후에 대한 기록입니다. 어떤 것은 의미가 쉽게 느껴지는데 또 어떤 것은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기도 하니 아무래도 배움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로 깨닫게 됩니다.”
“아니네. 그만하면 이미 많이 알고 있는 것 이라네. 그만큼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어디 흔하겠는가? 하하하~!”
우창은 뜻을 잘 몰라서 민망해하는 염재를 위로해 줬다. 그리고 과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춘매도 새로운 이야기에 재미있어 하면서 말했다.
“사마귀 새끼가 나오건 말건, 개똥지빠귀가 울든지 말든지 그게 뭐가 중요했는지가 난 신기할 뿐이야. 또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외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상했을 수도 있겠다. 벙어리 새도 있을 수가 있잖아? 호호호~!”
춘매의 말에 미소를 지은 우창이 망종에 대한 설명을 보탰다.
“망종(芒種)은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이 결실을 이룬다는 뜻이니까, 소만(小滿)에서 알이 들기 시작한 맥류(麥類)가 비로소 여물어서 거둬들인다는 말이겠지. 이제 춘곤기(春困期)는 벗어나게 되었으니 주린 배를 불리고 기쁨의 노래를 부를 수가 있다는 계절이겠네.”
그러나 춘매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오빠, 맥류는 무엇을 말하는 거야?”
“아, 보리 맥(麥)이니까 보리의 종류라고 하겠는데, 겉보리, 쌀보리, 밀, 호밀, 귀리의 다섯 가지를 대표로 삼는 거야. 이들은 모두 길거나 짧은 까끄라기가 있어서 타작할 적에는 농부를 고통스럽게도 하지. 피부 속으로 마구마구 파고 들어가니까. 이들을 모두 묶어서 맥류라고 하는 거야.”
그제서야 이해가 된 춘매가 말했다.
“아, 그렇구나. 망종은 먹을 것이 떨어진 백성에게 참으로 고마운 절기였었네. 지금도 굶는 사람이 적지 않을 테니까 여전히 중요한 계절이라고 해야 하겠지. 월지(月支)로는 오월(午月)이잖아? 여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해 줄 말이 없어?”
“오월의 지장간(地藏干) 말이야? 오월의 오화(午火)는 오로지 불덩어리인 정화(丁火)가 전부잖아? 그러니까 묘월(卯月)의 을목(乙木)은 봄을 대표하듯이 오월(午月)의 정화(丁火)는 여름을 대표하는 것이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화왕절(火旺節)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 그야말로 불의 계절이야.”
“그렇네, 지장간도 단순하니까 오빠가 해 줄 말도 간단하구나. 그렇다면 다음의 절기를 공부해야겠네. 염재의 말을 또 들어봐야지 부탁해~!”
춘매의 말을 듣고서 염재가 다시 다음 절기인 하지(夏至)에 대해서 삼후를 설명했다.
“예, 망종의 다음 절기는 중기(中氣)인 하지(夏至)가 됩니다. 하지의 초후는 녹각해(鹿角解)라고 해서, 사슴의 뿔이 자라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는 뜻입니다. 중후는 조시명(蜩始鳴)이라고 해서 매미가 울기 시작하고, 말후는 반하생(半夏生)이라고 하여, 약재인 반하에서 싹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반하는 한여름이 되어야 싹이 나오는 식물인 모양입니다. ’반하(半夏)‘의 이름을 보면, ’여름의 절반‘이라는 뜻인데, 하지에 여름이 절반이라고 하니까 약초의 이름이 이렇게 생겼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다만, 제가 약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얕아서 왜 그런지는 설명을 해드릴 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그러자 춘매도 이해가 된다는 듯이 말했다.
“됐어, 이미 그만큼의 설명으로도 충분하니까. 하지가 되면 매미가 울고, 사슴의 뿔이 자란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네.”
“스승님께서 하지에 대해서 해 주실 말씀이 있으면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그러자 우창이 미소를 짓고 말했다.
“이미 우리는 하지의 공부는 다 했지 싶은걸? 하지에는 태양이 양극(陽極)의 지점(地點)에 도달하게 된다고 했던가?”
춘매는 비로소 우창의 말이 생각나서 말했다.
“아, 맞아~! 북회귀선에서 반환점을 돌아서 다시 남향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었지?”
춘매가 기억이 났다는 듯이 반겨서 말하자 우창이 칭찬했다.
“오~! 그래, 누이가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동지(冬至)에 일양(一陽:䷗)이 시작된다고 하면 하지에는 일음(一陰:䷫)이 생긴다고 하는 거야. 옛사람들이 양은 생명의 탄생이라서 좋아하고, 음은 생명이 죽는다고 해서 꺼리는 경향이 있었던 모양이네. 그래서 동지에는 팥죽도 먹고 다산(多産)과 건강(健康)을 기원하는데 하지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여기에서도 인심(人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짐작해 볼 수가 있다네. 하하하~!”
“정말이네. 하지에 무슨 행사를 한다는 말은 못 들었어.”
우창이 춘매에게 말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도 해 봤던 적이 있었지. 지구를 여인으로 놓고서 비유적으로 본다면 말이야.”
“원래 땅은 모친(母親)이라고도 하니까 여인으로 보는 것은 일리가 있겠네. 그래서?”
“적도(赤道)를 배꼽으로 볼 수가 있겠다는 거야. 누이는 경락(經絡)을 아니까 대맥(帶脈)도 알지? 배꼽의 주위를 지나고 있는 대맥은 적도(赤道)와 비교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본 거야.”
“와우~! 오빠는 항상 상상 밖의 세상에서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일 때가 너무 많아. 어떻게 배꼽을 땅의 중심으로 볼 수가 있지?”
“태아가 수태(受胎)되면 처음으로 생기는 것이 어느 부위인지 알아?”
“그야 머리가 아닐까?”
“아니야. 배꼽이 가장 먼저 생기는 거야. 배꼽이 무슨 흔적이지?”
“배꼽은 아기가 태어나서 탯줄을 자른 흔적이잖아?”
“맞아. 배꼽이야말로 우리에게 조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눈이나 손발이 없을 수는 있어도 배꼽이 없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정말 기가 막힌 궁리네. 호호호~! 그래서?”
“여성(女性)이라기보다는 모친이라고 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네. 일양(一陽)이 생긴다는 동지는 여인의 하복부(下腹部)인 자궁(子宮)에 태아가 자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지.”
“와우~! 원래 아기는 양이잖아. 양이 하나 생겼다는 것은 여성의 몸에 잉태가 되어서 생산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잖아? 멋지다~!”
“그러니까 자궁은 남회귀선(南回歸線)이라고 보는 거야. 여기에서 씨앗이 자라기 때문에 씨앗 자(子)를 써서 자월(子月)이라고 해도 되겠다는 거지.”
“오빠가 무슨 말을 해도 그것이 반박할 수가 없을 만큼의 일리가 있으니 그것도 참 신기하단 말이야. 호호호~!”
춘매가 재미있어하자 우창도 즐거워서 신나게 말했다.
“그때부터 다시 태양이 북으로 올라오다가 춘분(春分)이 되면 적도에 다다르게 되고, 이것이 앞에서 말한 배꼽이 되는 거야. 인류의 조상은 아마도 배꼽에 해당하는 지구의 어느 위치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는 거야.”
“오호~! 정말 말을 듣고 보니까 여인과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호호호~!”
“그러니까 이렇게 말해 주잖아. 배꼽이야말로 태생(胎生)에게 생명 탄생의 고리가 되니까 말이지. 아무리 자궁에서 자란다고 해도 결국은 태어나려면 배꼽으로 어머니의 정기를 흡수하면서 성장해야만 가능하니까 말이지.”
그러자 염재가 예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던지 말을 했다.
“스승님, 그 말씀을 듣고 보니까 인류의 조상은 흑색(黑色)의 피부를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태양이 내리쪼이는 상하(常夏)의 열대(熱帶)에서 생겨나서 진화(進化)하다가 점차로 남북으로 이동을 했다는 설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배꼽과 검은 피부의 인류와 적도의 이치가 서로 맞아떨어지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 그런 기록이 있었나? 그렇다면 배꼽의 이야기는 더욱 재미가 있는걸. 하하하~!”
“스승님의 사유는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것만 같아서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그런가? 사려가 깊은 염재가 말이 된다니 나도 헛된 망상만 한 것은 아니었던가 싶군. 하하~!”
춘매가 답답해서 다그쳐 물었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거야?”
“다음엔 북회귀선(北回歸線)이지. 여기는 모친의 어디에 해당할까?”
“더 위로 올라가면 모친의 가슴이 아닐까? 아하~! 젖이 있어서 아기를 키우는구나. 그렇지?”
“누이의 생각에도 그렇지? 그게 말이 된다면 말이지. 하하~!”
“말이 되고말고~! 정말 지구에서 모친도 찾아내고 참 대단한 오빠네. 호호호~!”
“그런데 또 하나가 있어. 인류의 생활 터전을 상상해 봤을 적에, 남회귀선이 통과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생산력(生産力)과 활동력(活動力)이 왕성할 것이라는 상상해 보는 거지. 반면에 북회귀선이 통과하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감성(感性)이 풍부해서 철학적(哲學的)이거나 종교적(宗敎的)인 사유를 깊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본 거야. 육체적으로 왕성한 힘을 타고나서 생산하는 것은 남반구(南半球)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면, 정신적으로 사유(思惟)하는 것은 북반구(北半球)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본 거야. 이것은 물론 오월(五月)의 정화(丁火)가 품고 있는 열정(熱情)과도 같지 않을까?”
우창의 설명을 듣고서 염재가 감탄을 했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단지 사유만으로 이렇게 추론(推論)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 경이롭기조차 합니다. 실제로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나서 지금 제자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런가? 어딘가에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가 보군. 다행이네. 실로 북회귀선이 지나가는 위치의 부근에서 많은 철학자가 나왔다고 봐야 하겠는데, 따지고 보면 제자백가(諸子百家)와 부처도 모두 여기에서 탄생한 것이니까 환경의 영향이 이렇게도 지대(至大)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겠더라는 말이네. 하하~!”
“과연 훌륭하십니다. 제자도 얼마나 더 열심히 공부하면 그렇게 될 수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게으르지 않도록 정진하겠습니다.”
그러자 춘매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안다고 하지만 그것도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야. 나도 더 열심히 궁리하면 열은 몰라도 둘은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은 희망으로 살아야겠다. 호호호~!”
“지구 여인론이 일리가 있었다니 나도 다행이네. 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지를 찾아봐야지. 하하하~!”
다시 춘매가 염재를 향해서 별자리를 물었다.
“참, 하지의 별자리는 뭐라고 하는 거지?”
우창의 말을 음미하고 있다가 춘매가 갑자기 묻자, 문득 생각이 난 듯이 말했다.
“예, 하지부터 대서까지의 30일간 지구가 통과하는 우주는 거해궁(巨蟹宮)이라고 해서 ‘큰게자리’라는 이름의 별자리를 통과하게 됩니다. 이름을 '큰게자리'라고 하는 것은 작은게자리도 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렇지만 별자리의 모양과 여기에 붙여진 이름과는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왜냐면 밤하늘에 점처럼 되어 있는 별자리가 게나 소처럼 생겼을 리가 없거든요. 마치 풍수가들이 산에 붙여놓은 이름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염재가 이렇게 말하면서 붓을 들어서 종이에 점을 찍었다.
염재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던 춘매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이게 뭐야? 별자리인가?”
“예, 그렇습니다. 거해좌(巨蟹座)라고 하는 별자리입니다. 이것이 큰게로 보이십니까?”
“게는 무슨 게? 일곱 개의 별이라는 것은 알겠네. 게가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이건 좀 억지스러워 보이는 것 같아. 내가 눈이 나빠서 그렇게 보이나? 호호호~!”
“광활한 우주에서 쌀가루를 뿌려놓은 듯이 무수한 별들 사이에서 단지 일곱 개의 별로 된 게자리를 찾는다는 것도 대단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하늘의 별은 아무리 봐도 어렵기만 합니다.”
“그래? 혹시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냥 이름은 이름일 뿐이라는 말이야?”
“더 깊은 뜻은 모르겠습니다만, 가령 북두칠성(北斗七星)의 경우에는 '국자처럼 생겼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습니다만, 그 외의 별자리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살펴봐도 억지로 꿰어맞춘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우창이 말했다.
“아마도 염재의 생각이 맞을 것이네. 별에 원래 이름이 있었겠어? 그렇지만 그 별에 대해서 뭔가 이름을 붙여야 하니까 적당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붙여준 것이겠지. 이런 것은 따지지 말고 그냥 이름이 그러니까 그렇게 표시를 해 놓은 것으로 생각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겠네.”
“예, 제자도 스승님의 말씀에 완전히 동감입니다. 이렇게 망종과 하지에 대해서 말씀을 들었는데 다음의 절기를 공부하겠습니다.”
답이 없는 이야기는 넘어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염재가 말했다. 그러자 우창도 별자리를 생각하다가 얼른 동의했다.
“아, 맞아. 다음엔 미월(未月)이 되겠군. 어디 미월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설명을 부탁하네.”
“예, 스승님, 미월의 절기(節氣)인 소서(小暑)의 초후는 온풍시지(溫風始至)라고 해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미월에 따뜻한 바람이라는 것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설명으로도 생각됩니다. 어쩌면 화북지방(華北地方:황하의 중하류 일대)에서 그 기준으로 작성이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북방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었지 싶기는 합니다. 그래서 완전히 전역에서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면 타당하지 싶습니다.”
“그렇겠네. 일리가 있군. 다음은 뭔가?”
“소서의 중후는 실솔거벽(蟋蟀居壁)이라고 해서 귀뚜라미가 벽에서 울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소서의 말후는 응내학습(鷹乃學習)이니 매의 새끼가 날갯짓을 배우는 시기라고 합니다. 이것이 소서의 삼후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래 잘 알겠네. 그런데 미월을 흔히 삼복(三伏)이라고도 하는데 그 이치는 아는가?”
“역서(曆書)에 표기가 된 것은 보았습니다만, 그 자세한 이치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설명해 주시면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춘매도 말했다.
“아니, 오빠는 삼복에 대한 이치도 아는 거야? 그런 것도 이치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네. 궁금하다. 어서 말해 줘봐.”
“무엇이든 알고 보면 내력이 있기 마련이니까. 하하하~!”
“복(伏)은 개가 나오잖아? 그러면 개가 엎드린다는 것인가? 내 생각은 여기까지가 전부야. 호호호~!”
“그것도 없는 이야기는 아니야. 원래 삼복은 춘추전국(春秋戰國)의 시대부터 시작되었다는데,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서는 ‘복날은 더위에 지친 몸을 보하기 위해서 개를 잡아서 끓여 먹었다’는 이야기가 문헌에서 나온 처음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아니, 왜 하필이면 개를 잡아서 끓여 먹었대? 집을 지켜주고 주인을 따르는 개를 어떻게 잡아먹을 생각을 한 거야?”
“그게 어쩌면 개의 운명이었을 수도 있지. 더 옛날에는 식인(食人)의 풍습도 있었다고 본다면 가축을 잡아먹는 것이야 돼지나 닭을 키워서 먹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듣고 보니까 그랬을 수도 있기는 하겠네.”
“그럼 미월이 되면 삼복인거야? 유래는 알겠는데 왜 복이 세 개가 되는 거지?”
“초복(初伏)은 하지(夏至)가 지나고 세 번째로 들어오는 경일(庚日)에 해당하는 거야.”
“경일이라고? 왜 하필 경일이지?”
“그야 오행의 이치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경이 엎드린다는 것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화극금(火剋金)이고, 양대양(陽對陽)이면 병화(丙火)가 되는데?”
“맞아, 폭염(暴炎)은 병화의 맹렬(猛烈)함에 비유되곤 했겠지? 그러니까 경이 바짝 엎드리게 되는 것이지. 왜 엎드리는 걸까?”
“그야 안 죽으려니까. 호호호~!”
“맞아. 하필 경일이 초복인 것을 보면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하겠네.”
“그렇다면, 경을 대신해서 개가 엎드린다는 것이잖아? 주인님에게 살려달라고 엎드리는 것만 같아서 애처롭네.”
“그렇게 볼 수도 있지. 그래서 지나가는 우스갯말로 삼복이 지난 다음에 개가 돌아다니면, ‘복을 잘 넘기고 살아남았구나.’라고도 하잖아. 하하하~!”
“맞아, 주인에게 엎드리지 않고 짖어대면 복날에 맞아 죽기 십상이니까. 호호호~!”
“옛날식은 그렇다는 것이고, 우리식으로 보면 어떻게 해석할 수가 있을까? 어디 염재가 말해 보려나?”
우창이 갑자기 염재에게 묻자 염재가 얼떨떨해서 말했다.
“예? 스승님의 말씀은.....?”
“아니, 내가 가르친 경금(庚金)은 무엇이라고 했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거지.”
“아, 경(庚)은 주체(主體)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미월의 삼복이 되면 정신도 지쳐서 바닥에 드러눕는다는 의미도 되겠습니까? 개처럼 말이지요?”
“그렇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자 춘매가 갑자기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우와~! 오빠의 설명이 훨씬 낫네. 개를 잡아먹지 않아도 해석할 방법이 나오니까 말이야. 호호호~!”
이렇게 말을 하던 춘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개는 살아서 주인을 위해서 집을 잘 지켜줬는데 마지막에는 맞아 죽는 거지?”
그러자 우창이 말했다.
“그건 말이지, 개가 죽기 전에 몽둥이로 많이 맞으면 고기가 연해지고 피멍이 들어서 맛이 좋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어. 그래서 살구나무에 매달아 놓고 두들겨 패서 죽인다는 거지.”
“아, 그래서 ‘복날 개를 패듯 한다.’는 말이 나온 거야? 정말 잔인(殘忍)한 처사네. 맛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그런 짓을 한단 말이야? 그런데 왜 많은 나무 중에 살구나무지?”
“그야 나무에 매달아서 죽였는데 그 나무의 이름을 ‘개를 죽이는 나무’라고 누군가 이름을 붙였나 보더군. 개를 죽인다는 것은 살구(殺狗)잖아? 아마도 선비들이 우스갯말로 만든 것인가 싶기는 해. 하하하~!”
“참 별것을 다 아는 오빠네. 그런데 오빠는 개장국을 좋아해? 좋아하면 끓여주려고. 호호호~!”
“아니, 여태 그것은 먹어보지 않았어. 왠지 께름칙해서 말이야. 앞으로도 먹고 싶지 않을 것 같기도 해. 그렇지만 저마다 알아서 먹는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아.”
“역시 오빠는 합리적인 사유를 하니까. 남이 먹는 것을 말하지 말고, 스스로 내키지 않으면 안 먹으면 되는 거니까 말이지?”
“그러는 누이는 좋아해?”
“뭘? 개장국? 예전에는 닥치는 대로 먹었는데 오늘부터 안 먹을 거야. 오빠가 안 먹는다니까 나도 먹기 싫어졌어. 호호호~!”
“그래서 복날에 개고기를 먹기 싫은 사람은 육개장을 먹거나 삼계탕을 먹기도 하지.”
“육개장은 맛있어. 그러니까 소고기를 개장국처럼 끓인 것 이잖아?”
“맞아, 그리고 절간의 화상들은 복날이면 수박을 먹기도 하지. 그것도 더위를 이기는 좋은 음식이니까. 오행으로는 수극화(水剋火)의 이치가 되는 셈이기도 하지. 하하~!”
“그렇구나. 그러니까 복달임하는 방법은 저마다 각각 다르지만 더위에 지지 말고 잘 견디라는 의미가 있는 것은 같다고 봐야 하겠네.”
춘매가 고개를 끄덕이자 우창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초복이 지나고 다시 10일 후에 경일(庚日)이 들어오면 그것을 두 번째 복이라고 해서 중복(中伏)이라고 하는 거야.”
“아, 그렇구나. 그럼 다시 그다음에 10일이 지나서 경일이 들어오면 말복(末伏)이라는 거지?”
“그게 아니고, 말복은 조금 달라. 입추가 지나고서 첫 번째 경일이 말복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때로는 삼복이 20일이거나, 30일이 될 수가 있는 것이지.”
“아, 그렇구나. 중복과 말복 사이에는 10일이거나 20일이 될 수가 있다는 말인 거지?”
“맞아~!”
“삼복에 대해서도 알아 두면 좋은 이야기가 들어있을 줄은 몰랐네. 그러니까 다음 절기인 신월(申月)의 입추(立秋)까지 걸려있다는 말이잖아? 하긴 입추가 되어도 바로 시원해지는 것은 아니니까 이해가 되네.”
“다음엔 대서(大暑)에 대해서도 염재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
우창이 말하자, 이야기에 취해있던 염재가 정신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예, 스승님, 삼복의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그럼 대서의 삼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초후는 부초위형(腐草爲螢)이라고 해서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가 생겨나서 날아다닌다고 했습니다. 또 중후는 토윤욕서(土潤溽暑)라고 해서 땅은 윤택하고 습하며 무덥다고 했는데 이것은 계절의 내용과 부합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말후는 대우시행(大雨時行)이니까, 장맛비가 많이 내린다는 뜻으로 이해가 됩니다. 이것이 대서의 시기에 나타나는 자연의 현상이라고 기억이 납니다.”
염재가 이렇게 대서의 삼후를 말하자, 춘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참, 미월(未月)의 미(未)는 무슨 뜻이야? 의미로 봐서는 ‘아직 미(未)니까 뭔가 완성이 덜된 것을 말하잖아? 왜 미월이 덜 되었다는 거지?”
“아, 그것을 생각했구나. 잘 물었다. 하하하~!”
“질문만 잘해도 칭찬을 들으니 얼마나 좋아. 호호호~!”
우창은 춘매가 질문한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답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느라고 잠시 침묵에 잠겼고 두 사람은 우창이 말해 주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