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 제27장. 춘하추동/ 1.입춘(立春)의 의미
작성일
2021-01-05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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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 제27장. 춘하추동(春夏秋冬)
1. 입춘(立春)의 의미(意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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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는 음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창은 음양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려고 다시 마무리 삼아서 물었다.
“음양은 상대적이므로 상대의 중간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만하면 되었네. 하하하~!”
춘매도 염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나도 염재와 같은 생각이야.”
“그래, 누이도 음양의 이치를 통달(通達)했음을 인정하네. 하하하~!”
“그렇다면 스승님께 다시 여쭙습니다. 음양을 공부한 다음에는 또 무엇을 배워야 합니까?”
염재가 묻자. 우창이 답했다.
“음양을 알았다면 이제 비로소 오행(五行)을 공부할 준비가 되었다고 하겠네.”
“오행은 무엇입니까?”
“우선 염재의 생각부터 들어볼까?”
우창의 말에 염재가 오행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방안에는 가벼운 침묵이 흘렀다. 곰곰 생각하던 염재가 자신이 없다는 어투로 답했다.
“아마도 오행이라면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오래전부터 그 오행에 대해서 알고 싶었습니다. 기본적인 글자에 대해서는 어려울 것도 없는데 변화를 읽을 수가 없었던 까닭입니다.”
“그렇지? 이제부터 그 오행의 본질과 변화를 공부해 보게나. 그렇게 되면 비로소 음양의 이치가 왜 그렇게도 중요한 것인지를 명료하게 깨닫게 될 것이네.”
“잘 알겠습니다. 부디 아낌없는 가르침을 앙망(仰望)합니다.”
염재가 한참을 그렇게 침묵 속에서 오행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춘매는 먹을 것을 준비하러 건너갔다. 그리고는 잠시 후에 점심을 먹으라는 소리를 친다. 두 사람이 춘매의 집으로 건너가자 국수를 끓여서 찬물에 식혀놓았다. 날이 더워서 시원하게 먹도록 배려하였다. 맛있는 점심을 함께 나누고서 세 사람은 다시 모였다.
모두 공부에 빠져든 것이 흡사 신들린 사람처럼 보였다. 물론 우창은 가르치는 재미에 빠졌고, 춘매는 복습하는 재미에 빠졌으며, 염재는 처음으로 접하는 공부에 정신이 없었으나 세 사람의 즐거움은 모두 같았다. 춘매가 과일을 깎아서 앞에 놓고서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춘매가 염재에게 말했다.
“아까 보니까 점심을 먹으면서도 무슨 생각이 그렇게 깊은지 말도 한마디 없이 궁리에 여념이 없더라. 무슨 궁리를 했는지 궁금하네.”
염재가 오행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것을 정리해서 설명려고 해 봤지만 쉽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 단편적으로 생각을 해 봤던 것들이 한꺼번에 마구 떠올라서 그것들에 대해서 정리를 해 보려고 궁리했던 것인데 막상 춘매가 묻자 무엇부터 말을 해야 할 것인지가 떠오르지 않아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춘매가 다시 말했다.
“알아, 뭔가 알기는 하는데 말로 만들어지지는 않고, 또 뭔가 생각은 떠오르는데 그것이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말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머뭇거리는 거잖아?”
그러자 염재가 반색을 하면서 말했다.
“맞습니다. 역시 사저님께서도 이러한 기분을 아시는 것으로 봐서 겪어보셨다는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그러시지요?”
“호호호~! 맞아~! 겪어 본 사람이 아는 것이니까. 오빠가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나씩 밝혀보자. 오행은 음양보다 훨씬 더 재미있으니까. 호호호~!”
“정말 기대가 됩니다. 스승님께서 어련히 깨달음의 길로 안내를 해 주시겠는가 싶어서 마음도 여유롭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항상 뭔가를 가르쳐 주기 전에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물으니까 말이야. 염재가 말해 봐.”
춘매가 공을 염재에게 넘기자 염재가 생각을 말했다.
“제자의 생각에 오행은 춘하추동(春夏秋冬)이라고 생각됩니다.”
염재의 답이 나오자 마자, 우창은 바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렇겠군. 왜 그렇게 생각을 했는가?”
“사시(四時)는 오행의 변화에 따라서 순환(循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목(木)은 봄철의 기운을 받아서 만물을 생성시키는 것에 작용하고, 화(火)는 여름의 열기로 만물을 성장시킵니다. 그리고 가을에는 금(金)의 기운을 받아서 모든 산천초목은 결실을 이루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수(水)는 겨울을 장악하여 일체가 모두 휴식(休息)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오행의 변화로 생각이 되어서입니다.”
염재가 오행에 대해서 계절을 말하자 우창이 다시 물었다.
“잘 설명했네. 그렇다면 목화금수토(木火金水土)라고 하지 않고 왜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라고 할까?”
그러자 춘매가 나서서 답을 했다.
“아니,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여남(女男)이라고 하는 것이나, 남녀라고 하는 것이나 같은 말이잖아?”
춘매의 말에 염재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우창이 춘매를 향해서 물었다.
“그런가? 서로 완전히 같은 뜻이 될까?”
“왜 그래? 무섭게 정색을 하고 물으면.... 캥기잖아....”
“그래? 확실하게 아는 것을 말하는 것과 대략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 다르기에 그렇게 묻는 거야. 명료하게 알면 답을 잘할 수가 있지만 애매하게 알고 있으면 다시 확인 삼아 다그쳐 물을 적에 자신이 없어져서 답이 흐려지거든. 하하하~!”
“오빠가 나를 놀린 거네? 쳇~!”
“놀리긴 누가 놀려? 내가 물을 적에는 그만한 의미가 있는데 같은 말이라고 하니까 더 멋진 가르침이 있나 싶어서 그렇지. 하하~!”
그러자 염재가 다시 답을 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분명히 그 안에는 깊은 뜻이 있을 것으로 사료(思料)됩니다. 다만 그 차이에 대해서는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가르침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런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라고는 들어 봤는가?”
“처음 듣습니다. 그것은 또 무슨 의미입니까?”
“그렇다네. 오행은 불과 다섯 가지에 지나지 않으나 그것이 어떻게 배열(排列)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네. 음양은 아무렇게 놔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누이가 배웠기 때문에 그것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한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네. 다만 오행과 음양의 차이라면 바로 이러한 것에서부터 달라진다는 것을 알면 비로소 오행 공부의 시작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그제야 춘매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 박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에구~! 내가 주책이었지. 겨우 음양을 하나 배웠다고 해서 세상의 공부를 다 한 것처럼 까불다가 오빠에게 제대로 혼난다. 앞으로는 조심할게. 호호~!”
“원래 조금 얻었을 적에 까불어 보는 것도 제자의 특권이지. 하하하~!”
“그래? 근데 금목수화토의 순서는 왜 그렇게 생긴 것인지 말을 해 주고 가야지 그냥 구렁이가 담을 넘어가듯이 하면 난 어디에 가서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지? 어서 그것부터 설명해 주고 가요~!”
우창이 춘매를 보고 미소를 한 번 짓고서 설명을 이어 갔다.
“옛날에는 태어난 생일이 명료하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주를 보고 싶어도 출생한 시간을 모르거나, 심지어는 태어난 날짜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사주를 아무리 깊이 공부해도 제대로 써먹을 수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맞아, 내 친구들도 생일을 모르는 아이들이 있었어. 그래서 어떡해?”
“그러니까 사주를 보지 않고 풍수를 보게 되는 거야. 조상의 묘자리는 분명하게 있으니까 그것으로 자손의 길흉을 논하게 되었겠지.”
“풍수와 금목수화토는 무슨 상관이야?”
“방향이지. 남향, 북향, 서향, 동향을 논하는 것이 풍수지리니까 말이지.”
“아, 그렇구나. 이제 이해가 되네. 그럼 목금화수토(木金火水土)라고 해도 되는 거잖아? 왜 구태여 금목수화토라고 했을까?”
“그야 나도 모르지. 난들 고인의 마음을 모두 다 알 수는 없잖아? 하하하~!”
“에잉~! 그런게 어딨어. 어서 설명해 줘봐. 뭔가 생각한 것이 있을 거잖아?”
“생각이야 해 봤지. 일(一)을 써보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방향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지. 그렇게 되면 곤(丨)은 북에서 남으로 쓰는 셈이 되는 건가?”
이렇게 말하자 춘매가 잠시 생각하면서 손가락으로 십(十)을 써보고는 말했다.
“맞네~! 목금화수토(木金火水土)나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나 같은 의미라면 기왕이면 붓이 지나가는 자리대로 정한 것도 나쁘지 않겠어. 이렇게 이해하면 되지?”
“잘했어. 나도 그렇게만 짐작할 따름이니까. 하하하~!”
우창의 설명에 춘매가 공감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우창이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행은 참으로 심오(深奧)해서 나도 아직 오행에 대해서 다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그렇게 심오한 오행의 이치는 기본적인 것에 대해서도 깨닫기 어렵지만, 그 변화에 대해서 논한다면 살찐 말 다섯 마리가 끌 정도의 책으로 쓰더라도 다 말했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라네. 그러니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지. 다만 저마다 자신이 깨달은 것으로 오행을 전부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갈 따름이라네.”
“과연 그렇겠습니다. 더욱 살얼음을 밟듯이 조심해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염재가 이렇게 답하자 우창이 다시 말했다.
“계절(季節)의 변화를 알면 철을 안다고 하고, 철이 들었다고도 한다네. 여기에서 말하는 철이란 봄철이 봄철인 줄을 알고, 여름철이 여름철인 줄을 알면 되는 것이라네.”
그러자 춘매가 다시 말했다.
“아니, 아무리 오행이 깊으니 뭐니 해도 그렇지, 봄인지 여름인지도 모를까? 잎이 피면 봄이고 초목이 무성하면 여름이잖아? 그것이 뭐가 어렵다고 철이 들었다는 말을 한다는 건지 너무 허풍을 떠는 것 아냐?”
“하하하하~!”
춘매가 이렇게 따지듯이 말하자 우창이 앙천대소(仰天大笑)를 했다. 너무나 유쾌하게 웃는 것을 보자 두 사람도 갑자기 우창이 왜 이렇게도 통쾌하게 웃는 것인가 싶어서 의아했다. 그렇게 웃고 난 우창이 목청을 한 번 가다듬고는 말했다.
“잎이 돋는 것을 보고 봄이라는 것을 알고, 잎이 무성한 것을 보고 여름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마치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은 것이지. 그것은 철을 안다고 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네.”
“그런가? 그럼 철이 들면 뭘 알게 되는 거야?”
춘매가 의아한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 그러자 우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봄인 줄은 누구나 알지만 봄에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는 누구나 안다고 할 수 없겠지? 그것을 아는 것이 바로 철을 아는 것이고, 철을 아는 것이 철이 들었다고 하는 것이라네. 하하하~!”
“그럼 이제부터 철드는 공부를 해야겠네. 궁금하다 어서 설명을 해줘봐.”
그제야 춘매가 비로소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말을 시작했다.
“봄은 입춘(立春)부터 시작되는 거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설이 있는 정월(正月)이 이에 해당하지.”
“뭐라고? 정월이 봄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아직도 앞산에 눈이 가득한 것이 정월이잖아. 강물도 꽁꽁 얼어서 아이들이 신나게 얼음지키기를 하고 노는 정월이 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래서 철을 알아야 한다는 거야. 하하~!”
“그래? 그렇다면 내가 느끼는 봄과 실제로 오는 봄은 다른가 보네?”
춘매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을 본 우창이 더 쉽게 설명을 했다.
“불이 피어오르려면 먼저 무엇이 생기지?”
“그야 불이 붙으려면 먼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잠시 후에 불이 붙잖아?”
“그래 봄이 오려면 먼저 봄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거야.”
“아,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다. 불이 피어올라야만 불인 줄을 아는데 철을 아는 사람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만 보고서 봄이 왔다는 것을 안단 말이지?”
“그래 잘 이해했네. 염재는 절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예, 스승님. 24절기에 대해서는 대략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제자도 모처럼 아는 내용이 나와서 내심으로 반가워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염재는 절기에 대한 말이 나오자 내심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서 반갑다는 듯이 말했다. 우창이 다시 물었다.
“잘 되었네, 어디 춘삼삭(春三朔)의 절기를 말해 볼텐가?”
“예, 정월의 입춘(立春), 우수(雨水), 이월의 경칩(驚蟄), 춘분(春分), 그리고 삼월의 청명(淸明), 곡우(穀雨) 여섯 절기입니다.”
“잘 알고 있군. 인월(寅月)은 하루의 인시(寅時:3시~5시)와 통한다네. 그래서 한 해로 봐서는, 인월(寅月)에 1년의 계획을 세우고, 하루로 봐서는 인시에 하루의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네.”
“예, 스승님의 말씀이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명학에서는 인월을 어떤 의미로 이해하면 됩니까?”
“명학에서 월지(月支)의 비중을 논하기로 한다면 개인적인 관점은 일간(日干)이 우선하지만, 전체적인 공통으로 본다면 단연 월지가 중요하다네. 그러니까 연주(年柱)보다도 더 중요한 의미인 것은 틀림이 없다고 봐야지.”
“아, 그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1년의 열두 달에 대한 이치를 잘 알아야 하겠습니다.”
“특히,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입춘(立春)의 시각(時刻)을 연주(年柱)의 시작(始作)으로 삼게 되는 것이지. 그러니까 입춘날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입춘시가 정오(正午)라면 오전(午前)에 태어난 사람의 연주는 전년(前年)이 되고, 오후(午後)에 태어난 사람은 당년(當年)이 되는 것이라네.”
“아하~! 시각을 봐야 하는 것이었습니까? 입춘날에 태어난 사람은 주의해서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네. 비록 봄이라고는 하지만 인월은 아직 본격적으로 봄이라고 하기엔 이른 계절이지. 다만 농부는 농기구를 다시 점검하면서 이내 찾아올 농사철을 준비하는 것도 철을 아는 일 중에 하나라고 하겠네.”
“그러니까 농부가 인월에 한 해의 농사에 대해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도 포함되겠습니다. 다만, 농부를 예로 드는 것은 계절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일이 농업이기 때문이겠지요?”
“당연하지. 상인(商人)의 삶은 하루의 주기(周期)로 살고, 농부는 한 해의 주기로 살아가는 까닭이라네.”
“아, 그렇겠습니다. 인월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 이렇게나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춘(立春)은 ‘봄이 섰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왜 안 되겠는가? 이제부터 봄이 시작되었으니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는 뜻으로, 입춘날에는 입춘방(立春榜)을 붙이고서 한 해의 복을 기원하게 되지.”
“아, 맞습니다. 주로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네. 특히 10세 이전의 아이들에게 쓰도록 하기도 한다네. 봄의 기운을 잘 받으라는 뜻이라고 보면 되지 싶군.”
그러자 춘매가 물었다.
“오빠, 입춘대길은 ‘입춘이 되었으니 크게 길하리라’라는 뜻으로 이해가 되는데, 건양다경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아, 그건 ‘양(陽)의 기운이 일어섰으니 경사(慶事)로운 일이 많으리라’라고 해석을 하면 되겠네.”
“양이 섰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양(丨)은 원래 서는 것이지?”
“맞아, 세로의 모양으로 서 있는 것이 양이라고 했어. 그래서 양이 섰다고 하는 거야?”
“양이 섰다는 말은 이전에는 어떻게 하고 있었다는 말일까?”
“그렇다면 인월(寅月)의 이전에는 양이 누워있었다는 말인가? 아니, 양(丨)이 누워있으면 그게 양이야? 음(一)이잖아?”
춘매의 말에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지. 이것은 『역경(易經)』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계절과 연관이 많으니까 함께 설명을 해 주는 것이 좋겠구나. 이야기는 자월(子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건데, 잘 들어봐.”
“설명이 어려워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또 반복해서 물어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야기를 해 줘봐. 아무래도 쉬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호호호~!”
“다음에 다시 설명할 것이니까 이유는 차차로 설명하기로 하고, 간단히만 말할게. 자월(子月)에 일양(一陽)이 생기고, 축월(丑月)에 이양(二陽)이 생기면 인월(寅月)에는 어떻게 될까?”
“그야 삼양(三陽)이 생기겠네.”
“양이 모두 몇 개나 될까?”
“양이 몇개 인지는 나도 몰라. 양이 모두 몇 개야?”
“양은 모두 다해봐야 여섯 개야.”
“그래? 그렇다면 인월에는 절반이 생긴 것이구나. 그래도 아직은 절반이 남았잖아?”
“맞아. 중간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야. 비로소 한고비를 넘겼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음의 기운에서 양의 기운이 중심을 잡았다는 말이기도 하겠네.”
“아, 그러니까 앞으로 치고 나가는 탄력(彈力)을 받고 있다는 말이잖아?”
“옳지~! 아주 적절한 말을 했네. 바로 그거야. 그래서 양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 건양(建陽)이라고 하는 거지.”
우창의 설명을 듣고 있던 춘매는 대단한 이야기라도 나오려나 했던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듣고 보니까 뭐 별것도 아니구먼.”
“그렇지 말만 들어서는 별 것도 아니지? 그런데 작년에 거둔 곡식을 겨우내 먹고 살다가 보니까 가난한 농가에서는 더 먹을 식량이 점점 바닥이 드러나는 상황인데 아직도 날은 추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머지않아서 봄이 온다는 소식을 갖고 온 입춘을 만났을 적에 그 기쁨을 짐작이나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하하~!”
“어? 듣고 보니까 그렇겠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네.”
“그러니까 입춘이 되기를 얼마나 기다렸겠느냔 말이야. 이것은 마치 하루를 벌어서 살아야 하는 상인에게 느껴지는 인시(寅時)도 같은 의미가 되는 거야. 아직 날은 밝지 않았지만 잠은 깨고 보니까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장사해서 돈을 벌어야 또 하루를 연명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밝아오는 새벽하늘을 보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렴.”
“정말이네. 그 마음은 이해가 되네. 그리고 내 삶은 그들보다는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행복감이 밀려오네. 호호~!”
“맞아, 행복한 것을 즐겨도 되는 거야. 그것도 축하할 일이니까 말이지. 이렇게 해서 입춘날의 의미가 특별했다는 것을 설명했는데 잘 알아들었지?”
“오빠의 설명이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을 거야. 난 다 이해가 되었어. 그리고 내가 이해되었다면 염재는 더 말을 할 필요도 없잖아? 그렇지?”
그러면서 춘매가 염재를 바라보자, 염재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수를 해서 동의한다는 표시를 했다. 그러자 우창이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입춘은 입춘 일부터 우수 일까지의 15일이 되는데, 이것을 입춘절기라고도 하지. 처음의 5일은 초후(初候)라고 하고, 동풍해동(東風解凍)이라고 해서 동풍이 불어와서 얼어있는 땅을 녹인다는 뜻이라네.”
그러자 춘매가 다시 말했다.
“아니, 인월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어? 정말 생각보다 복잡하긴 하네. 그래도 알아놔야 두고두고 잘 써먹겠지?”
“맞아~! 잘 알아둬. 이런 이야기를 다시 듣기는 어려울 테니까 말이야. 하하~!”
“알았어. 부지런하지 않으면 도저히 못 따라가겠네. 초후가 있으면 중후(中候)도 있겠지? 어서 설명해 줘.”
“어? 중후는 어떻게 알았어?”
“뭐가 어떻게야? 앞의 5일이 초후라고 했으니까 그다음의 5일은 중후겠거니 했지. 호호호~!”
“그랬구나. 눈치도 실력이니까. 하하하~!”
“그런데 왜 5일씩 나눴지?”
춘매가 그렇게 묻자 우창은 염재를 바라보면서 알고 있느냐는 듯이 눈짓을 했다. 그러자 염재가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을 답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셔도 대충 알고 있습니다. 하루가 12시진(時辰:24시)이므로 60갑자가 한 바퀴 돌게 되면 5일이 걸립니다. 그러니까 일후(一候)는 시간의 육갑(六甲)이 한 바퀴 돌아가는 시간을 의미하게 됩니다. 이것이 한 바퀴 돌아갈 때마다 초후, 중후, 말후(末候)라고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맞는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배우기는 했으나 언제 써먹겠느냐는 생각으로 깊이 새겨두지를 않았습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네. 그래서 촌락(村落)에서는 5일을 주기로 시장(市場)이 열리기도 하지. 말하자면, 4일을 일하고 하루는 시장에서 보고싶었던 사람들과 모처럼 만나서 술도 한 잔 마시면서 그간의 안부도 묻고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하지. 그리고 내다 팔 물건이 있으면 제각기 들고나와서 시장이 형성되기도 한다네.”
우창의 말에 춘매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어? 그건 장날이잖아?”
“맞아.”
“그냥 우리 마을의 장날은 2일과 7일에 열리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러한 의미가 들어있었구나. 몰랐어.”
“알아봐야 별 도움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하하~!”
“정말이네. 그런 것을 알아봐야 쓸 곳은 없겠는데도 또 그것을 알고 있는 오빠나 염재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호호호호~!”
춘매가 즐겁게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진 우창이 다시 염재에게 물었다.
“중후(中候)의 별명이 뭔가?”
“중후는 칩충시진(蟄蟲始振)이라고 해서 땅속에서 동면하던 벌레들이 잠을 깨고는 땅 위로 올라올 준비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염재가 이렇게 말하자 춘매가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이 말했다.
“참, 지금 생각이 났는데 정월 보름에는 쥐불놀이를 하잖아?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태우면 한 해의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했는데, 그것은 왜 그래?”
그러자 우창이 춘매에게 설명을 해 줬다.
“그건 중후에 땅속의 벌레들이 잠을 깨고 밖으로 나온다고 했잖아? 그 벌레들이 다시 활개를 치기 전에 불로 태워서 죽여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못하게 해야 하니까 이와 같은 속담과 맞물려서 농가의 행사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면 될 거야.”
“와~! 그것도 다 이치가 있었다는 거네? 그런데 왜 그 불을 쥐불이라고 했는지도 알아?”
“그건 말이지. 정월에 첫 번째로 들어오는 자일(子日)에 불을 놓는다고 해서 쥐불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늘 날짜를 기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가 보니까 아예 정월의 14일 밤에 불을 놓는 것으로 통일을 시킨 것으로 보면 될 거네.”
“아, 그래서 쥐불이었구나. 재미있네. 아무리 쓸모가 없다고 해도 이런 것을 배워서 상식이 쌓이니까 나쁘지 않은걸. 호호호~!”
“재미있다니 다행이네. 난 또 누이가 공부하다가 말고 머리를 싸매고 달아날까 싶어서 걱정했잖아. 하하~!”
“내가 좀 둔하기는 해도 도망가지는 않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그럼 염재가 말후(末候)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볼텐가?”
“예, 그러겠습니다. 배운지는 오래되었는데도 기억이 나서 다행입니다. 말후는 어섭부빙(魚涉負氷)이라고 해서 물고기가 잠에서 깨어나서 얼음 아래를 헤엄치고 다닌다는 뜻입니다.”
“실은 나도 기억이 아리송해서 염재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해야 하겠네. 혼자는 자신이 없는 것도, 두 사람의 머리를 보태니 큰 도움이 되네. 하하하~!”
우창의 말에 두 사람도 같이 웃었다.